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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책으로만 담을 수 있는 것”



2017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소설가 장강명은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의 진행을 맡았다. 책을 소개하고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라디오인 독서 팟캐스트는 다른 팟캐스트와는 조금 다른 고민을 끌어안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인 독서를 ‘말하고 듣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장강명의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는 이런 고민을 담았다. 말하고 듣는 방식으로 독서 인구를 늘릴 수 있을까? 왜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조차 도서관에서는 조심스러워질까? 책, 그게 대체 뭐라고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단 말인가? 바꿔 말해 이 책은 ‘말하고 듣는’ 방식이 더 친숙한 사람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고민들을 담은, ‘읽고 쓰는’ 세계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직도 책을 진지하게 읽는 독자분들께 어떤 위로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고 제 처지도 전하고,”

- 인터뷰 중에서


반갑습니다, 장강명 작가님. 『책, 이게 뭐라고』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표지에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이라고 적혀 있어요.


안녕하세요, 소설가 장강명입니다. 사실 이번 책을 내면서 제목을 ‘책, 이게 뭐라고’로 할지, ‘읽고 쓰는 인간’으로 할지 편집부와 함께 무척 고민했어요. 제목은 결국 ‘책, 이게 뭐라고’가 되었지만 편집자님이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으로 표지에 넣어주셨습니다. 사실 이 말은 저라는 인간을 설명하는 정확한 말이기도 해요.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기자였고, 그 전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예전에도 지금도 ‘말하고 듣는 일’보다는 ‘읽고 쓰는 일’이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5년 만에 신혼여행』 이후 두 번째 에세이입니다. 책을 낸 소감을 여쭤보고 싶어요. 소설을 쓰는 온도와 에세이를 쓰는 온도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다른 작가분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소설을 쓰는 일과 에세이를 쓰는 일이 많이 달라요. 소설을 쓰는 일은 보다 업무 같은 반면 에세이는 쓰면서 치유 받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에세이는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저를 위해서 쓴다는 기분으로 써요. 가끔 소설은 쥐어짜는 기분으로 쓸 때도 있는데 에세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그만큼 원고를 마쳤을 때 성취감은 소설이 더 크지만요. 저는 스스로를 ‘에세이 작가’보다는 ‘소설가’라고 생각하지만, 에세이를 쓰는 기분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렇게 소설과 에세이를 번갈아 가며 쓸 것 같습니다.


책이 나오고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주변 지인들의 공통된 반응은 “책 표지 일러스트가 너랑 똑같이 생겼다”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초기 시안에서는 일러스트 인물의 눈이 꽤 또릿또릿했는데, 수정 작업을 거쳐 작고 처진 눈으로 그림이 바뀌었거든요.


독자 반응을 인터넷으로 읽으며 ‘가벼운 듯 가볍지 않다’는 말과 ‘꽤나 시니컬하다’는 평가가 많은 걸 보고 혼자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일부러 무겁게, 혹은 냉소적인 톤으로 쓴 건 아니에요. 딴에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들도 꽤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라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퍽 진지하고 한편 시니컬한 사람인 모양입니다. 원래도 모르지는 않았지만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 지금은 종료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의 대문 사진. 왼쪽이 요조, 오른쪽이 장강명 작가. (이미지 제공=arte)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책이 작가 장강명의 읽고 쓰는 인간으로서의 “계속 써보겠다”는 출사표로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에게 이번 책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엄청난 각오를 담아서 어깨에 힘주고 쓴 책은 아니에요. 다만 저라는 사람이 워낙 책 속에 사는 사람이라, 작가가 됐을 때부터 언젠가는 책에 관련한 에세이를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떤 책을 쓰게 될지는 몰랐지만요.


그러다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요조님과 함께 진행하게 됐습니다. 말하고 듣는 세계인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책과 사람의 관계, 저에게 있어서의 책의 의미, 지금의 출판 시장, 나라는 작가는 어떤 책을 써야 하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이다 보니 글이 나아갈수록 뒷부분에서는 저절로 출사표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이 책을 제가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기도 하고 좀 걱정도 됩니다. 게으른 작가가 되고 나서 이 책을 보면 무척 부끄러울 거 같거든요.


