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우아영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눈길을 끄는 표지와 제목에 호기심을 안고 책을 펼쳤다. 책날개의 ‘생산되지 않는 지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닿아 인터뷰를 청했다. 책에는 ‘정상’이라는 의사의 진단 아래에 임산부들이 겪어 온 일들,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의 변화가 세세히 담겼다. 이 밖에도 임산부에게 던져져 왔던 사회적 시선, 같은 일을 겪은 이들이라면 공감할 진솔한 이야기까지 기록돼 있다. 책을 읽고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지인, 경험하지 않은 지인 모두와 이야기를 나눴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에서다. 이 책이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내놓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우아영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안녕하세요. 우아영 작가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동아사이언스에서 과학 기자로 일하고 있는 우아영입니다.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는 어떤 책인지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임신한 제 몸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고, 그 변화가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학 에세이”입니다. 첫 아이를 임신한 뒤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병원에서는 주로 “임신 중 정상 증상입니다”, “출산하면 사라집니다”라는 말을 주로 들었어요. 내 몸이 왜 이렇게 변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이렇다 할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개인적으로 많이 답답했습니다. 직업이 과학 기자라 평소에 보고서, 논문 같은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요, 제 몸에 나타난 변화에 대해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들을 했는지 찾아본 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습니다. 입덧, 관절통, 면역력, 유방 통증, 체온 변화, 체중 증가, 불면증, 임신선, 변비, 숨가쁨, 산전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100여편의 논문을 참고해 풀어냈습니다.
임산부뿐만 아니라 남성, 또는 출산 예정이 없거나 비혼을 지향하는 여성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하셨어요. 조금 더 들려주신다면요.
누구나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태어났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출발점에 대해 아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다 현실적으로는, 대중교통에 임산부 배려석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 읽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런 생각은 임산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보거든요. 현재 임신 상태인 여성은 미래의 주역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노인이나 어린아이, 장애인과 같이 ‘현재’ 배려 받아야 할 ‘교통약자’일 뿐이라는 인식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사진 제공 = 우아영 ⓒ휴머니스트
이 책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임산부가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임신과 출산 과정을 바라보고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첫 임신은 초기 유산으로 끝났어요. 초음파로 아기집을 관찰하기 전에 임신테스트기나 혈액 검사 등 화학적인 방법으로만 임신을 확인하고 초기에 유산되는 경우를 ‘화학적 유산’이라고 하는데요, 당시 의사선생님께서는 “임신이 가능한 몸이라는 걸 확인했으니 다행인 일”이라고만 하셨거든요. 근데 그날 밤 평생 겪어본 적 없는 극심한 생리통을 겪었어요. 왜 이런 고통에 대해 미리 알려주시지 않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화학적 유산을 경험한 여성들 중에서 이 같은 심각한 복통이나 생리 주기의 변화 등을 경험한 여성이 많고, 또 상당수는 병원에서 이런 정보들을 미리 접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화학적 유산을 겪는 여성들의 몸에서 어떤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과학 연구를 통해 찾아보려고 했어요. 찾아본 결과,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 뒤 얼마나 많은 수가 화학적 유산으로 이어지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탐구한 논문은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잘 연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 임신을 한 뒤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태아가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내 몸’의 변화도 궁금했거든요. 근데 이에 대한 정보를 병원에서 충분히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해외 논문이나 기사 등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찾으면서 제 몸의 변화에 대한 지식을 얻으려 노력했고, 그 과정을 책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임신만 되면 끝일까. 너무 당연하게도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하는 기계가 아니라, 숨 쉬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임신 관리의 최종 목표는 태아를 안전하게 키워 건강하게 출산하는 것이고, 그 목표와 직결되지 않는 고통은 목소리를 잃는다. (25쪽)

사진 제공 = 우아영
역자로 두 권의 책을 출간하셨고 저자로서는 첫 책을 내셨어요. 출간 소감에 대해서 여쭙습니다.
두렵습니다. 하하. 사실 제가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몸에 대한 내용을 출간한다는 게 망설여졌어요. 믿을 수 없는 건강 정보들이 난립하는데, 혼란을 더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전문적인 자료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옮기려고 무척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책을 출간한 뒤에도 틀린 내용은 없는지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고민이 많았지만, 임신한 여성의 이야기는 출간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간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제 책을 읽고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는 후기를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존 출간된 임신·출산 분야 책을 살펴보니 의료계 종사자가 쓴 책이 대부분입니다. 이 책을 포함해서 임신·출산의 주체가 직접 쓴 책은 최근에야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한국 사회에서 이제서야 각 분야에 있는 ‘일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계기는 물론 한국에 분 페미니즘 열풍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이 주체자로서의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그저 임신과 출산하는 기계처럼 대상화되는 현상에 대해 학계에서는 과거부터 문제의식이 있었거든요. 그 동안엔 이런 인식이 일반 대중한테까지 많이 내려오지 않았던 것 같고요. 하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성 자존감에 대한 임파워링이 사회적으로 많이 이뤄지면서, 과거엔 전문가가 아니라면 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영역에서도 “내가 당사자니까 내가 이야기하겠다”는 여성들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중 하나가 임신·출산 분야이고요.
과학 기자로의 경험들이 집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실생활의 경험에서 궁금증이 생겨 연구를 찾아보고, 그 이야기를 쓰기도 하셨지요.
실제로 과학 기사를 쓰는 일과 비슷했어요. 어떤 주제에 대해 다룬 논문을 찾고, 그 논문이 믿을만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인지 확인하고, 그 논문 내용을 읽고, 때론 국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뒤 그 재료들을 논리적으로 구성해서 한 편의 글을 쓰는 거였으니까요.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많이 써야 했기 때문에 고민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까지 얘기해도 될까? 이런 고민이 많았어요. (웃음)
실제로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을 쓰셨어요. 볼일을 보고 뒤처리가 힘들었던 경험이나, 임신 중 성욕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고요.
