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노트』신혜우, 식물의 마음으로부터 받는 위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떤 감정 표현도 하지 않는 식물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오죽할까. 하지만 여기, 그럼에도 끊임없이 식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다. 식물학자 신혜우이다. 그는 오랜 시간 식물을 바라보고 그림으로 그리면서, 그 삶을 따라가고 마음을 더듬어 왔다. 마치 연극을 볼 때 우리 다른 사람 삶의 이해하면서 어떤 감동을 받듯, 식물의 마음을 따르면서 얻는 위로를 함께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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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혜우 작가님. 반디앤루니스 독자 여러분께 본인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 신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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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식물학자의 노트>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셨는데요, 어떤 책인가요?
<식물학자의 노트>는 이전에 제작했던 영상의 원고를 정리해서 만든 책이에요. 식물에 관한 과학적인 내용뿐 아니라, 식물을 연구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식물에게서 느낀 여러 감정들이 함께 포함이 되어 있어서 과학서이자 동시에 에세이인 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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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십니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직업이어서 그런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식물학자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식물학자라고 하면, 폭넓게는 식물에 대해서 연구하는 모든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엄밀하게 들여다보자면 식물학에는 원예학, 농학, 임학, 식물분류학 등 여러 분과가 있는데요, 그중 저는 식물분류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식물분류학은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탄생하는 야생식물들을 연구하는 기초 과학 학문 분야입니다.
질문에서 말해주셨듯, 식물분류학자는 정말 흔하지 않은데요. 이 직군이 멸종 위기의 식물들보다 빠른 속도로 멸종되고 있다고 저희끼리 농담하곤 합니다. 기초과학분과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인 거 같아요. 원예학이나 농학과는 다르게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종류의 일이 아닌, 식물의 계통을 밝히고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순수학문적인 일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도전을 꺼려하시는 거 같아요.
식물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식물의 입장에서 살아보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햇빛과 비를 맞으며 들녘에 홀로 서 있는 것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식물은 한 자리에 서 있지만 지구를 점령한 억센 몽상가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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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를 꿈꾸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어렸을 적부터 식물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고 또 식물들을 좋아했다보니 자연스레 식물학자가 되었다고 말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식물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특히 식물 그림을 자주 그리곤 했었거든요. 그 때, 식물을 보고 그리면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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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식물 세밀화가이기도 하십니다. 서문에서 말씀해주셨듯, 세밀화는 최소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수고로운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식물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리시는데 그 이유가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기, 현미경과 같은 최첨단 기술이 발전해있는 시대이니만큼, 그러한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요. 사진과 세밀화의 다름은, 정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진과 다르게, 식물 세밀화에는 그리는 사람이 그 식물에 대하여 알고 있는 모든 세세한 정보들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렇기에 식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려져요.
식물의 작은 조직들을 관찰한다고 했을 때, 현미경과 사진기는 그것이 객관적으로 잘 보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데요. 하지만 그 잘 본다는 것은 크게 보여주는 것이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에요. 정확하게 보려면 그 식물에 대한 지식 또는 정보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식물의 줄기를 반으로 잘라 체관, 물관 등을 사진기와 현미경으로 본다고 한다면, 다 똑같은 세포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그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면, 그걸 구별하여 표현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식물을 연구해서 나온 결과를 글로 표현하면 논문이 되고, 이미지로 표현하면 식물세밀화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는 이 연분홍색 꽃잎이 아름다운 낮달맞이 꽃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식물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면서 처음으로 색을 입힌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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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꽃잎을 칠하며 느꼈던 사랑스러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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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수많은 식물들을 그림으로 남기셨는데요. 세밀화를 그리는데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식물과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리는 순간만큼은 그 식물들이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도 때문에, 그렸던 모든 식물들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요. 굳이 꼽자면, 그러니깐 그림이 조금 마음에 든다 했던 건 후박나무에요. 식물 연구를 위해서 완도, 제주도와 같은 남쪽 지방에 갈 일들이 여럿 있었는데, 내려갈 때면 자주 후박나무를 마주하게 되었고 또 볼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가을에 열매가 남색으로 익어가면서 빨간색의 줄기(열매 자루)와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식물학자의 노트>의 chapter4 메인 표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처음에는 예쁘다고 생각만 하고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고요, 3년간 줄기차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그리게 되었어요. 그것을 시작으로 후박나무와 가까운 종의 식물들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바로 그 시리즈로 영국 왕립원예협회 보태니컬 아트쇼에서 처음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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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흥란이라는 난초의 한 종류로 그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미국에서 난초를 연구할 정도로 그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난초의 어떤 점이 작가님으로 하여금 관심을 이끌었을까요?
