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황윤 “어제를 걷는 오늘의 이야기”

5호선 천호역의 10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눈앞에 백제 유적이 펼쳐진다. 3세기에 지어진 풍납토성이 그것이다. 주택가 사이에 자리 잡은 풍납토성을 비롯해 방이역 근처의 방이동 고분군, 석촌역 근처에 위치한 석촌동 고분군 모두 백제의 유적이다. 천만 시민이 살고 있는 서울에 이토록 생생하게 백제의 유적이 남아 있음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황윤 작가의 글은 우리 바로 곁에 있는 백제를 역사 속에서 끄집어내어 보여준다. 무심히 지나치던 일상의 공간에 1,600년 전의 풍경이 겹쳐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볼 수 있는 경험을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이 선사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한국도 박물관 문화가 발달되어 잘 구비되었고, 이집트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는 국내 박물관과 유적지만 방문해도 깊고 충분한 이해가 가능해졌다. 이 책이 바로 그 증거이기도 하다.
_『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7쪽
안녕하세요, 황윤 작가님. 인터뷰에 앞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대중 역사 에세이를 쓰고 있는 작가 황윤입니다. 글 쓰는 일 외에 하던 일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쉬고 있습니다. 쉬는 김에 그간 구상해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고요. 앞으로 2, 3년간은 박물관·미술관·유적지 등을 소재로 한 원고 작업에 삶의 에너지를 쏟을 예정입니다.
박물관(『박물관 보는 법』)과 고미술품(『중국 청화자기』)에 대한 이야기, 삼국시대 김유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에 이어 이번엔 백제에 대한 책을 내셨습니다. 작가님의 넓은 관심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번 책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은 백제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주변에 쉬기 위해 경주를 종종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물어보면 고분을 보러 간다고 하더군요. 고분의 아늑한 분위기가 좋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도 서울에 살면서 서울에 백제 고분이 있다는 걸 모르더랍니다. 솔직히 놀랐어요. 서울에 사는 사람도 백제 고분이 서울에 있다는 걸 모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백제 고분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요.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성백제를 시작으로 공주, 부여, 익산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백제를 소개하는 여행기를 쓰려고 했습니다. 우리 바로 옆에 백제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요.

▲ 방이동 고분군. 5호선 방이역 혹은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도보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사진 제공=황윤)
이곳에는 과거와 현대가 함께하는 보기 드문 구경거리가 만들어진다. 바로 3~5세기에 만들어진 백제 석촌동 고분과 2016년 준공된 잠실 롯데 타워가 그것이다. 554m의 높은 롯데 빌딩에 야간 조명이 켜지자 때맞추어 백제 고분군에 설치된 야간 조명도 함께 켜지며 당대 한반도 토목 기술의 결정체가 무려 1600년 역사를 건너 빛으로 하나가 된 장면.
_『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15쪽
‘역사 여행 에세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취하고 있어요. 역사 기행문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요.
본래도 여행 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덕분에 국내 역사 유적지는 거의 다 돌아본 것 같아요. 특히 여행하면서 여행에 테마나 이야기를 붙여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백제도 그렇게 여행하던 테마 중 하나였습니다. 책읽는고양이 출판사 대표님이 제 이야기를 듣고는 여행기만으로 책이 될 수 있다며 제안해주셨습니다. 제 여행을 가감 없이 그대로 글로 옮긴 에세이라 역사를 소개하고 가르치는 책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200쪽 남짓이라 실제로도 가볍고요. 지도나 사진 자료를 전혀 싣지 않은 점도 신선했습니다.
도판을 싣지 않은 건 최종적으로 출판사의 결정이었습니다. 사진을 실을까 일러스트를 실을까 고민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고,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국 글로만 이루어진 책으로 결정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어릴 때 글로만 이뤄진 책을 읽어나가며 상상력이 발달했던 것 같고요. 요즘 나오는 책들이 지나치게 친절한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백제의 역사는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데다가 수학여행 등으로 많은 사람에게 친숙할 테니, 사진이 없어도 책 속의 여행을 함께 따라오며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배우고 가보았지만 지금은 잊어버린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책의 목표였습니다.
