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박균호 “세상은 넓고 책은 많아요”

‘즐거운 책 읽기’가 가능한지 궁금한 사람, 혹은 그간 의무적으로 독서를 해온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다독가이자 직장인 작가 박균호의 독서 에세이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가 그것이다. 책에는 ‘읽다 보면 너무 재밌어서 집에 콕 박혀있고 싶은’ 스물여덟 권의 서평이 담겼다. 책을 두고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건넨 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세상은 넓고 책은 많아요.” 명쾌한 한 마디를 곱씹다 보니 완독하지 못한 채 꽂아둔 책에 대한 죄책감이 사그라들었다. 손 가는 대로 펼쳐도 괜찮다는 위안을 얻었다. 그가 말하는 책 읽기의 재미부터 친근하고 유쾌한 서평 쓰기의 노하우까지. ‘집콕’이 꼭 필요한 이 시대,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인터뷰를 준비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내와 딸과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자, 책을 좋아해서 독서 에세이를 여러 권 낸 박균호입니다. 희귀본이나 절판본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는데요. 그 경험을 살려서 2011년 『오래된 새 책』이라는 인생 첫 책을 냈습니다. 절판이 되어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책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엮은 것이지요. 부족한 가장으로서 아내와 딸에게 늘 실수를 하고 훈육(?)을 당하는 재미난 사건들을 엮은 『독서 만담』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깊은 학문이나 사상의 힘으로 책을 쓴 것이 아니고 제가 겪었던 일을 재료 삼아 저작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26년째 중고등학교 교사로 계시면서, 북 칼럼니스트, 작가로 책도 쓰고 계시지요. 주로 책과 관련한 일과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교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축복받은 직업이 아닐까요? 저는 영어교사로 오래 일했는데,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영어에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가능한 재미나게 가르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제가 주로 사용한 방법은 영어교과서에 나오는 지문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 재미난 이야기는 제가 읽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고요.
책을 통해서 신기하고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교사는 그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직업이지요. 제가 책에서 읽은 내용을 학생들에게 언제든지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제가 가르치는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골라서 들려주는데 그렇게 하니까 학생들이 영어를 덜 지겨워하더군요.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것들을 따로 메모해 두는데 그 습관이 확장되어서 집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무시간에는 아무래도 여유가 없어서 주로 저녁이나 주말, 방학 기간에 집중해서 책을 읽습니다. 동네 도서관은 애용하는 집필 장소예요. 요새는 노트북 열람실이 따로 있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있습니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를 쓰시게 된 배경에 대해서 여쭙습니다. 책, 독서, 인문학이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알리고 싶으셨다고요.
‘집콕’이라는 말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드리자면, 저는 책이 너무 재미나서 밖에 나가고 싶지 않고 집콕하고 싶다는 의미로 붙인 제목이에요. 마침 코로나19 때문에 독자들은 이 말을 ‘돌아다니지 말고 집콕하자’는 뜻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튜브보다 더 재미난 것이 책을 통해서 인문학 여행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재미난 책과 신기한 지식을 들려 주자는 목표를 가지고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를 썼습니다.
책에서 독서가 줄 수 있는 재미에 대해 설명하셨지요. 그 중 작가님께 있어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인가요?
독서는 ‘자기만의 방’을 마련하는 행위입니다. 현실 세상살이가 고달플수록 책이 마련해주는 나만의 방이 안락하고 위안을 주더군요. 요새 읽고 있는 『한국사회풍속야사』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옛날 기생집에서는 절대로 장작을 사용해서 불을 지피지 못했고, 낙엽이나 마른 솔잎만으로 땔감으로 사용했답니다. 기생집을 드나드는 사내들이 기생을 두고 싸움이 나는 일이 빈번해서 무엇이든 무기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일체 기생집에 둘 수 없었다는군요. 책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줍니다. 이런 재미난 사실을 알지 못했던 바로 전의 순간이 안타까워질 지경이에요. 책을 통해서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고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경험이 저에겐 책이 주는 선물이자 즐거움입니다.
책에서 소개한 스물여덟 권의 책은 어떻게 고르고 추리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기준이 있었나요?
앞에서 말했듯이 ‘너무 재미나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책’을 골랐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보다 더 재미난 책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재밌는 지식이 실려 있는 책들을 골랐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먹고 사용하는 단팥빵이나 연필에 이토록 기구한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감탄을 하게 되실 거예요.
