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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혼밥생활자의 책장』 김다은 “우리, 그래도 괜찮은 것 같지 않아?”



주말 내내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아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같은 때가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혼란스러운 감정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김다은 PD 혼자 밥을 먹던 어느 주말, 이와 같은 생각으로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 시작했다. 2016년 시작한 팟캐스트는 올해 3 책으로 만들어졌. 홀로됨, 우울, 채식, 사랑, 페미니즘, 노동, 연대. 김다은 PD의 목소리는 일상에서 부딪힌 작은 고민부터 나와 타인, 사회 전반으로 뻗어나간다. 지극히 있는 시간에 만난 그의 말과 글은 그동안 지니고 살아온 작은 세계를 한뼘 넓혀 주었다. 텅빈 마음 속 책장을 채워 주었다. 봄이 시작하던 4월의 어느 날, 목동의 작은 라디오 부스에서 그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김다은 PD님. 독자 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라디오 PD로 일하고 있고요,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팟캐스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언제나 그것을 기획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 마음에 들어야 하잖아요. 근데 아무리 노력해도 어렵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나의 삶과 연관되어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 즈음 주말에 밥을 먹다가 문득, 그날은 하루 종일 아무와도 대화를 안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이 시간에 저처럼 혼자 있을 사람들이 생각이 났어요. 주말에 혼자 방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정의될 때는 비사교적이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얘기가 되니까요. ‘내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도 들고요. 누군가 저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 그래도 이상한 사람 아닌 것 같지 않아? 그래도 괜찮은 것 같지 않아?’ 하는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여기에 책이라는 것을 가지고 온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누군가와 깊이 있는 이야기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관문이 많잖아요. 근데 책이 있으면 책 안의 주제가 각자 삶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그 부분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누구인지를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달그락거리는 밥그릇 소리만 나는 집에서 나는 외로운 같다고 느꼈지만 어딘가에서 나처럼 주말을 보내고 있을 없는 혼밥생활자들의 뒤통수를 떠올리자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괜찮은 거라고. 우리의 모습이 이상한 아니라고. 고요는 결핍이 아니라고.

- 『혼밥생활자의 책장』 164




1인가구, 또는 자취생이 아닌 ‘혼밥생활자’라 이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혼밥’은 우리 사회에서 상징성이 있는 단어 같아요. 공동체적 의식이 강한 사회니까요. 밥을 먹는다라는 것이 누군가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가족주의 바깥에서 새롭게 나타난 모습이기도 하고, 독특한 행위라 생각해요. 그런 이유에서 ‘혼밥’이라는 단어를 가져오고 싶었고요. 그리고 ‘생활’이라는 단어에는 ‘삶’이라는 단어보다 구체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거든요. 디테일이 담겨 있는, 태도에 관한 단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혼밥생활자’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 『혼밥생활자의 책장』의 부제와 1장에 ‘아주 오랫동안 나에게 올 문장들’이라는 구절을 붙여두었어요. 미래형으로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출판사에서 붙인 문장인데요. 그래서 저도 물어봤어요. 아마 제 글 속에 여러 가지 것들을 보고 나온 문구 같아요. 책에도 ‘한 사람 자체가 하나의 책인 것 같다.’ 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말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저에게 와서 남아있었던 사람이나 책, 경험들이 나 자신을 만드는 데 깊은 저변이 되어 줬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것들이 올 것이고, 나에게 오면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문장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의 집필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책을 쓸 것을 유념하고 팟캐스트를 만든 건 아니었고요. 방송 한 지 2년 반 정도 됐을 때 방송에서 나눴던 이야기, 생각, 고민 같은 것들을 정리해두고 싶기는 했어요. 그러다가 제안이 들어와서 글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카테고리는 세 가지 정도 정해두고 거의 즉흥적으로 썼어요. 그때그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요.대략 6개월 동안 글을 쓰면서 회사 생활을 해서 시간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는데도 슬럼프 같은 것은 없었어요. 집필 과정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그 부분이었어요. 글의 흐름 그대로 제가 고민했던 것들이 그대로 쌓여있는 거죠.





