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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김금희, “지난 시간들을 다시 명명하기”


언젠가 우리는 무구했던 적이 있다. 여린 마음은 약한 진동에도 상처를 입고 또 주었으며, 그 고통을 어찌하지 못한 채 다만 도망쳐 버리기 일쑤였다.
“울고 싶은 기분으로,” 아픔은 그 자리에 두고.

작가 김금희는 이렇듯 다만 울고 싶은 마음으로 통과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의 상처를 곧게 바라보려고 한다. 돌아갈 수 없기에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상처를 받아들여야, 앞에 놓인 시간을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시간을 다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일은 성장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는 상처와 좌절만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 아픔을 가능하게 했던 무르고 환한 마음과 소중했던 시절도 있으므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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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금희 작가님. 반디앤루니스 독자 여러분들에게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김금희입니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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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라는 제목의 소설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봄과 여름에 대하여 말할 준비가 된, 가을에 가까운 마음으로 이번 글들을 쓰셨다지요. 그 마음이 궁금합니다.


지난 계절들에 대해서 더 찬찬히, 깊게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작품을 쓰게 되었어요. 상처가 있다면 더 들여다보고 환희가 있었다면 더 자세히 그 기쁨에 대해 쓰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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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서 말씀해주셨듯, 이번 소설집에는 유독 떠나보냈던 과거와 마주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쓰는 소설들이 대체로 지난 시간들에 대해 다시 명명하기, 인 것 같아요. 그렇게 보니 주로 20대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주인공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러는 동안 여러번 괘안타,라고 말했지만 정말 괜찮은 적은 사실상 없었다는 것.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울고 싶은 기분으로 그 시절을 통과했다는 것.

그렇게 좌절을 좌절로 얘기할 수 있고 더이상 부인하지 않게 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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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지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치 과거의 기억이 바로 그 공간 속에 녹아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이렇듯, 구체적인 지역을 가져오는데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밝힐 수 있다면 공간적 배경을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쓰는 사람은 그 생생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읽는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공간을 호출해 소설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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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책의 인물들 중 여럿은, 그 성별을 알기 힘들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혹시 의도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인물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는 편은 아닌데요, 쓰다보면 저도 모르게 그런 기본적인 정보들을 말해주지 않기도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는 인물들의 외양 묘사를 잘하지 않는 편인데 일부러 그런다기보다는 쓰면서 그럴 필요를 잘 느끼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성별이 모호한 건 아마 성별에 따른 차이에 제가 그리 민감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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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사랑이 발생했다는 표현이 더러 등장합니다. 그 문장이 조금은 낯설게, 그리고 한 편으로는 정확하게 느껴졌는데요.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시는 데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발생은 좀 더 그 대상의 힘을 보여주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사랑에 있어 사랑의 대상보다는 사랑하는 주체에 더 관심이 가고 오히려 그것이 더 사랑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사랑하게 되었다,보다는, 사랑이 (내 안에서) 발생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게는 어떤 기회가 있었던 것일까. 그러니깐 그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었던 여름이었던 걸까.

···

그 순간, 안녕, 이라는 말이야말로 누군가에게 반복해서 물을 수 있고 그렇게 물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 비록 이제는 맞은 편에 앉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물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것이 일산의 여름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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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에게 유독 애정이 갔습니다. 안녕이라고 묻지 않았으므로 지켜내지 못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라서 그런 걸까요. 작가님께서도 수록된 작품의 캐릭터 중 가장 애정이 갔던 인물이 있을 거 같은데요.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저도 그 인물을 매우 애정하며 썼어요. 제가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마음을 면밀히 전달하기 위해 애썼고요. 소설집에서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의 강선가장 제게는 특별한 인물 같아요. 처음에 쓸 때는 좀 밉고 냉소하면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나중에 강선이라는 인물을 품어줄 수 있었거든요. 그것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제가 얻은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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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쓰시면서 유독 애착이 갔던, 혹은 쓰고 난 후 계속 기억에 밟혔던 작품과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기괴의 탄생>에서 리애 씨와 진은파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종종 생각해요. 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한 그 둘의 삶이 고립이 아닌 자발적 고독에 가깝기를 바라며 썼는데, 그 후의 삶이 정말 그러할 수 있었을까 싶어서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언제나 약자라는, 운동을 하다가 떠올리면

어쩐지 다리 힘이 빠지고 선득선득 추위를 느끼게 되는 그 사랑의 무결함에 대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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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뷰에서, 이번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지금에서 바라보는 20대의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라고 말씀을 해주신 바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그때의 시기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나요?


싫은 게 많았던 시기, 화나는 일이 많았던 시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맹렬히 화를 내고 부정하고 각을 세웠던 것이 지금의 제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놓지 않게 해주었거든요. 그렇게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20대 시기는 그 후에도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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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할 수 있는 말과 하고 싶은 말 가운데' 결국 '하고 싶은 말'을 택하는 나로 끝나는데요. 문득, 작가님에게 소설은 할 수 있는 말과 하고 싶은 말 중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맞아요, 할 수 있는 말과 하고 싶은 말 사이에서 늘 갈등합니다. 촉발은 하고 싶은 말에서 시작되어서 할 수 있는 말의 과정을 거쳐 소설의 메시지가 된달까요. 개인의 한계를 넘어 완성되는 소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 바로 소설 쓰기의 시간 같아요.



는 연속적으로 환기되는 오래전 여름들에 대해 생각하다가 휴대전화를 열어 채은경입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말과 하고 싶은 말 가운데 문장을 고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라고 적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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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등단하신 이래로, 13년간 4권의 단편 소설집과 3권의 경장편, 1권의 엽편집 그리고 1권의 에세이를 쓰셨는데요. 이렇듯 작가님으로 하여금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일단 쓰고 싶은 말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제 마음속에서 형태를 잡아가는 이야기들을 글로 옮겨내고 싶다는 욕망이요. 그리고 그렇게 쓰고 나면 저 자신이 조금 달라져 있고 뭔가에 대해 깨닫게 되고 그런 선순환이 좋아서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꾸준히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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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펴내실 책들을 기약하며, 작가로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제 글도 시간이 가면서 잘 나이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인 제가 늙고 깊어지고 생각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글 역시 그렇게 자연스럽게 변화했으면 하는 생각이요. 그렇게 했을 때 글이 당대의 문제들을 가장 절실하게 담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작가에게 가장 고민되고 치열한 사유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쓰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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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실 독자 여러분에게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여름은 어떤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이년 동안 견뎌낸 시간들이 조금씩 지나고 있어요. 마치 긴 터널을 통과하듯이요. 수고하셨어요, 우리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안전한 일상에서 반갑게 만나요. 건강하세!





                                     ⓒ창비

김금희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장편 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등이 있다. 2015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 Editor - 황승현

h_beatrice@bnl.co.kr


사진제공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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