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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여성, 정치를 하다』 - 왜 한 여성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들었는가




여성은 역사 속에서 오래간 자신의 없이 살아왔다. 그들의 이름과 삶이 역사에 기록되었을 때는 누군가의 어머니와 누이, 연인으로서 그러했다. 장영은 작가는 그러한 차별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고유한 이름과 삶을 남기고자 했던 여성들에게 시선을 던져왔다. 여성, 정치를 하다는 성취와 좌절의 연속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긴 여성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보다 나은 삶, 보다 좋은 세상을 얻기 위해, 분투해 온 21명의 여성들을 함께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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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영은 작가님. 반디앤루니스 독자 여러분에게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반디앤루니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올해 3 8일에 출간된 여성, 정치를 하다(민음사)의 저자 장영은입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비교문화연계전공 과정에서 한국 근대문학과 비교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해 온 여성들의 말과 글을 모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2018, 민음사, 편역),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2018, 민음사, 공저),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2019, 창비, 공저),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2019, 민음사)로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저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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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를 하다는 무엇에 관한 책, 혹은 어떤 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제목 그대로 여성과 정치가 이 책의 주제입니다.
사회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을 찾기 위해 분투해 온 정치인들의 삶을 그녀들이 남긴 말과 글로 재구성해보고자 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여성이 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사회적 실천들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여성 정치인의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법률과 행정, 문학과 예술, 교육과 언론, 종교와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 정치인들의 삶과 사상, 말과 글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리고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2020 3월부터 현재까지 경향신문에 격주로 여성, 정치를 하다 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그 중 21편의 글을 뽑아서 2021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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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연재하신 기사를 엮어 만든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에서 연재했던 당시와는 달리, 3개의 장으로 글들을 구분해놓으셨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이와 같은 분류를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그러나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이 여성들의 삶에서 정치의 본질을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를 위해? 어떻게? 무엇을 위해? 자신의 삶을 통해 이 세 가지 질문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은 정치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각자 어떤 답을 제시했는지 그 정치적 여정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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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서문에서 자크 랑시에르의 말을 인용하여 정치란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위한 실천적인 행위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결국, 여성의 문제는 정치적이지 아니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정치와 그 행위의 외연을 넓게 받아들인다면, 사실 정치적인 행위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가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누군가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혼자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정치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저는 한 개인이 정치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 할지라도 혹은 정치를 불신한다 할지라도 정치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2년째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을 떠올려 보더라도 우리의 생활이 정치와 얼마나 긴밀하게 밀착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역 수칙 하나에도 일상의 풍경이 달라지니까요. 정치 제도와 문화의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여성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포기할 수 없는 권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정치권력을 직접 획득하지 않더라도 이른바 직업 정치인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이 여성들의 삶은 매우 정치적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정치 참여에는 어떤 자격도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크 랑시에르의 말처럼, 정치는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여성이 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사뢰적 실천들을

나는 정치적 행위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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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혜석이라는 근현대사의 신여성을 통해서 그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더하여, 작가님은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이라는 책을 집필하신 적도 있지요. 혹시 작가님과 나혜석 선생님 간의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나혜석 선생님과 저의 인연. 멋진 질문 감사합니다. 저는 글로 맺은 우정 혹은 책을 매개로 한 우정을 예찬합니다. 나혜석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는 그 분의 삶과 사상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혜석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작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독립 운동가이기도 했습니다. 나혜석이 무연고 행려병자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로, 그녀의 삶을 불행하다고 쉽게 이야기하는 세간의 평가에 저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나혜석의 생애 마지막 순간은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패배했다거나 불행했다고 단정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혜석의 말과 글이 널리 읽히게 되면 그녀에게 가해졌던 편견과 차별로 똘똘 뭉친 평가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2018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나혜석의 작품 가운데 오늘날 독자들에게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글을 모으고 해설을 붙여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말 하는 여자, 글 쓰는 여자의 사회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삶을 직접 용기 있게 이야기한 나혜석이 여성 지식인의 원류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여성, 정치를 하다에도 나혜석이 몇 차례 등장합니다. 그녀가 정치에 매우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독립 운동가였다는 사실 그리고 영국 체류 시절에 참정권 운동 단체의 회원에게 영어를 배우며 여성의 미래를 함께 모색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나혜석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나혜석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매번 큰 용기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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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여성이라는 단일한 기호 속에 숨겨진, 다양한 여성의 개인사를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다만, 21명의 허스토리 밖에 접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는 싣지 못했지만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를 해주고 싶은 여성이 있을까요?


여성의 사회 참여와 자기표현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기에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분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재해석하고 싶습니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는 분분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목격하고 또 살아남아 글을 쓴 혜경궁 홍씨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저는 그녀의 삶과 정치적 글쓰기를 새롭게 평가해보고 싶습니다. 혜경궁 홍씨는 10대 초반에 왕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사도세자와 결혼을 했지만, 끝내 왕의 아내가 되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왕의 며느리, 왕의 어머니, 왕의 할머니로 살면서 권력 암투의 시간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갑니다. 혜경궁 홍씨는 왜 한중록을 남겼을까? 이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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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 하는 여성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최초의 계기,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시기로 결심한 맨 처음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제가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서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2014년에 제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임종 소식을 듣고 뒤늦게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 처음으로 할머니의 시 가시나니까를 읽게 되었어요. 할머니는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가지 못하셨고,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10대 후반에 친척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셨죠. 남동생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며 살아가는 동안 할머니는 맏며느리로, 어머니로, 아내로 생활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의 시를 읽으면서 그 분의 삶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할머니에게 글쓰기는 무엇이었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해봅니다. 할머니의 글을 읽고 난 후부터 저는 여성이 자기 삶을 직접 이야기하고 글로 쓰는 일의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저에게 한 편의 시를 유산으로 물려주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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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필하신 이유를 들어,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들었는지 짐작해보고 싶었다고 하셨지요. 혹시 그 답을 얻으셨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요. 정치인에게 권력 의지는 필수적이지만, 권력 의지만으로 정치를 계속 해 나갈 수 있을까? 정치인에게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무엇일까? 권력의 핵심에 다가서게 되는 정치인은 소수에 불과하죠. 정치는 경쟁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때 발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가 곧 최고의 정치인을 뜻하는 것은 아니죠. 세상을 얼마나 또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 사람들을 저는 정치인이라고 규정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누가 좋은 세상을 그냥 선사하는 법은 없죠. 이 책의 주인공들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누가 그냥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자각을 한 여성들은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인간의 삶을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갈등과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용기가 그녀들의 명성보다 그녀들의 업적보다 제게는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성 정치인들의 성취와 좌절을 평가하기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들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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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집필하실 다음 책들을 기약하며, 작가로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내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가며 글을 쓰는 편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감각으로 누군가를 만나기보다 주인공이 살았던 삶 속으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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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자유롭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독자 여러분께서 이 책의 주인공인 21명의 여성 정치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더 많은 여성들이 말을 하고, 더 많은 여성들이 글을 쓰고,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뛰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자 제공)

장영은
성균관대학교에서 논문 ‘근대 여성 지식인의 자기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계전공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을 엮고,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를 함께 쓰고,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썼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여성들에게 관심이 많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해온 여성들의 생애를 복원하고, 그들의 말과 글을 차근차근 모아 널리 전하고자 한다.



| Editor - 황승현

h_beatrice@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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