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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가 어른에게 베푸는 호의”



노키즈존 등 어린이와 관련된 사회 이슈의 기저에는 항상 같은 원인이 있다. ‘사회의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 모든 어른은 분명 어린이 시절을 가졌을 텐데, 그럼에도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 왜일까? 『어린이라는 세계』의 저자 김소영은 오히려 모두가 어린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나도 안다’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어린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곧 어린이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다고. 한 명 한 명 들여다본 어린이라는 세계는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는 어린이가 아닌 사람들에게 기꺼이 열려 있으므로, 누구라도 언제든 어린이라는 세계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어린이가 어른에게 얼마나 많은 호의를 베풀고 있는지, 어린이라는 세계가 어찌나 다정한지 김소영의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얼굴이 분홍색이 되고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나는 어린이와 별 상관이 없다’고 여기시는 분들도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면서 ‘맞아, 나도 그럴 때 있었어.’ ‘그런 어린이 본 적 있어’ 하고 떠올려주시면 곳곳에 어린이 이야기를 심고 싶다는 저의 바람이 조금은 실현될 것 같아요.”

_인터뷰 중에서


반갑습니다, 김소영 작가님.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있는 김소영이라고 합니다. 독서교실을 하기 전에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어요. 그렇다 보니 어린이 책을 비롯해서 어린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린이책 읽는 법』 『말하기 독서법』 등 어린이 독서 교육에 관한 책은 여러 권 내셨지만, 에세이를 내신 건 처음이네요.


처음에는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는데, 시작할 때만 해도 단순하게 제 생활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범한 이야기라도 좋으니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기록해보자는 의도였어요. 그런데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어린이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어린이 이야기를 계속해 보기로 했다. 그건 내 생활의 내용이기도 했다. 허술할 테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데는 그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어린이라는 세계』 7쪽


원래 어떤 글이든 글 쓴 사람이 그려지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서 이전 책들에도 나름대로 저의 관점이 드러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에세이는 정말 저 자신이 드러나는 것이다 보니 속마음을 너무 많이 보였나 싶어서 뒤늦게 긴장되네요. 그런 만큼 읽은 분들의 반응도 좀 더 마음 깊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제가 비양육자이고, 학교 현장의 교육자도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무척 조심스러웠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더 많아지려면 각자의 자리에서 하는 어린이 이야기도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써 내려갔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많은 분이 제 글을 읽고 공감해주셨어요. 《경향신문》에 ‘어린이 가까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도 하게 됐고요. 쓰는 동안 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었고, 무엇보다 댓글 등으로 생각과 마음을 나누어 주시는 분들로부터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코로나 이슈를 포함해 최근 사회 이슈를 반영한 어린이 이야기도 많이 담겼어요.


작년 말부터 약 6개월간 매주 한 편씩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았습니다. 그때그때 저와 주변 어린이들에게 있었던 일이나 사회적인 이슈에 따라서 떠올린 주제로 글을 썼어요. 그런데 나중에 책으로 묶으려고 보니까 그게 자연스럽게 어린이의 일상에 대한 것, 저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오늘날의 어떤 고민과 관련된 것, 어린이의 사회적인 자리에 대한 것으로 정리되더라고요. 그렇게 편집자님과 의견을 모아서 목차가 ‘곁에 있는 어린이 / 어린이와 나 / 세상 속의 어린이’로 나뉘었습니다.



(일러스트=임진아)


평소 어린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이라면 어린이의 일상적인 모습에도 놀라기 쉽지만, 어린이와 가까운 생활을 하는 작가님도 어린이에게 깜짝 놀랄 일이 많다는 점이 의외였습니다.


어린이의 어떤 모습이 놀랍다기보다는, 어린이에 대해 제가 몰랐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어린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빠지는 함정이 ‘나도 안다’가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저 자신을 근거로 ‘어린이는 이럴 것이다’ 하고 넘겨짚기도 하거든요. 그게 어린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그 때문에 고정관념에 얽매이게 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직업상 어린이 가까이에서, 아니 어쩌면 어린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기회가 있지요. 덕분에 어린이를 새롭게 볼 기회도 많은 것이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어린이가 신발을 신는 데 오래 걸리는 것도 ‘미숙해서’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독서교실에 드나드는 어린이들의 신발이 자주 바뀐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건 어린이 발이 나날이 커 가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신발 신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졌어요. 그렇게 저 자신이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세상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배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책이 나오기 전 신문에 연재된 글을 읽었는데, 무척 좋아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 읽었습니다. ‘도자기 찻잔론’ 같은 글은 하나같이 감명받으며 읽었어요. 작가님이 접한 독자 반응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연재 때부터 출간 직후인 지금까지 독자님들이 나누어 주신 좋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특히 ‘위로가 됐어요’를 블로그에 올렸을 때는 댓글로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받은 호의에 대해 많은 분이 너무나 생생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적어 주셨어요. 비밀 댓글이 많았기 때문에 공개는 못하고 영원히 제 일기장에만 적혀 있을 이야기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그분들께 다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동네 식당에서 어린이 둘과 함께 와서 식사하는 어머니에게 사장님이 “아기들 덜어 먹을 그릇 따로 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어보시는 것을 보았을 때, 아파트 1층 현관으로 자전거를 끌고 다가오는 어린이를 보고는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가 자동문이 닫히지 않게 붙잡아 주시는 아랫집 할머니를 보았을 때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좋은 인상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보는 듯하다.

