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책』 이동학 “우리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습니다”

몇 해 전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전 세계로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하는 중국의 어느 마을에 관한 이야기였다.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가 익숙한 그곳의 어린아이들은 세계 각국의 언어가 실린 비닐 포장재로 공부를 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공한 물을 휘저으며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었다. 꾸밈없는 영상 한 편에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었다. 무책임했던 지난날의 민낯을 비추는.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금지 법안 통과 이후, 지금 전 세계는 ‘쓰레기 대란’을 겪는 중이다.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는 한편, 빈곤한 국가에 암암리에 파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그리고 여기, 어쩌면 누군가는 궁금해하지 않을 쓰레기라는 문제를 주워 모은 사람이 있다. 『쓰레기책』 이동학 작가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 떠난 여행에서 눈앞에 와 있는 환경 문제를 목격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면, 그의 말에 먼저 귀 기울여 보기를.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동학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61개국, 157개 도시 등 지구를 유랑하고 돌아왔습니다. 10여 년 전 음치가수로 노래도 하나냈고요. 팔자에 없던 학생회장이 되는 바람에 고교3학년 땐 두발자율화를 이루기 위해 싸웠고요, 이후 세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치라고 생각하여, 정당 활동을 하며 국회의원에 세 번이나 도전했습니다. 물론 다 떨어졌고요, 하하.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행동할 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궁금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큽니다. 지금은 지구 환경문제 해결과 고령화 사회에서 예상되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노점상부터 세 차례의 국회의원 도전, 민주당 혁신위원까지. 이전과 다른 ‘기후, 환경’이라는 분야로 관심사가 이동한 것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아무래도 지구를 한 바퀴 돌았던 시간이 제게 큰 영향을 미쳤지요. 관심 분야가 ‘이동’했다는 표현보다는 ‘확장’됐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합니다. 좋은 세상으로 바꾸고 싶다는 줄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요. 지구유랑을 떠났던 이유도, 대한민국이라는 우물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지구를 떠나기 전 저의 관심 분야는 고령화였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파생되는 사회변화들이 있을 텐데요. 이를테면 연금의 지속가능성,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세대 간의 대결, 노인부양과 의료 등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것들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가 제 고민거리였지요.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탐구하면서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과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같은 선에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감이 지구촌 전체를 휘감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정치인, 시민단체, 도시재생, 문화예술인들 등 영감을 준 지구인들이 많았죠. 특히 지구 어딘가에 분해되지 않고 쌓여만 가는 쓰레기의 존재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골칫거리였죠.

61개국 157개 도시를 다녀오셨다고요. 책의 기획부터 여행, 집필, 원고 정리, 출간까지 그 과정에 대해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출발 전에는 어떤 미션을 안고 지구를 돌 것인가 고민했어요. 단순한 힐링 여행 말고,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갈등, 해법 등을 탐구하고,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2년여 동안 지구의 각 도시가 가진 문제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는 젊은이들이 빠져나가 쇠락하고 고령화된 도시가 어떻게 유지되어가고 있는지를 보았고, 다출산하는 카자흐스탄과 몽골 등지의 교육현장에서는 어떤 현실문제가 존재하는지, 젠더평등에 관해서는 아이슬란드 장관을 만나기도 했고요, 남미에 가서는 마약촌과 빈민가를 찾아다녔죠. 도시들의 문제를 4차산업의 기술력으로 해결해보자는 스마트시티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곳으로는 암스테르담이나 바르셀로나, 두바이 등을 누볐고요, 아프리카에서는 중국 파워가 미국 파워를 넘는 장면들을 눈에 담았죠.
처음엔 세계도시들의 현재사를 다룬 책을 쓰고자 했는데, 오도스 출판사에서 제가 해양쓰레기를 탐구하기 위해 찾았던 마닐라베이에 대한 SNS 글을 보시더니 책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먼저 주셨어요.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구전체에서 기후환경과 쓰레기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이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가능하면 고령화, 도시화, 이민 등의 지구촌 전체를 조명하는 책을 써보려고 합니다.

수시로 화재가 나는 쓰레기 산, 몽골 (이미지 제공 = 이동학)
책의 구성에 대해 여쭤봅니다. 쓰레기가 오는 곳과 가는 곳, 쓰레기가 떠도는 여러 곳의 실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제언, 따끔한 메시지까지. 어떤 의도로 목차를 구성하셨나요?
