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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정지우 ‘매일의 기억을 붙잡는 삶’



글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종종 생각한다. 그 이유에는 이런 것이 있지 않을까. 글은 삶을 돌아보게 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는 것. 조금 거창하게 들릴 모르겠지만 이번에 만난 정지우 작가의 마음에 다시 믿음을 주었다. 그는 고민하는 삶의 면면들을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소상히 담아냈다. 책을 덮으면서, 어떤 마음이 흐려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보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삶을 대하는 작고 소중한 생각들이 널리 전해질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정지우 작가를 읽으면 좋겠다.





사진 제공= 웨일북



정지우 작가님,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지우라고 하고요. 대체로 글을 쓰는 삶을 살아왔다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2년 당시 대학생이던 때 처음 썼던 『청춘인문학』을 시작으로 분노사회,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고전에 기대는 시간 등의 인문학 책을 써왔습니다. 또한 팟캐스트도 몇 년간 진행했었고, 그밖에 라디오 진행이나 글쓰기 수업 등을 하며 지내왔습니다. 이번에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라는 첫 에세이집을 출간했습니다.







『청춘인문학』부터 『분노사회』, 『고전에 기대는 시간』 등 인문 분야의 책을 써오셨어요. 처음으로 에세이를 내셨는데 그 소감을 여쭤볼게요.


그 이전까지는 대체로 주제가 있는 인문학 책을 써왔는데, 어찌 보면 이번에 처음으로 제 삶의 순간순간들과 직접 맞닿은 첫 책을 쓴 셈입니다. 일상생활을 구구절절 적은 것은 아니지만, 삶의 중요한 순간들에 마주했던 고민들을 가능한 한 솔직하고 진솔하게 적어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인지 가장 저 자신과 맞닿아있는, 저의 내면을 가장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면도 있고, 걱정되는 점도 있지만, 어떤 분들께는 더 와닿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누군가와 진실로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제게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지내다가 바다가 있는 고향에서 머물고 계시다고요. 요즘 작가님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서울에서는 홀로 살았었고,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이 많았습니다. 삶의 기반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느낌이 강했었고, 이방인 혹은 여행자라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죠. 근래의 삶은 아무래도 가족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또 오랜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으니 삶의 느낌 자체가 여러모로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안정감을 얻었고, 챙겨야할 의무나 책임이 다시 돌아오거나 생겨났고, 보다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삶 자체가 더 무거워졌다고나 할까요. 그런 느낌이 때론 힘들 때도 있지만, 보다 삶의 핵심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말하다 보니 문득 《천공의 성 라퓨타》가 생각나네요. 서울에서의 삶이 하늘 위를 떠도는 라퓨타와 같은 삶이었다면, 어쩌면 지금은 다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시작한 삶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하루를 쌓아간다는 느낌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절은 늘 지나가고, 행복의 순간은 허무하리만치 짧고, 그것을 행복으로 간직하기란 더 어렵다. 행복의 언어는 그런 시간을 도토리 모으는 다람쥐처럼 간직해낸다. 그리고 행복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준다. (93, 94쪽)


이 책이 어떤 독자에게 어떻게 닿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독자 자체가 특정되어 있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어느 글이든 공감하며 멈추어서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하는 분이라면 제가 바라는 독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와 비슷한 결로 삶을 느끼고, 관계를 생각하고, 또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과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분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있다면 제 글들이 그곳까지 찾아가서 그분들께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행복은 디테일에 있다. 무언가를 정확하고 풍요롭게 누린다는 것은 알고 보면 디테일을 누린다는 뜻이다. … 글쓰기란 최초에 떠오른 어떤 감정, 생각, 마음, 발상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것 그 자체와 다르지 않다. (83, 84쪽)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써오셨다고요. 쓰는 삶에는 어떤 힘이 있는지, 또는 어떤 이유로 쓰는 삶을 이어오고 계신지 들려주세요.


