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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새드엔딩은 없다』 강이슬 ‘진창 속에서도 행복을 거머쥘 수 있다면’



강이슬은 때때로 떫고 쓴맛이 나는 삶의 순간들을 유쾌하고 다정한 언어로 조리해낸다. 불행과 슬픔에 꿀밤을 한 방 먹이고 크하하, 웃는 소리를 내는 그의 글을 읽고 나면 마음 한 켠이 든든해진다. 어느새 그의 등 뒤에서 같이 웃는 얼굴을 하고 서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안 느끼한 산문집』에는 젊고 가난한 이십대 청춘이 있다면, 『새드엔딩은 없다』에는 스물 후반에서 서른이 되면서 보낸 ‘어른 되기’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있다. 쫀득거리는 글맛은 그대로인 채로 좀 더 단단하고 따뜻해졌다. 우아하진 않아도 행복을 찾아낼 거라는, 강이슬만이 할 수 있는 다정하고 단호한 선언. 『새드엔딩은 없다』를 두고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에겐 내 인생을 구할 책임이 있다. 나는 나를 나에게 맡긴다. 행복이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 거라면 나는 몇 번이고 퍽퍽 쓰러지면서도 뒤로 굴러 행복을 찾아내겠다. 찾아낸 행복을 손아귀에 쥐겠다. (『안 느끼한 산문집』, 6쪽)


안녕하세요, 강이슬 작가님.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강이슬입니다.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2018년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아 작년에 『안 느끼한 산문집』을 출간했습니다. 올해 『새드엔딩은 없다』를 출간하면서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두 번째 책 『새드엔딩은 없다』 출간 소감을 들려주세요.


『새드엔딩은 없다』가 벌써 3쇄를 찍었습니다. ‘새드엔딩’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두 번 째 책을 출간했는데 이러다가 ‘해피엔딩’이 되는 건 아닌지…. 김칫국이 너무 맛있어서 몹시 행복합니다.


『안 느끼한 산문집』의 반응도 좋았어요. 이번 책 작업은 어떠셨나요? 어느 정도 부담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해요.


『안 느끼한 산문집』을 출간할 때는 책 시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야말로 무지렁이였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어요. 마냥 신이 났어요. 서른을 목전에 두고 버킷리스트를 이루다니…. 원고를 쓰는 1분 1초가 흥분과 행복이었습니다. 출판사 대표님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책이 잘 되는 데에는 욕심이 전혀 없었어요. 내가 쓴 글을 누가 읽어나 줄까 싶기도 했고요. 1쇄에 2천 부를 찍는 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대표님을 뜯어 말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대표님께 말씀도 드렸습니다. “웨일북을 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조금만 찍어주세요.” 라고.


『안 느끼한 산문집』 출간 직전에 웨일북에서 두 번째 책을 계약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으로 좋아했습니다. 내 이름으로 낸 책이 두 권이나 생기다니 가슴이 너무 벅찼죠. 다행히도 『안 느끼한 산문집』 반응이 좋았어요. 6쇄를 찍을 무렵에 두 번째 책 작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긴장이 되더라고요. 이제는 제 글을 기대하고, 또 실망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생겼으니까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기존 독자분들을 실망시키지 말자는 생각으로 부담스럽게, 그러나 행복하게 썼습니다.



『안 느끼한 산문집』이 20대의 청춘, 가난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번 책은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 불행을 긍정하고 툭툭 털어버리는 일, 비건으로 사는 삶 등 깊고 넓어졌어요. 쓰시면서는 어떠셨어요?


30대가 되어서 『새드엔딩은 없다』를 쓰기 시작했어요. 서른이 딱 되니까 몸 안의 어떤 스위치가 켜진 기분이었어요. ‘서른이 별거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는데 생각보다 ‘별거’더라고요. 조금 더 괜찮은 사람,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 생각을 글에 녹여내려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에세이라서 자연스럽게 담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이렇게 살면 된다’ 혹은 ‘이렇게 살아라’ 라는 식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글로 쓰는 것을 아주 경계해요. 제가 어떻게 감히 삶의 방향을 제시하겠어요. 대신 제가 어떻게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주 솔직하게 쓰는 편입니다. 만약 독자분들께서 『새드엔딩은 없다』가 전작에 비해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어쩌면 제가 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나이가 되어야지만 엄마를 이해하는 내가 아쉽고 그래서 겁이 난다. 엄마가 죽을 때까지 나는 엄마의 나이를 따라잡을 수 없을 테니까.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엄마의 나이로 살며 나는 자꾸만 과거를 되새김질 하며 후회하겠지. (158, 159쪽)


편함이 있다면 분명히 존재할 불편을 기억한다. 나의 편함으로 동물들이 느낄 절망과 슬픔을 떠올리면 내 눈앞의 불편이 기꺼워진다. 기꺼이 계속해서 불편하고 싶어진다. (280쪽)


이번 책에서 특히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행복, 행복한 상태, 또는 행복하게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신다면요.


제게 ‘행복’이란 불만족에서 만족을 찾는 순간입니다. 삶은 늘 어딘가 필연적으로 결핍되어 있잖아요. ‘절대 만족’이란 절대로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결핍에 포커스를 맞추면 삶이 너무 초췌해요. 제게는 ‘못 가진 것’ 보단 ‘그럼에도 내가 가진 것’을 알아채려고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 버릇에서 행복이 파생되죠.


