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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단어의 사연들』 백우진 ‘우리말 고유의 무늬를 탐색하다’



때때로 생각을 표현하는 데 꼭 맞는 단어를 고민한다면, 어떤 단어를 내내 곱씹어 본 적이 있다면, 비슷한 특징이 있는 단어끼리 묶어 본 적이 있다면 반갑게 집어들 책이 있다. 신문 기자 출신 글쓰기 강사 백우진의 『단어의 사연들』이다. 책의 부제에는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라는 문구가 달렸다. 나의 단어 세계를 되돌아보면서, 이와 같은 고민이 있는 이들의 세계도 한 뼘은 넓어지기를 바라며 저자 인터뷰를 청했다. 『단어의 사연들』에는 과연 어떤 사연들이 담겨 있는지 만나 보자.







안녕하세요, 독자 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것저것 저술하고 번역하면서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그동안 쓰고 번역한 책의 분야가 스펙트럼이 넓어요. 쓴 책의 영역은 한국경제, 거시경제학, 주식, 마라톤, 글쓰기, 우리말 등이고, 번역한 책은 인공지능, 가상현실이죠. 이 인터뷰의 계기가 된 『단어의 사연들』은 우리말 분야 책인데요, 관심을 두고 활동한 영역 중에 저는 이 분야를 가장 좋아해요.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자기 소개를 할수록 『단어의 사연들』에서 멀어질 것 같군요. 그래도 자기 소개를 마저 하면, 저는 동아일보,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 포브스코리아 등 활자매체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활동했어요. 중간에 김대중 정부 때 재정경제부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일도 했고요. 가장 최근에는 2년 동안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으로 리서치 자료를 교정 · 교열 · 편집했어요.


글쓰기 강의는 어떤 분들께 하고 계신가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쓴 책 『일하는 문장들』이 있는데 그 책 내용이 상당부분이고, 강의하면서 업데이트한 내용이 많아요. 수강생 분들의 글을 받아서 개별 코칭을 하고 있어요.


『단어의 사연들』은 어떤 책인가요?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우리말과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청소년기부터 폭넓게 독서하는 가운데 우리말과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했죠. 양서를 영어로 읽는 노력도 기울였고요. 대학 때에는 제2외국어로 독일어 공부를 해보겠다고 여러 과목을 수강했고 독일문화원도 다녔어요. 그러면서 “외국어를 모르면 모국어도 모른다”는 괴테의 말을 접하게 됐어요. 이 말이 이 책의 씨앗 중 하나가 된 것이죠.


다른 씨앗은 우리말 사랑인데요, 우리말 지식을 축적할수록 ‘우리말의 고유한 결과 단어의 사연을 더 정확하고 잘 설명할 수 있겠다’는 대목이 많이 보였어요. 그걸 하나씩 정리해 뒀는데, 이 책으로 엮이게 된 겁니다. 책을 내기로 한 뒤에 새로 갈무리하거나 찾아낸 꼭지도 있고요.





틈날 때마다 사전을 읽고 우리말 단어를 모아 두셨다고요. 단어에 깊이 파고든 이유, 또는 계기가 있을까요?


제 성향과 공부에 더해진 중요한 계기가 있었어요. 기자를 지망해 일간매체에 입사했는데, 수습을 거쳐 편집부로 배치됐어요. 편집부가 하는 주요 업무가 기사에서 제목을 뽑아 내는 거잖아요. 편집기자들은 딱 떨어지는 단어를 절묘하게 선택해야 해요. 그래서 편집기자 책상에는 각자의 사전이 있어요. 저도 제 자리에 사전을 가져다 놓고, 일할 때 찾아보고 틈틈이 뒤적이다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넘겨가면서 내가 쓸 단어를 메모하는 데까지 이르렀죠. 나아가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이 써낸 『우리말 분류사전』도 두 권 장만해 가끔 활용했어요.


