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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축소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이보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금은 생소한 ‘축소주의’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동물성 식품은 줄이고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것. 하지만 이보람 작가의 축소주의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유연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식습관, 물질 소비를 포함해 에너지 소비, 주거와 생활 양식을 어우른다. 그 어떤 것이 되었든 지구에 이로운 방향을 생각하고, 과시나 경쟁이 아닌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내일’을 고민하는 것이다. 새해를 목전에 둔 12월의 끝자락, 지속 가능한 삶을 향해 열려 있는 축소주의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작심삼일로 그칠 단단하고 막연한 다짐이 아니라,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얻게 될 것이다.





“환경을 위해 무언가 조금이라도 하고 있다면, 당신도 이미 축소주의자다.” - 본문 중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것부터 천천히 시작하세요. 고기를 줄이는 것이 힘들면 다른 고기는 다 먹더라도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소고기만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여보는 거예요.”

- 인터뷰 중에서



사진 제공= 이보람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축소주의자가 되기로 했다』를 쓴 이보람입니다. 제주도에서 즐거운 축소주의 생활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축소주의자가 되기로 했다』는 어떤 책인가요?


환경 문제는 아주 다양한 것들이 서로 얽혀 있는데요. 이를 차근차근 소개하여 환경 문제를 거시적인 관점으로 제시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책이에요.



사진 제공= 카멜북스



먼저 ‘축소주의’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채식 등의 식습관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요.


네, 맞아요. 환경 오염이나 기후변화의 심각한 현실을 맞닥뜨리면 겁이 나거나 과도한 사명감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어요. 이때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갖기보다 오히려 아예 외면하게 될 수 있고, 피해의식이나 자책, 강박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쉬워요. 이런 상황을 막고자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는 ‘축소주의’를 소개했어요. 환경에 위협이 되는 것들을 아예 없앨 수 없다면 축소하자는 것이죠. 좀 더 많은 사람이 큰 부담 없이 환경을 위해 작은 행동부터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상생활에서 개인이 하는 모든 행동이 결국 환경과 연관되어 있어요. 흔히 ‘비건’하면 식습관을, ‘미니멀라이프’하면 소비 습관을 떠올리잖아요. “나는 비건 지향이자 초보 미니멀리스트야”라고 하려면 좀 기니까(웃음), 식습관부터 소비습관, 에너지 소비행태 등 환경을 위한 모든 행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축소주의를 소개했습니다.


축소주의자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생활 습관을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친환경적으로 바꿔 나간다. 각자 다른 방식이지만 환경을 위한다는 공통된 신념 아래 축소주의자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인정한다. (12쪽)



간단한 아침. 사진 제공= 이보람



프롤로그에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실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그중 가장 첫 번째로 시작한 일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최대한 화학 물질의 사용을 피해 보고자 화장품을 만들어 썼던 것이 처음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영국에 있었는데요. 서점에서 우연히 친환경 화장품 만들기 책을 발견했어요. 몸에 흡수되고 환경으로 돌아가는 화학 물질을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에서 줄이고자 했죠. 물론 동물 실험을 하지도 않고요. 만드는 과정은 마치 쉬운 요리와도 같았어요. 재료만 구비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었죠. 거의 날 것의 재료를 간단히 조합하여 최대한 단순한 형태의 보습제와 세정제를 만들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은 기초 화장품을 만들고 있지 않지만, 아직 고체 비누는 만들어 쓴답니다.



비누. 사진 제공= 이보람


결혼 이후 제주도에 살고 계시다고요. 지역 특성상 축소주의를 실천하기 좋은 부분이 따로 있을까요? 유행하는 제품을 덜 소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제주도에 사는 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는 활동 반경이 매우 좁아서 유행하는 패션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더라고요. 제주도에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아 일단 모임 자체가 거의 없고요, 차로 출퇴근하다 보니 옷차림도 간소해졌어요. 그리고 제주도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추가 배송비가 붙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소비를 절제하는 습관이 길러졌어요. (웃음) 또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방이라 육지보다 난방을 덜 켤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매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끈끈히 지속되는 것 같아요.


축소주의는 작가님께 이제 의식주를 포함해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가치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에요. 환경에 해가 되는 행동을 축소하는 반면, 환경을 위하는 마음은 확대하며 균형을 이루는 거죠. 모든 행동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니까 내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축소주의를 실천할 때 마음속에서는 식탐, 소비욕 같은 욕구와 비건, 제로웨이스트 측면의 이상향이 대립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금방 사라질 내 욕구 때문에 이 환경은 몇 십 년이나 더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고 되새기곤 해요.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금욕주의자로 살려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겠죠. 그래서 내 마음을 그 중간 지점으로 타협하는 거예요. 어느 선까지 욕구를 참을 수 있는지 깨닫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도하게 욕심부리지 않고 생활하려고 노력합니다.


축소주의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고치기 어려운 습관 같은 것이 있다면요.


