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손원평 소설가 “지금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라”

『아몬드』가 출간됐던 올해 초, 무척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다. 1년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벌써 두 번째 책 『서른의 반격』으로 돌아왔다.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던 소설 『아몬드』가 사춘기 십대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책은 오춘기를 앓고 있을 88년생 혹은 그 언저리의 '어른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출간이 된 2017년 올해는 마침 88만원 세대가 서른에 도달한 해다. 88만원 세대의 서른 살은 어땠을까? 손원평 작가가 그린 그 작고 허술한 저항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올해 초 『아몬드』를 발표하시고 어느새 두 번째 책입니다. 게다가 이번 작품 『서른의 반격』으로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하셨는데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등단과 수상, 출간 등 일련의 사건들이 근 1년 동안에 일어났어요.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서 당선 통보가 전해져서 처음에는 정말 놀랍고 어안이 벙벙했죠. 『서른의 반격』은 원래 <1988년생>이라는 제목으로 응모하고 수상한 작품이에요. 『아몬드』가 당선됐을 때도 너무 놀라고 기뻤는데 『아몬드』가 책으로 출간되기 이전에 이 소설도 당선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행복하고 또 감사한 일입니다. 덕분에 상반기에는 인터뷰도 많이 하고 정신없이 바빴어요.
- 2017년 올해는 기억에 남는 한 해셨겠네요.
항상 글을 쓸 때 글 쓰는 시간보다 ‘이 글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압박감, 무겁게 침잠되는 기분을 물리치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아마 모든 습작생들이 그럴 거에요. 그 우울한 마음을 홀로 물리치면서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글쓰기를 이어가는 것, 정말 괴롭고 힘들고 긴 시간이었어요. 등단 이후 올해에는 그런 고민보다 ‘내가 다른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었죠. 여전히 글 쓰기는 괴롭고 어렵지만 이렇게 상을 주시고, 또 제 글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게 된 것에 감사하는 해였어요.
- 육아와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힘드실 것 같아요.
아이가 이제 다섯 살이에요.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는 거에는 나름 익숙해졌어요. 가족들도 도와주고요. 글 쓰는 시간이 부족하다기보다 조금 더 책을 많이 보고 싶다든지 흠뻑 빠져들어서 영화를 보고싶다든지, 내일 늦게 일어날 고민 없이 나만을 위한 어떤 걸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늘 짜여진 시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 게 힘들어요. 저처럼 아이를 키우거나, 직장을 다니고 학교를 다니는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겠지만요.
- 글은 주로 언제 쓰시나요?
근육운동하듯이 매일 규칙적으로 쓰진 않아요. 글을 쓰는 시간보다 그 이전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구상할 때가 즐겁더라고요. 그게 어느 정도 갖춰지고 나면 글을 쓰는 편입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를 못해서 글을 쓸 때면 5분마다 일어나요. (웃음) 영화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에요. 컴퓨터로 작업할 때 본문을 작성하는 작업창 옆에 작은 창을 따로 띄워 놔요. 본문의 내용과는 별개로 내 마음을 쓰는 창이죠. ‘쓰기 싫어~’, ‘3시까지만 쓰자!’ 이런 식으로요. 학창시절에도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게 힘들어서 독서실도 안 다녔어요. 글에 집중이 되는 순간이 오면 계속 씁니다.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 『아몬드』에서는 감정이 없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셨을 텐데, 이번 책의 주인공은 서른 살의 여성 화자였습니다. 화자의 목소리를 낼 때 조금 더 수월하셨을 것 같아요.
『아몬드』의 ‘윤재’를 그릴 때도 고통스럽지는 않았어요. 결국 제가 만든 인물이고, 그 설정에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편집자분과 함께 많이 논의하고 검토했어요. 쓸 때는 아무래도 저 역시 건조한 마음으로 써야 했죠. 작업 자체가 힘들었다기보다 좀더 신경을 써야했던 부분이었어요. 어쨌든 『서른의 반격』의 주인공 ‘지혜’는 여성이다보니 좀 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신나서 쓴 부분도 있고요.
- 작가님의 서른 살의 기억에서 길어올린 걸까요?
