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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양상규 “좋아하는 도시에서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좋아하는 도시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곳이 내가 나고 자란 곳이며 가슴 뛰게 만드는 일이라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여기, 누구나 꿈꾸는 그 행운을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경주시 황남동에 위치한 작은 서점 주인장 양상규의 이야기다. 그는 대학 졸업 무렵 일을 시작해 사진관, 은행 등 서너 곳의 일터를 거쳐 책방을 열었다. 사랑하는 경주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이유,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싶지 않다는 이유, 서점의 그림이 선명히 그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이야기는 책방과 같은 제목의 책 『어디에도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에 담겼다. 경주라는 도시와 책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그의 글을 읽는 일은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 경주를 산책하는 일 같았다. 낙엽 지는 10월의 끝자락, 서점인이자 작가 양상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양상규 작가님,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고요. 경주를 너무 좋아해서 경주에서 작은 서점 ‘어서어서’를 운영하는 양상규라고 합니다.



사진 제공 = 블랙피쉬 출판사



먼저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여쭤볼게요.


생각보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또 책방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분들께 서점에 대한 환상과 현실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야지 더 준비가 잘 된 서점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테니까요. 제가 서점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들과 운영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들을 상세히 담았습니다.


책방 사장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여유롭고 낭만적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시다고요.


우선 출근하면 청소를 하고, 책들을 점검합니다. 훼손되거나 정리가 흐트러진 책들을 정리하고 반듯하게 제자리에 진열을 합니다. 그리고 전날 출판사별로 주문을 넣었던 책들의 대금을 입금해드리고, 손님을 맞이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고, 빠지는 책들을 정리하고, 오픈 때 정리했던 그대로의 진열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마감 때에는 그날 빠진 책들을 다시 출판사 별로 주문을 넣고, 정산하고 마무리합니다. 포스기가 없기 때문에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수기로 이루어집니다.


‘읽는 약’ 책 봉투, 주황색 의자, 경주 등 어서어서라는 서점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 이유도 여쭤볼게요.


많은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어서어서를 이루고 있지만, ‘읽는 약’ 봉투가 대표라고 할 수 있죠. 책을 읽는 약이라고 표현한 참신함이 손님들의 마음을 한 번 사로잡았고, 봉투에 자신의 이름 혹은 선물 받을 사람의 이름을 직접 써드리는 데에서 두 번 마음을 빼앗기고요, 마지막으로 그 봉투를 들고 사진을 찍음으로써 경주 여행의 인증샷을 남기는 거죠.



사진 제공 = 블랙피쉬 출판사



책 곳곳에서 경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납니다. 이런 부분도 있었죠. 출근하다가 문득 대릉원에 가고 싶어져 무던히 발걸음을 옮기고, 돌담길을 걷고 싶어 부러 돌아가는 일은 경주에서 출퇴는 것 자체로 위안임을 뜻한다. 어쩌면 나를 지키는 것은, 경주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151쪽) 작가님께 경주라는 도시가 지닌 의미는 남다를 것 같아요.


경주라는 도시가 가지는 힘이 오묘합니다. 천년의 수도라는 번영의 시기도 있었고, 산과 바다가 조화로우며, 교통의 요지로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너무 좋고요. 시내 한가운데에 능들이 있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데에서 오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고요. 경주 하면 초록색 자연과 햇살과 문화재가 잘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이 떠오르는 것때문인지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지역에 대한 애정부터, 심리적 안정감, 도시 생활에 대한 피로 등 여러 이유로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으로 돌아가 사업을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이 요즘 많습니다. 먼저 그 길을 밟아오신 만큼 조언을 전해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 곳에서 꾸준히 살아온 사람과, 타지역에서 생활하고 다시 돌아온 사람들, 그리고 생전 처음 오는 도시에 여행 와서 살게 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저의 경우는 경주에서 그런 시간을 보냈어요.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경주를 선택했겠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비슷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타지에서 여러 경험을 하고 돌아오면, 이전보다 시야나 생각이 넓어졌을 거예요. 그러니 본인이 잘 할 수 있고, 그 지역에 잘 어울리고, 또 필요한 일을 하면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서점에 책을 들이고, 읽고, 소개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책 팔아 살아남기 위해서는 똑같은 책을 다르게 소개하고 전달하는 자신만의 큐레이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디에도 없는 자기만의 필살기를 확보해야 한다. 그 큐레이션과 필살기가 온라인 서점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적은 수의 책을 보유한 책방들을 살아가게 한다. (194쪽)


