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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상대성이론』 박홍균 “지식에는 경계가 없다”


호기심은 세상과 나를 잇는다. 세상을 알게 하고, 이해하게 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한다. 박홍균은 세상을, 그 원리를 쉼없이 궁금해 한다. 그래서 그의 삶에 가장 중요한 물음은 ‘왜?’였다. 왜 그러한지 납득이 가지 않는 지식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자의 원리를 파기 시작해 ‘원리한자’ 시리즈를 펴냈고, 최근에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상대성이론』을 펴내며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 공학도 출신으로 삼성종합기술원 슈퍼컴퓨터 센터장을 거쳐 SIEMENS-KOREA 기술담당 상무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지난 12월 22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자의 원리, 역사,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까지, 2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에서 그의 가없는 호기심과 폭넓은 지식을 펼쳤다.



문과가 또… 이과가 또… 한때 인터넷에는 이런 글들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과학 지식에 기반 하지 않은 감상에 빠져 있거나, 감성적인 상황에서 과학적인 분석에 골몰하는 걸 각각 표현한 말이다. 가벼운 우스갯소리지만, 사고의 간극을 보여주는 풍경인 듯해 한편으로 씁쓸하다. 입으로는 통섭을 넘어 융·복합을 말하면서도 정작 배움에 구획을 나누고, 그 경계가 사고의 구획으로 이어지고 있음이다.

내가 상대성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네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절대 진리인가? 또 알게 되는 과정에서 우리 이성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에 대한 답변이란다. (18쪽)

박홍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상대성이론』의 부제는 ‘아빠가 들려주는 상대성이론 이야기’다. 책은 시간과 공간과 질량은 속도에 따라 변한다는 상대성이론을 인문학도인 자녀에게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철학은 과학으로부터 결론을 얻어야 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인식의 근간이 되는 과학지식이 어떤 의문에서 탄생했으며 어떠한 원리를 담고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의 책을 읽고, 또 그와 만나 과학 이야기를 들으며, 세계가 조금 더 신비하고 흥미로워졌다.



- 먼저 ‘왜 상대성이론인가’ 하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상대성이론에 관한 칼럼을 작성하게 된 계기, 또 책으로 갈무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몇 년 전 고등학교에 다니는 제 딸의 물리 교과서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책에 상대성이론이 소개되었더군요. 당시 물리 교과서가 새로 개편되었는데, 이때 상대성이론이 새로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딸에게 학교에서 상대성이론에 대해 배웠느냐고 물으니, 상대성이론은 빼고 배웠다고 하더군요. 세계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지식을 학생들이 배우지 못하고 지나간다는 게 안타까웠고 그래서 학생들이 상대성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한번 만들어 보자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 상대성이론을 처음 접하셨을 때 대단히 충격을 받으셨을 거 같아요. 처음 접하셨을 때는 언제이고, 그때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상대성이론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당시(1970년대) 《학생과학》이라는 잡지에서 상대성이론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였겠지요. 이후 대학에 가서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상대성이론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 상대성이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고등학교 때 물리과목을 좋아했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상대성이론이 단지 물리학의 한 이론으로 치부되기 보다는, 우리가 안다는 것과, 우리가 아는 것이 진리인가에 대해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제 주변 사람들에게 꼭 상대성이론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홈페이지에서 상대성이론 칼럼 조회수가 1만 6000회가 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상대성이론에 관하여 궁금해 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었어요. 게시글의 독자 반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홈페이지에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글을 올렸는데, 상대성이론이 단시간에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해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상대성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아마도 대학교재와 같은 전문적인 책은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제 홈페이지를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상대성이론”이란 책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었는데, 사실 최대한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책을 읽어본 사람들로부터 나름 쉽고 재미있다는 평을 들어 조금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 우리는 경험한 지식 안에서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무지에 의해 오히려 맹목적인 주장을 하기 쉬운 거 같습니다. 우리 일상의 판단이 경험에 근거하는 까닭에 작가님이 더욱 상대성이론,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 실제로 토론을 하다 보면 흔히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자신의 결론을 변론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지만요. 문제는 우리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결론은 잘못된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면상식은 18세 때까지 후천적으로 얻은 선입견의 집합이다.”고 합니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정치적 쟁점들을 이야기할 때에도 자신의 결론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마음의 문을 열고 누구 말이 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지를 근거로 결론을 내린다면, 지금보다 훨씬 갈등이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셨는데, 아인슈타인은 “철학은 과학으로부터 결론을 얻어야 한다.”고도 말을 했지요. 이 말이 작가님이 책에 담은 메시지와 상통하는 듯 합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보면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 그걸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는데,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지 않잖아요. 가정이 바뀌면 그 뒤의 내용들은 모두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이런 것들이 역사적으로 수없이 반복되어 온 것이죠.

