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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추적단 불꽃 ‘우리’이기에 가능한 싸움에 함께한다면



N번방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2020년 3월은 떠들썩했다. 불법촬영, 성착취, 지인능욕, 딥페이크* 등 2016년 소라넷 폐지 이후 사라졌어야 마땅한 디지털 성범죄는 텔레그램과 다크웹으로 옮겨가 더욱 치밀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알고 싶지 않고, 믿고 싶지 않은 이 일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두 명의 20대 여성으로 이루어진 추적단 불꽃.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일을 이 두 사람은 기록했고, 밝혀냈다. 사건을 처음 발견한 1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기록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에 담겼다. 외롭고 지난한 시간을 견뎌온 이들의 손을 맞잡고, 이제는 ‘우리’이기에 가능한 싸움에 함께한다면 어떨까. 두려움과 무력감은 위로와 용기가 되어 단단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얼굴, 신체를 합성한 영상 편집물.




“그럼에도 감히 부탁드립니다. 사건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인지해주세요. 저희가 이 사건을 계속 취재하는 이유는 계속되는 묵인이 불러일으킬 폐해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7쪽)”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N번방 사건을 최초 보도, 신고한 2명의 기자단입니다. N번방을 발견 후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에 협조하며 현재까지도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출간했습니다.


올 3월 N번방 최초 보도 이후, 약 6개월 만에 책이 출간됐어요.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시다고요.


책 출간 이후 감사하게도 많은 기자분들께서 인터뷰 요청을 주셔서, 요즘은 하루에 2, 3건 정도 인터뷰를 다니고 있습니다. 또 지금의 디지털 성범죄는 어떤지 지속적으로 취재해 유튜브트위터 등을 통해 ‘지금’의 디지털 성범죄의 현 상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공모전의 일환으로 취재를 준비하던 시기의 이야기부터 담겨 있어요. 하루 5시간 동안 증거를 모으셨다고요. 사건의 잔인성과 더불어, 일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 같은 것들과 더불어 계속하겠다는 마음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계속해야 한다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에 대해 들려주신다면요.


이 일들은 해당 사건을 취재하는 내내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우리마저 이 사건을 외면한다면 피해 여성들은, 피해 아이들은 누가 지킬까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또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이자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어요. 가해자들의 성희롱 대화들을 지속적으로 보고, 다짐하는 일도 하나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들의 대화를 보고 있으면 증오, 분노가 너무 커져서 ‘그래, 지금은 너희가 이렇게 떠들어도 언젠간 죗값 꼭 치르게 해 줄게’라며 다짐했어요. 그들의 피해자의 사진을 주고 받으며 놀이로 소비할 때, 저희는 그들의 행각을 캡쳐해 남겼죠. 그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하나라도 막자는 일념이었어요.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며 우리는 1년 넘게 잠입 취재를 수행했다. … 사건 해결은 더뎠고 모니터링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매일 매순간 찾아왔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텔레그램 가해자들은 계속 피해자를 공격하고 있었다. (35쪽)


책의 2부 ‘불과 단의 이야기’에는 두 분이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가 담겨 있어요. 책에 사건에 대한 취재기만이 아닌, 에세이 형식의 글을 넣은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희는 20대 여자 두 명이에요. 2부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의 삶이 어떤지 알리고 싶었고, 이 사회에서 20대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때로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대단해서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저희도 일반적이고 평범한 여성이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기도 했어요. 사실 1부와 3부는 연결이 되는 이야긴데, 읽기가 참 힘들잖아요. 2부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쉬어가는 장을 만들어보자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책 전반에 두 분의 조심스러운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도 윤리에 대한 문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책 출간에서 가장 고민스러웠거나 우려하던 지점에 대해 여쭙습니다.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게 피해자분들의 신상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드러날까 걱정됐죠. 가해자들이 피해자분들의 사진을 프로필 사진 등으로 해 놓는 경우가 있어서, 사진 자료를 꼼꼼히 살폈죠. 또 아무래도 저희가 대학생이고 책을 써 본 경험은 없어서, 저희가 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우려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많은 분들께서 저희의 의도를 잘 파악해주시고, 책을 읽어주셔서 마음이 놓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사건 이후의 후속 조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대중의 꾸준한 관심 등 N번방 이후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한 가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게 없을 만큼 다 너무 중요한 일인데요, 중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범죄가 다시는 세상에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거예요. 검거와 처벌을 강력히 해서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가 판을 치지 못하게 뿌리를 잘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양형위원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발표했는데요. 기준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어요. 디지털 성범죄는 저지르기 너무 쉬워요. 쉬우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범죄에 빠져드는 거죠. 이게 범죄라는 인식을 전 국민이 합의할 수 있도록, 법으로써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게 해야합니다.