쓰는 삶이 좋은 점은 하루하루 사라지는 수많은 나의 생각, 감각, 경험, 기억들을 붙잡아줄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앨범 하나 남지 않은 삶은 어딘지 쓸쓸하고 허무하잖아요? 당장 어린 시절을 기억해보더라도, 이를테면, 초등학교 5학년 때의 기억 중 며칠이나 남아있는지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나흘이나 생각나는지 모르겠네요. 글을 쓰는 삶은 그렇게 잃어버리는 삶을 붙잡아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중했던 일들이나 기억해야 하는 생각들을 남겨주고, 그것이 우리 삶을 지켜주는 재료가 되는 듯합니다.


제목에 ‘행복’이 등장하고, ‘쓰는 사람 정지우가 가득 채운 나날들’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넓게 보면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복과 글쓰기가 삶으로 자연스레 수렴하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시나요?


네, 책의 주제 자체가 행복과 글쓰기로 한정된 것은 아닌 것 같고, 제가 매일 고민하는 다양한 삶의 주제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가 특히 삶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그런 글쓰기를 하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어찌되었든 잘 살기 위해서고, 삶이 풍요롭길 바라는 것이고, 삶이 보다 균형잡히길 원하는 것이라 느낍니다. 반대로, 글이 삶과 어긋나거나 글쓰기가 삶보다 우선시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글쓰기가 삶을 살려내고, 구해내고, 이끌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글쓰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매일 쓰고 있습니다.


사람과 온전한 관계를 맺고 스스로도 온전하기 위해서는 판단 중지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타인의 말을 듣고 그의 의도를 짐작하지 않기, 그의 마음을 추측하여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기, 무엇이든 과대평가하거나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의지가 실제로 우리를 구해낸다. (168쪽)




“자기만의 밤에 몰두할 내면의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고유한 무언가가 있다”(157쪽)고 하셨어요. 작가님의 고유한 순간들을 채워준 것은 무엇이었나요?


각자의 고유함이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사회적으로 얻게 되는 이름들, 이를테면 직업, 학력, 나이, 명예, 자산 같은 것은 어쩐지 나의 진정한 고유성을 담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종종 제가 가장 사랑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혹은 지금 이 순간 제게 다가오는 세계의 느낌을 고유한 빛깔로 받아들이면서, 또는 곁에 있는 사람과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제가 고유한 존재가 된다고 느낍니다. 대체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 나만의 삶이라는 것을 간직하고 싶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책과 영화에 몰입했던 20대 때의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그 시절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그 시절에는 세상에는 끝없을 정도로, 내가 누려야 하고 먹어야 하고 도달해야 하는 온갖 영역들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박적일 정도로 그 모든 것들에 닿고자 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나 책의 리스트를 매번 업데이트하면서, 끝없이 읽고, 보고, 또 그에 관해 쓰곤 했습니다. 한때는 학교에 다니면서는 그럴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고 느껴 휴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레포트나 시험 준비가 너무 거추장스러웠던 것이죠. 그래서 1년 정도는 그저 읽고 보고 쓰기만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어떤 열망의 나날들을 쌓아올렸습니다.


다양하고 넓은 사유와 깊은 사유 중에서는 후자를 추구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깊은 사유를 하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또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다양하고 넓은 사유라는 것을 추구한 적도 있었습니다. 동서양의 수많은 학자들, 사상들을 알아야 한다고 믿었고, 온갖 것들을 읽고 보고 싶었죠. 그렇게 청년 시절을 모두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스스로를 확장시키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더 한곳으로 수렴되는 걸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지점이 제 삶과 가장 어울리고, 제게 필요하고, 저에게 맞는 어떤 핵심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뒤로는 제 스스로 저의 깊이랄 것을 추구하고, 그에 이르고자 하게 된 듯합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먼저 세상의 많은 것들을 누리고자 했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것도 공부해보고, 저런 것도 읽어보고, 그밖의 다양한 것들을 만나면서 내게 무엇이 맞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이죠. 다양한 것들을 누리면서도, 그 가운데 무엇이 자기에게 가장 적중해서 들어오는지를 기억하며 자기만의 지도를 만들어나가는 일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을 치우며 한 시절을 보낸다’에서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몇 권의 책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책에 대해서도 여쭤볼게요.


