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임현주 “좋아하는 것을 시도하면서 점점 자유로워졌어요”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고 난 뒤의 공허함과 불안감은 취준생의 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점점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점차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 아나운서 임현주는 꿈꾸던 방송국을 입사한 초기에 이런 고민 앞에 섰다. 누군가로부터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기에 더욱 크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녀는 그 무렵 도망치듯 떠난 여행에서의 어떤 깨달음 이후,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다.
안경을 쓰고 넥타이를 맨 여자 아나운서의 모습을 사회에 보여주고 있는가 하면, 아나운서와 책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영화 모더레이터로 방송국 밖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타인의 선택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이 만든 길 위를 누구보다 자유롭게 유영하는 중이다. 보랏빛 야망을 품게 만드는 주문과도 같은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와 함께, 꿈꿔왔던 것들을 다시 펼쳐보는 건 어떨까.
일터에서 어떤 의문이 들거나,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생각해 봤죠.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싶을 때 그냥 가볍게 해 봤어요.
-인터뷰 중에서
임현주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임현주입니다. 아나운서를 꿈꾸고 일하면서 10년을 지나왔고, 이번에 첫 책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를 출간했습니다. 아직 ‘작가’라는 말이 쑥쓰러운데요. 앞으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꾸준히 쓸 예정입니다.
출간 소감을 들려주세요. 책 준비로 한동안 바쁘게 지내셨다고요.
작년에 일하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책 작업에 모든 시간을 쏟았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직장생활과 동시에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틈틈이 집필을 했죠. 그런데 글을 쓴다는 게 마음처럼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몇 줄 쓰지 못하거나 한가득 쓰고도 미련 없이 버리는 경우도 많았어요. 출간한 지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이제야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아요. 출간하기 전엔 ‘앞으로도 계속 쓸 거니까 첫 책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독자분들이 내 책을 어떻게 읽을까 걱정도 됐고, 북토크 같은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 없으니 서글프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출판 시장을 보는 눈이 조금은 생겼고, 다음엔 이런 책을 쓰고 싶다 하는 기획자의 마인드도 갖게 됐어요. 작가로서 모든 경험이 처음이니까 더 극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함이 압도적으로 크게 다가오네요. 책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도, 그리고 응원해주는 동료들에게도 너무 고마운 마음이에요. 그리고 앞으로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어요, 요즘은.

사진= 저자 제공
공중파 아나운서에서 〈임아나 채널〉, 〈몸과 마음의 양식당〉 두 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로, 그리고 이제는 작가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계시지요. 요즘은 어떤 기분으로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작년 한 해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이렇게 열심히 살 수가 없다 싶게 지나왔어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다거나 의무감으로 하는 거였다면 절대 못 했을 일정이었죠. 그렇게 몰입하면서, 쏟으면서 살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힘들면서도 또 너무 즐거웠거든요. 말하고, 읽고, 쓰고, 듣는 작업을 해 나가는 시간의 즐거움이 힘듦을 넘어섰던 거요. 작년은 그렇게 여러 분야에 씨앗을 아낌없이 뿌리는 해였다면 올해는 조금 더 똑똑하게 잘 길러보고 싶어요. 이 씨앗은 이렇게 물을 줘야 하는구나, 하는 식으로 좀 더 섬세하게요. 더불어 올해는 몸도 마음도 더 잘 보살펴야겠다고 다짐하고 ‘홈트’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올해는 건강을 챙기면서 열정은 조금 아끼려고요. 친구들은 이 말을 절대 믿지 않지만요. (웃음)
책 내용 중 라오스에서 만난 피터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에요. 실제로도 작가님께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를 탓하고 싶어질 때, 피터의 말이 위안과 지혜를 주었다. 모든 일에는 의미와 이유가 있다는 말이. 괴로워하며 지낸 지난 몇 년의 시간은 진짜 내 힘을 갖고 싶다는 필요와 바람을 만들어냈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진짜 힘 말이다. (82쪽)
라오스로 여행을 떠났던 당시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희망이 보이면 무너지지 않게 내면의 힘이 작용하는 법인데, 그때는 ‘앞으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긍정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어떤 체계, 조직, 사람 등이 저를 지배하는 듯했어요.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최악의 상황에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런 상황을 만든 저 스스로를 탓하고 과거를 후회하기도 했어요. 너무 지쳐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고립되고 싶어서 계획도 없이 라오스로 떠났던 거예요. 도망치듯이.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한 인생의 친구를 만난 거죠.
