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류바』 박사랑 소설가 “선명하게 퍼져나가는 분홍빛 파문”

우리나라 사람 중에 아이스크림 ‘스크류바’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누구든 그 이름만 들어도 새콤한 맛과 비틀린 모양, 분홍빛을 연상할 것이다. 한 입 베어물면 ‘아삭’ 하며 네모진 덩어리로 부서져 나오는 달고 차가운 그것. 때때로 오래도록 아이스박스에서 나오지 못했던 묵은 녀석은, 발그스레한 표면에 작고 하얀 얼음 조각들이 송골송골 맺혀 있기도 하다.
단편소설집 『스크류바』의 박사랑 소설가를 만나러 갔던 수요일 오후는, 포항에 진도 5.4의 지진이 일어나 전국이 들썩였던 시점이었다. 그녀를 만나자마자 ‘방금 지진을 느끼셨나요?’라고 물었고 그녀 역시 지진을 느꼈다고 했다. 카페의 옆 테이블은 지진에 대해, 수능에 대해 걱정 섞인 이야기를 이어갔고, 불안한 기류 속에 우리는 『스크류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반이 위태롭다고 느꼈지만 스웨터를 입은 그녀의 모습과 정갈한 목소리에서 묘한 안정감이 전해졌다.
- 첫 번째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출간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오랜 시간 작가를 꿈꿔왔어요. 어렵게 작가가 돼서 어렵게 책을 낸 것이기에 무척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탈하기도 하네요. 오랫동안 꿈을 쫓아서 달려왔는데 그걸 이루고 나니까 허무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다음에는 뭘 해야하나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을 냈으니 다음 목표는 두 번째 책을 내는 거고, 그 다음에는 또 새로운 책을 내는 것이 꿈이 되겠죠. 오래오래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 글 쓰는 일을 굉장히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일상적으로 글 쓰는 걸 좋아해요. 마감이 닥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글을 못 쓰는 스타일이고, 그냥 평소에 꾸준히 글을 쓰고 혹시라도 마감이 생기면 그동안 써왔던 글 중에 마음에 드는 걸 내는 식이죠. (웃음) 일상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써 나가는 편이에요.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꾸준히 하는 걸 좋아해요. 주변 작가분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끈기 있게 앉아서 쓰는 편이에요. 앉아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기도 해요.
- 『스크류바』는 대중적인 아이스크림으로 대개의 사람들이 책을 접했을 때 그 맛과 색, 냄새를 즉각적으로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달콤하고도 끈적한, 그러나 입술에 붉은 색을 남긴 채 금세 사라져버리고 마는 스크류바의 이미지가 한편으로는 톡톡 튀는 느낌을 주는데요. 10편의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적합하다고 보신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스크류바」가 표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10편의 소설을 아우르기에는 「높이에의 강요」가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출판사 편집부 쪽에서 「스크류바」를 제안해주셨어요. 「높이에의 강요」가 관념적이라면 「스크류바」가 좀더 감각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하셨거든요. 듣고보니 저도 「스크류바」가 첫 책의 제목으로도 어울리겠다고 판단했고요.
- 수록작 「스크류바」를 쓰실 때 숱한 아이스크림 중에서 굳이 왜 스크류바를 소재로 택하셨나요?
다른 작가분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글이 오거든요. ‘이걸 써봐야겠다’라는 게 떠오르고, 그 다음에 연상이 이어져요. 단순한 상황설정이었던 것 같아요. 버스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덥고 목마르지 않을까? 그게 나라면 그 순간 뭐가 제일 먹고 싶을까? 문득 그때 떠오른 게 스크류바였고, 또 스크류바의 형태에서 착안한 것도 있어요. 곧게 생겼는데 꼬여있잖아요. 「스크류바」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이 곧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삶에는 나름의 꼬임과 비틀림이 있었다는 걸 표현하기에 좋은 형태의 아이스크림이었어요. 형태와 색감이 여자의 욕망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고요.
- 평소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을 즐겨 드시나요?
저는 전혀 좋아하지 않아요. 이가 나빠서. (웃음)
- 아이를 잃어버린 극한의 상황에 ‘아이를 어떻게 찾지?’가 아닌, ‘무엇이 먹고 싶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는 것도 신기해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본능이 발동하잖아요. 아이를 잃어버린 것만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힘든 상황에 닥쳤을 때, 평소처럼 잠이 오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본 경험이 있을 거에요. 슬퍼서 울다가도 배는 고파서 ‘뭔가 좀 먹어볼까’라는 생각도 들고.