자책하고 집착하는 습관이에요. 무엇을 하던지 엄격하게 자신을 몰아치다가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단번에 포기해버리는 습관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축소주의라는 타이틀에 더 의지했어요. 고기를 줄일 때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다른 길로 새지 말고 가던 길을 가되 천천히 가라고 스스로 늘 말하는 편이에요. 또 실패에 집착하지 않으려 해요. 실패한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고 갈 길을 꾸준히 가는 거죠.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맨날 자책하고 집착한답니다. 최대한 안 그러려고 늘 마음을 다스리지만, 어느 순간 발전된 제 모습을 발견할 수는 있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놀랐어요. 축소주의라는 삶의 태도를 ‘탐욕과 경쟁’이라는 것에도 놓고 볼 수 있어서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환경을 마구 훼손하여 결국 심각한 기후위기까지 오게 되었고, 동물을 인간의 이익을 위해 물건처럼 부린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재앙이 발생했어요. 이 모든 환경 재앙의 핵심 원인은 바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합니다. 발전이 전부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환경의 중요한 가치와 고유의 기능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행위에는 찬성할 수 없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넘어서지 않아야 할 선을 넘는 이유는 자본, 권력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돈을 벌어야만 생존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돈에 집착하면 간접적으로 환경에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 집이 됐든 자동차, 전자제품이 됐든 결국 다른 사람보다 물질적으로 더 우월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 거예요. 여기서 이익을 취하는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런 대중의 심리를 이용하여 욕심에 경쟁을 붙이고 소비를 조장하죠. 그래서 많은 동물을 착취하고 지구 곳곳의 환경을 오염시키며 쓸데없는 물건들을 대량 생산하는 거예요. 이런 악순환의 핵심은 인간의 탐욕과 경쟁에 있고, 그로 인해 많은 땅과 물, 공기, 다양한 동식물이 무분별하게 파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내면부터 성찰하고 재설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모든 것은 인간의 내면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요.



삼베 커피필터와 삼베 수세미. 사진 제공= 이보람



필요한 것만 사고, 육식은 줄이고,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것들을 먹고, 냉난방을 줄이는 등의 일들은 같이 사는 사람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잖아요. 동거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천천히 시작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강요하면 불화와 미움부터 싹트겠죠. 그런 분들에게는 조심스럽게 제 책을 권해드리는 건 어떨까 싶어요. (웃음) 축소주의가 왜 필요한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해시키다 보면 모두 동참할 거로 생각합니다. 다만, 어디까지 실천할 수 있는지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당장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아도 부모님은 사골국물을 꼭 드셔야 한다거나, 덥고 추운 것을 조금이라도 못 참는 동거인이 있을 수 있어요. 마음이 앞서가더라도 속도를 맞춰갈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것부터 천천히 시작하세요. 고기를 줄이는 것이 힘들면 다른 고기는 다 먹더라도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소고기만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여보는 거예요.


저도 남편과 축소주의 생활을 조율해 나가며 살고 있어요. 작년에는 난방을 한 번도 켜지 않고 겨울을 났는데요, 생각보다 참을 만해서 올해도 또 시도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추위를 많이 타길래 올해는 난방기구를 하나 들였어요. 대신 전기를 200Kw 이상 쓰지 않기로 약속했죠. 동거인끼리는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늘한 온도에 익숙해졌던 이번 겨울처럼 어떤 습관이든 처음에는 불편했던 것들이 편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물론 각자에게 알맞은 선에서. (112쪽)


책 말미에 있는 “물질이 아니라 죽음을 목표로 사는 것”, ‘소박한 삶’이라는 가치가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사는 삶인지, 왜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죽음’을 목표로 산다는 건 물질을 획득하기 위한 삶이 아닌 그야말로 삶 자체를 살아가는 거예요. 인생 전체를 눈에 잡히는 물질만 좇는다면 허무함만 남겠지요. 지혜롭게 살아낸다면 죽은 후에도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어요. 기후변화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보다 후대가 더 큰 타격을 입게 돼요.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환경을 위해서는 사실 모두에게 친환경적인 삶을 강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거예요.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까 자발적으로 소박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예요. 스스로 욕심을 버리고 덜 먹고, 덜 쓰면서 말이죠.


스스로 욕심을 버리려면 삶의 방향을 물질의 축적이 아닌 ‘웰 다잉’, 잘 죽기 위해서 지혜롭고 이로운 삶에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요즘은 ‘소확행’이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자발적 소박함’이라는 개념이 잘 적용되리라 생각해요. 큰 욕심 없이 소소하게 맛있는 것들을 먹고 갖고 싶은 것을 사며 하루하루를 살면서, 나의 행동이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세상 모든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만 더 신경 쓰는 거죠. 똑같이 소박하게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인생이라도 내가 보내는 파급력이 얼마만큼인지 자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과는 다른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짧은 생을 세상에 좀 더 이롭게 이바지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자연히 소박하지만 행복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진 제공 = 카멜북스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목표를 정해두고 살지는 않지만 최근에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명상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깊은 명상에 빠지면 어떤 느낌인지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깊은 명상이란 것을 경험할 때까지 꾸준히 명상을 해보는 것이 최근에 정한 목표예요.


인터뷰를 읽고 있을 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축소주의는 어렵지 않아요. 작은 노력으로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괜찮으니 일단 시작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




사진 제공= 이보람



이보람

작지만 꾸준한 습관의 힘을 믿는다. 성선설을 지지하며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간호사, 번역가로 불리지만 현재의 관심사가 나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 요가, 글쓰기, 명상, 손빨래에 푹 빠져 있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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