편집부 선배들은 풍부한 어휘 구사는 물론이고 알맞은 단어를 선택해야 함을 강조했어요. 한 선배는 ‘일물일어(一物一語) 주의’를 들려줬고요.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주장한 것인데요, ‘한 가지 사물을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는 내용입니다. 딱 떨어지는 단어를 선택하려면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고, 비슷한 단어들의 뉘앙스 차이를 분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단어 공부를 전보다 더 많이 하게 됐어요. 만약 첫 번째 인사에서 취재부서에 배치됐다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신문사에서 기자 일을 시작했다 하셨는데, 빠른 시간 내에 기사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옛날에 종이 신문만 있었을 때는 일간지는 하루에 한 번 마감이 있으니까 지금보다는 덜 했죠. 80년대는 더 덜했고. 그때는 의욕있는 사람들은 더 정제된 기사를 썼죠. 7~80년대에는 글을 잘 쓰는 기자들이 지금보다 더 회자가 됐어요. 김훈 작가도 문학 담당 기자였고요. 김훈하고 같이 연재한 박내부라는 사람도 있었고요. 지금도 잘 쓰는 사람이 있긴 한데 그때는 더 했죠. 업무에 덜 치이고 그렇게 쓸 수 있었으니까.


책에서 영어나 일본어에는 없는 우리 단어로, ‘잘코사니(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고소함을 뜻하는 단어)’를 소개해 주셨는데요. 반대로 한국에는 없는 다른 나라의 단어 중 재미있는 것 한 가지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탈리아어에는 ‘물기 있는 유리잔이 탁자에 만든 자국’을 가리키는 단어인 ‘쿨라치노culacino’가 있대요.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영어수다』에서 알게 된 단어예요. 참 이탈리아답고 쿨한 낱말 같죠?


우리말에는 의태어, 그중에서도 준첩어가 많다고요. 다른 나라말과 비교했을 때 우리말에 준첩어가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첩어와 준첩어부터 설명할게요. 첩어는 빨리빨리, 슬렁슬렁처럼 반복되는 단어를 가리켜요. 준첩어는 단어가 똑같이 반복되는 대신 일부 음절이 바뀐 단어예요. 옹기종기, 올망졸망, 아기자기, 어울렁더울렁, 휘뚜루마뚜루 같은 단어가 준첩어죠. 일단 한자어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자어에도 좌지우지, 이판사판 같은 준첩어가 있어요. 우리말 준첩어와 한자 준첩어가 다른 점은 한자어 준첩어의 각 글자는 다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죠. 둘째 요인이 더 강력할 텐데, 우리는 말맛을 즐기고 준첩어를 좋아하며 새로 빚어내요. 세상에나마상에나, 질색팔색 같은 준첩어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준첩어라고 추정해요. 세상에나마상에나는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고, 질색팔색은 일부 사전에만 표제어로 실렸어요.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새 준첩어를 만들고 있을 겁니다.


3장 ‘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에서는 역순사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어요. 끝 글자가 같은 단어들을 찾아내는 선생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또 역순사전이 필요한 까닭은 무엇인지도 여쭙습니다.


포털의 국어사전에서 검색 기능을 활용해요. 검색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는데, 어떻게 알게 된 방법이 ‘*’ 부호를 활용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구리’로 끝나는 단어를 찾고 싶으면 ‘*구리’를 입력해 검색해요. 739건이나 나오는군요.


우리는 접두사도 즐겨 붙이지만, 말꼬리도 맞추기를 좋아해요. 이런 성향은 외래어 구사에서도 나타나는데요. ‘뭘 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 중 상당수가 ‘-리스트’로 끝나잖아요. 저널리스트, 애널리스트, 첼리스트 등요. 그렇지 않은 단어도 ‘-리스트’로 말하고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예를 들면 ‘칼럼니스트’를 ‘칼럼리스트’라고 하죠.


