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앤루니스 모바일

서점에서 만난 사람

『나는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다』 남기성 ‘당신은 영어를 왜 배우나요?’


새해를 맞아 외국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또다시 영어를 배우려니 막막하기만 하다. 완전히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배운 적은 있어 비슷비슷한 내용을 또 공부하려니 지겹고 지루하다. 이런 영어와의 권태기에 빠져 있는 한국인에게 남기성 작가가 말한다.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배워보자고! 영어·중국어 다음으로 사용 인구가 많은 데다 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제일 잘 발음할 수 있는 언어인 스페인어. 스페인어 하나만으로 스페인은 물론 중남미의 얼마나 많은 국가를 다닐 수 있는지, 스페인어가 가져다주는 넓은 세계를 지금 경험해보자.





“우리는 영어를 왜 배우나요? 영어가 일상과 업무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되나요? 살면서 외국어 하나는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서 영어를 해왔다면, 저는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추천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반디앤루니스 독자님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해와서 간략하게 소개하기가 어렵네요. 대학 졸업 후에는 마케팅에서 근무했는데, 우연히 찾은 멕시코 칸쿤의 카리브해를 보고 한눈에 반해 이민을 결심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여행사를 운영하며 10년간 살았고요. 그러다 한국이 그리워져 2010년 귀국했지만 한국에서의 삶 또한 녹록지 않아 무척 고생했습니다. 보험인, 자영업자, 영업인 등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다 여행서도 몇 권 펴냈습니다. 현재는 8권의 여행서와 1권의 스페인어 책, 『나는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다』를 낸 작가입니다. 올 3월에는 EBS 세계테마기행 코스타리카·파나마 편에 출연할 예정이 있어서 곧 방송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나는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다』는 ‘외국어’가 아니라 ‘자기계발’ 분야에 속한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분들에게 읽히길 바라며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부제로 달았던 것과 같이 이 책은 스페인어 ‘학습 선동기’입니다. 스페인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쉽게 스페인어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책이 되길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사실 스페인어는 이미 한국인의 삶 깊숙이에 침투해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스페인어를 통해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제가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쓰며 있었던 일들을 에세이로 구성하여 엮었습니다. 물론 스페인어 입문자를 위한 기초적인 회화 지식도 실었고요. 이 책에 있는 내용만 자기 것으로 만들어도 스페인어권 국가를 여행하면서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당신은 언어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스페인어로 언어 필살기를 가져보는 건 어떤가? (44p)


전문 스페인어 강사는 아니시라고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스페인어에 관련된 책을 집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스페인어를 배우고자 하면 관련된 책과 교재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점에 이미 많이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부터 흔히 접하는 영어와 달리 다짜고짜 스페인어의 문법책부터 접하게 되면 머리만 지끈거릴 뿐입니다. 스페인어에 흥미가 있더라도 문법책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싶어질 거예요. 큰맘 먹고 교재도 사고 학원도 끊었지만 며칠도 안 되어 의욕이 사라지기 일쑤일 테고요.


물론 책을 처음 집필하기 시작한 계기는 출판사 대표님의 제안에서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제안을 받고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언어에 관련된 책은 왜 죄다 발음·문법·회화의 구성으로만 되어 있을까? 오랜 세월 접해온 영어조차 이런 딱딱한 구성의 교재는 앞부분만 들춰보고 덮기 십상인데 하물며 낯선 스페인어는 얼마나 어려울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책을 덮고 난 뒤 스페인어가 생각난다면, 그리고 스페인어를 배워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게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집필했습니다. 실제로 중학생인 둘째 아들의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다들 재밌다며 스페인어 몇 마디를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반에서 스페인어를 말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고 해요. 이 책이 톡톡히 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스페인어는 한국어처럼 각 음절을 똑같은 길이, 강도로 발음한다. 강약의 변화가 거의 없는, 음절의 박자 간격이 고른 음절박자언어syllable-timed language다. 그래서 스페인어는 한국 사람이 발음하기에 편하다. 멕시코에서 생활하는 동안 스페인어로 말할 때 발음을 지적하거나 못 알아듣는 경우는 없었다. (…) 반대로 보면 영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에게는 한국어나 스페인어의 발음이 어렵다. 미국인들이 발음하는 스페인어를 들어보면 마치 외국인이 한국어를 하는 것처럼 어색하다. (24~25p)