함께 여행하며 대화를 나누듯 쓰인 문체가 인상적이었어요. 고분 사이를 걸으며 메모하고 집필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이 책을 위한 취재를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20여 년간 셀 수 없이 자주 다녔던 장소들에 대한 책이거든요. 수많은 여행의 기억을 모으고, 재조립하여 하나의 여행으로 다시 풀어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쓴 책 『박물관 보는 법』을 냈을 때 책에 소개된 박물관들을 꼭 가보고 싶다는 후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그 점에서 영감을 받아 설명 형식이 아닌 여행을 하듯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형식의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로서, 특별히 백제에 애정을 갖는 이유가 있나요?
특별히 백제의 유물이나 유적에 애정을 갖는 건 아닙니다.(웃음) 정확히 말하자면 삼국시대 역사 전부에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제, 신라, 가야 등 각각의 개성과 유적지, 유물을 모두 사랑하고요. 다만 현재의 북한, 즉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이나 고구려 유적은 직접 보지 못해 고구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점이 아쉽네요. 이번 백제 책이 조금이라도 더 흥해서 신라와 가야에 대한 이야기도 책으로 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신라, 가야 여행도 기대되네요. 여러 테마의 역사 여행이 있겠지만, 그중 특히 백제 여행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백제의 역사를 따라가는 여행은 무엇보다 접근 난이도가 낮아서 매력적입니다. 신라를 만날 수 있는 경주는 긴 역사가 복잡하게 섞여 있어 시대별 분류가 어렵고, 가야는 지역별로 이야기가 나뉘어 있어 종합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백제는 한성에서 시작하여 공주, 부여, 익산으로 차례로 이동하며 감상하면 서서히 발전하는 백제의 모습을 저절로 만나게 됩니다. 이번 책에서는 건축의 발전사를 중심으로 그 모습을 설명했고요.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발전하는 모습,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백제가 선보인 개성적인 건축물과 석탑을 살펴보며 백제의 역사와 연결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순서대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역사에 대한 접근 난이도를 많이 낮춰주지요. 다만 책의 챕터처럼 한성, 공주, 부여, 익산의 순서대로 여행해야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삶에 휴식과 일탈이 필요하신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책을 통해 잠시 색다른 공간에 들어가는 거죠. 그리고 주말에는 슬쩍 백제 유적지로 여행을 다녀오면 삶의 전선에 복귀했을 때 한동안 힘이 날 겁니다!
이 책을 읽고 백제 여행을 떠나려는 독자에게 여행에 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백제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이 책을 읽는 겁니다.(웃음) 수없이 여행을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백제를 가장 개괄적으로, 또 쉽게 알 수 있는 코스로 이 책을 구성했습니다. 책과 백제 여행을 통해 백제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책에서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백제 유적을 방문하여 조금씩 더 살을 붙여나가며 백제의 전체를 그릴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말하지 못했지만 ‘국보 84호 서산 마애삼존불’이나 ‘보물 45호 석조여래좌상’ 등은 백제의 중요한 유적입니다. 이런 것들을 찾아보며 거기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분만의 백제 여행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전문가라야만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각 지역에 산재된 유적지를 쭉 방문하다보면 누구나 쉽게 백제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1세기 들어와 한국 박물관과 유적지의 설명 방법 및 구성이 방문객에게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과거에 비해 설득력 있는 공간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_『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6쪽
작가님의 다음번 여행 테마는 무엇이 될까요?
이다음으로는 경주에 관한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백제만큼이나 제가 좋아하는 신라의 역사 여행이죠. 아마 백제 멸망 이후의 한반도 역사가 주된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이렇듯 가능하다면 삼국시대 이야기를 계속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조선시대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책이 나온 데 반해, 삼국시대는 그렇지 않거든요. 참으로 열정적이고 멋진 시대였다고 생각하는데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고 계실 독자분들에게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책을 통해 백제 여행을 함께하고 즐거우셨다면 다음 여행에도 함께 해주세요. 즐겁고 색다른 여행 코스를 계속해서 선보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황윤)
황윤
작가. 소장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 혼자 박물관과 유적지를 찾아 감상·고증·공부하는 것이 휴식이자 큰 즐거움이다. 대학에서는 법을 공부했다. 유물과 미술 작품에 대한 높은 안목으로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관련 일을 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사 교양을 대중화하고자 글을 쓴다. 삼국 시대와 신라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박물관 보는 법』 『도자기로 본 세계사』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를 썼다.
Editor -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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