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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테드, 미래를 보는 눈』 박용삼 “모범생의 시대는 끝났다”


어떻게 변할 것인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래에 관한 우리의 궁금증은 크게 이 두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수석연구원 박용삼은 미래에 관한 힌트를 공개 강연회인 테드에서 발견한다. 테드는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십 년 이상 진행되고 있으며, 전 세계 39억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박용삼 수석연구원은 테드 콘텐츠에 주목, 2015년부터 2년여 간 연재한 칼럼 중 49편을 새롭게 추려 최근 신간 『테드, 미래를 보는 눈』에 담았다. 그가 보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 지난 12월 19일 오후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박용삼을 만났다. 둥글고 단정한 얼굴에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편안하게 들렸다.



‘빠른 추격자’ 전략은 시효를 다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살길은 창의력뿐이다. (130쪽)

2016년 3월 구글의 딥마인드 ‘알파고 리’가 이세돌을 4승 1패로 꺾었다. 그리고 올해, 바둑을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 제로가 등장해 알파고 리를 상대로 100전 100승을 거뒀다.

전에 없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모두 그 사실을 알지만, 전에 없던 일 앞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이 그 누구에겐들 없을까.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인 박용삼은 그 실마리를 테드에서 보았다.

인간은 손이 2개다. 이기주의가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한’ 손(invisible 'one' hand)이라면, 보이지 않는 ‘다른’ 손(invisible 'the other' hand)은 이타주의여야 하지 않을까. 두 손의 협주 속에 세상은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더 살만한 곳이 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진보(進步)다. (68쪽)


- 가장 먼저 ‘왜 테드인가’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테드에 주목하신 이유, 테드에서 보신 가능성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테드 강연을 영어 공부나 프레젠테이션 위주로 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영어 듣기를 위해 강연을 보면 발음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프레젠테이션에 참고하기 위해 강연을 보면 말하는 사람의 제스처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테드에서 다루고 있는 콘텐츠는 우리가 알아야 할, 공부해 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거든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보면 참 유익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불확실성 시대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하더라고요. 그래서 테드를 통해 그런 시각을 한번 얻어 보자는 마음으로 강연을 보다 보니까 실제 색다른 면이 보인 거 같아요.

로빈슨 경은 지금의 교육제도가 ‘창의적 사고가(creative thinker)'보다는 ‘성실한 노동자(good worker)’를 키우는 데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지금의 교육제도는 더 이상 생명이 자라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235쪽)

- 책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빠른 추격자 전략은 그 시효를 다했는데 개인, 기업, 학계, 국가는 이전 패러다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우리는 얼마나 대비가 되어 있다고 보시나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는데 우리가 잘 준비하고 있는지, 걱정도 많고 말도 많은데 사실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혁명이라고 할 만한 변화 앞에 있는데 기술적인 부문을 개발한다고 해서 다 준비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언론에서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인공지능 기술이 있는지, 중국보다 얼마나 뒤처졌는지 같은.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는 것이고, 그러려면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 교육은 50년 전, 30년 전 교육을 답습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대표적으로 수능 시험 과목이나 대학의 전공,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 이런 것들은 누가 봐도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내용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전 단계인 2차 산업혁명이나 3차 산업혁명 정도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교육이 가장 앞서가야 하는 분야임에도 우리는 과거 패러다임에 맞춘 교육을 더 정교하고 더 철저하게 시키고 있던 것은 아닌가 싶은 거죠.


-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회가 어느 한순간 변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 변화에 대응하려면 작은 노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실제 창의성 교육 면에서는 그 작은 노력도 못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 아직도 표준화하는 데에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는 거 같아요.
네 그렇습니다.

- 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 문제인 거 같은데요. 일단 가장 중요한 게 교육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4차 산업혁명에 못 쫓아가고 있는 거 같고, 정부도 여러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것이 4차 산업혁명에 적절한 방식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거 같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인 것이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고 다들 이야기는 하지만, 정작 선진국을 따라 잡는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지 새로운 모험이나 도전은 용납이 되지 않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아쉬운 부분이죠.