『어린이라는 세계』, 「위로가 됐어요」 중에서


책이 나온 뒤에는 누군가에게 ‘읽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척 기쁘고 설렙니다. 자녀에게 읽어 주었다는 분들도 계시고, 어머니와 동생에게 읽어 주었다는 분도 계세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책 여백에 하트 그림을 그렸다는 분도 있었어요. 독자님이 보내준 사진을 보면서 저도 어느 구절에 하트를 그리셨나 유심히 보게 되지요. 그럴 때 ‘마음이 통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것 같아서 뭉클해집니다.


독서 교실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만나며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독서 교실인 만큼, 물론 어린이가 책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보는 순간이 가장 보람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독서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어린이가 스스로 ‘읽는 사람’으로 여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평생 독자’가 되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제가 권해주는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읽은 책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다른 독자의 반응을 궁금해하고, 작가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새로운 책을 소개받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합니다. (다른 분들이라면 몰라도, 지금 ‘서점의 웹진’에서 이 인터뷰를 읽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아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일러스트=임진아)


독서교실 선생님인 제가 하는 일은 그런 마음이 들도록 각자에게 맞는 책을 골라주고 안내하면서 징검다리를 놓는 것인데요. 얼마 전에는 한 어린이가 어떤 책을 읽고 마음에 들었다면서, 글을 쓴 작가의 다른 책을 한 권, 그림을 그린 작가의 다른 책을 한 권 빌려 가겠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어린이는 자기가 좋아한 두 작품이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것을 알고 어머니께 “엄마, 나랑 이 작가랑 맞나 봐!” 했다고 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어린이와 책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한 듯해서 보람이 큽니다.


보람찬 순간과 즐거운 순간은 아무래도 좀 다를 것 같은데요. 즐거울 때는 언제인가요?


일단 제일 즐거운 순간은, 제가 읽고 싶은 어린이 책을 실컷 살 때입니다. 일과 취미가 겹쳐질 때의 큰 기쁨이지요. 어린이와 한 번씩, 독서 교실을 마음껏 어지르면서 이 책 저 책 꺼내서 같이 보는 때가 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어린이가 혼자 고요하게 책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볼 때면 또 즐겁습니다. 책에 나온 농담을 이해하고 어린이가 소리 내어 웃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고요. 제가 권한 책을 읽고 너무 재미있다면서 비슷한 책을 직접 만들어 오는 어린이를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독서 교실의 다른 어린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책이지만 자신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 책이 마음에 안 든다고 설명하는 어린이, 반대로 숨어 있는 좋은 책을 찾아내서 이런 책을 더 읽고 싶다고 말하는 어린이를 보는 것도 즐겁고요. 생각해 보니 새삼 즐거운 때가 많네요. 이것만 가지고도 원고를 한 편 쓰게 생겼습니다.


몇 달에 걸쳐 끝내 책을 다 읽었을 때 자람이는 손을 배에 모으고 인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이가 나한테 책을 단지 ‘소개’받았다고 느끼고 책과 자신만의 관계를 맺는 것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부풀어 오른다.

『어린이라는 세계』, 「읽고 쓴다는 것」 중에서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린이들에 대해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이 읽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이 보태지고 다른 길도 열려서 새로운 ‘어린이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나는 어린이와 별 상관이 없다’고 여기시는 분들도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면서 ‘맞아, 나도 그럴 때 있었어.’ ‘그런 어린이 본 적 있어’ 하고 떠올려주시면 곳곳에 어린이 이야기를 심고 싶다는 저의 바람이 조금은 실현될 것 같아요.


‘어린이에게는 어른들이 환경이고 세계’라고 하셨습니다. 어린이에게 좋은 어른, 좋은 환경이 되어주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한두 권을 골라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만, 이미 많은 분이 읽으셨을 『이상한 정상 가족』(김희경 저, 동아시아)은 다시 짚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제 한번 읽어야지, 하시고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이 계실까 봐서요. 그 ‘언제’를 ‘올해가 가기 전에’로 잡으시고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를 사회적 존재로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어린이에게 좋은 어른, 좋은 환경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린이를 위해 준다고 생각해도 그것이 반드시 ‘존중’으로 연결되지는 않지요. 심각하게는 “사랑해서 때린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어린이와 가정, 사회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필자가 그려지는 글’이기도 하고요. 밑줄을 그어 가며 여러 번 읽은 책입니다.


어린이책에 관한 책도, 어린이에 관한 책도 쓴 지금 다음으로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어린이 책 읽기’가 어린이와 어른이 서로 민주적인 관계를 맺게 도와주는 중요한 통로라고 생각해요. 독서를 통해서 어린이는 세계와 인간,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전망을 가질 수 있고 어른은 어린이에 대해 배우고 계속해서 관점을 정비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어린이 책과 독서 교육에 대한 공부와 글쓰기는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어린이를 둘러싼 이야기 중에서는 지금 써 보고 싶은 주제가 있어요. 공부도 더 하고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운 다음 새롭게 연재해 볼 생각입니다. 지난여름 블로그 연재를 마치면서 그간 읽어 주신 분들께 기회가 되면 ‘시즌 2’도 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일단은 쓰겠다고 얘기해야 또 쓰게 될 테니 이 기회에 말씀드려 둡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 긴 내용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이를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보아주시는 겨울,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소영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 『어린이책 읽는 법』, 『말하기 독서법』을 썼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ohosays




글|Editor - 임채원

chaewon418@bnl.co.kr


사진|사계절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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