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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 이소영 “서로 다른 입장에서 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동물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이, 도둑고양이 대신 길고양이라는 명칭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사회 제도 역시 달라지는 사회 인식만큼이나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는 않다. 이소영 작가는 동물보호 단체에서, 국회에서, 시청에서 동물보호와 관련된 문제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다. 식용견 찬반과 길고양이 밥 주기 문제를 비롯해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에 단체나 국가는 어떤 방안을 어떻게 고민해왔을까. 단지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만이 아닌 모두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며 답을 찾아 나간 과정이 여기 담겼다.






사회의 정책은 누군가의 호불호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며 동물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일 또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_책 속에서


반갑습니다, 이소영 작가님.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동물보호시민단체의 활동가, 국회의원실 보좌진을 거쳐 지금은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제가 고민 없이 열중할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하는데요. 요즘은 빵을 굽거나 DIY 그림 그리기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첫 책의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는 어떤 책인가요?


저는 늘 일터에서 동물에 대한 호불호로부터 비롯된 갈등을 마주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길에 사는 고양이에게 밥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에 사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위해 본인의 일상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곤 하죠. 제 일은 이런 가까워지기 어려운 두 입장 사이에서 우리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저도 매일 적절한 답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중이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결국 우리가 서로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인간이 비인간 동물(non-human animal)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만큼이나 타인의 입장과 생각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나갈 때 동물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는 인간이 ‘비인간 동물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있음을 말하고, 나아가 지구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요.



▲ 15살 시츄 포로리, 6살 비숑 보노의 사진



15살 포로리, 6살 보노의 보호자시라고요. 어떻게 만난 친구들이고, 이 친구들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포로리는 제가 동물보호와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을 때 인터넷에서 돈을 주고 산 아이예요. 보노의 에피소드는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동물 이슈에 아주 조금 관심이 생겼을 때 ‘펫샵’보다 ‘가정 분양’이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데려온 아이고요. 결국 두 아이 모두 돈을 주고 산 아이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있는 생명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저에게 가르쳐준 존재이자 제가 한 뼘이라도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들입니다.


잔인한 동물 학대에 분노했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정책과 캠페인을 고민했지만, 개와 고양이 외에 다른 동물들이 겪는 문제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그 당시에 내가 생각했던 ‘동물보호’의 범주에 포함되는 ‘동물’은 나의 생활반경 안에서 ‘네 발로 걸어 다니는 털이 북실북실한 동물들’뿐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동물보호단체에 들어가 처음으로 구조에 참여한 동물은 ‘악어’였다.

_『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 15쪽


책의 핵심 내용이기도 한 ‘동물보호운동’이란 무엇인가요? 어떤 동물이 보호의 대상이고, 동물보호운동에는 어떤 실천들이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사회운동’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해요. 이런 의미로 보면 ‘동물보호운동’ 역시 인간중심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문화, 사회적 인식 등을 변화시키기 위해 크게는 관련 단체의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행동에서부터, 작게는 각 지역에서 풀뿌리로 활동하는 개인들의 실천의 총합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은 포유류, 조류, 그리고 파충류, 어류, 양서류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로 정의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물이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으로 되어있는 거지요. 하지만 실상은 반려동물로 일컬어지는 개나 고양이에 대한 보호와 존중도 아직 미흡한 실정입니다.


‘동물 에세이’지만 구체적인 통계와 사료가 풍부하게 더해져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셨나요?


처음엔 대학원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이라는 같은 이슈를 마주하고 느낀 감정과 생각을 일기처럼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동일한 이슈도 속한 조직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 흥미로웠고, 적절하게 정리해 공유하면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동물보호’를 둘러싼 문제들은 동물이 아닌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잖아요. 제 책의 많은 부분은 사회적인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예민한 문제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통계와 레퍼런스가 없었다면 사견이나 감정적인 호소에서 그치고 말았을 거예요. 또 사회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경험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가 훈련되어 있던 것도 이번 책을 집필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우리 사회 한쪽에는 ‘사람 복지도 제대로 안 되어있는 마당에 동물 복지를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동물보호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물을 위하는 행동이 가지고 있는 의의와 가치는 사람마다 또 조직마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개인의 호불호나 경제적인 잣대로 결정하지 않고, 약자를 배려하고, 잔인하게 고통받는 생명을 외면하지 않으며 나와 다른 존재들과 한정된 자원을 나누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 여기에서 ‘쟤보다 걔가 더 불쌍하다’ ‘누가 더 먼저다’라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아요.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을 위한 행동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보호운동’이 가진 힘은 인간만이 아닌 비인간 동물에게도 닿을 수 있는 ‘공감 능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 존중의 원칙을 지키며 도덕적 범위를 넓혀야 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일 것이다.

