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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배은지 ‘직장인 N년 차,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을 때’



업무와 사람에 치여서 그만두고 싶다가, 지나고 보면 그런대로 또 괜찮은 직장 생활. 그렇게 달력을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한 해가 저문다. 1년, 2년, 3년… 연차는 쌓이고 고민은 더욱더 두터워진다.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직장인이 아닌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라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퇴사를 선언하지 못한다면, 직장 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는 든든한 말과 글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지 모른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배은지 작가에게서 들어보았다.






많은 분들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꿈꾸는 듯하지만 누구나 ‘사실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몫의 일을 잘 해내고 싶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일하는 기쁨과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이요. 그런 마음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 중에서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첫 책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쓴 배은지 입니다. 10년 차 직장인이고 이제 11년 차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미지 제공 = 배은지


첫 책 출간을 축하드려요! 출간 소감을 들려주세요.


출간하고 이제 한 달쯤 되었는데요. 책 표지 속 두 얼굴처럼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하고, 이게 다 회사 때문인 것 같다가 또 회사 덕분인 것 같기도 한 애증의 마음이 이 책을 쓰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온라인 서점에 입고된 화면을 보면서 퇴근하는 길 회사에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웃음)


제 책이 나온다는 걸 부모님께도 출간 한 달 전쯤에야 말씀드렸거든요. 제일 뭉클했던 순간은, 전혀 실감을 못하던 엄마가 출간 후 책을 읽고 눈물이 났다고 이야기하셨을 때예요. 떨어져 살다 보니 딸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회사는 어떻게 다니고 있는지 늘 궁금했는데 책으로 보니까 눈물이 났다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좋았던 때의 이야기를 더 많이 쓸 걸. 아무리 생각해도 ‘싫었다가’ 할 때의 이야기를 더 격렬하게 신나서 쓴 것 같거든요. 그래도 책을 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얼굴을 모르는 독자분들에게 책이 어떻게 읽히는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조금씩 독자들의 후기를 접할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면서 오래 꾸준히 읽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미지 제공 = 지콜론북



직장에서 하고 계신 일이 커뮤니케이션, 기업문화와 관련되어서일까요, 책에 유독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일화가 많은 것 같아요.


해왔던 업무가 줄곧 사람 간 ‘소통’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고객과의 소통이든 직원 간 소통이든 결국 소통의 본질은 ‘진심이 전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일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움과 성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회사에서 업무 성향에 대한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진단 결과 중 ‘대인 민감성’이라는 항목의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어요. 원만하고, 배려심이 많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능숙하다는 건데요. 이렇게 말하면 좋은 것 같지만 진단 결과를 분석해준 강사님께서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직장 생활하며 속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럼에도 제 안에, 힘들어도 끊임없이 ‘관계 맺음’을 추구하는 성향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입사 9년 차에 직장 생활 10년만 해야지, 결심했었는데요. 그 이유가 이 책의 첫 장에 나옵니다. 그런데 막상 결심을 하고 나니 회사 밖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손에 잡히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아, 난 이미 회사 생활에 최적화된 인간이 된 걸까?’ 싶어서, 덜컥 두려운 마음에 뭐든 일단 해보기로 결심하고 실행한 여러가지 중 하나가 글쓰기였습니다. 가장 꾸준히 오래 지속한 일이기도 하고요.


책 쓰기를 시작할 무렵 그저 소모되고 마모되는 회사 생활을 버티고만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러다 입사 10주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조용히 11년차가 되더라도, 혹시나 대책 없이 퇴사를 하더라도, 회사 생활 10년을 담은 책 한 권이 남는다면 덜 허망하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하니) 귀엽고도 절박한 마음이 책 쓰기를 시작하게 했습니다.


한동안 퇴사라는 키워드가 붐이었다면, 지금은 ‘사이드잡, N잡, 부캐’라는 단어들이 유행하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나 워라밸의 확산, 평균 수명 연장으로 정년의 의미나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이 사라져가는 사회경제적 변화의 영향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에도 ‘직장인 사이드 프로젝트의 순기능’에 대해서 썼는데요. 더 많은, 더 단단한 나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라는 나’만 있다면 회사에서의 좌절이나 번아웃이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클 거예요. 그런데 ‘나’라는 사람이 100일 때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70이나 60이라면 30이나 40의 나는 남으니까. 그게 ‘글 쓰는 나’든 ‘명상을 하는 나’든 더 많은,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둔다면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나 힘듦을 좀 더 담담하고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직장 생활에도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지 제공 = 지콜론북


한 직장에서 10년을 계셨는데, 작가님께서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좋은 어른’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해오고 계시다고요.


회사 안에서 계속 배우고, 성장하고,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제 한계나 어려움도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 여전히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일하기 싫은 사람보다는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요.


