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김수정 ‘코로나 시대, 미술을 즐기는 방법’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워졌더라도, 특별한 날을 맞아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 일상에서 예술을 가까이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오늘, 허전한 마음을 미술로 채우는 방법이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에 있다. 지극히 혼자로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조금 다른 방식의 위로를 얻어보고 싶다면, SNS로 소모적인 시간만을 흘려보내고 있다면 이 책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어보는 건 어떨까. 낯설면서도 익숙한 예술 작품을 곁에 두면서 위안을 얻는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환경을 조금 미술적으로 구성해서 삶에 미술 경험을 덧입히시면 좋겠습니다. 홈 화면 위키아트 설정하기, 매일 쓰는 마우스패드나 안경닦이 같은 명화 굿즈를 구입해 곁에 두는 것만으로 삶은 조금 더 ‘미술리’해집니다.
- 인터뷰 중에서
김수정 작가님,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퇴근 후에 그림 읽고 책 그리는 사람, 김수정입니다.

사진= 저자 제공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는 어떤 책인가요?
비대면 시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방식으로 미술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바쁜 삶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환경을 구조화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과정에 대해 들려주신다면요.
코로나 19로 반강제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미술 수업은 PC와 스마트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대면 실기 수업을 할 수 없게 되니, 온라인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업 방법 말고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작은 팁들을 하나둘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인간의 간접적 온기, 따뜻한 말 한마디도 물론 위로가 되겠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여야 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나 홀로 정성스레 밥을 지어 먹을 수도 있고, 좋은 헤드폰을 끼고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 그리고 우리는, ‘미술’을 가까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저마다의 색과 형태로 스며드는 미술을 통해 위로를 받는 거지요. (7쪽)
학생들에게 미술을 전하는 일과, 미술 책 쓰기는 다른 부분이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이제 학교에서 일한 지 15년 가량 되었는데요, 이 직업을 갖고 있으면 의도하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교사가 입을 안 열지 않으면 수업은 진행되지 않으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SNS에 쓰기도 하고, 노트에 적어두기도 하고, 기회가 될 때 강의를 하기도 했는데요. 뿔뿔이 흩어진 기억과 자료들을 엮어 책으로 만드는 일이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쓸 때는 능력자와 늘 함께하잖아요. 훌륭한 편집자님의 도움 덕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코로나 19로 발이 묶였지만, 오히려 온라인을 통해 예술에는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말씀이 희망적으로 들려요. 간편하게 예술 작품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한 가지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책에는 싣지 못했는데, PC 모니터 배경화면 그림이 무작위로 바뀌도록 설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폴더 하나에 마음에 드는 그림을 모으고, 원하는 이미지들을 다중 선택한 다음, 마우스 우측 버튼을 클릭하고, 바탕화면 배경으로 설정하면, 선택한 이미지들이 랜덤으로 바탕화면으로 설정됩니다. 컴퓨터가 느려질 것이 분명하지만, 이 방법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SNS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미술 일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SNS 그림 일기를 당장 시작해보세요. 하루를 대표하는 그림을 고르고 압축하는 한 줄의 글을 쓸 때, 우리의 하루는 더 즐겁고 아름다워집니다. (65쪽)
여러분의 SNS 환경을 아름다운 정보로 구성해보는 건 어떨까요. 제 삶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아름다워졌습니다. (87쪽)
완화의학 차원에서 예술 처방 등 예술의 쓸모와 역할이 무척 폭넓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도 미술 작품으로부터 위로를 얻은 경험이 있나요? 어떤 작품이었는지, 언제 어떤 식의 위안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미술 작품에서 위로를 얻은 경험은 앞선 미술 에세이 『그림은 마음에 남아』와 『그림의 눈빛』에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두 책에 실리지 않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니콜라이 두보브스코이의 「무지개」그림을 보았을 때 만난 위로인데, ‘무지개’가 감정의 사면초가 가운데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주어진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마음이 답답하고 목이 멜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본능처럼 하늘을 바라봅니다. 엔도 슈사쿠가 그랬던 것처럼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 파랗습니다. (人間がこんなに哀しいのに主よ、海があまりにも碧いのです.)” 그런데 아주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밖에 할 수 없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위로가 펼쳐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그걸 ‘생이 나를 연민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니콜라이 두보브스코이, 「무지개」