‘리리리 자로 끝나는 말은~’으로 시작하는 동요가 있는 것처럼, 리는 끝이 같은 단어들을 꾸러미로 의식하고 다른 낱말도 그쪽으로 차츰 몰아갑니다. 그래서 역순사전을 만들어 활용하면 우리말 단어를 꾸러미로 파악하고 더 잘 구사하면서 새로 추가할 수 있어요. 역순사전으로 추려낼 수 있는 단어 꾸러미의 예는 책 『단어의 사연들』에서 살펴볼 수 있어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아름다운 우리말’에 “귀얄(풀을 바르거나 옻을 칠할 때 쓰는 솔)”이 있다고요. 이밖에 어떤 단어와 사연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지’라는 단어가 있어요. 동음이의어에 高地도 있고 告知도 있는데, 저는 ‘호박고지’의 고지를 말하는 거예요. 떡에 들어간 호박고지를 좋아하죠. 네, 먹는 고지도 좋아하고, 단어 고지도 좋아해요. 고지는 ‘호박, 박, 가지, 고구마 따위를 납작납작하거나 잘고 길게 썰어 말린 것’을 가리켜요.


이 고지와 뜻이 다른 낱말 고지가 있어요. ‘논 한 마지기에 값을 정하여 모내기부터 마지막 김매기까지의 일을 해 주기로 하고 미리 받아 쓰는 삯’이라고 해요. 어릴 때 들은 표현 중에 “내가 무슨 고지를 먹었다고 이 고생을 하나”는 말이 있었어요. 저는 이 말을 듣고 의아했어요. ‘저 말에서 고지는 뭔가 큰 대가를 의미해야 하는데, 호박고지 따위는 그런 대가가 아닌데’라고 생각한 것이죠. 나중에서야 사전을 찾아본 뒤 그 고지가 그 고지가 아님을 알게 됐어요.


귀얄이 ‘내 아름다운 우리말’로 쏙 들어온 건, 풀을 쑤어 벽지나 장판지를 바르던 시절이 그리워서였으리라. 그렇지만 내가 ‘풀비’가 아니라 ‘귀얄’을 아름다운 우리말 목록에 넣겠다고 생각한 것을 보면, 나는 추억 못지않게 귀얄이라는 단어의 말맛을 좋아한다고 볼 수 있다. (206쪽)




‘무족권, 일각연, 문안한’ 등 틀린 맞춤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독서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많이 틀리는 단어들 중 상당수가 한자에서 나온 것이잖아요. 필수 한자 몇백 개만 가르쳐도 이런 오기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요? 한자는 2000년대부터 중·고등 교과서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중·고등 국어 과목에 한해 한자를 병기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한자어는 우리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 한자를 모르면 맞춤법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우리말을 안다고 할 수 없어요. 우리말을 잘 알지 못하면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하지도 못하죠.


우리말의 유래를 찾는 데에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고 단어의 유래를 더욱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유래를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책에 국한하지 않고, 제가 이 책을 쓰게 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두 권을 들게요. 『국어어휘론 신강』『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예요.


도사리는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을 뜻한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 책의 저자 장승욱은 도사리를 줍는 심정으로 사라져가는 우리말의 올바른 쓰임을 전했다. 잊혀지거나 잘 모르는 우리말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우리말을 더 우리말답게 쓰기 위한 장승욱의 바람이 백우진의 『단어의 사연들』곳곳에 스며다.


『일하는 문장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 『글은 논리다』 등 글쓰기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글 잘 쓰는 방법, 세 가지만 꼽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게 비판적으로 읽기입니다. 읽기만 해서는 많이 읽은 내용도 자신의 지식이 되지 않아요. 백과사전의 일부가 뇌에 파편으로 저장돼 있다가 사라질 뿐이죠. 그럼 어떻게 읽어야 하냐 하면, 책에서 새로 접하는 내용을 자신의 기존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검증하면서 읽어야 해요. 반대로 자신의 지식을 책을 읽으면서 검증하는 과정을 거듭 거쳐야 해요. 이걸 바로 비판적으로 읽기라고 해요. 비판적으로 읽어야 지식과 경험에 체계가 잡혀요. 아울러 경험을 이론으로 추상화하고 이론 속에서 개별 사례를 생각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고요. 이렇게 비판적으로 읽는 것이 바로 진정한 학습이에요.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전에 생소하던 분야의 지식을 남보다 더 잘 학습할 수 있어요.


