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한덕현 “인생의 중반에서 느끼는 불안”

현대 사회에서 불안은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인생의 변곡점에 서 있는 40대와 50대에게는 더욱이 그렇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단 1년 사이에도 순식간에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살아갈 수 있을까? 정신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환자를 내담해온 한덕현 교수는 이렇게 느끼는 불안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불안 자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상적인 것이지만, 통제하지 못한 불안은 거대한 괴물이 되어 사람을 병들게 한다. 불안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지, 떨쳐내지 못한다면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지 한덕현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 자신의 인생이 실패작이라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성공인지 실패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사람들, 남은 인생은 무작정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 나는 이들과 이 책을 나누고 싶다.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18쪽
반갑습니다, 한덕현 선생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의 저자 한덕현입니다. 현재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이자 인간-정보 연구 임상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일반 환자를 상담하고 연구하는 임상의로,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선수들의 상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어느새 100세 시대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인생의 주요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100세 인생의 중간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을 다루는 책입니다. 꼭 인생의 중반쯤 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중반을 향해가는 사람이나 지나온 사람, 그리고 불안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일반 독자들이 쉽게 불안을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니체의 사상과 스포츠 정신의학 접근, 정신과적 상담 치료를 융합했습니다.
인류는 100세 시대의 생물학적 수명 연장을 위한 생명과학 기술 발전에만 매진했을 뿐, 인간 심리발달의 지속적인 달성 목표와 성취감은 등한시해왔다. 40대에는 적어도 모든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 준비 기간을 50대까지 연장해야 할까? 혹은 50대에도, 아니 60세가 넘어서까지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 삶에 대해 명확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9~10쪽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제목이 인상 깊습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제 현대인에게 불안은 더 이상 생소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책에도 썼지만, 불안은 인간이 가진 기본 감정 중 하나입니다. 언제, 얼마만큼의 불안을 느끼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기 바로 직전만 해도 현대인은 ‘100세 인생 시대’라는 말 아래 생명 연장의 희망과 이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자마자 인류는 곧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는,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방향성을 가진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지요. 특히나 이런 때에 불안이라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문제이며, 이 만연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위로를 주자는 의미에서 ‘당연’하다는 말을 제목으로 썼습니다.
불안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상태다. 유아기에 처음 엄마 품에서 떨어질 때 느끼는 분리불안을 시작으로, 인간의 삶은 불안과 함께하는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접이나 시험 같은 중대사가 아니더라도, 다음 달 해결해야 할 카드 값처럼 일상적인 문제에서조차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걱정과 불안 속에서 보낸다.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21쪽
불안에 대해 말하는 이 책,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이 책의 시작은 5년 전입니다. 안식년 외국 연수 시절이었는데, 혼자서 오롯하게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졌죠. 그때 40대 중반에서 제 인생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불안을 느꼈습니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느끼는 불안이 제게도 찾아온 거죠. 그게 이 원고의 시초였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COVID-19 대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을 담당하는 의사로서 특히나 요즘 같은 때 불안을 느끼는 분이 많은데,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꼭 알리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니체 철학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왜 하필 ‘니체’인가요?
저는 정신의학 선배들 중에 특히 프로이트를 좋아합니다. 난해한 정신 문제를 원인과 결과로 설명하는 인과이론에 체계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심리학자이기 때문입니다. 니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 프로이트와 니체가 많은 사상적·심리 이론적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론으로 접했던 적 있는 니체는 상당히 어려운 철학가였죠. 그런데 40대가 되어 쌓인 경험과 프로이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다시 접근한 니체 철학은 진실성과 미래에 대한 방향성 면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자유 의지’와 ‘생애 발달 이론’은 계획을 마련하고, 불안을 조절하는 데 알맞은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니체를 통해, 내가 하던 고민이 인류가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것임을 알고 나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천재 철학자 니체가 이런 문제를 깊이 사색했다는 것도 위안이 되었다.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14~15쪽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권하고 싶으신가요?
자신의 불안한 상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남들이 볼 때는 해결법이 뻔한 문제인데도 자신만 그것이 보이지 않아 큰 불안을 느끼지요. 문제를 점점 더 커다란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괴물 앞에 서 있는 자기 자신은 초라하게 만듭니다. 실체보다 더 커져버린 괴물 앞에서 막상 그 실체를 알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데도요. 너무 커져버린 문제의 실체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실체 없는 불안, 실체보다 커져버린 불안 때문에 힘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나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때문에 불안을 겪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혼자 판단하고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고민해보세요. 하지만 그 전에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나의 불안을 다른 사람과 나눌 때 자존심이 상하지 않고, 현실적인 도움을 받으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른이 되면서 고민하게 되는 많은 문제는 벌써 우리의 조상들이 고민한 문제더라고요. 그것이 때로는 종교가 되고, 철학이 되고, 심리학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학문들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니체 외에 또다른 철학자 헤겔, 칸트, 플라톤 등의 철학을 공부하고 제가 공부한 정신과 심리 영역에 융합하여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 스포츠 정신의학의 영역에서도요.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야구 중계 때 해설자 들이 가장 많이 쓰는 문구 중 하나가 ‘위기 뒤 찬스, 찬스 뒤 위기’라는 말입니다. 이는 우리 편의 위기는 상대편의 찬스고, 상대편의 위기는 우리 편의 찬스라는 말인데요. 우리가 놓여 있는 코로나 시대의 위기는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찬스로 생각됩니다. 이것이 실질적 희망이며, 이 실질적 희망이 불안 조절에 가장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요? 지금 견디는 불안과 답답한 상황이 곧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희망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제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며, 경기 결과에 따라 선수와 같이 울고 웃는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의. 국제스포츠정신의학회 정회원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스포츠 정신의학 분야를 개척했다. 프로야구단 현대유니콘스 스포츠 심리 자문을 시작으로, LG트윈스를 거쳐 2020년 현재 KT위즈의 스포츠 심리 닥터를 맡고 있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 농구, 골프, 게임 분야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심리 자문 및 상담을 하고 있다. 2014년 소치올림픽, 2018년 평창올림픽 빙상 과학훈련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2018년 IOC 주최 세계 스포츠 의학 심포지엄에 초청되어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정신건강에 대하여 토론 및 공동 연구에 참여했다.
부모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아는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전문의.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에서 팀장을 맡고 있으며, 암 환자의 치료 향상을 위한 게임도 개발한 바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신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뇌과학연구소에서 연구전임의를 지냈고, 보스턴대학교에서 스포츠 심리학의 거장인 레너드 자이조프스키 교수를 사사하여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정신의학회 학술대회에서 2010년 ‘젊은 연구자상’을, 2013년 한미자랑스러운의사상, 2015년 유한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마음속에는 괴물이 산다》, 《우리 아이가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해요》, 《스포츠 정신의학》,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등이 있다.
Editor -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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