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키미앤일이 “여전히 표류하지만 괜찮아”

직업이나 진로를 선택할 때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거나 ‘잘할 수 있는 일’. 키미앤일이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고, 지금은 SNS 8만 독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 사랑에 보답하듯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다’라는 포부를 담아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류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표류하는 다른 이들의 삶에 적당한 파도가 늘 함께하기를 빌어줄 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계속 표류하지만 그런데도 괜찮은 이유는 잃어버린 기쁨을 찾아 떠난 여정이기 때문이다.
키미앤일이. 사진 제공=키미앤일이
안녕하세요. 키미앤일이 작가님. 이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키미’와 글을 쓰는 ‘일이’입니다. 지금껏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인 것 같아요. (웃음) 특별한 뜻이나 의미가 있진 않습니다. 서로의 예명을 나열한 거예요. ‘철이와 미애’ 처럼요. ‘철이와 미애’ 대신 ‘키미와 일이’인 거죠.
키미앤일이는 거의 일러스트로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제 책에서도 만나게 됐어요. 책을 펴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할 만큼 거창한 계기가 있진 않았어요. 단지 오래도록 품어 왔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때가 되어 발현된 거로 생각해요. 물론 때가 왔다고 판단을 내릴 만큼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아요. 그저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덥석 물었어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죠. 여담이지만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 주제에 돈가스 정식 같은 걸 먹어 버려서 그런지 소화를 시키는 게 힘들기도 하고, 시간도 참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가끔이긴 하지만 제 책을 볼 때마다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어요. 다음에도 여전히 부끄럽겠지만, 그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려고 해요.
“IN SEARCH OF LOST JOY”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고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이 슬로건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게 됐어요. 홍차와 마들렌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던 소설 속 청년처럼 우리가 잃어버렸던 기쁨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예요.

로망. 이미지 제공=키미앤일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에는 멋진 문장도 없고, 무릎을 탁, 칠 만한 공감이나 허를 찌르는 탁월함 같은 것은 전혀 없어요. 단지 잘살아 보려 애쓰는 누군가의 일기장, ‘누군가가 읽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일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책에 ‘내가 살아내고 싶은 삶의 고민이 담겨있다’라고 하셨어요.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아내와 저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것이지요. 뭔가 거창한 느낌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소소한 형태예요. 예를 들어,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으면 더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하루를 재미나게 보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에요. 사실 이런 간단한 것들이 모여서 삶을 이루는 거잖아요. 이렇다 보니 책에 있는 내용에도 삶의 심각한 고민이 담겨 있다기보다는 가볍고 사소한 것들에 관한 생각이나 그에 따른 감정의 기록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책에 쓰여진 글은 지난 몇 년간 아내와 저의 일상을 담은 것입니다. 부산과 남해를 오고 가며,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내가 살아 내고 싶은 삶은 어떤 것일지 고민하고 찾으려 했던 순간순간에 느낀 감정의 기록입니다. (프롤로그 중)

남해 집 마당. 사진 제공=키미앤일이

오늘 뭐하지. 이미지 제공=키미앤일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살아가야 할 현재와 미래를 위해 억압하며 사용하고 있나요? 우리 함께 힘내요. 당신과 나의 이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62쪽)

로망. 이미지 제공=키미앤일이
개인적으로 「포장하는 마음」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상대방을 위한 마음과 배려가 많이 돋보이는 에피소드였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포장과 선물이 있다면요?
아내와 제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았던 적이 있어요. 제 호의에 대한 답례로 아내가 선물을 보내왔는데, 그 선물을 시작으로 한참을 선물을 주고받고 했죠. 서로 얼굴을 보면서 선물을 교환했던 게 아니라, 작은 선물과 손글씨로 적은 편지를 택배로 주고받았어요. 그때 받았던 선물과 편지들 덕분에 부부가 될 수 있었거든요. 부부의 연을 맺게 해준 그 선물과 포장들이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웃음)
상대방에 대한 감사 또는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포장을 했다. 그 시간이 나의 품격을 올려주는 기분이 들게도 하고, 받는 이를 더 생각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64쪽)

남해 집 모습. 사진 제공=키미앤일이
열심히 하는 삶을 살았더니 변화가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아내를 만나기 훨씬 전의 이야기인데요. 마치 ‘죽지 마시오’라는 명령어가 입력된 로봇처럼 살았어요. 아침에 눈이 떠지면 출근하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자는 식이랄까요. 모든 것에 무감각했어요. 로봇처럼 살아가던 어느 날, 퇴근하고 배가 너무 고파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라면을 끓였어요. 상차림도 없이 부엌 바닥에서 바로 먹을 요량으로 냄비를 옮기던 중에 실수로 냄비째 떨어트렸는데,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정체 모를 서러움이 몰려온 거죠. 도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라면을 먹을 때도 예쁜 그릇에 담아서 정성스럽게 먹고, 저에게 주어진 일에서 보람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직장생활을 할 때도 되도록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했고, 무엇보다 감각을 찾으려고 애썼죠. 그렇게 모든 것에 영혼을 불어넣었더니 용기가 생기고 활기가 생겼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그게 일이든 관계든 좋아하는 물건이든, 무엇이든 내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요.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 간단하다.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상상했던 것들을 조금씩 실천하면 된다. 사실 말이야 쉽지. 실천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참 많다. 그중에서 단언컨대 ‘돈’이나 ‘상황’ 같은 녀석들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큰 방해꾼이다. (189쪽)
작업하는 모습. 사진 제공=키미앤일이
요즘 즐겨 읽거나 관심 가는 책도 있는지 궁금해요.
아내는 『로컬의 미래』와 『에리크 로메르: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이라는 책을 읽고 있고, 저는 독립출판물인 『스무스』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키미앤일이는 어떤 팀이 되고 싶은가요?
‘따로 또 같이’ 서로를 응원하며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동료이자 배우자가 되고 싶네요. (웃음)
독자분에게 전할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저의 이 별 볼 일 없는 기록들이 아주 작은 크기일지라도, 당신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웃음이 되길. 저와 그대 모두의 2019년은 표류하며 둥둥 떠다니는 것이 즐거운 한 해가 되길. 떠돌기에 적당한 파도가 삶 속에 함께하길. (프롤로그 중)

키미앤일이 일러스트. 이미지 제공=키미앤일이
키미앤일이
| Editor - 채지선
chaeulip@bn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