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문학상 수상 김초엽 “소설은 나와 이 세계를 탐구하는 일”

김초엽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과 가작을 동시 수상했다. 대상 수상작인 「관내분실」은 죽은 사람의 마음을 저장하는 마인드 도서관에서 분실된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딸의 이야기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기술개발로 인해 가족과 영영 헤어지게 된 과학자 안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김초엽’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탄탄하고, 매혹적이었다. SF 소설을 발표할 지면도 충분하지 않고, 대중적인 관심도 높지 않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SF 소설계에 그가 꼭 깊고 푸른 숲을 일굴 것이라는 예감이 짙게 들었다.

“인간의 삶의 방식과 존재 양상이 과학과 기술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회에서, SF는 현실에 기반을 둔 소설과 동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사유를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인식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상상할 때의 즐거운 감각이 있고요.”
장르문학을 나눈다는 것은 장르적 특성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분야를 주변화 한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특히 SF작가가 활동하기에 우리나라 환경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나 역시 아이작 아시모프는 알아도 국내 SF 작가를 대라면 어느 이름 하나 떠올리지 못한다.
그 생소한 SF 작가의 이름을 한국과학문학상을 통해 접했고 ‘김초엽’이라는 매력적인 작가의 이름이 뇌리에 새겨졌다.
올해 2회를 맞이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관내분실」은 죽은 사람의 마음을 데이터화하여 보관하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분실된 엄마의 데이터를 찾는 딸 지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의 정신을 데이터화한 미래사회와, 추모의 공간을 압축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소외와 화해를 그렸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기술의 발전으로 가족과 이별하게 된 안나의 이야기를 통해 기다림과 고독에 기반한 인간의 존재 형식을 보여준다.
두 편의 소설을 접하며, 작가 김초엽이 만들어낼 무궁무진한 이야기에 가슴이 뛰었다. 김초엽 작가와 나눈 필담을 여기 전한다.
- 국내에는 아직 SF 소설 분야가 대중적이진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 2회를 맞은 한국과학문학상이 참 의미 있는 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이 보시는 한국과학문학상, 그리고 수상 소감을 여쭙습니다.
한국과학문학상은 제가 SF를 본격적으로 써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그 전에도 SF라는 장르를 좋아했고, 또 글도 어릴 때부터 꾸준히 썼지만 정작 SF를 쓰겠다는 생각을 해본 건 최근 일이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SF를 쓰더라도 투고할 수 있는 지면이나 공모전이 별로 없다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아하면 쓰게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지면과 출간 기회가 있다는 것은 작품을 발표하고 싶은 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이런 계기를 통해 SF를 쓰는 작가들이 점점 많아지면, 그중에서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질 테고요. 한국과학문학상과 같은 공모전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첫 책을 내게 되고 다음 작품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글에 대해 아쉬움도 남지만, 지금부터 발표할 작품들을 많은 독자분이 좋게 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더 재미있는 글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대상 수상작인 「관내분실」에서 종이책 표지 디자이너였던 은하의 마인드 분실이 출판시장, 종이책의 운명과 겹쳐집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참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보았습니다. 은하의 직업을 종이책 디자이너로 설정하신 데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그렇게 설정하고 쓴 건 아니었는데, 쓰는 과정에서 은하를 종이책 디자이너로 설정해봤더니 은하의 실종과 고립이라는 상황에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동안 종이책을 거의 못 샀거든요. 방이 너무 좁은데다가, 몇 년 동안 계속 책을 모으니 책장이 가득 차서 다른 물건을 둘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전자책 리더기를 쓰고 있는데 제 주위에도 '책을 놔둘 공간이 없어서' 전자책을 사기 시작한 분들이 많이 있어요. 정말로 추모의 공간조차 압축하는 미래가 된다면, 부피와 정보량이 비례하는 종이책은 더 외면 받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LP판이 다시 유행하는 현상을 보면서, 앞으로도 종이책은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사랑하는 것들로 자신의 공간을 채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어쩌면 디지털 기기를 통해 책의 물성을 재현하는 데 성공할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들은 마인드가 정말로 살아 있는 정신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이건 단지 재현된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그건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관내분실」 中)
- 「관내분실」에서 인간의 마음을 데이터화한 마인드, 그리고 마인드를 보관하는 도서관이라는 설정이 많은 걸 생각하게 했는데요. 이런 미래가 사실 아주 가까운 미래일지도 모른다 싶기도 했고요. 마인드에 관한 착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인간의 마음을 보관한다는 착상 자체는 과학소설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소재이지만, 여전히 수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인 것 같아요. 제가 과학을 공부하면서 특히 관심을 둔 부분은 생명 현상이 어떻게 물질적으로 해석되는가 하는 점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우리가 추상적이라고 흔히 여기는 기억과 감정, 자아 같은 것들이 실은 우리의 물질적 실체에 매여있는 아주 '실재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우리의 영혼 역시 관념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있을 거대한 책장에 차곡차곡 쌓아둘 수 있는,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실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방식으로 인간의 기억과 영혼을 다룬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그런 상상을 자주 했습니다.