난초에 대한 관심은 식물학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난초는 모든 식물학자들이 좋아하는 분류군이거든요. 난초류는 꽃이 피는 식물군 중 두 번째로 종 수가 많으며, 진화의 모습이 다양하고 또 진화적으로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더해서, 사실 저는 박사 과정을 끝낸 이후에야 난초를 연구하게 되었는데요. 그러한 선택에는 국내 난초 연구의 권위자이신 이남숙 지도 교수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난초와 공생하는 곰팡이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직 국내에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배워 와야 한다고 하셨었거든요. 이렇듯, 연구 가치가 높은 종이기도 하고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기도 해서 이 책의 첫 글로 싣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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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시 <꽃>이 증언해주고 있듯,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학자로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존재와 그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데 다른 시야를 가지게 해 줄 것 같은데요, 어떠신가요?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사실 석사과정을 밟을 때는 식물이 연구의 대상이자 또 일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했어요. 가령 길을 지나가다 모르는 식물을 발견하면 그 식물에 대해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연구하는 식물을 발견해도 그에 대한 정보들을 반강제로 떠올려야 했기 때문인데요. 그 시기가 지난 후, 존중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식물의 이름과 그 역사, 생태학적 이야기를 알게 되니 식물을 존중할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우리나 식물이나 결국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한 종이니깐 말이에요. 지금은 이러한 앎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우리 인간이 다른 생물 종을 알게 되고 경험하면서 얻게 되는 무한한 상상력과 기쁨을 항상 생각합니다. 각 생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그 생물이 우리 곁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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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식물은 정적이다,라는 편견을 깨게 되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식물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지요. 더욱이 끊임없이 새로운 식물들이 발견되고 있는 만큼, 이 순간에도 자신의 환경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는 식물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있겠죠. 우리는 모두 진화하고 있으니깐요. 그런데 식물이 정적이라는 생각은 순전히 인간의 시각에서 식물을 해석하는, 인간주의적 입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식물이 움직이는 속도는 굉장히 느려 보이는데요. 사실, 지구의 시간으로 펼쳐 본다면 식물은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또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식물의 시간을 이야기하자니,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멸종 위기에 놓인 식물은 그것이 진화하는 속도보다 인간의 생태계 간섭이 빠르기 때문에 생겨나요. 환경에 맞춰 식물이 자연적으로 분화하고 진화하기도 전에, 인간이 파괴해버리거든요. 바로 이러한 일들이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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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식물의 삶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해요. 우리나라의 육상식물만 해도 4000종이 넘어가는데요. 이마저도 온대지방이라는 조건 하에서 생물적 다양성이 떨어져,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게 중에 특이한 생물들도 더러 있으니 이 책에는 소개되지 못한,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식물의 생장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식물들이 너무도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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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위해 직접 식물의 생태계에 찾아가시는데요. 쉬이 갈 수 없는 곳들도 많이 가신다지요. 식물 연구를 위해 다닌 곳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이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장소들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그보다는, 그러한 장소에 가서 느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생태계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그렇습니다. 식물 연구를 위해서 사람들이 가기 힘든 여러 오지를 가게 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벌목이 되어 있다든가 혹은 쓰레기가 버려져있다든가 하는 인간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거든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이 거의 없는 거예요. 그런 일들이 참 안타까운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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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식물 상담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물 상담소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습니다.
5년 전 노원구로 이사했을 때, 동네 식물학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당연하게 아는 식물의 이름을, 그냥 이름 모를 들풀과 들꽃으로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래서 식물의 이름을 포함한 여러 정보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식물 상담소는 그러한 일의 일환입니다.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기도 하고, 식물들을 함께 관찰하면서 여러 가지들을 배우기도 해요. 아, 그런데 식물 상담소는 제 생활반경 안에서의 익명성을 지키기 위해 노원구에서 운영하지는 않았고요. 다른 동네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시간에 꽃을 피우고, 삶의 다음 고리로 연결해갑니다.
사람도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간이 다를 겁니다.
_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실 독자 여러분께 자유롭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책을 읽으시며, 식물의 마음을 느끼고 그 속에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원래 저에게 식물은 연구와 관찰의 대상이었어요. 더욱이 저도, 식물도 모두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만 생각해서 식물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요. 그런데, 최근에 식물에게서 위로를 받는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 존재만으로 말이죠. 그런 거 있잖아요. 마치, 배우가 연극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어떤 감동을 받듯, 식물의 입장에 서서 그 삶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위로 말이에요. 여러분도 그러하셨으면 좋겠어요. 식물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으로부터 받는 미적 감동이 아닌, 식물의 마음으로부터 말입니다.
신혜우 그림을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식물 DNA 바코딩, 식물 게놈 연구 등을 연구하며 식물 생태학 분야로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는 신진 연구자인 동시에, 영국왕립원예 협회에서 주관하는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서 3개의 금메달과 최고 전시상 트로피, 심사위원 스페셜 트로피를 모두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다.
| Editor - 황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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