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살고 있나요?』 이종혁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상식’”

‘상식을 깨라!’ 성장하기 위해, 발전하기 위해, 때로는 이기기 위해 무수한 사람이 상식의 파괴를 외치는 시대다. 하지만 정말 상식의 파괴가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는 걸까? 소통전략가로서 사람들의 상식을 바꾸는 일에 오래 매진해온 이종혁 교수는 왜 이다지도 세상에 바꿀 ‘비상식’이 많은지 고민하다 이 책을 썼다. 매 장마다 독자는 지금껏 가져왔던 상식을 돌아보는 질문에 맞닥뜨린다. 이종혁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상식이란 무엇인지’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무엇이 상식인지 한 번 더 고민하는 시간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조화롭게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사회를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질문해보았으면 좋겠어요. 내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 자신은 왜 존재하는지.” -인터뷰 중에서
안녕하세요, 이종혁 교수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교수이자, 공공소통연구소 LOUD 소장인 이종혁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접하는 다양한 문제에 있어서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서 선제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 캠페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공중이 중심이 되어서 화려하진 않지만 창의적인 캠페인을 촉진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 캠페인 디벨로퍼Campaign Developer라고도 불립니다. 학교에서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고, 또 공공소통연구소를 통해 실무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통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가요?
문제 해결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거나 행동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선택 설계자의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지요. 우리가 설득시켜야 하는 것은 자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 사회 공동의 선과 맞닿아 있습니다. 일상의 관행 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누적된 공공의 문제를 캠페인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법과 제도를 통한 해결이 아닌, 관계와 관계 속에서 상호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저희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의 일입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저희 LOUD에서 진행한 캠페인 가운데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테디 베어 인형 놓기’, ‘안내견 출입 픽토그램 스티커 부착하기’ 캠페인 등이 있지요. 2012년부터 시작해 200여 건 이상의 캠페인과 갈등 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해왔습니다.

▲ 공공소통연구소 LOUD의 캠페인 소개 기사가 붙어 있다.
『상식으로 살고 있나요?』는 어떤 책인가요? 직접 소개해 주신다면요.
공중公衆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고 자신의 일상 속에서 본인에게 질문을 던져보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책입니다. 에세이라고 하면 나를 드러냄으로써 위로를 주거나 공감을 추구하는 책이 많지만, 저는 위로보다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왜 나는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해보지 않았지?’ 라고 자문을 던지게끔 만들려고 했습니다. 짧은 글을 모아 엮었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내용 사이에서도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저자와 독자의 일상이 교차되는 지점을 포착할 수 있도록 공식화했지요. 하나의 소재에 한 편의 글이 이어지고, 마지막 문장 아래에는 질문이 들어갑니다. 그 질문을 보다 보면 독자분들도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멋지거나 좋은 옷은 결국 입는 사람에 달려 있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그냥 마케팅 수사 정도로 이해하는 게 어떨까.
“정말 입을 옷이 없나요?”
14쪽, 「옷」
책은 여러 권 쓰셨지만, 에세이를 내신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전공 서적은 여러 권 냈지만 대중서를 낸 건 처음입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라며 썼지요. 그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겠지만요.(웃음)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질문을 던지길 바라며 썼기에 200페이지도 되지 않고, 얇고 짧고 가벼워요.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가벼운 내용만이 아닌 이유는 50대인 제가 인생의 반환점에 서서 ‘원점론’을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부모 세대인 90대도 보고, 가르치는 학생들인 20대도 보며 이 책을 썼습니다. 윗세대와 상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말하고, 아랫세대를 위해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요. 20대도 60대도 제 책에 공감할 수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미디어를 다루고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기성세대와 지금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으려 했어요.

무엇이 상식이고 아닌지, 사람마다 다르고 참 모호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는 삶이 상식에 맞게 사는 삶일까요?
자존감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자기의 중심이 무엇인지 깨닫는 게 필요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나’를 중심에 놓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어느 순간 ‘나’를 중심에 놓고 사는 사람이 곧 창의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세상이 되었어요. 대중적인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이 되는 바람에 사람들은 점점 더 획일화되고, 자기를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사는 것이 곧 가장 창의적으로 사는 길이라는 건 이런 말입니다. 운동에 비유하자면 코어Core가 필요한 것과 같은 거지요. 코어 근육이 있어야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습니다. 내 지금 모습, 내가 살아가는 방식, 이런 것들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저는 겨울이면 제게 맞는 옷 다섯 벌만 입고도 겨울을 납니다. 10년째 같은 옷을 입고 있어요. 하지만 이 중심이 없었다면 ‘내게 어울리는 색은 뭐지?’ ‘뭘 입어야 하지?’ 이런 고민을 하느라 시간과 자본을 소비하게 될 거예요. 내 시간과 자본을 투자할 정말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해요. 내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어떤 책도 어떤 사람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찾기 위해 또 학습을 하고, 다른 사람이 제시하는 방향을 따라가고…… 그래선 안 된다고 누군가는 말해야 해요.
그걸 말하기 위해 이 책을 쓰셨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요즘은 누구나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들은 굉장히 획일적이고 보수적이에요. 평균적인 사람들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 좋은 사회입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나’를 대신해줄 것 같은 사람에게 지지를 보내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셀럽이 생기고, 양극화가 심해졌지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를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질문해보았으면 좋겠어요. 내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 자신은 왜 존재하는지.