- 한편으로는 공학도로서 느끼는 어떤 답답함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작가님이 느끼는 그 답답함의 정체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더 이상 나올 물리학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이 나온 직후,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물리학이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양자역학은 원자나 양자, 전자 등 아주 작은 세계의 물리학인데, 이런 곳에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합니다. 상대성이론처럼 사람마다 시간이 다른 게 간다는 정도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습니다. 쉬운 예를 들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과, 세상의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양자역학자 중 한 명인 파인만은, 1965년 자신의 저서인 『물리법칙의 특성』이란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상대성이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전 세계 단 12명뿐이라는 기사가 뉴스에 보도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 기사가 틀렸음을 확신한다. 논문이 발표된 후에 많은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상대성이론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확신하건 데 12명은 분명 과소평가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전혀 아니다. 나는 현재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포함하여 단 한 명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모순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고,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자연의 법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깊이 들어가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양자역학”에 대한 글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양자역학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박홍균




- 작가님의 책 중에서 원리한자 시리즈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공학도이면서 한자에 높은 식견을 보여주시는 게 새로웠어요. 세상의 구성 원리에 관심을 크게 두신 것 같고, 그 일환으로 한자에도 관심을 기울이신 것 아닌가 싶었는데, 한자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제가 암기를 잘 못하기 때문에 암기하기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래서 수학이나 물리학은 좋아하지만, 영어나 한자와 같이 암기하는 과목을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한자를 반드시 배워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한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특정한 글자들이 반복해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구름 운(雲), 눈 설(雪), 서리 상(霜), 이슬 로(露), 안개 무(霧), 안개 분(雰), 무지개 예(霓), 벼락 진(震), 번개 전(電), 우뢰 뢰(雷)자에는 모두 비 우(雨)자가 들어갑니다. 모두 비와 관련 있는 글자입니다. 이와 같이 한자를 살펴보면, 한자를 대충 아무렇게나 만든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에 의해 만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더하기나 곱하기 공식만 알면, 어떤 숫자도 더하거나 곱할 수 있듯이, 한자도 이런 몇 가지 원리만 알면 한자를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결과로 나온 책이 『하나를 알면 열을 깨치는 원리한자』이고요. 결국, 한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암기하기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 한자 원리를 이해하면 당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네요.
그렇죠. 그 당시의 생활방식을 볼 수 있어요.

- 옛 생활상을 볼 수 있는 한자로 어떤 예가 있을까요?
백성 민(民)자를 아시죠? 백성 민(民)자의 기원이 된 옛 상형문자를 보면 눈에 침을 찌르는 형태에요.

- 왜인가요?
전쟁에서 포로를 잡으면 그 사람을 무력화해 자기 말을 듣게 해야 하잖아요. 그 방법이 한쪽 눈을 찌른 것이었죠. 그런 예가 실제 많아요. 아이 동(童)자도 보면 밑에 설 립(立) 자 같은 것이 서 있는데 사실은 매울 신(辛)자이죠. 여기서 매울 신(辛)자가 가리키는 것이 일종의 침입니다. 첩 첩(妾)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신을 새기거나 침을 찔렀던 것이 글자에 반영돼 있는 겁니다.

무엇을 취한다는 의미의 취할 취(取)자도 보면 손(又)으로 귀(耳)를 잡는 형태지요. 이 역시 전쟁에서 비롯된 글자입니다. 옛날에 전쟁에서 적을 죽이면 몇 명을 죽였는지 증명하기 위해 귀를 베었잖아요. 글자의 뜻이 거기에서 유래했지요.

- 홈페이지에 게시하신 글 주제가 다양합니다. 원리한자, 미국, 영화와 음악, 경제 등 관심사가 다양하신 것 같습니다. 실제 어떠신가요?
개인적으로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리학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등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관심이라기보다는 세상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끝없이 “왜?”라는 질문을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지만, 예전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도 병원에 가면 쓸데없는 수많은 질문으로 의사선생들을 괴롭힙니다.

-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세상을 좀 더 넓게, 다르게 볼 수 있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홍균은…
경주고등학교를 거쳐 부산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였다. 한자(漢字) 책과 집필과 어울리지 않은 공학도 출신으로 GE Korea 기술부 과장, 삼성종합기술원 슈퍼컴퓨터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지금은 SIEMENS-Korea 기술담당 상무로 재직 중이다. 인터넷에서 《박홍균의 원리한자》로 유명한 홈페이지에는 흥미로운 정보가 참 많은데, 그 중 한자(漢字)에 대한 정보는 놀랄 만큼 인기를 자랑한다. 주요 저서로는 『350자로 2200자를 깨치는 원리한자』와 어린이를 위한 『120자로 1000자를 깨치는 주니어 원리한자』,『원리한자 쓰기노트』 등이 있다.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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