_『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 47쪽


동물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도, 동물 문제의 현장에서 일하며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한동안은 제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 했을 때 꽤 자주, 심한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이때 ‘할 수 없는 일’이란 관련된 법이 부재하거나,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여 실무자 한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들을 말해요. 저는 제가 일터에서 마주하는 모든 동물을 구할 수도 없고, 모든 동물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어요. 그 사실은 너무 명백하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건데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왜 그 한 마리를 못 구했느냐”는 비난을 받거나, 제가 도움을 주지 못한 동물을 두고 자리를 떠나야만 할 때, 극단적으로는 ‘이제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동물에 대한 사견이나 감정을 떠나 직업인으로서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해요. 그 일환으로 퇴근 후에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과 무거운 생각들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쉽지는 않죠. 그럴 땐 빵을 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습니다.


그런 무력감과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거창한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하는 건 아니고, 계속해서 주어진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제가 하는 일이 업무 강도에 비해 보람이나 리워드가 좋은 일은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왜 그 동물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이 들거나, 너무 첨예한 갈등과 대립 안에서 ‘정말 도저히 못 하겠다’ 싶은 순간이 더 많죠. 누군가가 왜 이 일을 계속하는 거냐고 제게 물어보면 ‘어쩌다 보니’하고 있다고 대답할 때가 많아요. 다만, 이 일을 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순간의 노력이 당장 눈에 띄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지라도 제가 걷는 이 길의 다음 길을 열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렇게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걷고 있습니다. 확실한 건 ‘오늘도 반드시 한 마리의 동물에게 이로운 도움을 주어야지!’가 아니라 ‘출근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집을 나서는 일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언젠가부터 나는 동물을 위한 나의 작은 실천과 행동들을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뜨려 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옳기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_『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 61~63쪽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각종 기후 재난으로 혼란스러운 해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재난 상황은 계속될 것 같은데요. 동물보호의 현장에서 본 관심과 지원이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코로나 19의 팬더믹 같은 사회적 재난이 닥친 시기에는 모두가 어렵지만, 유난히 그 고통을 더 많이 겪는 존재들이 있어요. 작년 4월경에는 코로나 확진자의 집에 반려동물이 혼자 남아있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는데요. 마련된 매뉴얼이 없어서 허둥댔던 기억이 있어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확진자의 반려동물과 관련한 문제들은 조금씩 방법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반려동물까지는 관심이 닿기 어려운 실정이에요. 또 하나,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코로나뿐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공장식 축산과 살처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이 자연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요.


첫 책을 낸 지금,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너무 머지않은 시기에 학교로 돌아가 박사과정에 진학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실무를 하면서 가지고 있던 총알을 다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관심의 영역을 조금 더 넓게 확장하고, 보다 전문적으로 사회정책을 다루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국회에서는 동물 정책뿐 아니라 여성가족위원회 담당 보좌진으로 일했었는데, 아동, 청소년, 여성, 가족과 같은 이슈를 깊게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아 늘 아쉬운 마음이 있었거든요. 우선은 조금 더 다양한 사회문제를 공부해보고 저의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요. 그 외에는… 2021년의 목표 중 하나로 ‘기타 연주’가 있는데요. 5년 전쯤 구입해 ‘올란도’라는 이름을 붙여준 기타가 먼지만 쌓여가고 있거든요. 올해는 꼭 성시경의 ‘두 사람’이라는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귀한 시간에 인터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는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고, 좋은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말을 건네는 책입니다. 책의 서두에도 썼듯이 이 책이 부디 저마다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재미있는 동행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1년 모두 건강하고, 따뜻하시길.





이소영

15살 포로리, 6살 보노의 보호자.

동물보호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실에서 동물정책 업무를 담당했고, 사회학 석사 논문으로 ‘한국의 동물보호운동’에 대해 썼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보호 업무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글│Editor - 임채원

chaewon418@bnl.co.kr


사진│이소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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