- 단적인 예를 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전례부터 찾잖아요.
새로운 걸 시작했는데 잘 안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큰일이거든요. 이제는 선진국에서 안 하는 걸 찾아서 해야 하는데, 우리 기업체의 문화나 프로세스가 새로운 것을 찾거나 수용하기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는 구조이죠.

-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저성장이 만성화된 시대에 기업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관료화되어 있거든요. 군대식의 상하구조로 짜여 있는데 굉장히 효율적이죠. 특히 군대식 조직이 목표 달성을 향해 전진할 때 효율이 크다는 것이 수천 년 동안 입증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목표가 사라진 상황이 되어 버렸잖아요. “고지가 저기다.” 이렇게 말할 수가 없고, 어디에 선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점점 닥치고 있단 말이죠. 과거의 기업 문화, 기업 프로세스, 기업 조직 이런 건 이제 안 되는 거죠. 사실 우리 기업도 외국 기업 중 창의적인 기업이 어떠한지 공부는 많이 하고 잘 알고 있어요. 다만 체화가 안 되어 있는 거 같아요.


- 전환하는 시대에 요구되는 요건으로, 작가님은 ‘창의성’을 손꼽으실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어떤가요? 앞으로 시대에 생존 조건으로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당연히 창의성입니다. 모든 사람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창의성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함양할 수 있는지에 접근하면 현실적으로 막히는 거 같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한 것은 효율성이거든요. 창의성을 어떻게 기르고 구현할 것인가 이런 건 작은 노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창의성은 기존에 없던 것을 시도해 봐야 하므로 헛발질로 끝날 공산이 90%이에요. 창의성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 사업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은 굉장히 낮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조직에게 실패 확률 90%라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치인 겁니다. 실패가 아니라 연습이라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해요. 90% 실패했으면 다음엔 실패 확률이 더 줄어들겠지요. 이런 식으로 최종적인 목표를 향해 가는 당연한 수업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 창의성을 함양하는 데 있어서 좋은 방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창의성을 어떻게 훈련을 하는가. 이 문제는 참 막막하잖아요. 여기에 스티브 잡스가 좋은 힌트를 줬는데 그게 바로 ‘연결’입니다. 시각이 1차원에 머물러 있다면 점밖에 보이지 않아요. 점을 열심히 그려봐야 더 큰 점, 더 정교한 점이 있을 뿐이죠. 그것도 열심히 사는 방법이겠지만 두 개의 점을 연결하면 새로운 ‘선’이 나온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선을 연결하면 면, 면을 연결하면 입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 하는 공부, 지금 하는 비즈니스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걸 잘 배합하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될 수 있거든요. 이것이 4차 산업 혁명이라고 하는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좋은 힌트가 될 수 있겠지요.

‘신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시도해본 후, 그중 잘되는 것만 체계적으로 골라내다 보면 복잡한 문제들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일명 휴리스틱(heuristic) 접근법이다. (98쪽)

- 책에서 전략으로 휴리스틱 접근법을 소개해 주셨는데, 그런 전략도 사실 연습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전략적 방법에 관한 교육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교육 이야기로 다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사람이 사실 초중고 그리고 대학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사고하거나 행동할 수밖에 없어요. 그들이 성인이 되어 정부나 기업에서 일할 때 그간 생각해 온 방식대로만 생각하게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교육 쪽에서 창의성, 호기심을 키워주고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 실패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현재는 실패하면 끝이라는 분위기가 있고 실제로 실패한 후에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실패란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개념이 다시 정립되어야 할 거 같아요.
그렇죠. 실패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에요. 미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곳이 실리콘밸리라고 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 갑자기 자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 벤처를 차렸더니 돈방석에 앉았다는 경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어요. 실패는 기본적으로 훈장처럼 지니고 있지요. 또 당시에는 시장이나 비즈니스로 연결이 되지 않아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다시 갈무리해 성공하고 이런 사례도 매우 많거든요. 실리콘밸리를 배우려면 돈방석에 앉은 벤처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가기까지 얼마나 실패를 했고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그 부분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벤처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사실 실리콘밸리 겉모습을 흉내만 낸 건 아닌가 싶어요. 어느 정도 되면 벤처 인증을 주는데 인증을 받으면 성공한 거고 받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고 이런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가장 창의적인 사람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인데, 스티브 잡스의 인생은 어찌 보면 실패의 연속이거든요. 실패를 거듭하다 마지막에 자신의 실패를 거울삼아 인류에 멋진 선물을 주고 떠난 건데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나오려면 그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눈여겨 봐야겠죠.