인간만이 갖는다고 여겨지는 독특한 성질들을 물질적인 대상으로 치환하여 보는 것은 그런 비물질적인 영역에 대한 신비감과 낭만을 제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런 치환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비와 낭만의 존재가 아니라 물질에 얽매인 존재이기에, 우리 자신의 영혼과 의지, 믿음을 낙관하는 대신 그것들을 실체화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구조에 더 주목하게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사실 「관내분실」에서는 이런 고민을 깊이 다룬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저의 오래된 관심사이다 보니 앞으로도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쓰게 될 것 같아요.
문득 떠올린 것은, 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는 엄마만의 방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관내분실」 中)
- 소설 「관내분실」은 미래사회를 가정하고 있지만, 주인공 지민 그리고 엄마 은하가 임신으로 겪는 경력단절 문제는 참 현실적이었습니다. 미래사회에서도 산후우울증, 임신으로 인한 해고 등 문제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진 것 같아 은하의 고립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여성으로서 작가님의 고민도 어느 정도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떠신가요?
여성에게 전가되는 임신·출산과 육아의 책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로부터의 단절과 고립은 예전부터 관심이 많던 문제입니다. 특히 주위에 과학을 전공하는 여자친구들을 만나면 늘 결혼과 출산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사실 제 또래는 출산을 고민하기에는 조금 어린 나이인데도, 머지않은 미래에 경력이 단절되고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늘 갖고 있습니다.
여성이 겪는 문제를 다룰 때, 여성의 삶을 공유하면서도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 간 갈등이 존재하는데요. 엄마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엄마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결혼하지 말고 네 인생을 살라는 엄마들도 있지만, 결혼만은 꼭 해야 한다고, 기성의 가부장적 구조에 편입되기를 요구하는 엄마들도 있잖아요. 어쩌면 미래에는 우리 세대가 바로 그 갈등과 몰이해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요. 다 쓰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분절된 세대의 여성들이 어떻게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 한국과학문학상 가작 수상작인「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개인적으로 미래 버전의 「고도를 기다리며」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상의 상황 설정을 넘어 미래 인간의 존재 형태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나의 고립, 고독, 외로움을 생각하실 때, 한 개인의 운명에 그치지 않는 보편성을 가졌다고 생각하셨을 거 같은데 실제 어떠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안나라는 한 여성 과학자라는 인물을 떠올리며 쓰기 시작한 글이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보편의 은유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우리는 언제나 확장과 상승을 향해 달려가지만, 더 채우지 않은 상태로 밀어내고 넓히다 보면 밀도가 낮아지죠. 존재들 사이의 거리가 듬성듬성하게 멀어지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세계에서도 누군가는 닿기 위해 애쓸 것 같아요. 그 거리가 아주 멀더라도요. 그래서 안나는 고독과 외로움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지만, 닿지 못할 것에 닿기 위해 자신의 남은 모든 생을 걸 수 있는, 인간의 의지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 인간을 위한 기술이란 말이 있는데, 사실 기술은 인간을 위할 때 보다는 궁극적으로 돈과 효율의 원리를 따를 때가 많은 듯합니다. 안나 역시 인간을 위한 기술을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했지만, 자신의 연구 성과를 끝없는 기다림에 사용해야 했습니다. 비약할 기술 발전의 결과로 가족과 이별하기도 했고요. 안나의 운명은 어찌 보면 기술의 목적, 기술과 인간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술에 관하여 작가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몇 년 전에 에티오피아에 갔던 적이 있어요. 낮에는 작은 마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거나 과학 실험을 하고, 오후에는 학교의 건물 하나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는데요. 그 지역의 언어로 쓰인 책을 파는 가게는 단 한 군데가 있었어요.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전부 달라고 했는데도 얇은 중철본으로 10권이 조금 넘는 정도였고요. 마을에는 유해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 페인트 폐기물을 그냥 땅에 버리고 묻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마을에서 딱 삼십여 분을 차를 타고 시내로 나오니, 근처 호텔에 묵는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어요. “어, 너도 엘지 폰 쓰는구나?”하고 반가워하면서도 그 삼십여 분의 괴리감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죠.