한 회사를 10년 다니고 보니 요즘 특히 많이 느끼는 것은, 마음껏 회사 욕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특히 후배들 앞에서 욕이 잘 안 나와요. (웃음) 회사에 불만이 있다면 그 문제의 책임에서 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제 회사 욕도 실컷 할 수 없는 연차가 되었다니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생각도 들지만, 개선되지 않은 문제들이나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를 알게 됐을 때 불만만 토로하는 것보단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일을 도모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기성세대가 될 수밖에 없다면 꼰대가 아니라 ‘좋은 어른’으로 늙고 싶어요.


이번에는 ‘직장인의 글쓰기’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글쓰기가 있어서 “회사에서 우울하고 분노할 일이 있어도 그 감정에 젖어 퇴근하는 일이 줄어들었다”(74쪽)고요. ‘직장인으로서의 나’와, ‘글을 쓰는 나’를 나눠 에너지를 쓰는 일에 대해서도 쓰시기도 했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이드 프로젝트의 하나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글쓰기를 통해 회사 생활에서 좀 벗어나보고 싶었는데, 결국에는 직업인으로서의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 딱 10년만 해야지, 하는 막연한 목표에서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삶으로의 방향 전환기가 한 권의 책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가 된 셈인데요.


그렇다고 책을 쓴 후 회사 생활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냐 하면 아닙니다. (웃음)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면 회사를 5년, 10년, 30년 다녀도 여전히 괜찮다가, 그만두고 싶다가 하는게 당연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긍정할 수 있게 된 점이에요. 하루에도 수십 번 기쁨과 슬픔,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을 오고 가지만, 이 ‘오고 감’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도나 주기 같은 것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도성을 갖는 법, 오고 가는 마음 속에서도 최대한 ‘나의 일’을 하는 방법을 책을 쓰며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퇴사하라는 이야기도, 꾹 참고 다니라는 이야기도 아닌 ‘자신의 자리에서 계속해서 오래, 건강히 달리기 위한 이야기’가 진솔하고 의미 있게 느껴져요. 특히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무렵 ‘퇴사’라는 단어가 유행이었고, 요즘은 ‘조기 은퇴’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는 방법’을 말하는 내 책은 눈치가 없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웃음) 하지만 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여전히 버티고 있고, 퇴사를 꿈꾸지만 섣불리 퇴사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월급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많은 직장인들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꿈꾸고, 겉으로는 ‘대충 일해도 월급만 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듯하지만 누구나 ‘사실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내 몫의 일을 잘 해내고 싶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일하는 기쁨과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이요. 그런 마음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 꼭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한 번쯤 회사 말고 ‘다른 무엇’을 꿈꾸어 본 사람, 여전히 회사가 괜찮다가 그만두고 싶다가 하고, 직장 생활 n년만 해야지 하면서도 매년 갱신하며 어느새 n+1년차가 되어 가끔은 머쓱한, 퇴사를 꿈꾸지만 사실은 내 몫의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분들이요. 그런 분들이 이 책을 통해 매일의 출퇴근길 지치고 힘든 몸을 일으킬 수 있는 나만의 ‘정신 승리법’을 찾고, 일을 통해 ‘온전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며, 각자에게 맞는 ‘회사 리듬’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할 재간은 없지만, 이제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영혼 없이 할 것인가, 신념을 가지고 할 것인가. 이 괴로운 선택지 앞에 서 있다. (82쪽)


하는 사람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랜 시간 직장인으로서 일하며 느낀 점은 어차피 회사는 내가 오너도 아니고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의식이나 주도성을 갖기가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내 것이라는 마음’이나 ‘자기주도성’이 일의 동기부여에 있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마음이라는 것도 깨달았는데요. 직장 생활의 불행은 여기서 오는 것 같아요. 갖기 어려운데 갖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


그래도 이왕 하는 직장 생활,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며 포기하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최대한 나의 일을 하고, 영혼 없이 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오너십과 자기주도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 나 스스로를 데려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가 찾은 나름의 방법들이 책에 자세히 나옵니다. (웃음)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


앞으로도 두 개의 나, 직장인과 글 쓰는 사람 사이의 균형과 리듬을 즐겁게 잘 유지해 나가고 싶고요. 그러면서 계속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고 있을 직장인분들,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달 제가 너무 좋아하는 정혜윤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는데요. 작가님이 글을 쓴다는 건 나는 그렇게 살아 낼 거야,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독자들이 책 속의 문장을 읽고 간직하는 이유도 그 문장을 살아내고 싶어서, 그렇게 살고 싶어서라고요. 이 상호작용이 기적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를 결심했던 제가 이 책을 쓰며 계속해서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고 싶어진 것처럼, 독자분들도 책 속에서 직장 생활을 계속 해나갈 힘을 주는 문장, 살아내고 싶은 문장을 만나게 되시길 빌어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지 제공 = 배은지



배은지

10년 차 직장인.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기업문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직장 생활은 딱 10년만 하고 싶었는데, 이제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삶으로 방향 전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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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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