쓰레기가 발생되는 구조적인 모순을 들춰보고 싶었어요. 소비주의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정치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성장’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죠. 그것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보다 더 잘 살기 위한 희망을 그리는 단어로 포장되어 왔어요. 그런데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쓰레기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게 되는 현실. 이 모순구조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늘어난 쓰레기는 그 어떤 나라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확인했어요. 그 결과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쓰레기들이 개발도상국으로 밀수출되고, 제대로 처리되지 못합니다. 결국 육지엔 쓰레기 산이, 바다엔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육지에선 동물이, 바다에선 바다생물들이 쓰레기를 먹고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어요. 이를 쉽게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암울한 쓰레기의 현황을 살폈다면 희망적인 사례들도 소개하고 싶었어요. 물론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제한적인 희망이지만요. 그리고 더 큰 희망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어요. 오는 미래를 그냥 맞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나서서 미래를 개척해보자는 의미로요.

쓰레기가 없으면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 (이미지 제공 = 이동학)
개인적으로는 재작년 즈음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를 보고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중국이 수입을 막으면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게 되지 않았나 싶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2018년 초, 유럽을 지나고 있었는데, 당시 유럽에서는 플라스틱을 제지하는 법안이 제출되고 있었어요. 유럽 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중국으로 보내 왔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어서였죠. 사회적 혼란이 심화되고 있었어요. 재활용에 대한 정책도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지만 상당수는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조차 분리수거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고 있었던 유럽의 상황을 보니 선진국에 대한 정의와 인식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물론 이는 유럽만의 문제뿐 아니라 아프리카, 유라시아, 남·북아메리카 등 다수의 도시들에서 더 심한 양상을 띠기도 했지요. 미국의 경우엔 아예 재활용을 포기하는 도시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재활용 분리수거를 해도 중국으로 보낼 수 없고, 도시에 쌓아둬야 하기 때문에 관리 운영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죠. 의외로 소각장이 많지 않은 미국은 매립으로 불가피하게 선회한 곳들이 많습니다. 쓰레기를 매립하여 처리하는 방식은 국제적으로 가장 나쁜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고, 이를 줄이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입니다.
한편 중국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쓰레기를 담은 컨테이너들이 동남아시아의 국가로 들어갔어요. 환경법이 취약하거나, 법이 있어도 부정부패한 관리들이나 업자를 매수하면 쓰레기는 수월하게 국경 안으로 진입이 가능합니다. 잘사는 나라의 쓰레기가 개발도상국에 버려지는 가장 큰 유인입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흙길 위에 놓인 페트병 (이미지 제공 = 이동학)
책에서 자료를 인용해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에 달하며, 쓰레기가 된 양은 63억톤”에 이른다고 설명하셨지요. 사실 이 숫자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너무 거대한 수여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거대한 숫자들을 체감할 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을 완벽하게 추적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또한 얼마나 재활용되는지 역시 정확히 파악하기 힘듭니다. 전 세계적인 수치보다 우리나라의 수치만 따져볼까요? 매일 전국적으로 45만 톤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고, 연간 1억6천만 톤에 달합니다. 이 수치는 63빌딩 1,500여개와 맞먹는 양입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인천에는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이 있습니다. 여의도 면적에 5배가 넘어요. 현재까지 6천4백만 톤 정도가 매립되었습니다. 이것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축구장 717개에 달하는 면적이에요. 수도권 매립지의 경우 사용연한이 2025년 8월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5년 46만5천톤 발생하던 쓰레기가 2018년 70만톤으로 약 50% 증가했습니다. 2020년 현재는 더 늘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배달과 1회용품 사용증가 요인이 추가됐어요. 현재의 속도대로라면 2024년 11월이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체부지도 못 찾은 상황에서 쓰레기 대란이 눈앞에 오고 있는 것이죠.
매립, 소각, 재활용이라는 쓰레기의 세 가지 처리 방법 중, 우리나라는 몇 퍼센트의 비율로 쓰레기가 이동하고 있나요? 가장 이상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여쭙습니다.