과학과 기술은 대체로 인류 보편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인류 지식의 경계를 넓힌다는 목적으로 더욱더 작은 입자를 발견하고 더 넓은 우주를 관측한다고 할 때,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한다고 할 때, 막상 그 지식과 결과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남겨지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또 다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런 질문을 자주 떠올려요.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이지만요.
물론 흔히 그렇듯이 기술만 남고 학자의 이름은 잊히지만… 당시만 해도 꽤 영향력 있는 연구자였지. 그건 내 생의 얼마 안 되는 자부심이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 기술만 남고 학자의 이름은 잊힌다는 안나의 이야기가 담담하면서도 고독하게 느껴졌습니다. 예술의 경우 작품과 작가의 이름이 함께 남는데, 과학은 정말 학자의 이름이 잊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실제 그런 경우가 많은지, 그럼에도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제가 대학원생일 때, 한 학생이 '내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없어서 외롭다'는 글을 학교 커뮤니티에 올렸거든요. 그 글이 정말 많은 공감을 받더라고요. 예술은 직접 청자에게 향하는 것이고 이해도 몰이해도 모두 직접적인 반응으로 돌아오지만, 과학은 그런 게 아니니까요. 자연과학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거예요. 연구를 한다는 건 어쩌면 하늘로 향하는 탑에 평생에 걸쳐 벽돌 하나를 쌓는 일 같아요. 아니면 반대로 인류를 둘러싼 무지의 장벽에서 흙 한 줌을 덜어내는, 그 정도의 일 같기도 하고요. 고도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서 단 한 사람의 이름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기는 어렵죠. 심지어 노벨상을 받았다는 학자들의 연구도 많은 선행연구와 후속연구들에 그 업적을 기대고 있어요.
안나는 딥프리징을 연구하면서 인류의 우주를 향한 확장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다음에 뭐가 있는지 궁금한 '호기심'을 동력으로 삼았어요. 제가 본 실제 연구자분들 중에서는 사실 호기심을 주된 동력으로 삼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다음에 뭐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이게 될지 안 될지 알고 싶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호기심이죠. 이 지구상에서 아직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무언가를 지금 내가 발견하고 관찰하고 만들어냈다는 것, 그건 외부에서 보기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기술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아주 가슴 벅찬 순간일 것 같아요.
- 작가님의 그리는 미래사회는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삶은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기술혁신은 이루어졌지만 인간 삶의 행복도가 그에 비례하진 않은 듯합니다. 작가님은 기술과 인간 삶의 관계에 관하여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기술 발전 자체에는 좀 낙관적인 편이에요. 뭐가 개발되었다고 하면 그냥 ‘와 신기하다, 멋있다, 빨리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이러다가 옆에서 '그래도 이런 문제는 걱정되는데….' 하면 그제야 아, 그런 점도 있겠네. 하고 다시 차분해져요. 미래 사회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많고, 지금도 사실 세계 어딘가에서는 디스토피아가 실현되고 있는데요. 기술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계속해서 바꾸어 나가겠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삶의 속성들이 존재하고, 그건 기술 자체의 속성과는 또 별개로 우리가 이 기술을 통해 무엇을 지향하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합의하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지, SF 소설이 널리 읽히기 위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관념적인 소재들을 어떻게 물리적 실체로 구체화해서 다룰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보니 그런 소재들을 자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있고 잘 읽히는 글, 그리고 좀 욕심을 내자면 한 편의 글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는 글을 쓰고 싶은데요. 그런 글을 쓰려면 아직 갈 길이 좀 멀겠죠.
저도 이제 막 SF를 쓰기 시작한 신인 작가라서 이 점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지만요. 우선 지면과 공모전이 꾸준히 유지되어서 새로운 작가들이 계속해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고, 또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닿을 경로가 많아졌으면 해요.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많은데도, 장르소설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수식어가 붙고 너무 적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아요. 인간의 삶의 방식과 존재 양상이 과학과 기술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회에서, SF는 현실에 기반을 둔 소설과 동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사유를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인식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상상할 때의 즐거운 감각이 있고요.
김초엽은…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모니터 속에서 시간여행을 하거나 비현실과 비일상의 논리적 세계를 탐독하며 밤을 새우는 삶을 살다 결국은 SF를 쓰게 되었다. 추상적인 삶의 속성들을 구체적인 과학의 언어로 포착하고, 또 다른 질문들을 발굴해내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았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중단편 부문 가작에 당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