이번에는 서평 쓰기에 대한 질문을 드립니다. 인문학의 모태가 된 책 사냥꾼 이야기부터, 유교사상, 전쟁론, 동물복지 등 범위가 무척 넓은데도 쉽고 재미있게 읽혀요. 쉽게 읽히는 서평 쓰기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을 토로하자면 저는 공부를 많이 한 학자가 아니어서 전문 비평가처럼 서평을 쓸 수 없어요. 좋은 책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제가 서평을 쓰는 이유이기 때문에 가능한 쉽고 재미나게 소개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전문 비평가들은 정확하게 평가를 하는 입장이니까 재미보다는 객관적인 기술 위주로 가다 보니 일반 독자들이 어렵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읽고 재미난 책만을 소개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제 서평은 쉽고 재미나게 읽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주제에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책 내용과 관련이 있는 저의 일상 이야기로 서평을 시작하는 것이 저만의 습관입니다. 책 내용을 일상생활의 에피소드와 연결시키는 제 습관은 아마도 영어교과서와 제가 읽은 책 내용을 연결하려는 오랜 교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 같습니다. 도망치려는 아이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제가 하는 말이 어쨌든 재미나야 한다는 절박한(?) 처지 말입니다.
읽기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사람, 또는 책 고르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아마도 작가가 되면서 가장 많이 받아 본 질문 같네요. 이런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쓴 책이 『BOOK 소믈리에가 권하는 맛있는 책』이랍니다.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에 관한 책이에요. 제가 『모비 딕』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 판본을 모두 샀어요. 워낙 두꺼운 책이니까 사두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어요. 어느 날 이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재미 난지 아껴가면서 읽게 되더라구요. 유머도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 넘치는 문장도 많았고 고래와 포경업에 대한 신기한 사실도 많았습니다. 제 인생 책이 되었죠.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일단 읽어보시라’는 거예요. 책 읽기도 시작이 반입니다.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제발 과감하게 던져 버리시고 다른 책을 읽으세요. 세상은 넓고 책은 많습니다. 재미가 없는 책을 껴안고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독서에 해로운 것이 없어요. 인터넷에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좋은 책을 읽다 보면 아직도 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영역이 무한하다는 생각에 도달할 거예요.
기술의 발달로 글보다 영상을 접하기 더욱 쉬워진 오늘날입니다. 또 코로나19등 여러 이슈들로 외출이 어려워진 이 시점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상이 책보다 더 첨단의 매체이지만 사후 활동을 하기엔 책이 더 편리합니다. 가령 감명 깊은 장면을 메모를 한다고 생각해봅니다. 책은 밑줄을 긋고 옮겨 적기가 싶잖아요. 영상은 후딱 지나가버려서 되돌려야 하고 내용을 요약하고 받아 적기가 곤란하죠. 책은 가장 오래된 매체 중의 하나이지만 가장 편리한 매체이기도 합니다. 독서가 꼭 필요한 일은 아니에요. 책을 읽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은 너무나 많습니다. 다만 책을 읽으면 확실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을 더 잘 설득시키고,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이 남달라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또 가면 갈수록 글쓰기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당장 대학을 가려고 해도 자소서가 참 중요하고 직장인들에게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필요하고요. 독서는 글쓰기 능력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작가로서, 또 독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작가로서는 딱히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것 같아요. 직장인으로서 이미 8권의 책을 냈고 앞으로도 몇 권 더 나올 예정이니 뭘 더이상 바라겠습니까.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독자들이 가끔 제가 쓴 글을 되새기게 된다면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가가 꿈꿀 수 있는 가장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군요. 독자의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고전을 읽고 싶어요. 제목만 알고 있는 고전을 직접 읽었을 때의 감동과 성취감은 정말 남다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제 책을 너무 진지하게 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 책으로 뭔가를 배우려고 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많이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어서 제 책에 깊은 사상이나 관념이 있지는 않거든요. 그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 사람은 이 책을 이렇게 읽었구나’ 라는 정도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책을 읽고 한 순간이라도 피식 웃게 되고, 신기한 사실에 무릎을 한 번이라도 탁 치게 된다면 저는 참 행복할 거예요.

박균호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이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5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독서평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웹진》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청소년을 위한 독서 칼럼을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는 『오래된 새 책』, 『아주 특별한 독서』,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 』, 『수집의 즐거움』, 『독서만담』,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가 있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9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된 바 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도 선정되었다.
글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사진 | 저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