여전히 ‘상식’을 가늠하는 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상식이라고 하는 순간, 그 밖의 것들을 비상식이라는 편견과 차별에 가둬버리게 되지는 않을까요?
소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소통은 비판, 즉 크리틱Critic입니다. 그다음으로 어려운 소통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고, 가장 힘들고 어려운 소통이야말로 바로 실천입니다. 상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상식은 내 상식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은 비판에 그칠 뿐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상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냥 실천하면 됩니다. 남의 비상식과 몰상식을 비난만 하는 건 간단하고 쉬운 일이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소통이 실천하기다. 실천은 최고의 소통행위다. 일단 자신의 영역에서 시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묵묵히 수행하는 소통이 바로 실천이다.
118쪽, 「소통」
소비를 예로 들어 볼까요. 누구에게나 가치 소비는 필요합니다.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투자하는 행위는 경제를 건강하게 움직여요. 그러나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남이 하기에 따라 하는 소비는 비상식적인 소비입니다. 다만 저는 남의 소비를 비판하기 이전에 내가 가치 있는 소비를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상식을 말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소통이고 또 어려운 소통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비상식적인 삶이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투기적인 삶이 가장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삶입니다. 로또 한 방을 노리는 삶이 바로 투기적인 삶이지요. 내 것이 아닌 것을 추구하고, 내 공간이 아닌 것을 쫓아다니고, 막연한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삶이 비상식적인 삶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멋진 음식 이미지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내 가족이 차려준 밥상에는 어떻게 ‘좋아요’를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삶, 이렇게 추상적인 이미지만 쫓는 삶은 비상식적으로 살기 쉽습니다.
이런 허상의 행복을 추구하게 된 현상의 중심에는 미디어가 있어요. 저는 미디어를 가르치는 교수이자 만드는 실무자로서 이런 사회에 책임감을 갖고 이 책을 썼습니다. 제가 하는 질문들을 독자분들도 스스로 던져보길 바라면서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내가 왜 이걸 사고 있지?” “내가 왜 이 채널을 구독하고 있지?” 어떤 채널을 구독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내 시간과 재화를 소비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랍니다. 날이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사회에서는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도 양극화를 촉진시키게 됩니다. 이 책은 양극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책 또한 공공 캠페인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고 정말 많은 사람이 상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기쁘겠지만, 출판 시장도 마찬가지로 시장이지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하면서 아주 많이 팔리는 책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을 거예요.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주목받는 책이 될지는 저도 알지만, 그건 이 책이 말하는 상식에 맞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이건 안 될 거야’라는 비관적인 태도를 갖지도 않습니다. 책도 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안 될 거라는 비관적인 태도를 가져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요. 어쩌면 이 책으로 시작한 하나, 둘의 작은 계기가 내년에 상식의 열풍을 불러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목을 ‘상식이란 무엇인가’로 지었으면 더 잘 팔렸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사회와 대중의 상식으로 사는 삶을 위해,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실 예정인가요?
저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일을 30여 년, 공공캠페인 운동을 10여 년간 해왔습니다. 제가 처음 이 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요. 앞으로도 LOUD 활동은 계속 이어나갈 겁니다. 비정치적이고 비이데올로기적이며 자기 일상에 저항하는 운동이라는 ‘작은 외침’의 성격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사회는 큰 개혁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한방에 무언가가 바뀐다면 무서운 일이에요. 작은 날갯짓, 작은 변화로 사회가 달라집니다. 저는 늘 핵심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나이와 위치에 맞게 계속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저는 지금도 계단을 올라가고 있고, 오늘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만, 50이라는 나이에 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계단을 책이라는 형태로 조금 공유해보았어요. 앞으로의 제 계획은 이 캠페인을 지속해나가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뿐입니다.
교수님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책의 제목만 기억해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일기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한 줄의 질문을 가질 수 있다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나만의 행복’ 또는 ‘창의적인 삶’이라는 것에 반보 정도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상식으로 살고 있냐는 질문이 행복에 다가가는 구체적인 내디딤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해봅니다.

이종혁
소통전략가다.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세상을 바꾸는 소통’을 화두 삼아 소통 전략 개발에 전념해 왔다. 100여 곳이 넘는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소통 관련 전략을 컨설팅하고 200여 건 이상의 캠페인과 갈등 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여론을 분석하고 소통을 통한 문제해결 전략을 수립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를 탐색하는 데 자연스럽게 마음을 쏟게 됐다. 이 책은 그 마음에 맺힌 일상의 생각들을 모은 것이다. 2012년부터 공공캠페인 프로젝트 ‘작은 외침 라우드(LOUD)’를 전개 중이다. 현재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며 공공소통연구소 소장이다.
최근에는 〈차이나는 클라스〉(세상을 바꾸는 소통, PR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근년에는 공기관들과 협력해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테디 베어를 놓고, 군인들의 어깨에 태극기를 달게 하기도 했다. 기존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 내지는 적용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은 외침 LOUD’ 운동도 펼치고 있다.
글|Editor - 임채원
사진|Editor - 조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