『서른의 반격』은 2년 전에 썼던 이야기에요. 사정상 제목이 <1988년생>에서 ‘서른’에 무게를 둔 제목으로 바뀌었지만 원래는 ‘서른’보다 1988년에 태어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어요. 1988년은 모두에게 기념비적인 해였잖아요. 올림픽도 있었고 그 전후로 정치 상황도 복잡했고요. 지금의 어른들에게는 젊은 시절이었던 시대였는데 당시에 태어났던 아이들은 벌써 커서 서른 즈음을 배회하고 있어요. 그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싶었어요. 쓸 때는 인물이 스물여덟 살이었지만 출간이 2년 뒤에 되면서 얘가 같이 나이를 먹게 된 거에요. (웃음) 그렇게 스물여덟 살의 지혜는 서른이 되었고 출간하면서 ‘서른’을 앞세운 제목으로 바뀌게 됐어요.
- 작가님의 ‘서른’은 어땠나요?
서른 살의 저는 영화 작업을 하고 있었고 졸업한 지 3년 즈음 됐을 때였어요. 학교에서 나름 제 영화에 대해 호평을 받기도 했고 스스로가 뭔가 될 줄 알았거든요. 근데 2007~2008년에 한국 영화시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한 해에 100편도 넘게 영화가 제작됐는데, 그 활발하던 영화계에 거품이 빠지면서 갑자기 제작 편수도 줄고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어요. 그때 저는 준비하던 영화 시나리오가 잘 안 풀려서 방황하고 있었고요. 영화계의 침체와 함께 저 역시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서른앓이’까지는 아니었지만 스스로가 서른 살이 된다는 거에 압박을 느꼈던 건 오히려 스물일곱, 여덟 살 때였어요. 나는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고 서른의 문턱에 이르렀는데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했지? 그저 스스로가 나이만 먹고 있는 것 같아서 괴로웠어요. 『서른의 반격』을 쓰면서 ‘지혜’라는 인물에 그런 스물여덟 살 때의 제 감정을 투사한 것 같아요.
- ‘서른’이라는 나이가 오춘기, 육춘기 같은 느낌이에요. 작품 속 서른 살 인물은 방황을 이어가고 그 와중에 사랑도 합니다.
저의 서른은 많이 지났지만 오늘날 ‘서른’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 어려진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서른, 내가 서른이 되어 느낀 서른, 지나고 나서 바라본 서른이 달라요. 저만 느끼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서른’이라는 나이대가 약 10년씩 늦춰진 것 같아요. 마치 ‘서른’을 바라보는 느낌이 옛날의 스무 살 같달까. 모든 게 늦어지고 있잖아요. 먹고 살기 힘드니까 독립도, 사회진출도, 결혼도 늦어졌어요. 2006년에 출간된 정이현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를 보면 주인공이 서른 한 살로 나오는데 직장생활 7년차에요. 그게 10년 전의 서른 한 살이지만 오늘날은 거의 불가능한 얘기가 됐죠. 서른에 신입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걸요.
- 네 명의 ‘작은 체 게바라들’은 각자 억울한 사연을 지닌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작은 반격을 가하고 있는 거고요. 작가님 역시 어떤 부당한 일을 겪으셨던 경험에서 이와 같은 저항의 서사를 그리신 걸까요?
제게 있어서 영화계는 극적이고 변화무쌍한,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이에요. 아직까지도 제가 참 사랑하는 세계입니다.
- 네 명의 인물이 벌이는 작은 소동에 불과한 저항들은 실패한 반격들입니다. 강대한 권위와 자본의 핵심에는 모래알 하나 튀기지 못한 채,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한 김 부장을 쫓아내는 결과를 냅니다.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저항하는 인물들을 더 비참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우리는 나름의 목소리로 저항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걸까요?
오늘날 사람들은 많은 걸 참고 표현하지 못하도록 직간접적으로 강요받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회는 여전히 경직되어 있고 ‘~할 때는 ~해야한다’라는 규격화된 삶의 정형이 통용되어 있어서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상하게 바라보죠. 좀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가 되려면 개인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서른의 반격』의 인물들이 하는 행동들, 부당함에 일침을 놓고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봐요. 단순한 화풀이가 아니라 마음에 있는 걸 표현함으로써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거죠.
“가서 항의해요. 가만있으면 그게 당연한 줄 알아요. 가만있으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처럼 대한다구요.” (202쪽)
- 과거 학생 운동을 했던 경험을 고백하는 ‘김 부장’이라는 인물은 현실에 타협하는 삶을 살고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누군가는 이와 같은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며 현실과 타협할 것이며, 누군가는 여태껏 고수해왔던 가치를 지키려고 할 테죠.