근데 사실 이건 사건 발생 이후의 이야기고요.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하잖아요. 지금의 입법이나 정부 대처는 정말 미흡하거든요. 피해자분들이 가장 원하시는 건 영상에 대한 삭제 지원인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24시간 이내에 삭제 지원을 하곤 있는데, 사후 모니터링까지 잘 되고 있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피해자분들에 대한 지원절차를 좀 더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해자분들의 일상에 대해서도 여쭤볼게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제공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희랑 연락하시는 분들을 보면, 본인의 일상을 회복하려 노력하면서 살고 계세요. 하지만 여전히 힘들어하고 계시기도 해요. 본인의 영상이 어딘가에 돌아다닐까 싶은 마음, 그 불안함이 일상을 계속 괴롭히는 거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하면 24시간 이내에 삭제가 되지만, 문제는 ‘스트리밍’이에요. 스트리밍은 바로 영상이 송출되는 거라 현재 법안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고 해요. 이런 것들을 정부에서 확실히 대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N번방 피해자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네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 물음은 쉽게 범죄의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이에 대해 한 마디 들려주신다면요.


지나가다가 지갑을 도둑맞는다면, ‘내가 지갑을 손에 들고 다녀서 도둑을 맞았구나’하고 자책을 할 것인지 묻고 싶어요. 피해자들은 범죄의 피해를 당한 건데 왜 그 피해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묻는 것인지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아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정조의 죄를 물었던 역사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세상은 변했고, 범죄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에요.


피해자 중 어린 여자 청소년이 많은 이유는 뭘까? 범죄자들이 그들을 ‘목표물’로 삼았기 때문이다. … 피해자에게 ‘왜 그랬느냐’는 질문은 가해다. 우리는 가해자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193쪽)


디지털 성범죄를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요? 잘못된 성적 호기심 때문이라든지, 음란물 중독과 같은 이유로요.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대중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에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도 여쭙습니다.


명백한 사회 문제죠. 처음 시작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였어도, 디지털 성범죄 특성 상 유포와 동시에 가해자의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웹하드 카르텔'로 거대한 성 산업화 되었는데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각박했죠. 사회 전체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방관한 것입니다. 이 역사 자체가 길기 때문에 그동안 사회적 안전망을 공고히 해놓지 않은 어른들과 사회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죠.


위 질문과 이어지는 질문일 수도 있겠고요, 살짝 비껴간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최근 ‘아이들 프린세스’라는 게임이 아동,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한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사실 게임, 광고, 영화 등 문화 전반에서 빈번히 일어나던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같은 문제들은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었지요. 이런 것들이 계속 쌓여와서 그릇된 성 의식이 커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동의합니다. 여성 성적 대상화를 넘어서 미디어 콘텐츠 속 여성은 타인에 의해 성을 빼앗기는 형태로 그려지거든요. 그랬을 때 정말 위험한 계층은, 사회적으로 성을 은폐하고 악마화하는 보수적인 시각과, 여성의 성을 착취하려는 이들 사이에서 소비되는 여성들이라는 거죠. 사회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는 걸 ‘문란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 또한 같은 잣대로 평가되고 있어요.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괜찮고,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란하다? 사실 정말 문란한 것은, 여성을 ‘잠재적 꽃뱀’으로 보는 가부장적 시선이죠. 그릇되지 않은 성교육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하는데, 기존에 해왔던 성교육을 고집하는 위선자들이 왜곡된 성 의식을 유지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고 봅니다.


두 분의 계속적이고도 독자적인 활동을 기대하고 지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공공기관과 협력해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고 합니다. 또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은 유튜브, 강의 등을 통해 계속해 나갈 예정이고요. 어떠한 계획을 자세히 세운다기보단, 이 나라에 뿌리내린 디지털 성범죄의 싹을 자른다는 목표를 가지고 저희가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려 합니다.


인터뷰를 읽고 있을 분들께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희 책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독자분들께서 저희 책을 사 놓고 마음이 아파 못 읽겠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책을 읽어 달라고 강요를 할 순 없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이 나라의 여성과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같이 ‘우리’로 연대하며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고 싶어요!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우리의 힘은 더 강해진다고 믿습니다.



사진 제공 = 추적단 불꽃



추적단 불꽃

추적단 불꽃은 두 사람으로 구성된 아웃리처 활동집단이다. ‘불’과 ‘단’이 나란히 서 있을 때에야 비로소 불꽃이라는 이름을 호명할 수 있다. 이들은 대학생의 신분으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취재하여 세상에 디지털 성범죄의 실상을 알렸다. 최초 보도자인 동시에 최초 신고자로서 경찰과 협력해 수사를 진행했다. 불과 단은 실명과 얼굴을 일체 공개하지 않은 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를 밝혀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디지털 성범죄 현장’ 강의를 진행하며 성범죄 근절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트위터·인스타그램 @56flame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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