니콜라이 두보브스코이의 「무지개」를 보면서 저는, 무지개가 뜬 하늘을 조금 늦게 올려다보는 사람보다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먹구름이 걷히고 무지개가 나타나는 순간순간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막막하더라도 하늘을 자주 보는 사람이 그런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겠지요. 당시 개인적인 문제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었는데요. 역으로 삶이 인간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삶을 신뢰하는 태도는 그런 경험에서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외로움 담당 장관이 ‘외로움에 대응하는 종합 계획’을 위해 세운 사회 제도 중 하나가 예술 처방이고, 여기에는 미술관 같은 장소의 지역사회 활동도 포함됩니다. … 의사들이 약을 처방하고, 식이요법을 안내하고, 운동을 권유하듯이, 이제는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서 미술품을 보고 문화생활을 하기를 권합니다. (127, 128쪽)
미술에 가까워지는 접근법으로 ‘미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셨어요. 초심자 혹은 입문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부담 없이 쉽게 볼 수 있는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먼 인 골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예술영화관에 안 가고 가까운 영화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술 영화가 대중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우먼 인 골드」가 클림트의 화려한 작업방식을 보여주었고, 이미지가 아름다워 볼거리가 많고 스토리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았어요.
출처= 네이버 영화
미술관을 가는 일은 특별한 경험처럼 여겨지는 것과, 일상적인 것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 중 어떤 쪽이 조금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미술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미술을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졸업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성인이 되어 미술관 데이트를 꼭 하는 것입니다. 미술관 가는 일이 영화관 가는 일처럼 당연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도 미술관이 소란스럽다거나, 미술관에서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한 불평이 있지만 미술관이 일상의 즐거운 공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더 먹고살기 힘들다는 한국에서 관람객으로 가득 찬 미술관과 휘황찬란한 각종 전시회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미 우리는 미술의 치유 효과를 알게 모르게 경험해서가 아닐까요? 나를 위로하는 그림 한 장이 내 삶을 바꾸지는 못해도, 내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진실을요. (129쪽)
특별히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를 권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삶이 바쁘고 팍팍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무척 작고 얇으며, 아무 챕터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사실 SNS를 할 틈도 없다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런 분들이 자신의 환경을 조금 미술적으로 구성해서 삶에 미술 경험을 덧입히셨으면 좋겠습니다. 홈 화면 위키아트 설정하기, 매일 쓰는 마우스패드나 안경닦이 같은 명화 굿즈를 구입해 곁에 두는 것만으로 삶은 조금 더 ‘미술리’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고 있을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책을 구성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틈틈이 미술 경험치를 쌓아가시면서, 하루하루 미술로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수정
퇴근 후에 그림 읽고 책 그리는 사람. 좋아하는 것을 늘 곁에 두고 자주 보려고 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페르메이르의 눈빛이 영롱한 소녀가, 마우스패드에는 에곤 실레의 영민한 소년이 있으며, 웹브라우저의 홈 화면은 매일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위키아트’다. 존 싱어 사전트의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가 담긴 휴대폰케이스를 늘 손에 쥐고, 조선 민화 「책가도」를 섬세히 수놓은 비단 가방을 고이 들고 다닌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르네상스 인간형 미술교육에 힘쓰면서, 다수의 영재교육 기관에 출강하며 페인팅 이외에도 영재성과 창의성, 미술사 및 미술 감상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그림 같은 일상을 이야기한 미술 산문집 『그림은 마음에 남아』 『그림의 눈빛』 및 예술교육 교양서를 펴냈다. 경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문학창작집 및 수필 분야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