다음 이력서를 한번 살펴보자.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입양됨. 대학을 갔으나 중간에 포기하고 자퇴. 번듯한 직장 없이 여러 곳을 전전함. 느닷없이 명상을 하겠다며 인도에서 1년즘 도(道)를 닦고 옴.’ 당신이 인사 담당자라면 이런 사람을 뽑겠는가? 이름도 괴상하다. 잡스(Jobs), 직업이 많다는 뜻인가? 풀네임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다. (118쪽)

책에도 등장합니다만,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취직 못 하고 낙오자가 됐을 공산이 크죠. 이런 것들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 우리에게는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구조가 실제 있습니다. 실패에 관한 안전망이라고 할까요, 아님 실패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있어야죠.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모가 작은 나라이잖아요. 미국과 같이 규모가 큰 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는 거 같아요. 실패에 대한 안전망을 어떻게 만드느냐를 따져봐야 하는데 국민 세금으로 실패해도 창업자금을 보조하는 건 제대로 된 안전망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 건 복지 차원의 문제이고, 정부가 기회를 좀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의 가짓수가 별로 없거든요. 공부해서 대기업에 합격하든지, 중소기업에 합격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대기업, 중소기업 말고도 선택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실패에 관한 안전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러 옵션 중에 선택할 옵션을 늘려 주는 것이죠.

- 지원이 아니라 기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네, 기회. 지원도 복지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제한적이고 비용이 크죠. 그것이 아니라 기회가 확장된다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당연시해온 비즈니스 운영체계, 즉 어떻게 동기를 부여해서 인력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고는 기본적으로 당근과 채찍이라는 외적 동기부여 요인에 편향되어 있다. 과거의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는 이러한 외적 요인이 잘 통했다. 특히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좌뇌를 주로 쓰는 작업들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우뇌를 많이 써야 하는 창의적이고 복잡하며 개념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다. (110쪽)


- 창의적인 일에는 내적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내적 동기부여를 위해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당근과 채찍은 사실 수천 년 된 방법이죠. 목표가 명확하거나 속도전을 할 때는 이게 빨리 갈 방법이었어요.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거든요. 세상은 변했는데 과거의 틀이 못 쫓아가고 있는 상황인 거 같아요. 세상은 창의성이 중요하다, 기존에 없던 뭔가를 찾아야 한다고 가고 있는데 아직도 이쪽에선 당근을 주고 채찍질을 한다는 건 코미디 같은 일이에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호기심을 고취하려면 일에 관한 보람, 인정, 이해 이런 보상 체계가 도입될 필요가 있어요. 물론 당근과 채찍 전략이 나쁘다거나 쓰면 안 된다는 게 아니에요. 조직 내에서 필요한 부분도 있고요. 다만 이제는 다른 유인 수단을 써야 하는 상황이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지요.

- 테드는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라는 모토로, 무료로 지식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독점이 아니라 지식의 확산을 표방하는 그 방식이 현시대가 요구하는 어떤 시대정신과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테드의 모토, 그 형식에 관하여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존 자본주의는 소유를 중심으로 한 메커니즘이었어요. 내 것, 물건을 사서 내 것을 만드는 것이 강력한 동기인데, 그러다 보니 비인간적이고 탐욕적인 면모도 부각되었지요. 최근에는 공유경제가 부각되고 확산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지식의 나눔이 중요한 실천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 같아요.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수천 년 된 지혜의 실천, 굉장히 훌륭한 공유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요. 돈이 없어서 지식을 굶는 다는 건 너무 비정한 것이죠.