나는 독자들의 문예운동이 신인을 발굴하는 큰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운동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대상이 되는 작가나 추천 도서가 아니라, 평범한 독자들이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는 행위와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_장강명, 『당선, 합격, 계급』, 384쪽


‘보는(듣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독서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책 몇 권을 홍보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독서라는 행위의 즐거움을 알리고 사람들이 독서 프로그램 없이도 책을 집어 들게 하는 것.

_『책, 그게 뭐라고』, 270쪽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에서 언급한 ‘독자들의 문예운동’의 연장선에 『책, 이게 뭐라고』의 고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서로 책을 추천하는 독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요. 책 추천의 한 방식인 팟캐스트를 마무리한 지금, 다음번엔 어떤 형태의 책 추천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음, 특별히 고민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제게 여유가 있을 때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매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또 해볼 거 같기는 해요. 책 이야기를 하는 게 저 자신이 즐겁기도 해서요. 한편으로는 올해 말에 계간 서평 잡지가 새로 나온다는데 (제가 참여하지는 않지만)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와 별도로 저는 2014년경부터 페이스북에서 그때그때 읽은 책을 서너 줄씩 짤막한 감상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그 작업은 계속해서 할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시작한 일인데, 몇 년째 하다 보니까 애착이 들었거든요.


나는 축구공에 흥미가 없고 이야기에 정신이 팔리는 아이였다. 지금도 그렇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고, 사실 큰 관심도 없다. 이런 접근법에는 큰 장점이 있다. ‘왜 읽어야 하는가, 왜 써야 하는가’를 두고 소모적인 고뇌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_『책, 그게 뭐라고』, 157쪽


“책을 왜 읽어야 되느냐”는 질문 대신, “왜 이 책을 읽어야 되느냐”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기에 이 책은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인가요?


저자가 이런 말을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책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아요(출판사 관계자분들께 죄송합니다). 그보다는 아직도 책을 진지하게 읽는 독자분들께 어떤 위로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고 제 처지도 전하고, 책 얘기 이런 건 어때요, 하고 수다거리도 제안해보고요.



(이미지 제공=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를 제외하고, 작가님이 선호하는 ‘말하고 듣는’ 채널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구독하는 채널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책에 관련된 채널이 아니어도 괜찮은 거지요? 유튜브로 마릴린 맨슨, 나인 인치 네일스, 후버포닉, 카로 에메랄드, 카티카 일레니 등의 뮤지션 채널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또 ‘오시이’(Oshies World)라는 골든 리트리버 개의 채널도 구독하고 있고요.


구독하고 있지 않더라도 국내외 유명 반려견들의 영상이나 개들을 위한 산책 영상도 종종 찾아봅니다. 개들을 위한 산책 영상은 사람이 아니라 집 안에서 산책을 가지 못하는 개들이 보라고 만든 영상인데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영화 예고편 사이트도 구독하고 있어서 정작 영화는 잘 안 보면서 영화 예고편은 거의 다 보고 있습니다.


나는 궁금하다. 왜 일곱 살짜리조차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그런 환상을 품는지. 왜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조차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어가면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지. 책, 그게 뭐라고?

_『책, 그게 뭐라고』, 22~23쪽


팟캐스트와 함께 책을 마무리한 지금, “책, 그게 뭐라고?”의 답을 찾으셨나요?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의미’가 아닐까요. 우리 인간은 결국 언어로만 의미를 표현할 수 있고, 언어가 길어질 때 그걸 흐트러지지 않게 기록하는 방법이 책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크고 복잡한 의미는 긴 언어로 붙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크고 복잡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매체는 현재로서는 책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올해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얼마 전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작법서 원고를 마쳤고, 11월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밖의 출간 계획은 마음속에는 대강 있는데 제가 자꾸 스스로 정해놓은 마감을 어기는 바람에 밖으로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요. 당장 집중하는 원고는 『재수사』라고 가제를 정한 범죄소설인데, 현재 책 두 권 분량만큼의 원고를 쓴 상태입니다. 열심히 써야 합니다.


언젠가 꼭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소설, 읽고 잊을 수 없는 소설, 소일거리가 되지 않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이런 소망을 꿈꾼다고 이룰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자유롭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성실하게 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오래 지켜봐 주세요.





이미지 제공=arte (ⓒ방문수)


장강명

소설가.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등 다수의 장편소설과 연작소설집 『산 자들』,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 이 있다.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과 에세이집 『5년 만에 신혼여행』 『책, 이게 뭐라고』를 썼다.



Editor - 임채원
chaewon418@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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