사실 남편의 정액 검사나 저의 성욕 이야기 같은 건 가족들 뵈기가 남우세스럽긴 하더군요. (웃음) 하지만 그런 이야기까지 해야 임산부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꽤 고민이 됐지만 가감 없이 쓰는 걸로 남편과 합의를 했답니다.

사진 제공 = 우아영 ⓒ휴머니스트
‘태아의 이상 유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증상이 있어도 처방은 물론이고 연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하셨어요. 이 내용이 책에 담겨 있지만, 인터뷰로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몇 가지 들려주신다면요.
예컨대, 임신을 하면 릴랙신 호르몬이라는 게 10배 정도 증가해요. 출산에 대비해서 각종 관절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 호르몬의 역할 때문에 꼬리뼈 근처의 환도라는 혈자리나, 허리, 무릎, 손가락 발가락 관절 등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환도 통증(꼬리뼈 근처 엉덩이가 삔 것처럼 아픈 현상)을 호소하는 임산부가 많은데, 그때도 병원에 가서 들을 수 있던 말은 “임신 중 정상 증상입니다” “출산하면 나아집니다” 뿐이었어요. 너무 아파서 침대에서 뒤척이기도 힘들고 때론 걷기도 힘들었는데 말이죠. 연구 논문들을 찾아봤는데, 환도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거의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마사지라도 받고 싶어서 물리 치료하는 병원에 갔는데, 임산부 진료를 거부하더라고요. 임신 중 릴랙신 호르몬이 나와서 환도 통증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정상 반응이고, 이게 배 속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반대로, 당연한 얘기지만 임신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질환들, 예컨대 임신성 당뇨병이나 임신성 고혈압은 태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와 정보가 많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합니다.
모성애에 대한 의구심이라던지, 임산부 개인의 고통 같은 것들을 솔직하고 상세하게 쓰셨는데 같은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주변에 계신 분들이나 독자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임신과 출산이라는 건 사람마다 경험하는 게 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첫째, 둘째, 셋째 각 임신마다 다 다를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한 분들도 계시고, 겹치는 경험이 영 없다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다만 하나같이 이런 과정에서 겪었던 감정에는 공감이 많이 됐다고 하셨어요. 모성애에 대한 의구심이 한 예가 되고요, 또 지하철 출퇴근을 하면서 겪었던 사람들의 반응, 시선에 대해서 무척 공감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경험한 신체 변화는 다르지만,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느꼈던 답답함에 공감했고, 내 몸의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이 통쾌했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임산부라는 이름 뒤에 감춰져 있는 수많은 고통들,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들을 직접 살펴보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답답했던 감정이 해소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떠셨나요?
반반입니다. 예를 들어서 임신 초기에 체온이 왜 오르는지에 대해서 구글 검색을 몇 십 페이지를 뒤진 끝에야 알아냈을 때는 통쾌했어요. 근데 환도 통증 같은 증상에 대해서는 그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쉽게 찾았지만, 해결책은 찾지 못했어요. 그런 의학지식이 아직 생산돼 있지 않은 거죠. 안타까워요. 의학이 좀 더 발달해서 임산부가 약 280일 간의 임신 기간을 보다 덜 고통스럽고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이 책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라시는지요.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을 오롯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보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까지 임신 부작용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죠. 이 책이 그 간극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메워주길 바랍니다. 이 책 한 권으로 갑자기 연구 현장이나 의료 현장이 바뀌어서 임산부의 정신적, 신체적 변화에 대해 보다 더 많이 연구를 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웃음) 다만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더 많이 공적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서서히 바뀌어 갈 거라고 생각해요. 임신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출간되면 좋겠어요.
작가로서, 또 기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쓰지 못했던 출산 후의 이야기들도 쓸 예정이신지 궁금합니다.
출산 후의 이야기는 아마 쓰지 못할 것 같아요. 신생아를 키우려니 간단한 메모조차 할 시간도 허용이 안되더라고요. 2시간마다 젖을 먹어야 하는 아기를 키우느라 밤낮 없이 생활하다 보니 출산 후 몸의 변화에 대한 기억이 슬프게도 남아있지 않아요. 육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저보다 훌륭한 선배들이 많이 출간해주셔서 그 책들을 읽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는 않지만 만약 책을 쓰게 된다면 분명 여성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쓸 거예요.
이 어려운 걸 다들 해낸다. 배 속의 아기만 생각하며 버티고 또 버틴다. 나는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임산부에 관한 한 놀라운 걸 놀랍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13쪽)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자유롭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우아영
어느 날 문득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사회가 과학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했다. 그로 인해 ‘생산되지 않는 지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결국 ‘어떤 몸’, 이를테면 여성의 몸에 대한 지식은 다른 몸에 대한 지식보다 더 적게 생산된다는 사실에까지 관심이 닿았다. 발암물질 생리대 파동 때 여성용품의 안전을 점검하는 기사를 쓰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첫 임신이 화학적 유산으로 끝난 뒤 아무렇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말과 달리 밤새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그때 생산되지 않는 지식이 어떻게 ‘내 몸’을 아프게 하는지 몸소 깨달았다. 그 경험이 이 책의 시작이 되었다. 과학 기자를 하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능력, 즉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자료를 찾아 정확한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기술을 살려 글을 쓰고 있다. 여성의 몸과 관련된 연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정확한 지식, 올바른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