피터랑 한번 만나면 코코넛 주스 한 잔을 앞에 두고 서너 시간을 이야기 했어요. 피터에게서 많은 위안과 영감을 얻었는데, 인생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엄청 힘이 되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정말 그래요.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이제는 지난 시간이 되었고, 그때의 시간이 저를 솔직하게 살아가게 만들었어요. 무엇이 되는 걸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지금 행복하겠다’ 다짐하게 됐거든요. 그렇다면 난 지금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방향을 전환하게 됐고, 상황이 나를 바꾸어주길 기다리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발견해 이끌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거죠.

사진= 다산북스·유영 출판사 제공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일들에 도전해오셨다고요. 담백해 보이는 결심 아래에도 고민과 두려움의 시간은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억지로 뭔가를 해봐야지 했으면 내가 이걸 해도 되나 하는 두려움이 컸을 거예요. 저는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대신 어떤 기준이나 편견이 많이 사라졌기에 자유로운 마음이 있었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된 거죠. 내게 익숙한 많은 것들이 한발자국만 벗어나면 전혀 당연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요. 내가 지금 괴로운 건 상황을 바꾸거나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구나 싶었고, 원한다면 바꿀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두렵지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일상으로 돌아와선 그 용기로 조금씩 의견을 더 표현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냥 툭 시작해 보면서 점점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그러다 일터에서도 어떤 의문이 들거나,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생각해 봤죠.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싶을 때 그냥 가볍게 해 봤어요. 할까 말까, 약간의 고민은 있을지언정 두려움은 크지 않았죠. 그러니까 우선 ‘내가 뭐라고’ 하는 식의 생각을 버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어떤 상황을 바꾸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나 스스로에게 충실하겠다는 생각으로요.
무언가를 선언하듯 비장하게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슬쩍, 하면 된다. (…) 누군가 왜 그렇게 했느냐 묻는다면 ‘그냥 하고 싶어서’라고 간단하게 답하자. ‘그렇게 해도 되는 거야?’ 한 번 더 물어온다면 똑같이 질문을 던져보자.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거야?’ 상대방의 대답에서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고정관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리고 놀라기도 할 것이다. 이 불편함을 나만 느끼고 있던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될 테니까. (118, 119쪽)
어떤 간판이나 명함 없이 혼자의 힘으로 서게 됐다고 느껴지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 순간에 대해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쉽게 대체되지 않을 어떤 색깔이나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고 느낄 때가 그래요. 방송국 안에서 가끔 그런 걸 느낄 때가 있어요. 한번은 어떤 프로그램을 일정 등의 이유로 하차하게 되었는데, 함께 더 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시던 분들이 계셨거든요. “임현주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색깔 있다”는 말을 들을 땐 감격스럽기까지 해요. 사회초년생 때는 언제든 내가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불안함이 있었고 그걸 깨고 싶었거든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아이러니하게 기회는 초년생 때 많이 오고, 그렇다 보니 내공을 쌓기 힘든 환경이라 고민이 컸었죠. 또 하나는 외부에서 여러 의뢰가 들어올 때예요. 제게 ‘이런 역할들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 주시고, 함께하고 싶은 진심이 가득한 메일을 받으면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 하게 되고요.
책에서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어요. 요즘 작가님께 주어지는 다양한 기회들은 처음으로 아나운서로 일을 시작했을 때의 일과는 또 다른 무게일 것 같습니다. 그 무게들을 어떻게 견뎌내고 계신가요?