스페인어 공부의 장점으로 ‘쉬운 발음’을 꼽아주셨는데요. 반대로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영어의 가장 어려운 점이자 스페인어의 가장 쉬운 점이 ‘발음’이라고 한다면, 물론 스페인어에도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남의 언어를 배우는 데 어렵지 않다면 말이 안 되겠죠.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동사변형이었습니다. 인칭마다 동사변형이 다르고 규칙적으로 변하는 것과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것이 또 다르고, 현재형, 과거형, 불완전과거형까지 다 다르게 변합니다. 외워야 할 동사변형이 산더미 같았죠.


스페인어를 배우며 이렇게 머리가 지끈거릴 때 저는 무조건 야외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거기서 현지인들에게 무작정 말을 걸고 그들이 교정해주는 것을 다시 주워 담는 방법으로 익혀나갔어요. 물론 독자 여러분이 스페인어권 국가에 살고 계신 게 아닌 이상 늘 스페인어 사용자와 만날 수 있지는 않으니, 다른 방법도 소개하겠습니다. 유튜브에는 수많은 스페인 현지인의 강의가 있고, 한국에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아주 많습니다. 입력을 했다면 출력을 해야 해요. 직접 소리 내어 발음하면서 익혀보세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익히려 욕심내지 말고, 하루에 한 문장만 내 것으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소화해보세요. 어렵다고 바로 포기하지 말고, 빨리 가겠다고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스페인어의 어려운 부분도 곧 익숙해질 겁니다.



▲ 멕시코 칸쿤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친하게 지냈던 로레 가족. (사진 제공=남기성)



스페인어권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 있다거나, 스페인어가 필요한 계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배운다는 결심이 서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추천하고 싶은 동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는 영어를 왜 배우나요? 영어권 국가로 그렇게 여행을 자주 다니나요? 영어가 일상과 업무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되나요? 온 국민이 10년 넘게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학원으로 달려가 또 영어를 배웁니다. 마치 영어에 한이 서려 있는 민족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물론 취직에 영어가 필수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막상 실무에서 영어를 활용하는 직군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생각을 달리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살면서 외국어 하나는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서 영어를 해왔다면, 저는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추천합니다. 취직용이 아니라 내가 정말 사용하기 위해서, 혹은 여행을 위해서라면 스페인어가 훨씬 장점이 많습니다. 사용 인구수로 비교한다면 스페인어는 중국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용자가 많은 언어입니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더 넓게 가지고 싶다면 영어보다 훨씬 배우기 쉬운 스페인어를 추천하고 싶어요.


그런 작가님의 “스페인어를 배우기 잘했다!”라고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막상 배웠어도 여행을 통하지 않으면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것이 언어입니다. 제 경우도 스페인어를 배우기 잘했다고 느낄 때는 스페인어권 국가로 여행을 갈 때예요. 미국 LA,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스사, 플로리다 등 미국 남서부를 여행할 때에는 스페인어만 할 줄 알아도 여행에 아무 불편함이 없습니다. 또 한 번은 베트남 여행을 갔는데 콜롬비아·멕시코에서 온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신나게 스페인어로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이럴 때 스페인어를 배운 보람을 느끼지요. 무엇보다 가장 최근에는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섭외가 들어온 일이 가장 뿌듯합니다. 제가 스페인어를 배우고 제 무기로 삼았기에 이런 행운이 찾아온 것이겠지요! 제게 스페인어는 희열감을 안겨주는 언어입니다.


