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앤루니스 모바일

서점에서 만난 사람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느슨한 최선으로 달리는 요조의 세계’



조금씩 쓰고 읽고 고치면서 다음 문장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사람. 두려운 어떤 것 앞에서 용감하게 겁내는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 잔뜩 구겨진 누군가의 얼굴을 헤아리고 그 옆에 서는 사람. 적당한 농도의 신념을 지닌, 그렇지만 그것이 아주 묽다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람. 이 책에는 요조라는 사람이 오롯이 담겼다. 그만의 속도와 온기로 써내려간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두고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실패나 한계 앞에 설 때, 벅차서 모든 걸 놓고 싶어질 때 그의 말과 글을 꺼내볼 것 같다. 다시 가만가만 신발 끈을 고쳐 묶고, 느슨한 최선으로 달려 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실패라는 귀신의 집 앞에서 필요 이상으로 덜덜 떨고 있는 사람에게 제 책이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용감하게 소리지르고, 용감하게 겁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

- 인터뷰 중에서


사진 ⓒ이종수



요조 작가님,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뮤지션이자 작가, 그리고 책방 주인이기도 한 요조입니다.


책 출간과 동시에 오랜만에 곡을 발표하셨죠, 축하드려요. 소감을 여쭤볼게요.


기쁩니다. 특히 곡을 발표한 일은 오랜 숙원사업을 마친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은 무엇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몇 년 간 기고했던 원고들을 차근차근 모아 엮은 책입니다. 『아무튼, 떡볶이』 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처럼, 제가 그동안 써왔던 책은 대체로 특정 주제 안에서 이루어져왔었는데요. 처음으로 주제 없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임한 첫 산문집이라서, 왠지 원래의 저에 가장 허물없이 접근한 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경계는 긍정적인 의미로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날 혹은 예술에 대한 단상, 작가님 곁의 사람들, 요즘 몰두하고 계신 것들, 타인을 향한 사유까지 각각 다르지만 넓게 보면 같은 품 안에 있는 것 같았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특별한 경계에 대한 의식 없이 써온 글들입니다. 경계가 모호하다는 반응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처음 책을 엮으면서도 편집자님께 이 부분을 말씀드리며 소분류를 분명하게 나누지 않는 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편집자님의 머릿속에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 같고, 결과를 보고 저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두서없음의 기록을 어떻게 이렇게 은근하면서도 분명하게 분류하고 또 연결했는지. 제 글에 대한 애정, 그리고 동시에 편집자라는 직업인의 유능함을 엿본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직업이 그렇습니다만 이번 책을 작업하면서 편집자라는 직업에 좀 더 깊은 존경을 품게 되었습니다.


앞장에 예술가로 보이는 데 열중했던 일화가 나와요. 그 뒤로는 작가님의 첫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요. 또, 작가님 인스타그램에서 지우고 싶은 흑역사는 없다고 답하시기도 했지요. 작가님께도 감추고 싶은 지난날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어떠신지 궁금했습니다.


제 인스타그램에서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없다고 대답했었나요?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만약 그랬다면 농담조로 한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감추고 싶은 지난날이 없을리가요. 제 취미가 후회인걸요. 그러나 그 순간에 대해서 솔직하게 언급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감추고 싶은 것은 감추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솔직만능주의자가 아닙니다. 가식과 은폐도 솔직만큼이나 미덕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의 감추고 싶은 지난날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 그리는데, 정말 매일같이, 내 전부를 바쳐가면서 그리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좋아해주지도 않는 삶 속에서 이렇게 담대하게 확신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절대로 할 수 없다. 그것은 요조로 살고 있는 현재에 비추어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단 한 사람의 악플에도 순순히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고흐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홀로 자신을 확신했고, 동생 테오는 형을 믿었다.

- 21쪽, 「건강하고 튼튼한 예술가가 되는 법」


고흐에 대한 이야기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스스로를 향한 “건강하고 튼튼한 확신”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연습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생각은 대체로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게 무척 어렵습니다. SNS가 생기고 나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 것도 같아요. 저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몸의 건강이 그렇듯이 마음의 건강도 튼튼하다가 허약해지다가 합니다.