작가님에게 ‘현실’이 다가와 ‘마음속에 심지’를 내려놓으라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런 선택의 순간이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고르는 것처럼 선명하게 닥치진 않을 것 같아요. 하루하루 살다보면 아주 조금씩 무엇인가에 젖어들거나 티나지 않게 바뀌어서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되죠. 물론 드라마나 영화처럼 극적인 선택의 순간도 있겠지만, 대개 현실의 삶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와중에 뭔가에 마모되거나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것 같아요. 젊은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낡은 어른으로 변해가는 거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자기를 성찰하고 지금의 스스로를 환기하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해요.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는 게 맞는 것인가?’ 지금의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인물들은 ‘가짜’, ‘없는 사람’ 등 타인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에 불안과 분노를 느낍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투명하게 태어난 존재들이 세상에 스스로를 선명하게 새기려는 몸부림 같습니다.
이 소설은 등단 이전에 제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었던 시기의 정서가 많이 녹아 있어요. ‘내가 이거 왜 쓰지’라는 허무함도 있었지만 내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안 될까, 세상은 왜 나를 봐주지 않을까, 라는 울분이 인물들에게 투사되었던 것 같아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오늘날은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도 다양해졌어요. SNS나 인터넷 개인방송 등 다양한 채널이 생겼지만 동시에 진정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헷갈리기도 하죠. 자신이 뭘 표현하는지도 헷갈리고요. 그리고 타인과 자신을 구분짓고 싶지만 너무 튀어서도 안돼요. 적당히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정도여야 해요. 너무 튀면 비난과 질타를 받는 사회니까요.
누구든 태어났으면 세상에 자기를 새기고 남기고 싶은 게 당연한 것 같아요. 물론 안될 때도 있죠. 하지만 어찌됐든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고유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건 사실이에요. 모두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니, 사실은 저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웃음)
- 책에는 많은 음악들이 나옵니다. 책의 말미에는 ‘소설에 언급된 곡들’을 따로 정리해놓으시기도 했고요. 평소 음악을 많이 들으시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배경음악을 넣듯이 소설을 쓸 때에도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려하시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이 작품은 제가 카페에서 많이 작업했는데 카페에 나오는 음악이 주로 재즈였거든요. 그런데 주변을 보면 다들 폼나게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각자 책에 코를 박고 뭔가 열심히 하고 있어요. 문제집을 풀거나 책을 읽거나. 그렇게 현실은 여유없이 치열한데 음악은 너무 낭만적인 거에요. 그리고 이 작품이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일지라도 톤을 어둡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 성격부터가 밝은 편이고 그런 음악을 배경으로 삼고 싶었어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이 재미 없더라도 이 플레이리스트의 음악들은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잘 알려진 쉬운 곡들이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면 많이 위안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세요?
잘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음악을 많이 들으라고 답하곤 해요. 글 쓰는 일은 정서가 고양되어야 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일을 하든 음악은 많이 듣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듣지 않는 편입니다. 글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오히려 아무것도 안할 때 음악을 들어요. 음악이 뭔가의 기능으로 쓰이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작중 인물들이 우쿨렐레 수업에서 만나는데 사실 제가 악기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한 악기를 능숙하게 치지는 못해요. (웃음) 대학 시절에 스스로가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뭔가를 배우는 걸 정말 좋아했거든요.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배웠지만 아주 조금씩 연주할 줄 아는 정도에요.
- 주인공 ‘지혜’는 혼자 있고 싶거나 괴로울 때 ‘정진’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핑계삼아 혼자만의 공간으로 도망치죠. 작가님은 힘들고 괴로울 때 어디로 도망치시나요? 또는 맞서싸우시나요?
도망갈 수가 없어요. 아이가 있기 때문에! (웃음) 사실 저는 꽉 짜여진 직장에 오래 머무른 적이 없어서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이 크게 없었어요. 예전에 연출부 일을 할 때 영화사에 매일 출근하던 생활을 잠깐 하긴 했지만요. 직장 생활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당연히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죠. 그리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집안 행사, 제사라던지, 급한 약속이 있다던지 상대에게 미안하니까 적당한 핑계를 대잖아요. 정진씨도 마찬가지에요. 도망치는 피난처라기보다 적당히 예의를 갖춘 핑계가 필요할 때 이용하는 방법인 거죠.