‘아이 생각보다 스크류바 생각을 더 하고 있는 내가 우스웠다.’ (76쪽)
- 수록작들에 묘사되는 어머니는 기존에 존재하는 고결하고 희생적인 어머니의 이미지에 반하는 인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규정된 ‘어머니’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좀 더 다양한 모습의 어머니가 여러 매체에 등장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성의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다고 느꼈거든요.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자식들에게 닭다리를 주고 당신은 닭목을 드시고, 버선발로 뛰어나오시고. 그런 어머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어머니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양한 어머니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고 그걸 비춰주고 싶었어요. ‘어머니’의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는 게 여성들을 억압한다고 느꼈거든요.
가슴을 파고드는 아이의 머리를 밀어내고 싶기도 했다. 젖을 물리고 있을 때면 답답함은 더 심해졌다. 가끔 아이가 젖꼭지를 깨물면 아이의 머리를 밀어내고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아이가 울며 다시 젖을 찾아 파고들어도 감싼 손을 치우기가 쉽지 않았다. 내 가슴을 물어뜯는 아이에게 더 이상 가슴을 내어주고 싶지 않았다. (67쪽) 「스크류바」
젖 물릴 때 아프다는 건 친구들에게 실제로 들은 얘기에요. 살짝만 건드려도 젖이 아픈데 아이가 이로 무니까 말도 안 되게 아프다는 거에요. 가끔 아이를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요. 아이가 미운 게 아니라 내가 괴로우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다들 느끼는 감정인데 이걸 말을 못하는 것 같았어요.
- 빨간 아이스크림의 이미지에서 관능적인 느낌도 받았어요. 줄줄 녹아내리고, 하얀 옷에 붉게 퍼지잖아요.
그 부분에서 일부러 여학생 교복에 분홍빛 동그라미가 퍼지는 걸로 표현했어요. 교복은 곧 제복이고, 틀에 맞춰진 옷이잖아요. 그 하얀 셔츠에 분홍빛 얼룩이 퍼져나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통념 따위에 파문을 일으키는 거죠.
-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은 이혼을 했거나 다툼을 일삼고 병든 가족, 또는 자신에게 애착을 갖는 동생 또는 자식에게 부담감을 느끼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고 점점 개인이 파편화되어 가는 듯해서 씁쓸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어머니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처럼 ‘가족주의’도 폭력적이라고 느껴요.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무조건 좋은 일로 치부되죠.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취미로 판소리를 배우러 다니는 아버지가 나왔는데, 그에 대해 가족을 내팽개치고 자신의 즐거움만 생각하는 나쁜 아버지로 묘사해요. 심지어 <쇼미더머니>에서는 자신을 부각시키고 뛰어난 실력을 뽐내야 하는 경연 프로그램인데도 출연자가 아이의 아버지니까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드라마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해요.
저는 그런 가족주의가 폭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왜 가족이 제일이어야 하지? 가족이 나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고 바탕이 되는 공간인 건 확실하지만 그것만을 위해 살아갈 필요는 없어요. 그런 것들을 강요하는 사회가 되게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생각보다 가족이 보금자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가족이 발목을 잡는 짐이 되기도 해요. 과거에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금기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고 오늘날은 조금씩 해체되고 있다고 봐요. 저 역시 거기에 목소리를 보태고 싶었어요.
- 「히어로 열전」의 주인공은 누가, 무엇을 위해 자신에게 지령을 내리는지도 모른 채 행동합니다. 이것은 「높이에의 강요」에 나오는 인물들이 취직을 하고자 몸부림 치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맹목적으로 매달리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는 것과 닮아있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도록 하는 듯합니다.
‘젊은이들이 꿈이 없고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제가 보기에 젊은이들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히어로 열전」에 등장하는 가장의 경우에는 쳇바퀴 돌듯이 살잖아요. 자신이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반복되는 일상을 ‘가족을 위해서’라고 얘기하며 이어가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요.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일단 하고 있는 일, 그 안에서 좋은 의미를 찾으려고 해요. ‘내가 이렇게 일하면 가족들이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어’, ‘어느 정도의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 무엇을 할지 정하기보다, 일단 뭐든 시작을 하고 의미는 나중에 찾는 거죠. 작품 안에서는 과장되게 그렸지만, 그런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작가님의 삶은 어떠신가요?