글 쓰는 법을 묻는 질문에 책 읽는 방법으로 답했는데요. 글은 생각에서 나오고, 제 책들도 그 사례입니다. 제가 기존에 나오지 않았거나 덜 공유된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책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서가에 보탤 내용이 있어서 책을 쓰는 건 다른 저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책을 쓰려면 우선 자신의 생각의 체계를 잡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늘 자신만의 지식, 즉 새로운 지식을 추구해야 합니다. 기존 지식체계에 자신의 새로운 지식을 더했다면, 그것을 쓰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이미 생각이 충분히 숙성됐을 테니까요.


지금까지 너무 추상적인 얘기였지요. 이제 두 가지를 마저 답할게요. 둘째는 메모하기, 셋째는 고치기를 추천합니다. 아이디어는 불현듯 떠오르지만, 우리 뇌의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려요. 메모만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포착해 둘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글은 고치는 겁니다. 여기서 고친다는 건, 문장을 다듬고 단어를 바꾸고 오타를 수정한다는 말이 아니에요. 글을 다른 각도에서 재구성해 보는 작업을 뜻해요. 자신이 쓴 글이든 다른 사람이 쓴 글이든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을지 궁리하고 바꿔 보세요. 글쓰기 역량이 탄탄하게 다져져요.


말씀하신 것 중, 비판적으로 읽기는 중요한 건 알지만, 실제 실천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움이 될 방법이나, 제안하시는 방법이 있을까요?


카피라이터 김하나라는 분이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에세이를 썼는데요. 그 책에 짤막하게 이런 부분이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맞아, 옳소!’ 하면서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의문이 드는 게 있으면 그것대로 자신의 반응을 메모하면서 읽으라고요. 그런가 하면 유시민 작가는 그동안 자기가 생각해 왔던 개념을 들춰보면서 ‘이거 맞아? 이 이론이 맞다면 내가 지금까지 생각한 개념이 무너져야 하나?’하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읽으라고 해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자주 단어의 한계를 깨닫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도 그런 순간이 있나요?


제 말이 느린 편인데요. 지인이 그 이유를 이런 식으로 설명하더군요. “(당신은) 머릿속에서 적절한 단어를 신중히 선택하면서 말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말을 멈추고요.” 그래서 저는 말이 유창하지 않아 강사로 적합하지 않다는 애정어린 쓴말도 들었어요. 하하.


새로운 단어를 쓰는 법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새로 단어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두 단계로 가능한 것 같아요. 머릿속에 단어 세트를 넣어두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거죠. 단어를 접하고 싶으면 우리말 퀴즈집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기본으로 두고 가끔 들춰보면 되고요. 한번 보면 지나가다가도 눈에 들어오거든요. ‘아. 저렇게 썼구나, 나도 저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게 돼요. 근데 머릿속에 그 세트가 없으면, 그런 용례가 있어도 그냥 지나치게 되거든요. 강도가 다르게 다가오고요.


예를 들어서 ‘바투’라는 단어가 있거든요. ‘바투잡다’ 물리적으로 바투잡는 것도 있고, 날짜를 바투잡다 라고도 쓸 수 있거든요. 이 단어도 재미있는데, 생각을 안 하고 있으면 잘 안 쓰게 될 거예요. 이런 단어는 가끔씩 써도 듣는 사람들이 ‘어, 구석에서 단어를 끄집어 왔네’ 그렇게 생각 안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 얘기하다가 유심히 들어보면 들리기도 하죠. 이런 단어를 너무 자주 쓰면 이상한 거고, 예를 들어 한 꼭지에 두세개 정도는 써도 이상하진 않죠.


책에 ‘누비’라는 단어도 썼는데. ‘패딩’ 대신 누비라는 단어를 써도 독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상하지 않은 가운데 꺼내 쓸 수 있는 단어가 있죠. 방금 얘기한 대로 기본적으로는 데이터가 많이 있어야 해요. 데이터 넣는 방법은 그런 책을 읽는 방법이죠.





단어의 세계를 넓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읽고 읽고 읽는 것이죠.


20년 이상 기사를 쓰셨고, 요즘은 글쓰기 강사로 일하고 계시다고요. 그 계기가 있을까요?