당시의 고민이나 생각이 책에 담겨있다 하셨는데, 요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다루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장은수 씨가 쓴 『같이 읽고 함께 살다』라는 책이 있어요. 우리나라에 굉장히 오래된 독서공동체가 있는데, 그분들을 만나 인터뷰한 책이에요. 사실 제가 팟캐스트를 시작한 초기에는 책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문화를 다루고 싶었어요. ‘책맥 문화’ 같은 것들. 그런데 시간이 흐를 수록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룬 책을 가져오게 되더라고요. 저는 오랫동안 독서모임에 참여했지만, 앞으로 독서공동체가 단순히 관심사의 공동체가 아니라 내 삶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로서의 공동체가 되었으면 해요. 이 책 『같이 읽고 함께 살다』도 잠깐 읽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깊은 관심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 지 고민한다는 지점에서 비슷하고 그래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팟캐스트에서 만난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으로 『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를 꼽아주셨어요. 그렇다면 두 번째로 좋았던 책은 무엇인가요?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속 단편소설 「대성당」이에요. 이 책에 대한 내용이 제 책에도 나오는데, 제 글 중에 가장 좋아합니다. 이 단편소설 자체도 좋아하지만, 어느 날 집에 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이 책에 대해 쓸 글의 첫 문장이 딱 떠올랐고,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말 다행이다, 『대성당』이 있어서.’ 글을 쓰면서 ‘『대성당』이라는 책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이 책이 나한테 이렇게 다가오는구나.’ 하고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글을 쓰면서 『욥의 노래』라는 책을 같이 이용해서 썼는데,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든 게 일어났었어요. 제가 두 책을 이용해서 쓸지도 몰랐고, 글이 흘러가는 방향도 그렇고요. 글을 쓰면서 저절로 오는 걸 느꼈고, 그게 저한테는 많이 위로가 됐었죠.







2장 ‘당신도 무라카미 라디오를 듣나요’라는 꼭지에서 라디오와 책의 운명이 닮아 있다라고 이야기하셨어요. 인기가 없지만 그런 이유로 대단히 가치 있는 존재들. 이 두 가지에 몸담고 계신 이유를 여쭙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인기 없고, 없어져도 되는 것. 그런데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저는 그 점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쉽게 발굴되지 않는 가치가 있고, 그것이 없어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무엇이다라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건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응원을 받고 있는 어떤 것들. 그게 되게 멋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지켜야 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하는 사람 안에 감춰진 어떤 무언가가 발생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항이고 갈등이죠. 저는 그런 게 좋더라고요.


책에서 PD란 그저 ‘남의 재능을 부탁해서 빌려 쓰는 사람’이라 본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시나요?


작가가 된 지는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작가라 감히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참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언어를 통해서 자기가 구축한 세계에 대해 말하고, 뼈대를 만들어서 사람들 앞에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말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더라고요. 내가 쓴 글을 내가 보면서도, 때로는 이 글 속에 있는 내가 정말 내가 맞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글을 쓸 때 거짓으로 쓴 것은 아니지만, 그때 말하려고 했던 바 그대로 살고 있지 않은데, 그렇게 살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죠. 그 괴리감을 최대한 메꾸려고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글의 문체나 그런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진실되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뭔가 무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작가들은 그런 두려움을 갖고 글을 써야 되는구나, 써야 할 것이다, 반드시. 그렇지 않으면 나쁜 작가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PD님께서 보시는 ‘좋은 책’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소설에 국한해서 얘기해보자면,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적어도 한 사람 정도는 어떤 슬픔 마음을 들게 하는 책’이라 생각해요. 단지 가난해서, 학대를 당해서 그 인물을 떠올리면 슬프고 불쌍하다는 게 아니고요. 평범한 개인이 나오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처지 안으로 깊게 들어가면 누구에게든 연민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나 『대성당』 같은 책도 그렇고요. 누군가 한 명을 떠올렸을 때 제 마음속에 온전하게 밝고 기쁜 마음이 들기보다는 슬픔에 젖어 들게 하는. 그러면 작가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다 하더라도 독자인 나와 인물 속의 내가 만나면서 어떤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화학적인 뭔가를. 그러면 되게 깊은 읽기가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책의 많은 곳에 밑줄을 그었는데요. PD님이 전하고 싶은 책 속 문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딸에 대하여』에 있는 문장인데, 제 책 61페이지에 썼어요. 이 문장을 계속 되뇌이게 되더라고요. 삶을 긍정하자는, 밝고 좋은, 굳건한 이야기를 하는 내가 있고, 동시에 계속해서 좌절하는 내가 있죠. 그런 것들이 공존하는데 사실은 아주 구체적인 삶 속에서는 일상적인 패배감에 우리가 무너지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 때에 이 문장이 생각이 나요. 이 책을 읽으시는 분이나 혼자 살아가는 분, 혼자 살아가지 않더라도 혼자됨에 대해서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말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어떤 위로를 받는 것도 같다. 그 순간에는 이 모든 일들이 아주 멀리 있는 일이 아니고 내가 그 모든 일에 한 가운데 서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내가 무너지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자신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어디까지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사람인지, 내가 누구를 어디까지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이고,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인지. 내 일상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그러다 보니까 내가 스스로 나의 폭을 좁게 만드는 것도 같아요. 그걸 안전함이라고도 표현하지만. 정상의 범위, 일상의 범위 바깥에 서있을 때도 내가 무너지지도 쓰러지지도 않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자주 생각하려 해요.