수치를 들으면 의외로 놀라실 텐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매립7.8%, 소각 5.8%, 재활용 86.4%를 기록했습니다. 아마도 현재는 매립비율과 소각비율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치로 보면 의외로 적지요. 재활용률이 높지만, 수치는 분류된 쓰레기를 의미할 뿐이지, 실제로 다시 활용되는지는 의문입니다. 2017년까지 중국으로 절반 이상을 수출하여 처리했으나, 현재는 그 수출길이 막혀 도처에 쓰레기 산이 생겨나고 있지요. 외신에도 보도될 만큼 심각한 경상북도 의성군의 쓰레기산은 약 20만 톤이 쌓여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가 직접 가보니 2020년 5월까지 모두 치우는 것이 목표를 달성하긴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양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로는 땅에 묻는 방법은 쓰레기를 땅 속에 감추는 것일 뿐 제대로 된 처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기피하고, 불가피할 경우 소각을 선택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재활용률과 재사용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플라스틱에 이어, 음식 쓰레기를 두 번째 문제로 들어주셨습니다. 음식 쓰레기는 윤리의 문제와도 맞물린다는 점에서 플라스틱과는 다른 포인트로 설명할 수 있다고요.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약 16억 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전 세계 먹거리 생산량이 약 40억 톤임을 감안하면 무려 1/3에 가깝지요. 여기에 유엔식량기구에서 약 10억 명의 빈곤인구에 식량을 보급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으며, 넓게는 약 20억 명의 사람들이 허기진 채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음식물이 버려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과잉 생산, 낮은 품질, 유통 과정, 소비 과정, 요리 과정, 유통기한 초과 등 갖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혹자는 못사는 나라의 사람들까지 우리가 걱정해야 하느냐, 그들 스스로의 책임 아니냐고 하지만, 흔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탄소배출로 인해 기후변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가뭄, 폭우 등 재난은 빈곤한 개발도상국에 자주 일어나고 식량생산과 자급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죠. 지구촌은 연결되어 있고, 그 나라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분명한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77억 명의 인류가 먹을 음식은 이미 충분히 생산되고 있고, 이것을 적절히 나눌 방안을 모색하고 해결에 나서는 것이 현재 청년세대의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피텔라우 소각장, 스키 소각장, 독일의 판트 제도와 프라이부르크 컵 등 다른 국가에서 시행 중인 여러 방법을 보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도입을 제안하는 몇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들(챕터7, ‘상상하라, 무너져도 다시 쌓으려면’)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한두 가지 꼽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쓰고 난 다음에 재사용이 가능한 체계를 갖는 것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재사용은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에너지소비나 추가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고, 노동력의 투입도 필요하지 않지요. 반면 재활용은 원래의 제품에 변형을 가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별도의 에너지가 추가로 소모됩니다. 재질도 더 나빠지고요. 따라서 우리가 실생활에서 재사용이 될 만한 부분들을 찾아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특히 오늘날 일회용 플라스틱을 다회용으로 바꾸려고 생각해보면 바꿀 것이 정말 많아요. 예컨대 편의점에 1회용 도시락을 들어볼까요. 먹고 음식물이 묻은 채로 버려지죠. 플라스틱임에도 깨끗이 씻어서 버리지 않으니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갈 운명이에요. 이것을 가볍지만 다시 쓸 수 있는 용기를 도시락 생산업체에서 사용하고, 편의점은 판매·수거를 하면 됩니다. 그 도시락 용기는 공유세척업체를 만들어 살균세척을 전문으로 하여 다시 도시락 회사로 납품하면 됩니다. 도시락용기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적정금액의 보증금은 필수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상당히 많은 것들을 재사용시스템으로 만들 실천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나서야합니다. 환경도 잡고 일자리도 잡고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오스트리아의 궁전 같은 소각장 (이미지 제공 = 이동학)
이 책을 읽고 쓰레기 문제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콘텐츠가 있을까요?
제가 쓰레기 문제를 다룬 것은 기후변화의 문제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옆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다루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추상적으로 인식되죠. 그래서 제 책의 근간은 기후변화에 관한 책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관에 대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집, 마을, 도시, 국가, 아시아, 세계라는 것을 넘어 전 지구적인 시야를 가져보자는 거죠.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는 자연과의 공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생물들과의 공존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죠. 그런 시야와 사고를 확장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내용을 다룬 책으로 지구유랑을 떠나기 전 읽었는데,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빅히스토리』를 추천합니다.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플라스틱과 음식 쓰레기 이외에, 관심을 갖고 계신 다른 문제도 있을까요?
고령화문제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두 번째 책으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사람들이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고 어떤 변화 속에 놓이는지를 파악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는 어느새 850만의 65세 이상 인구가 있고요, 몇 년 새 1천만 명을 넘기게 될 거예요. 기초연금 하위 70%에게 30만원을 주는 문제를 가지고도 국가재정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향후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적으로 돈을 더 벌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죠. 고령층은 많아지고 청년층은 줄어드는 구조에서 벌이마저 줄어드는 사회가 오면, 그 사회의 이해와 관용의 역량을 늘려 놓지 않으면 사회시스템은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이민자들을 대거 허용하는 정책을 써야 하는데, 그러기엔 인종에 대한 관용도가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도처에서 일어나게 되겠죠. 민초들끼리의 싸움이 불가피하고 정치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완전히 깨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고민의 출발점이었어요. 한국을 살아가는 개개인이 나만 먹고 사는 삶만 봐서는 안 됩니다. 사회 전체를 조명하며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해야만 합니다. 관용과 공존정신이 실패하면 대한민국의 미래 전망은 어두운 길만 남게 됩니다.