지금의 생활은 평일에는 일하고, 책을 읽거나 뭔가를 보며 문화적인 섭취를 꾸준히 하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푹 쉬어요. 영화 제작처럼 여럿이서 하는 복잡한 작업이면 모를까, 지금은 혼자 글을 쓰고 아이를 돌보는 규칙적인 일상을 이어가고 있어요. 도망치고 싶다기보다 어깨에 얹어지는 짐이 늘어나는 기분이네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어렸을 때 미래의 인연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설렘이 있었어요. 굳이 남자친구나 남편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새롭게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해서요. ‘올해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친해지고, 함께 어떤 작업을 하게 될까?’ 그게 설렜어요. 본 적 없는 그들에게 미리 덕담도 건네고, 심지어 중학교 때는 미래의 남자친구에게 편지도 썼네요. (웃음) 그런 것들이 녹아서 정진씨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엄마가 되면 도망 못가요. 도망갔다가도 네 시까지는 아이 데리러 가야해요. (웃음)
- 소설가 이전에 영화 감독이셨죠. 2000년대에는 감독, 연출, 시나리오 등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셨어요. 어떻게 영화의 길에 접어들게 되셨나요?
대학교 고학년이 되면 성인의 사춘기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휴학을 하고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무엇을 해야 내가 덜 괴로울까?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까? 저 스스로가 회사 생활은 못하겠다는 확신이 있었고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취직이 아닌 길을 모색하다가 작가의 길에 접어들게 된 거죠.
그러던 중 영화의 메커니즘을 배우고 싶어서 워크샵을 듣게 됐는데 영화를 만드는 일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워크샵에서 만난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아무런 대가도 없이,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 열정을 쏟아내는 거에요. 그 순수한 열정이 너무 멋있었고, 또 같이 먹는 술이 너무 맛있었어요. 그때부터 영화를 만드는 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 지금도 영화 작업을 이어가고 계신가요?
영화를 만드는 일은 크게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현실화되기 어려운 지난한 작업이에요. 계속 시나리오를 쓰고 노력하지만 한 해에 제작되는 영화 편수가 적기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나기가 어려워요. 계속 영화 일을 하고 있지만 결과물을 보여드리는 건 언제가 될지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은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하고 있어요. 회의를 거쳐 나온 기획을 누군가 쓰고, 그게 완성되면 제가 또 다시 써야 하거든요. 소설도 계속 써야 하고 여러가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되도록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 영화와 소설 등 창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한창 영화를 만들던 시기와 오늘날은 많이 달라요. 오히려 과거가 더 다양한 가치가 공존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은 것이 더 발전하고 문화도 다양해졌지만,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띤 개념들이 더 강해졌어요. 사회적인 불안이 커지면서 더 경직된 모습으로 변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표현 방식은 더 다양해졌지만요. 이 가치가 혼재된 시대에 김영하 작가도 말했어요. 지금은 글로만 먹고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요.
그럼에도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분명 있어요. 작가가 되고자 준비하는 시간은 괴롭고 힘들 거에요. 무엇보다 자신의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게 지속적으로 인위적인 노력을 해야 해요. 왜냐하면 계속해서 실패를 경험하다보면 위축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 실패가 자신이 하찮거나 못나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상기해줘야 됩니다.
요즘 어른들이 어린이 학습지를 사서 풀곤 한다더라고요. 작은 성취감을 주는 행위를 함으로써 작은 성공의 경험을 이어가는 거죠. 저도 글을 쓰면서도 꾸준히 하루에 5분씩이나마 기타를 치고, 어학 공부를 했어요. 하루 중에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건 나와의 약속이었어요. 당시에 기를 쓰고 그 시간을 지키려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운동하듯이 꾸준히 하고나니까 기타도, 어학공부도 조금씩 발전하더라고요. 내가 걷는 길과 조금 다른 활동을 작은 시간이나마 갖는 것. 제게는 자존감을 지키고 다독이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으로 준비하고 계신 글이 있다면요?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단편소설도 준비해야 할 게 있고, 또 장편도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다음으로 보여드릴 글도 장편이 될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쓸지 구상하고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 Editor_박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