고민이 있거나 좌절감, 우울감이 찾아올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동네 뒷산에 가요. 하하. 저는 그런 때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 사람인지를 빨리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처음에는 속수무책 당했다가, 어떻게 하면 내 기분이 좋아지는지 보려고 해요. 제 책의 두 번째 꼭지와 연관되는데, 자연을 보고 있으면 ‘나무가 저렇게 있는 것처럼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삶을 더 복잡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거기서 어떤 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때로는 자연 질서 안에서 생명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계절에 따라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저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구나 싶어요. 그 공간은 변함없이 저를 기다려주고. 그런 게 좋아요.





“우리는 타자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것은 삶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다.” (222쪽) 라는 문장이 이 책과 독자, 청취자, PD님을 하나로 엮는 문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시나요?


타자와 연결되어야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건 확실히 타자의 존재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인, 외부요소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게 사실은 내가 누군지를 말해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일 수도 있고, 외부의 세계일 수도 있죠. 갈등 자체도 연결성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랬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점점 더 선명하고 날카로워진다 생각해요. 그럴수록 혼밥생활자로서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타인과, 타인과 나로 이루어진 사회 안에서 삶의 목적 같은 것들이 분명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책 속 인물을 묘사한 멋진 표현을 수첩에 적어 두신다고요. 이밖에 작가님의 독서 습관이 있다면요?


책에 줄을 많이 긋는 편이에요. 노트에 필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메모는 책에 거의 다 해 놔요. 되게 인상적이었던 경우에는 아예 그런 수첩은 따로 모셔놓고. 가끔씩 들춰보긴 하는데 되게 많이 보는 편은 아니거든요. 책에 표시해놓지 않으면 감정이나 디테일한 것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고요. 책이 너덜너덜해진 게 좋아요.


PD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팟캐스트에서 책 이야기 하는 것도 있지만, ‘사회적 개인주의자’에 대한 것도 만들고 있어요. 부록처럼 쌓아나가고 있죠. 저는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말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어요. 아마 직업상 이쪽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마이크를 들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게 없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콘텐츠들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런 가운데서 만나게 되는 인연이나 관계 같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이것은 안 해야지!’하는 것은 있어요. 왜냐하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삶에 합류해서 가는 순간, 그래도 된다는 또 하나의 사례가 생기는 거잖아요. 생각보다 작은 사례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크다는 걸 되게 많이 느껴요. 꼭 연예인이나 공인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내 영향권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삶 속에서 지키면서 살아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읽고 있을 혼밥생활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분께서 청취자들에게 편지글 같은 것을 썼으면 좋겠다 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쓴 게 ‘친애하는 당신에게’라는 3장의 첫 글인데, 조르조 아감벤의 책 『불과 글』 일부를 인용해 썼어요. 여기서는 글과 반대되는 성질의 것, 그것의 힘이 신비로움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나는 세련되고 정제된 언어의 질서로 포박되지 않는 날것의 이야기, 생명력이 가득한 삶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 굳건히 싸워내며 스스로 증거가 되길 선택한 개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당신과 나누고 싶다. 불이 꺼지지 않는 그 모닥불 앞에 모여 앉자.

- 『혼밥생활자의 책장』 197쪽


모래알이라고 표현했지만, 겉돌고 있는 존재일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되게 또다른 겉돌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도 있겠죠. 주류로 있을 때는 잘 못보더라고요. 또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해서요. 그때 발견하게 되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파인텍 연대를 같이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때 제가 가진 세계가 툭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신비로움을 지켜가봅시다.




김다은

자기 삶에 기여하고, 그 힘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회적 개인주의자를 꿈꾸는 대한민국 대표 혼밥생활자.

CBS 라디오 프로듀서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등 다양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 치열하고 바쁜 시간 사이사이에〈혼밥생활자의 책장〉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해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방송은 깊은 밤 홀로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젊은 청취자들을 조곤조곤 불러 모으는 비밀 아닌 비밀 아지트가 되었고, 그들은 그렇게 모여 다시 읽고, 고쳐 쓰며, 새로운 삶을 위한 건강하고 유쾌한 연대를 모색해가고 있다.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인생의 큰 문제들을 책과, 책을 읽는 타인들과 지혜롭게 나누어 그 부피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여 나가는 놀라운 감동과 경험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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