서점은 제가 보유하고 있던 책들을 중고책으로 파는 것부터 시작을 했고, 서가를 구성할 때도 제가 읽었던 책 중에서 선정을 해서 서가를 꾸렸어요. 그리고 꾸준히 책을 읽고 있고요. 읽었던 책 중에 너무 좋아서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책들, 신간 중에서는 읽고 싶은 책들을 입고하고, 계속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동네서점 주인이 자기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에 대해 모른다면, 고깃집 주인이 고기를 팔면서 어느 부위기 어떤 용도인지 모르고 판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힘을 얻는 곳은 무엇인가요? 책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 등 매출과 같은 수치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점을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예요. 저도 경주에서 책을 만져보고 사고 싶은데 동네서점은 참고서나 문제집, 기술서만 판매한 지 오래되었고, 인터넷 서점은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저는 서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책을 만지고, 사는 행위도 모두 포함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서 직접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손님에게 들은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오래 있어 주세요’라는 말입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오래도록 어서어서를 운영할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 = 블랙피쉬 출판사



책방에서 판매되는 책의 비중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개인 서재에 있는 책이 30%, 서재에 없는 책이 70%라고요. 이 지점에서 어려운 점이나 아쉬운 점은 없나요?


분명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만, 저희 서점은 관광지에 있고 여행지의 특성을 가진 서점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많이들 찾으시더라고요. 특히 선물용으로 책을 많이 구매하는데 선물 받으시는 분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다양한 책을 많이 구비하고 있습니다. 서점의 문턱이 낮아야 서점 안으로 들어올 테니까요.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책 또는 작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행 에세이 쓰시는 변종모 작가예요. 제가 너무 좋아해서 서점에서 북토크도 하고, 서울 가서 뵙기도 했는데요. 특유의 촉촉한 문장들이 너무 좋아요. 사진도 정말 잘 찍으셔서 글이랑 너무 잘 어울립니다. 저희 손님께도 이 작가님 책 추천해드리기도 해요. 추천해드리면 다른 책 들도 다 구매하시더라고요. 참 뿌듯합니다.


매월 마지막 주 3일은 서점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나신다고요. 그중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책방이고요. 최근 다녀오신 동네책방 중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요.


부산 영도에 있는 ‘손목서가’라는 책방인데요. 유진목 시인이 직접 운영하시는 서점인데, 유진목 시인의 서가가 궁금해서 처음 방문했었어요. 두 번째는 영도 바다에서의 일몰을 보기 위해서였고요. 그 이후로 여러 이유로 부산에 가게 되면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들려주세요.


지금의 어서어서는 관광지에 위치해 있어서 경주분들의 방문 비중이 상당히 낮습니다. 아무래도 북적이고 복잡하니까요. 그래서 경주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두 번째 공간의 이름이 ‘이어서’가 될 것 같아요. 어서어서의 두 번째 공간이라는 뜻도 있고, 어서어서의 의미를 잇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고 있을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이 책을 많이 읽으라고 이야기하지만, 책에 빠지는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지 않던 제가 군대를 전역하고 책에 빠지게 된 것처럼요. 그 역할을 동네서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커피 문화가 동네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처럼, 동네서점들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동네서점에서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요. 서점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동네서점들이 많이 생기면 앞으로 책방의 미래와 독서 문화는 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양상규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경주를 너무 좋아해서 경주로 여행 오시는 분들과 좋아하는 책 이야기와 경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서점이기보다는 저자의 서재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기분으로 서점을 시작했다. 어디에나 있는 게 서점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아 서점 이름을 지었다. 지금의 어서어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늘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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