저는 오히려 원하는 것이 분명히 있어서 괴로운 삶이었어요. 작가가 되고 싶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그걸 잘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니까요. 차라리 꿈이 없었으면, 지금 내가 가진 수준에 맞춰 적당한 목표만 만들어서 산다면, 그러면 좀더 편하지 않을까? 등단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너무 갖고 싶은 게 있는데 가질 수 없으면 괴롭잖아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만족하지 못하고 살다가 죽을 것 같아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계속될 것 같아요.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고, 나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이 나오면 좋겠으니까요.
- 독자로서 이번 책에 수록된 작품들도 모두 재밌게 읽었는걸요. 작가님 스스로 만족스러운 작품이 있나요?
그냥 수록작들 중에는 그나마 이게 낫다, 싶은 게 있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작품은 없어요. 다만 첫 소설집이라 그런지, ‘못난 자식’이라 하던가요. 부끄러우면서도 좋아요. 글 쓰는 선배님들이 말씀하시길, 이후에 어떤 책을 써도 첫 소설집만큼 애착이 가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직장 생활에서 첫 월급이 뜻깊은 것처럼 첫 작품만큼 진한 게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요즘 그 말씀이 이해가 가요.
- 「#권태_이상」에서 해시태그에 갇힌 매앵의 모습은, 오늘날 SNS라는 가장무도회를 열고 있는 현대인들을 보여주는데요. 허울뿐인 자존감일지라도 지킬 수만 있다면, 우리는 계속 해시태그에라도 매달려야 할까요?
저는 SNS에 의존하는 게 맞다기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저 나름대로는 그들이 이해되는 지점이 있어서 작품 안에 SNS나 해시태그 등을 녹여냈고, 그런 일련의 쓰는 작업이 곧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했죠.
흔히 SNS 사진을 ‘허세컷’이라고 비꼬잖아요. 하지만 저도 가끔 멀리 좋은 곳에 놀러가면 사진 찍어서 올리고 싶고, 그런 마음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이 시궁창 같지만 오늘 하루 중 아주 잠깐의 장면이라도 ‘만족스럽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에 대해 타인들이 ‘좋아요’를 눌러서 반응해주는 순간에 행복을 느낀다면, 전 그것도 삶을 즐기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그런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살아가는 그들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 작가님께서도 SNS를 하시나요?
저는 생산자는 아니고 소비자에 가까워요. 계정을 만들고 여러 사람을 팔로우하지만 제가 게시글을 올리지는 않아요. ‘눈팅’이라고 하던가요. (웃음) 타인의 삶을 지켜보는 게 재밌기도 하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많이 들여다보죠. 저는 글을 쓰고 있는 현대의 작가고, 그럼 지금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일환으로 SNS 외에도 유행하는 영화, 예능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에요. 재미로도 보지만 대중매체를 통해서 유행어, 신조어 등을 많이 접해요. 흐름이 빠르게 반영되니까요. 열심히 보는 건 아니더라도 그냥 켜놓고 듣기라도 하려고 해요.
- 간결하면서도 뚜렷한 키워드로 소통하는 해시태그, 빠르고 즉각적인 SNS의 언어를 접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독자들은 짧은 호흡의 글과 시각적인 콘텐츠에 길들여져 가고 있습니다. 해시태그의 등장과 같은 콘텐츠의 변화는 새로운 진보일까요, 언어의 퇴보일까요?
진보, 퇴보의 개념으로 판단하기보다 다양한 언어들이 존재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짧은 텍스트는 짧은 대로 의미가 있고 긴 텍스트는 긴 대로 의미가 있어요. 그것들이 어우러져 나아가야 해요. 인터넷에 떠도는 신조어들도 나쁘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언어는 고정돼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거잖아요. 새로운 말이 생겨나고 기존에 있던 말이 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언어는 이 시대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해요. ‘이태백’, ‘얼짱’ 이런 말들 요즘은 안 쓰잖아요. 이런 언어의 변화가 시대의 지표라고 생각해서 저는 작품 속에 즐겨 쓰곤 합니다.