2부에서 장강명 작가님의 ‘스톱워치 워킹’을 소개하셨지요. 작가님께도 글을 쓰거나 일하는 데에 특별한 방식이나 습관 같은 것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특별한 방식이나 습관이랄 게 없습니다. 그저 글을 쓰는 데 무척 오래 걸리고 또 많이 고치는데요. 전혀 특별할 것 없지만 그것이 방식이자 습관입니다. 제 주변 작가 친구들은 초고를 끝까지 빠른 속도로 완성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고친다고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초고때부터 쓰다가 고치다가 쓰다가 고치다가 합니다. 굉장히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스피드로 글을 쓰는데, 뭐가 더 나은 방법이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라면 끓일 때 누구는 면부터 넣고 누구는 스프부터 넣지만 그래도 잘 끓이면 똑같이 맛있는 라면이 될 테니까요.


책을 쓰면서 수없이 반복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자기가 쓴 것을 다시 읽는 일이다. 계속 써나가기 위해, 갑자기 딴 얘기로 새지 않기 위해, 더 정확한 글로 완성하기 위해 조금 쓰고 읽고, 또 조금 쓰다가 읽는 일을 반복하며 자신의 글을 점검한다.

- 7쪽, 「책머리에」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작가님의 삶의 태도를 읽은 것 같아요. ‘묽은 채식주의자’로 느슨하게 먹고 사는 일, ‘허벅지가 터지지 않게’ 오르막을 걷는 모습을 보면서요. 적절한 농도와 텐션으로 살아가는 일은 언뜻 보이기엔 쉬워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그렇습니다. 오히려 허벅지가 터지게 사는 것이 더 쉬운 듯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충분히 영리하지 못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죽을 만큼 최선을 다 하라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저의 경우는 달리기를 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달릴 때마다 허벅지가 터질 만큼 달려나가고 싶은 욕구가 불쑥불쑥 솟아요. 에너지를 일백 퍼센트 다 태우고 그냥 뻗어버리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이죠. 그치만 그렇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계속 타이릅니다. 그러다 다치면 꼼짝없이 달리지 못하는 답답한 나날을 오랫동안 보내야 할 테니까요.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썼지만 저는 저 자신을 안다고 장담하는 일을 이제 완벽하게 그만두었습니다. 저는 저를 모릅니다. 제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저는 알 수 없어요. 제 감정에 대해서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고요. 육체로서의 저, 감정과 정신으로서의 저, 그리고 이 둘의 보호자가 얼떨결에 된 저, 이렇게 저라는 존재는 3개정도로 나뉘어져있는 것 같습니다. 보호자로서 저의 신조는 ‘느슨한 최선’입니다. 허벅지가 터질 만큼 최선을 다하기에는 제 육체도, 제 정신도 그렇게 강한 편이 못됩니다. 못마땅하지만 별 수 없지요. 앞으로 보호자인 제가 고생하지 않으려면 6, 70 퍼센트 정도의 최선으로 몸과 정신을 살살 구슬려가며 살아갈 수 밖에.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요? 작가로서의 지향점이 있을까요?


구체적인 목표나 지향점이 특별히 없습니다. 전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까요? 궁금하네요!


이 책은 어떤 사람에게 권하면 좋을까요?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요.


저는 혼자서는 절대로 귀신의 집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친구랑은 들어갈 수 있어요.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공포가 조금은 재미있어지거든요. 소리도 지르고 소스라치게 놀라 주저앉으면서도 이건 내가 자진해서 선택한 공포라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귀신의 집을 나서면 이 경험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는 걸 친구의 존재감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되기 때문에, 귀신의 집 안에서 내내 혼비백산이 되면서도 내면에서는 이상한 평정심이 느껴져요. 실패라는 귀신의 집 앞에서 필요 이상으로 덜덜 떨고 있는 사람에게 제 책이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용감하게 소리지르고, 용감하게 겁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


올해의 계획 혹은 목표에 대해 들려주세요.


앨범을 또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그 밖에는 책방 일에 주력하면서 잔잔하게 여기저기에 글을 쓰며 지낼 것 같습니다. 여태 해오던 대로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자유롭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웃는 날이 많으셨으면 합니다.



사진 ⓒ이종수



요조

뮤지션, 작가.

〈My Name Is Yozoh〉 〈나의 쓸모〉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 등의 앨범을 냈고, 『오늘도, 무사』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아무튼, 떡볶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공저) 등의 책을 썼다. 2015년 서울 종로구에서 ‘책방무사’를 열었고, 2016년 제주 성산읍 수산리로 옮겨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최근본상품
닫기

최근 본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