사실 이에 대해서는 『고전에 기대는 시간』이라는 책에 쓰기도 했습니다. 그 책에 실린 책들이 대개 그런 책들이죠. 이를테면, 알베르 카뮈의 『결혼』, 장 그르니에의 『섬』 같은 책들이 그렇습니다. 그 책에서 다루지 않은 책으로는 샐린저의 『아홉가지 이야기』, 설터의 『가벼운 나날』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SNS나 독립출판물 등 글쓰기가 부쩍 가까워진 요즘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출판시장이 어렵다거나 전통적인 문자 매체가 몰락하고 있다는 식의 진단이 여러모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텍스트의 전성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확실히 책을 판다거나, 글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 같은 건 어려워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근래는 어느 시대보다 문자가 넘쳐나고, 매일같이 사람들이 문자를 읽고 쓰며 접하는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 블로그, 페이스북, 커뮤니티, 뉴스, 나아가 카카오톡이나 메신저 등 무수한 문자들을 매일 만나게 되죠. 글을 출판하는 채널도 과거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고 무척 다양해졌습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글을 써서 각자의 채널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고, 그렇게 읽고 쓰며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죠. 저는 이런 시대가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더 많이 쓰고 읽는 시대가 되길 바랍니다.


책 뒷부분에서 삶의 속도가 다른 것에서 오는 고민, 언론사 취업에 실패했던 경험, 불안에 대한 글 들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위로 받기도 했는데요. 이 인터뷰를 읽고 있을 청춘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삶에는 어릴 적에 보던 것보다 참으로 다양한 길들이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예전에는 인생이 몇 개의 길들로만 보였고, 모든 것들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별다르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거나 새로운 길 같은 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건 세상에는 참 할 일이 많고, 삶도 무척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믿는 자기만의 것, 자기가 쌓아올린 것이 있다면, 그것들이 발현되거나 실현되고, 세상에 적용되거나, 받아들여지는 방식은 무척이나 다양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집요하게 추구하되, 또 세상과 이어질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삶이란 그리 쉽게 고정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다양한 가능성들을 열어두고 현재와 미래를 조율해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청년기를 잃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자유의 불안, 무한한 세계의 가능성, 위태로운 여유 같은 것을 잃는 것 말이다. (292쪽)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일단 계속 글을 쓸 것 같습니다. 그것이 평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평생이 되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제가 미래의 그 시절에 제 삶에 가장 필요한 일을 하며 살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쓰기에 과도하게 집착하느라 삶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삶의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몰두하느라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감각은 매 시절, 매 순간, 매번 다시 느끼며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글쓰기를 버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아마 그렇진 않지 않을 것 같아요. 글쓰기를 계속 사랑한다면, 글쓰기가 제 삶을 더 진실한 것으로 이끌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밖에 또 삶에서 필요한 일들은 그때그때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테지요.


마지막으로 요즘 작가님의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지 여쭙습니다.


아주 큰 행복이란 게 무엇일까, 고민이 됩니다. 어쩌면 그보다도 작은 행복들에 기대어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를 보며 웃는 순간, 아내와 누리곤 하는 즐거운 순간, 혼자서 글을 쓰는 고요한 순간, 좋은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행복한 순간,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모임 시간 등이 매일의 작은 순간들을 이루고, 그런 것들이 모여 제 삶의 가장 큰 행복의 측면 같은 걸 이루지 않나 생각합니다. 큰 것은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셈이랄까요.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기도 하고요.




정지우

오래 전부터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썼다. 어느 날부터는, 혼자서만 쓰지 않고 세상에 글을 내놓기도 했다. 십여 년간 서울살이를 하다가, 바다가 있는 고향에 머물고 있다. 소설을 쓰다가, 인문학 책을 썼고, 근래에는 조금 더 스스로에게 진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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