크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었던 탓인지 공항 직원의 눈초리가 사납다. 무엇보다 멕시코에서 출발해 미국을 경유하니, 불법 이민자 취급했다. 눈빛에 의심도 가득했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꼬치꼬치 캐물었다. “멕시코에서 살면서 사용했던 물건들이죠. 난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편하니까 스페인어 하는 직원을 좀 불러줬으면 좋겠네요.” (…)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오자 내 현재 상황을 좀 더 이야기할 수 있었다. 미국은 경유지일 뿐이며 한국행 비행기 티켓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나서야 겨우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27~28p)


‘스페인어’ 하면 바로 떠오르는 스페인이 아닌 멕시코와 중남미의 스페인어권 국가들을 소개하며 추천해주셨습니다. 중남미의 어떤 매력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중남미가 스페인어권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기도 합니다. 중남미 국가에서 자메이카, 브라질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요. 중남미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문명입니다. 중남미 3대 문명인 아즈텍, 마야, 잉카 문명이야말로 살면서 꼭 한 번 만나볼 만한 경험을 선사하죠. 시간이 흐르는 듯하면서 멈추어 있는 앤틸 열도의 진주 쿠바, 거리마다 반도네온 선율이 들려오는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세계의 거울이라는 우유니 사막을 가진 볼리비아, 모아이가 있는 이스터섬을 가진 칠레 등 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매력을 가진 나라들이에요. 다만 언론에 보도되는 모습만 보고 중남미를 치안이 좋지 않고 지저분한 나라일 거라고 선입견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마치 외국에서 해외에 보도되는 한국 뉴스를 보고 남한이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중남미를 만나보세요. 아름다운 자연이 숨 쉬는 나라들이 가득합니다.



▲ 마추픽추를 찾은 남기성 작가. (사진 제공=남기성)



어떤 공부든 꾸준히 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 공부를 꾸준히, 감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너무 큰 목표를 갖지 마세요. 외국인인 이상 현지인만큼 완벽하게 말할 순 없습니다. 스페인어를 통해 현지인과 더 깊은 감정의 교류를 나누고, 가벼운 의사소통을 통해 멋진 추억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밥을 챙겨 먹듯 매일 5분만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정성을 들여 보세요. 그 5분 동안 듣기를 하든, 발음 연습을 하든, 단어를 외우든 상관없습니다. 언어란 이런 작은 정성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No tengas miedo! 무서워하지 마세요!


스페인어를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이 나이에 새로운 걸 배운다고? 영어도 못 하는데 무슨 스페인어야?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게 이득이겠다… 이런 마음으로는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우선 시도해보세요! 이 책을 가지고요. 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좀 해봤는데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그만두면 되죠. ‘안 되면 말고’ 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면, 잘 되지 않아도 후회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감히 약속하건대 스페인어는 새로운 터닝의 시간이 될 겁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새로운 언어의 세상으로 두려움 없이 입장하셨으면 합니다.





남기성

대학 졸업 후 기업체 마케팅 부서에서 5년여를 근무하다 1999년 멕시코로 이주했다. 스페인어 공부로 멕시코 적응기를 시작한 후, 한국인 8명만 거주했던 낯선 땅 멕시코 칸쿤에서 10년간 ‘가인여행사’를 운영했다. 여행자들과 마야문명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고, 헤밍웨이를 찾아 쿠바로 떠나면서 카리브해를 방패 삼아 최고의 멕시코 이민기를 보냈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 작가, 스페인어 강사, 기업 CEO 등으로 새로운 삶을 살며, 수년 동안 직장인들을 위한 스페인어 재능기부로 알찬 스페인어권 여행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펴낸 책으로 『난생 처음 페루』, 『난생 처음 하와이』, 『난생 처음 다낭』, 『난생 처음 도쿄』 외 쿠바, 라오스, 싱가포르, 오키나와 편이 있다.



글 | Editor - 임채원

chaewon418@bnl.co.kr


최근본상품
닫기

최근 본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