이 책으로 우리 사회와 개개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라시는지도 여쭙습니다.
우선 쓰레기를 버릴 때 약간의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저의 의도는 반쯤 성공한 겁니다. 무언가를 살 때 이것이 쓰레기로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면, 딱 거기까지가 이 책이 원하는 범위입니다. 쓰레기 감수성이 생각에 스며들게 되면 의도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는 행동으로 이어지거나 분리수거를 보다 정교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 제게 연락을 주시며 평상시에 그러한 감수성이 없었음을 고백하며 변화된 자신을 발견했다는 말씀을 많이 주시더라고요.
다음으로는 프로젝트를 실행해보려고 합니다. 저 역시 책을 내어놓고 글로만 그치는 것으로 끝낸다면 안 되겠죠. 실제로 1%의 쓰레기라도 줄이도록 하는 것. 그런 성과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몇 개의 마을에서 실제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실행해 보는 거죠. 제로플라스틱 마을을 향한 도전. 조만간 SNS를 통해 사람을 모으고 시작해보려고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요?
기후환경이나 고령화 문제 등에 대한 이슈를 환기 시켜나갈 생각입니다. 지구를 유랑하며 보고 느끼고 배운 탐구한 것들을 차례로 책과 유튜브 콘텐츠로 공유하고 싶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도전에 동참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인간은 욕망이 있는 동물이지만, 무한정의 욕망은 타인의 욕망이 커지는 어딘가에서 충돌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 욕망의 충돌지점을 적절히 조율해줄 수 있다면 서로 싸우지 않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사회는 경쟁에 익숙하고, 이기는 사람이 더 큰 이익을 누리는 사회로 발전 동력을 삼아왔는데, 향후의 시대는, 졌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거나,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내버려두는 사회에서는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실을 나누지 않고 다 먹는 사회의 발전가능성보다, 위험을 분산하여 조금씩 함께 짊어지는 사회가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일을 할 겁니다.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요.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인류 문명의 역사 5천년이 아니라 지구의 시간으로 50억년의 역사를 고민했고요,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끝이 어디일까를 상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내 자신이 살다가는 시간이 찰나일정도로 매우 짧고, 내가 살아가는 반경 또한 점만큼이나 작다고 느껴졌어요. 그런데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할퀴고 차별하고 내 것을 챙기기 위해 살아가잖아요. (저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죽기 전에 내 인생을 내가 들었을 때 묵직한 삶. 늘 죽음을 가까이 하고 후회를 줄이는 삶을 사는 것. 지구에 사는 모든 것이 제로섬으로 귀결되지만, 그래서 내가 하려고 하는 모든 일들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바꾸는 것이 아닐지라도 바꾸는 것이라고 믿고 시도와 도전으로 세상을 살다가 떠나는 것. 저는 저와 수없이 많은 대화를 했어요. 내가 사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만 번을 물어봤어요. 아주 진지하게요. 특히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돈 없이, 달랑 배낭 하나 짊어진 저의 지구촌 탐구를 끝마치도록 도와준 수많은 지구인들을 통해서도 확인했죠. 꼭 꿈을 가지세요. 꿈이 삶을 나아가게 합니다. 그리고 타인의 꿈에 냉소하거나 비난을 가하지 말고, 응원해줍시다. 연대와 공존이 서로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이동학
13살,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10대 청소년기를 아르바이트와 태권도 선수로 보냈다. 19살, 실업계고 학생회장에 당선되어 두발자율화 운동을 주도하면서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게 되었다. 22살, 해병대를 전역한 뒤 노점상을 하다 세상을 바꾸고자 20대 초반 정치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선거에 세 번 도전했고, 당내 전국청년위원장 선거에도 두 번 도전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34살, 민주당에서 혁신위원을 지냈고 36살, 생전에 유엔사무총장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간파하고, 어머니로부터 ‘지구촌장’이라는 직책에 임명되어 약 2년여의 여정으로 지구촌 유랑을 떠났다.
AI와 데이터로 설명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처한 고령화와 저출산, 이로 인해 파생되는 도시 내의 갈등과 도시소멸, 인구집중, 스마트시티 등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된 기관, 현장, 시민들을 인터뷰하며 61개국 157개 도시를 누볐다. 호기심으로 떠난 여행에서 기후 위기, 환경의 위기, 지속 가능성의 위기 등 지구의 위기를 눈으로 보았고, 쓰레기 재앙과 기후 재앙이 곧 닥칠 것이라는 절박함에 다른 일을 제쳐두고 이 책을 썼다. 지구의 어두운 전망 속에서 지구인들과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함께 미래비전을 개척하고 더 좋은 미래전망을 만들고자 하는 꿈꾸는 청춘이다.
| Editor - 조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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