아나운서는 말하는 직업이지만 ‘내 이야기’를 말하는 기회는 흔치 않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방송국 밖에서도 제 이야기를 할 기회와 무대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런 시간이 참 감사하고 설레면서도,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이 시간에 함께 자리한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되겠구나 싶었죠. 그렇게 또 최선을 다해 쏟아내고 나면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이상했죠. 최선을 다한 무대라 그런 걸까 싶었는데,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다음엔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점차 달리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겐 앞으로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저는 하루에도 진짜 많은 메모를 하거든요. 매일 많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하고 그 순간을 붙잡으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주변엔 멋진 동료들이 많아요. 계속해서 좋은 영감을 얻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극을 받을 수 있죠. 동료들이 있는 한 저의 우물은 마르지 않을 것 같아요.
안경, 셔츠와 바지 같은 편한 복장, 브래지어까지. 작가님께 ‘다음으로 자유로워 질 것’은 어떤 것인가요?
글쎄요. 어떤 계기나 의문이 생기면 생각하게 될 것 같아서 지금으론 알 수 없어요. 한 가지가 있긴 있네요. 다음으로 자유로워 질 것은, 글에 대한 저의 마음이에요. 첫 책에는 언젠가 꼭 쓰고 싶었고 써야만 했던 이야기들을 썼어요. 지금이 아니면 이 생생한 감각으로 적어내기 힘든 이야기들이죠. 그렇게 아낌없이 쏟아내고 나니 이제 정말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들이 기대돼요. 생각은 자유롭게, 글로 표현하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겠지만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위로가 된다는 것, 나아가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더 낯설고 다양한 모습이 미디어에 나와야 했다. 나부터 변하면 되는 것이다. (103쪽)
SNS를 보면 작가님께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거나 용기를 얻었다는 사람이 많아요. 반대로, 작가님이 힘을 얻는 사람, 혹은 힘이 되어 준 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책의 공통점이 있는 듯해요. 솔직함이요. 인생을 진솔하게 대하고 살아가는 사람, 지나치기 쉬운 감정이나 일상의 순간을 바라보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책을 보고 만나면 왠지 용기가 생겨요. 그렇게 살고 싶어지고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말이나 글 앞에 다시 담백하게 다가서게 되죠. 그리고 책에 쓴 것처럼 자신만 생각하지 않는 ‘우아한 사람들’이 저에겐 인생의 방향등 같아요. 자신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 필요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동료들이 나만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안내등이 되어주는 거죠.
새해가 밝았어요.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요.
1월 1일에 새해 다짐들을 두 시간 가량 적었어요. 다른 어떤 것보다 올해는 저 스스로에게 충실하기로 다짐했거든요. 시간이 나면 나를 위해 뭘 해야지가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먼저 내고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우선순위를 정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가급적 한 달에 한 번은 낯선 곳으로 떠나자 다짐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얼마나 가능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네요. 여행을 못 가면 새로운 숙소라도 가보려고요. 낯선 곳에서 느끼는 감상을 동력으로 다시 일상을 즐겁게 살아가고 싶어요.
인터뷰를 읽고 있을 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그리고 보랏빛 야망단 여러분.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우리 살아가고 있죠. 하루하루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힘껏 잘 살아가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일상에서 나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생각하고요.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들을 곁에 많이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꿈을 꾸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 시작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두고, 언젠가 가볍게 시작할 날을 도모해보는 것이죠. 이 책이 여러분에게 시작의 기운을 지필 수 있기를 바라요. 고맙습니다. 새해 복 아낌없이 받으세요.

사진= 저자 제공
임현주
신중히 듣고, 솔직하게 쓰고, 알아가기 위해 읽고, 주관을 갖고 말하려는 사람.
MBC 아나운서. 좋아하면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하고, 그래서 힘들지만 그게 또 행복인 사람. 〈한겨레〉 직장생활 칼럼 연재, 북튜브 크리에이터, 강연, 영화 모더레이터 등 방송국 밖으로 활동 영역을 부지런히 확장해가고 있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사진 | 저자, 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