-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 ‘댕댕이’, ‘커여워’ 아세요? 속칭 ‘급식체’라고 초등학생들이 쓰는 말이라는데 저는 ‘댕댕이’가 왜 ‘멍멍이’인지 그 조어 원리를 알고 정말 놀랐어요.
명곡은 ‘띵곡’이래요. (웃음) 글자의 형태에 착안해서 생긴 신조어죠. 참 창의적이고 재밌어요. 그런 걸 문학에 끌어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좀 다른 얘기지만 화가 피카소는 자기 손자들을 놀게 하고 그들이 뭘 하는지 지켜보는 걸 되게 좋아했대요. 피카소 그림을 보면 옆모습인데 앞모습이 같이 그려져있곤 하잖아요.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림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까 한 시각 안에 앞면 옆면을 한꺼번에 그리곤 하거든요. 손자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순수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예술적일 때가 있어요.
- 「#권태_이상」, 「이야기 속으로」 등 작가님의 소설에서 한국 근대소설을 참신하게 차용한 부분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한국 소설들에 매료되어 계신 것 같습니다. 오랜 작품들에서 영감을 길어올리곤 하시나요?
한때 작가로서 저의 개성에 대해 고민했어요. 소설 쓰는 분들 중에는 자신의 출신을 이용해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공학도 출신이 범죄소설을 쓴다던지, 트레이너였던 사람이 인간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던지. 그럼 나의 특징은 뭘까, 라고 했을 때 저는 ‘한국 문학 키드’였어요. 이 땅에서 자라서 어린 시절부터 소설가를 꿈꿔왔고 중고등학교 때도 한국 문학에 푹 빠져서 재미있게 배웠고요. 수능 문제로 출제된 소설 지문을 보고 너무 재밌어서 책을 찾아 전문을 읽곤 했어요. 대학에 가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도 많은 작품을 읽었죠. 한국 문학의 바탕에서 자라났다는 게 저의 개성이고, 저는 제가 가진 것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싶었어요. 아마 앞으로 글을 쓸 때도 전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늘 바탕에는 그 개성이 녹아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은 소설가이지 않습니까? (119쪽) 「이야기 속으로」
- 「사자의 침대」에는 세월호 참사와, 그 비극으로부터 무감각해져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환상적인 요소에 녹아있습니다. 세월호라는 거대한 슬픔, 가까운 현실의 사건을 다룬 소설을 쓰기에 앞서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와 관련된 앤솔로지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썼던 작품이에요.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어요. 주제가 무겁기도 했고 저는 아직 어리고 젊은 편에 속하는 작가라서, 제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쓰는 게 그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염려스러웠거든요. 게다가 이미 많은 작가분들이 세월호에 대해 쓰고 이야기했고 충분히 좋은 글들이 많은데 굳이 제 목소리를 얹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생각해 볼수록 제가 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을 것 같았어요. 당사자들의 슬픔을 얘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제가 겪고 있는 슬픔은 따로 있었으니까요. 저와 같이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하고 멀찍이 떨어져서도 슬픔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TV를 보며 울거나 마음 아파하는 이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점점 그 사건에 무감해져가는 스스로를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뉴스만 봐도 미칠 것 같았는데, 점점 다시 평소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이런 슬픔에 대해서라도 내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면 하나라도 더 있는 게 나쁘지는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어요. 등단을 준비하면서 단편소설을 많이 쓰게 되거든요. 등단 이후에도도 단편 위주로 쓰다가 작년 말부터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까지는 장편을 써 본 경험이 없어서 연습 삼아 쓰고 있고, 틀을 잡아서 초고 정도를 완성한 작품이 있어요. 처음 써 본 거라 출판까지는 어려울 것 같지만 이걸 토대로 또 다른 작품을 쓰려고 합니다. 다음에 나오는 책이 장편이면 좋겠네요. 물론 단편도 꾸준히 써나갈 생각입니다.
내년 2~3월 정도에 ‘이별’을 주제로 20-30대 젊은 작가들이 모여 준비한 테마소설집이 나올 예정이에요. 제 원고도 여전히 수정 작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분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만 들었거든요. 근데 아무도 이별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제 나름대로는 이별을 주제로 썼는데 말이에요. (웃음) 이별 아닌 이별 소설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Editor_박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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