- 테드 강연 중 가장 좋아하시는 강연은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인데요. 개인적으로는 기술에 관한 강연을 좋아해요. 책 속 ‘맥가이버 기술이 세상을 밝힌다’와 ‘바이오닉스로 부활한 댄서의 꿈’ 장에 소개했는데요. 참 와닿는 강연이었어요. 인간이 기술개발을 열심히 해서 세상을 조금 더 편하게 하는 건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한편으로 저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IT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 일부만이라도 적정기술에 투자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공평해지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걸 ‘맥가이버 기술’이라고 이름을 붙여 본 것인데 인간의 기술이나 지식을 가지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질병 차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미경을 종이로 만들어 아프리카에 보급한다거나, 물을 잘못 먹어 죽음을 맞는 아이들이 없도록 휴대용 정수기를 개발한다거나 하는 건 정말로 좋은 기술인 거 같아요.

또 인간에게 치명적인 것이 사고 등으로 신체에 장애를 갖게 되는 것이잖아요. 그런 고통을 해결하는 데에는 기술이 해답을 주진 못해왔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바이오닉스 기술, 메카트로닉스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고로 다리를 잃은 사람도 사고 전과 마찬가지로 살아갈 수 있는 예가 책에 등장해요. 기술이 지향해야 하는 지향점과 맞아떨어진 기술, 인간을 위한 기술, 그것이 제게는 가장 뭉클했던 강연이었습니다.


- 미래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강연을 감명 깊게 보셨네요. 독자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강연은 어떤 것인가요?
‘을이 빛나야 갑도 빛난다’는 장에서 소개한 강연입니다. 갑, 을이라는 말은 본래 법률 용어잖아요. 부동산 계약서에나 나오는 용어인데, 한국사회가 한 10여 년 전부터 갑을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갑을문제가 거듭 제기되고 있어요. 갑과 을이 세상을 재단하는 강력한 프레임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갑을이란 게 묘한 구석이 있는 것이 어느 때는 내가 갑이지만 또 어느 상황에서는 을이 됩니다. 여기에 기반한 작은 제스처, 생각의 전환이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 곳곳에 아주 작은 온정, 이해 이런 것이 있다면 갑을공화국을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독자들에게 이 강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고착된 관계를 풀 수 있는 작은 온기, 용기를 바란다는 말씀이시네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감히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입장은 못 되는 거 같아요. 저도 책을 내면서 많이 고민했는데, 참으로 피곤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뾰족한 방법이란 없는 거 같아요. 각자 미래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부지런하게 안테나를 세우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불확실성은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렇거든요. 앞이 안 보인다고 가만있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바쁘다고 ‘오늘도 무사히’에 안주한다면 도태되기 쉬운 거죠. 미래를 탐색하고 예측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테드는 미래를 탐색하는 데 있어서 좋은 채널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박용삼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1999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국내외 경영분야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한양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경영학 이론과 비즈니스 현실 간의 불일치와 그 간극을 좁히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2013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신사업의 숨은 함정’‘시네마 게임이론’‘테드 플러스’ 시리즈를 연재했다. 또한 신사업과 신기술 전략 분야에서 ‘신사업 성공을 막는 7가지 바이러스’‘왜 좋은 기술이 실패하는가?’‘저성장 시대의 맥가이버형 기술개발’‘R&D의 진화, 이제는 X&D 시대’등의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한국생산성본부, 언론진흥재단, 산업기술진흥원, LG화학, 두산, 동아닷컴, 앰코 등에서 신사업·신기술 강의를 진행한 바 있고, 저서로는 『기업 성장의 숨겨진 공식』(2008년)과 『직장은 게임이다』(2015년)가 있다.

| Editor - 송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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