직장인의 업무에서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제가 여기서 하지 않아도 독자분들이 알고 계실 테고요. 여기서는 제가 글쓰기 강사로 나선 개인적인 선택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네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사회가 너에게서 원하는 일을 하라.” 이는 기회가 닿을 때 제가 대학생에게 들려주는 조언이에요. 이는 제가 인생 후반기의 진로를 글쓰기 강사로 잡을 때 따른 지침이기도 해요.


저는 인생 후반기에 하고 싶은 일의 가짓수가 많았습니다. 경제의 주요 이슈에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견해를 글과 말을 통해 대중과 공유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 일을 누구 못지않게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자신이 있어요. 또 마라톤하면서 경험과 이론으로 터득한 지혜를 통해 진화의 관점에서 현대인의 건강생활법을 강의하는 일도 활동 희망 리스트 중 한 항목이에요.


그러나 사회의 이들 영역은 저를 주요 인물로 평가하지 않아요. 앞으로 제가 이들 영역에서 인정받으려면 박사 학위를 받는 등 기본적으로 몇 년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 해요. 설령 그렇게 한 뒤라도 이전 경력이나 연령을 고려할 때 과연 실력을 인정받아 자리를 잡을지도 의문이고요. 다른 활동에 비해 글쓰기 지도는 사회가 저로부터 원할 만한 일이었어요. 제 커리어는 글을 통한 의사소통이라는 활동 측면에서 일관성이 있거든요. 게다가 정부 부처와 금융회사에서도 이 활동의 경험을 쌓았어요. 그래서 인생 후반기 활동 영역을 강사로 정한 것이에요.


저자로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요즘 낙담 단계예요. 서점을 자주 가는데 책 매장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책 매장을 줄여서 다른 가게를 들여놓고요. 점점 책을 안 보는 추세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써야 할지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고민하고 있어요.


선생님께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요?


첫 직장이 언론사라는 경험 때문에 그런지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려는 욕구가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계속 쓴 거죠. 마라톤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를 쓴 것도 그런 거죠. 저처럼 마라톤을 꼭 하라는 건 아니고, 거기서 공유할 생활 팁이 많거든요. 그런 식의 글쓰기를 계속 하고 있어요.


독자 분들께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어의 사연들』은 재미, 교양, 의미를 다 갖추었어요. 아울러 실용적인 책이기도 합니다. 언어 영역 감각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언어 영역 공부는 감각과 사고력이라는 기반을 갖추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할 수 있어요. 스스로 이 책에 의미를 부여하면, 한국어 고유의 무늬를 탐색한 내용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거라 할 수 있어요. 재미와 교양은 독자 각자께서 판단할 부분이겠죠.


앞에서 요즘 점점 책을 안 읽는다고, 그래서 책 쓰는 일도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어요. (웃음) 책 읽기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지적인 활동이니까요. 영상을 보는 거랑 판이하게 다르거든요. 영상을 보는 것과는 정보 집약도에서 큰 차이가 나요. 책은 스스로가 중심을 잡고, 어떤 부분은 깊숙하게 읽고, 어떤 부분은 건너뛰면서 읽을 수 있어요. 오디오북도 듣고, 책도 보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백우

어떤 영역에 관심을 둘 경우 대개 보통 수준을 넘어선다. 특출함을 지향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 경지가 특이함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단적인 예로, 마라톤을 즐기는데 맨발로 즐긴다. 자신의 특이함은 그러나 근본에 접근해 깊이 파고드는 태도와 습성의 결과라고 자평한다. 아울러 자신의 특이함이 특출함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다른 사람들이 아직 다루지 않은 특유의 콘텐츠를 담고 있다. 단어를 실마리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생각을 소리에 실어내는 방식을 포착해 풀었다. 또 주로 영어와 비교해 우리말의 고유한 특성을 이야기했다. 사람은 언어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언어에 대한 생각은 사고에 대한 생각이며 언어 공부가 사유의 조직화·구조화의 기초라고 본다. 단어는 오래된 관심사였다. 국어사전을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우리말을 궁리했다. 20여 년 동안 주로 활자 매체에서 기사를 썼다. 요즘 글쓰기 강사로 일한다. 수십 년간 길러온 글쓰기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일이다. 영어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도 한다.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을 번역했다. 글쓰기 분야 책 『일하는 문장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 『글은 논리다』를 썼다.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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