‘입짧은햇님’의 방송을 틀었다. 화면 속의 그가 음식을 씹어 삼키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행복을 깨물어 먹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입안에서 으깨어지는 행복들을 상상하며 어쩌면 행복이란 거 되게 시시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잔뜩 쌓인 음식들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보며 내가 짊어진 이 산더미 같은 시간과 번거로운 삶의 용무들도 저 음식처럼 얼른 사그러들길 소원했다. (99, 100쪽)


삶에서 맞닥뜨리는 불행이나 역경을 긍정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몇 번이고 퍽퍽 쓰러지면서도 뒤로 굴러 행복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왕 사는 거 멋있게 살고 싶어서요. 진창에 빠진 삶에는 선택지가 세 개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진창에 엉망으로 머무를 것.

둘째. 진창에서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치다 엉망이 될 것.

셋째. 진창을 엉망으로 만들고 빠져 나올 것.


저는 가능하면 멋지게 살고 싶은데요, 두 번째 세 번째는 어쨌든 좀 멋진데 첫 번째 삶은 영 멋이 없어요. 그래서 불행과 역경을 만났을 때 그곳에 주저앉아 울고만 싶지는 않아요. 불행과 역경 앞에서 기죽어 쫄고 싶지 않아요. 걔네들 앞에서 있는 대로 ‘센척’을 하고 할 수 있다면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뻥뻥 걷어차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행복을 찾게 되지 않을까요? 행복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글쎄요, 행복은 행복이니까요. 찾을 수 있다면 찾아야죠!


본업이 방송 작가이시잖아요. 늘 글감을 찾고, 글을 쓰는 게 일일 텐데, 본인만의 글을 쓰는 일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방송 일은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해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많은 볼거리가 있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복잡하면서도 즐거워요. 반면 글 쓰는 일은 오롯이 혼자만의 일이에요. 즐겁지만 부담스럽고 어렵죠. 만약 방송 일을 하지 않고 글만 썼다면 글이 엄청 두서없거나 혹은 우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성격상 에너지 분출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거든요. 방송국에서 에너지를 풀고 난 뒤에 좀 정돈되고 침착해진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스스로가 ‘개’같다는 생각을 해요. 욕 말고요. 왜, 강아지들도 산책을 해줘야 쌓인 에너지를 분출하고 집에 돌아와서 착하게 굴잖아요. 산책을 안 하면 우울해지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개랑 참 많이 닮았어요. 방송 일이 곧 산책이죠. 몸에서 끓는 에너지를 방송국에서 해소한 뒤에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얌전히 엉덩이 싸움을 하는 거죠.


작가님의 글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들 말고, ‘강이슬’이어서 가능한 구체적이고 선명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쓸 때 늘 염두에 두는 부분인가요?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니 ‘강이슬 답게 써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저니까 저 같은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욕 같네요!ㅎㅎ)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가독성이에요. 어려운 단어 없는 글, 굳이 집중해서 공부하듯 보지 않아도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드라마처럼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지는 글. 저절로 집중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재미있는 친구가 혼자 떠드는 모습을 닮은 글을 목표로 하고 문장과 단어를 배치합니다. 그래서 독자분들 후기 중에 ‘입담 좋은 친구가 떠드는 걸 본 느낌’, ‘강이슬이라는 사람과 친해진 느낌’이라는 표현을 발견할 때면 너무 기뻐요.


책에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가는 마음에 대해 쓴 꼭지를 무척 공감하며 읽었어요. 작가님의 서른이었을 올 한 해는 어땠나요?


서른은 무지하게 빡셌습니다. 코로나와 싸우면서 방송 일을 했고, 동시에 매 달 두 편의 글을 매체에 연재하면서 책을 두 권이나 마감해야 했거든요. 아, 곧 죽을 것 같았던 아기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먹이고 치료하며 살찌우기도 했고요, 비건 지향적 삶을 사느라 도시락도 싸 다녀야 했어요. 이사도 했고요. 여러모로 변화가 정말 많은 한 해였습니다. 한 달 한 달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한 해는 올해가 처음인 것 같아요. 아주 알차게 보낸 서른이었으며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가이고 싶나요? 지향점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모든 작가님들의 목표와 마찬가지로 저도 꾸준히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행복한 일을 언젠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저를 찾는 독자분들이 더 이상 없을 때 더 이상 글 쓸 일이 없어지겠죠. 그래서 독자분들이 항상 궁금해하는 작가이고 싶어요. 지루하지 않고 갈수록 더 흥미로운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 느끼한 산문집』은 13,000원 이었고 『새드엔딩은 없다』는 14,000원입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제 책을 구매하신 독자분들을 자주 생각합니다. 만 원이 넘는 돈을 제 책을 구매하느라 쓰신 독자분들께 정말 어떻게 다 감사를 표할 수 있을까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제 책을 구매하느라 생긴 기회비용을 아쉬워하지 않으시도록 열심히 좋은 글을 쓰겠습니다.





강이슬

「SNL코리아」 「인생술집」 「놀라운 토요일」 등 TV 프로그램에서 근면하게 일하는 방송작가.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안 느끼한 산문집」으로 대상을 받고 첫 에세이 『안 느끼한 산문집』을 출간했다. 술과 개와 밤을 좋아하고 욕을 잘하지만 착하다. 반드시 행복하고 말리라는 독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행복에 집착하느라 불행을 깜빡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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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저자 제공


글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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