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유현준, 인문 건축가가 그리는 도시와 사회의 무지개빛 미래

다가오는 미래 속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가 가속시킨 공간의 변화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공간 속에는 관계와 권력, 역사, 문화가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재개발돼야 하는지를 창의적인 시각으로 그려낸 인문 건축가 유현준.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는 그의 외침에선 다음 세대에 대한 묵직한 책임감이 함께 전해졌다. 책 『공간의 미래』 출간 기념으로 반디앤루니스에서 유현준 교수를 직접 만나봤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죠. 하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역사만 얘기하는 사람한테도 미래는 없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미래적인 얘기를 해야 화합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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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교수님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독자분들께 교수님과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조금 낯간지럽지만 ‘인문 건축가’로 소개되는 유현준입니다. 첫 번째 직업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에서 건축 설계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밖에서는 유현준 건축사 사무소라는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요. 또 컨설팅 회사의 대표 건축가이기도 합니다. 그 외 남은 시간엔 책 쓰고 강연하고 방송 일을 하고 있습니다. N잡러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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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부터 ‘미래’를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미래는 명확하지 않잖아요. 잡힐 듯 안 잡힐 듯, 알 듯 말 듯 하기 때문에 일부러 제목도 가드나란 글씨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를 무지개빛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지개빛의 안개 낀 듯한,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 책 표지의 컨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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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를 준비하신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작년 초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난 후니까 1년 정도 된 거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건축이 코로나에 의해서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칼럼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강연 프로그램에서 짧게는 15분부터, 길게는 1시간까지 강연하면서 생각들이 정리가 된 거에요. 그 생각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은 게 『공간의 미래』입니다.
작은 위성 학교, 공유 오피스 등을 작게 나누어서 주거와 섞어서 배치한다면 교통량도 줄이고 전염병 전파도 줄일 수 있는 공간 구조가 될 것이다. (54쪽)
선형의 공원을 만든다면 이 도시는 걸으면서 연결될 것이고, 지역 간의 분리와 격차가 사라지는 도시, 하나의 공동체로 융합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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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공간과 관련된 대표적인 키워드들을 꼽아주세요.
저는 양극화 현상이 생길 거라고 보고 있어요. 돈이 많은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돈이 적은 사람일수록 온라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들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원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미래의 공원은 원형이 아닌 선형의 공원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공원을 중심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거든요.
미래를 준비하는 인프라로는 자율주행 로봇만 다니는 물류 터널을 뚫었으면 좋겠어요. 또 집 같은 경우는 발코니가 있으면 좋겠고, 학교는 1천 명의 학생들에게 1천 개의 다른 교육과정이 있는 소규모 학교로 바뀌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무가 심긴 마당 같은 테라스가 있는 집(위), 나를 품어주는 교회(아래)
사진=유현준건축사사무소
내가 만든 '공간과 권력의 제1원칙'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사람을 모아서,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면 그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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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선 종교시설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을 제안하셨는데, 종교 단체들을 잘 설득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설득은 굳이 안 해도 됩니다. 그분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먼저 찾아오세요. 7~80년대, 90년대를 거치면서 도시 내에 많은 공간들을 교회가 소유할 수 있게 됐는데요. 그 자산을 잘 이용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교회의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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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관련된 사회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데요. 요즘 가장 눈여겨보고 계시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는 건 젊은 세대들이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지 못하는 현황입니다.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라서 그걸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월세로 사는 것은 내 부동산 자산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내 노동의 대가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대신 그 돈은 부동산을 소유한 누군가의 자산으로 축적된다. 월세는 21세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작농이다. (271쪽)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건강한 중산층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부족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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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을 꿈꾸는 2030 세대 독자들에게 조언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조언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집을 소유하는 걸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누군가의 소작농으로 전락하면서 평생을 조종당하기 쉽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집을 소유할 수 있게끔, 정치가와 시장을 움직여서라도 젊은 세대들이 공간 자산의 독립을 꼭 했으면 좋겠습니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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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건축학도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기본에 충실해야죠. 어쨌든 오프라인 공간은 건축가들이 디자인을 해야 하니까요. 단 이제는 오프라인 공간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이 평행구조로 되어있고, 스마트폰이나 IT기기를 통해 그 사이를 왕복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거든요. 그렇다고 전통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디테일이나 구조, 디자인적인 이슈들, 미학적인 것들도 포기해서는 안 되죠. 제대로 된 건축가가 되기에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전반적인 공간 리모델링이 시작될 시점이다. "공간 디자인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공간을 만들어서 어떤 사회를 만들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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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의 커리큘럼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사실 옛날부터 건축학과에선 기본적인 것들만 가르치고 그냥 학생들이 알아서 하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제가 책에서 ‘자기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된다’는 말을 했던 게 사실 제가 건축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했던 공부 방법이었거든요. 딱 하나 좋은 점은, 다른 공대 학과들과는 달리 건축과에선 딱 정해진 교과서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대신 학생에 따라서 누구는 철학책을 많이 읽고 미술책이나 심리학책을 읽는 등 자신만의 것을 구축해나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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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에 직접 지은 건축물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사진보다 실물을 꼭 봐야 하는 곳이 있을까요?
그런 건 없죠.(웃음) 근데 건축물은 항상 사진보다는 실물이 낫습니다. 제 건물이 훌륭하다는 게 아니고, 공간이 주는 힘이 있어요. 건축을 하면서 제일 감동을 받을 때가 있는데요. 바로 건물 골조가 다 끝나고 아시바라는 보조 장치를 다 뜯어낸 다음, 청소를 하고 마감재와 인테리어를 붙이기 전입니다. 그때 되면 제가 설계를 하지만 항상 감동을 받아요.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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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먼저 찾아가고 싶은 건축물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아직까지도 르 코르뷔지에 롱샹 성당을 못 봤어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서 계획을 다 세워놨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가게 됐거든요. 그리고 독일 북부에 제가 좋아하는 피터 줌터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조그마한 교회가 있는데, 그런 건물들도 여기저기 찾아내면서 직접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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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처럼 사회의 각 분야에서 미래를 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 고질적으로 과거를 돌아보는 것엔 익숙한데 미래를 바라보는 건 그렇게 높은 가치를 안 두는 것 같아요. 특히 정치하는 분들이 과거의 역사에 대한 해석 갖고 싸우지 마시고 앞으로의 것들을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죠. 하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역사만 얘기하는 사람한테도 미래는 없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미래적인 얘기를 해야 화합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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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간의 미래』를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모든 국민이 다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어려운 책도 아니고, 이 책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들의 관심사를 미래에 두고 토론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중에는 이 책으로도 미래에 관해 심오한 얘기를 하실 수 있는 분도 계실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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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교수님의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 절반 정도 이상 써놓은 책이 하나 있어요. 인류사를 건축 중심으로 읽어내는 내용인데요. 후반부를 빨리 완성해서 다음 책으로 출간해보려 합니다. 아마 이제까지 나온 책 중에선 가장 두꺼운 책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엎드려서 베고 주무시기에 좋은 높이의 벽돌 책을 한 번 내볼까 합니다.
유현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 건축가는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는 화목한 건축으로 관계와 사회를 바꿔 나가는 한편, 여러 매체에서 통찰력 있는 글을 쓰고 있다.
| Editor - 김보미
spring2@bnl.co.kr
사진&영상 ㅣ 황승현,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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