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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퇴근길 클래식 수업』 나웅준 ‘지루한 클래식의 재발견’



트럼펫 연주자, 뮤직테라피스트, 금관 앙상블 ‘브라스마켓’의 리더, 클래식해설자, 작가, 등 나웅준의 수식어는 무궁무진하다. 자신을 말할 땐, 두 가지를 꼽아 뮤직테라피스트 트럼펫 연주자라고 소개한다. 지난 12월, 애정을 가지고 진행하던 오디오 클립 에피소드를 모아 『퇴근길 클래식 수업』을 펴냈다. 클래식을 누구보다 아끼는 나웅준 작가를 만나 클래식의 숨은 매력을 찾아봤다.


그는 클래식이 대중에게 소외된 장르라는 것을 인정하며 서슴없이 ‘지루한 클래식’이라 표현한다. 그리고 그 지루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보겠다는 당찬 포부도 잊지 않는다. 대중의 무관심 속에 어쩔 수 없이 소외된 클래식 인구를 챙기는 마음도 남다르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클래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연주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웅준 작가와 그의 모든 삶의 연주가 대중과 클래식을 튼튼하게 잇는 가교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그의 말대로 잠이 안 오는 날, 클래식을 들어보면 어떨까. 분명 클래식이 이끄는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나웅준 작가님, 작가님을 트럼펫 연주자라고 소개하면 될까요?


저는 트럼펫도 하고, 해설도 하고 최근에 책도 내서 작가라는 과분한 명칭도 갖게 됐어요. (웃음) 중학생 때 관악부 하면서 트럼펫을 처음 시작했는데, 트럼펫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걸로 음대에 진학하게 됐고요. ‘브라스 마켓’이라고 학교에서부터 같이 연주하던 금관 5중주팀이 있거든요. 그 팀에서 연주를 많이 했어요. 근데 연주만 하면 이상하니까 중간에 조금씩 멘트를 하던 게 저희 팀이 13년 됐거든요. 기간이 오래되니까 자연스럽게 멘트 스킬이 단련된 것 같아요. 아는 분이 공연 해설을 추천해주셔서 공연 해설하는 콘서트 가이드로도 재작년에 데뷔하게 됐죠.



트럼펫과의 첫 만남도 궁금해요.


원래 집에서는 좀 반대를 했어요. 악기 하는 자체에 반대하셨죠. 저희 부모님 세대들이 흔히 음악 한다고 하면 그거 뭐 먹고 사냐면서 딴따라, 이런 생각을 하시잖아요. 할 거면 다른 악기 하라고도 하셨어요. 클라리넷 같은 목관악기 있잖아요.


그래서 목관악기 쪽으로 신청서를 내고 모여야 하는데 제가 안 갔어요. 가기 싫어서 안 갔는데, 제가 쓴 클라리넷은 다 차고 트럼펫이 남았대요. 제가 사진으로 봤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악기가 트럼펫이었거든요. 마침 그게 남아있던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트럼펫을 하게 됐죠. 중학생 때 이야기에요.


막상 트럼펫을 시작하니까 어떠셨어요?


재밌었어요. 욕심도 생기고, 남들보다 잘하고 싶었고요. 중학생 때 뭐 하고 싶은지 부모님이 물어보시잖아요. 부모님이 막 컴퓨터 쪽으로 유도할 때마다 제가 안 넘어갔던 기억이 나요. (웃음) 무조건 악기 하고 싶다니까 부모님이 괜히 말 돌리시고 그랬죠. 중3 때였나. 제 선배 중에 트럼펫으로 예고에 간 형이 있었거든요. 저도 예고가 너무 가고 싶은 거예요. 전공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이 반대를 좀 많이 하셨죠. 근데 그때는 다른 것보다 하고 싶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뮤직테라피스트 일도 하신다고요.


뮤직테라피스트는 음악 심리치료사예요. 우연한 기회에 음악 심리치료 공부를 하게 됐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냥 트럼펫 연주자보다는 앞에 수식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심리 치료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뮤직테라피스트 트럼펫 연주자 나웅준입니다.’라고 많이 소개하죠. 뮤직테라피스트로 크게 하는 일은 없어요. 제 개인 연주할 때 심리치료 기법으로 의미를 담아서 이야기하고 있죠.


뮤직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이 생소하게 느껴져요.


대학교 졸업하고 제 입으로 이야기하면 좀 그렇지만, 어느 정도 주목도 받고 학교 안에서도 잘한다고 이야기 듣고 그랬어요. 이상하게 거만해지고 그랬던 것 같아요. 졸업하고도 선생님이 예뻐해 주시고, 오케스트라에도 바로 들어가게 됐고요. 근데 활동하다가 한 번 크게 다쳤어요. 야구를 하다가 이가 다 나간 거예요. 트럼펫 연주자에게 굉장히 치명적인 거죠. 트럼펫을 이로 불잖아요. 그렇게 다치고 반년 정도 재활 치료를 했어요. 그때도 만만하게 봤죠. 6개월 정도 재활하면 다 낫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악기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맨날 위축됐어요. 자꾸 상상의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쟤 왜 저러지, 쟤 다쳤다고 하더니 끝났네, 이런 상상의 소리 있잖아요. 괜히 눈치 보게 되고요. 한 2년 정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정신과 상담도 한번 받아봤어요. 연습할 때는 잘되는데, 어디 나가기만 하면 위축되서 잘 안 되는 거예요. 그 기간이 한 6년~7년 정도 좀 오래됐죠. 그때 유학도 계속 실패했어요. 그러다가 미친 듯이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예요. 대신 음악 하는 사람들 없는 곳에서요. 다 아니까 괜히 위축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기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잘하는지 못 하는지 구분 못 하는 사람들 앞에서 한번 해보자, 하고 홀을 하나 대관했어요. 타이틀도 ‘ㅅㅂ’ 이런 거로요. 3월 18일 공연이었거든요. 18시 18분에 하려고 했어요. 연주회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음악 심리치료 공부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교수님께 연락드렸는데, 사회교육원에서 공부하는 자격증 과정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공부하게 됐죠.


공부하면서 새롭게 느낀 부분도 있을까요?


거기서 되게 많은 걸 느꼈어요. 가보니까 저만 되게 뻣뻣하더라고요. 심리 치료라는 게 내담자의 숨기고 싶은 심리를 여러 매개체를 통해 꺼내놓고 아픈 상처를 같이 보듬고 이해하는 과정이잖아요. 꺼내는 매개체가 그림이면 미술 심리가 되는 거고, 음악이면 음악 심리가 되는 거죠. 음악으로 편하게 다뤄야 하는데 혼자 경직되어 있었어요. 전공이니까 완벽하게 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많이 해소되면서 음악을 다르게 보게 된 거죠.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한데, 음악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실제 음악 심리치료 필드에 가보면 장애 있는 친구들과 수업도 해요. 임상 수련이 있어서 4살, 6살의 소아마비 친구들과 1:1 섹션 하는 게 있었어요. 30분씩이요. 그 아이만 두고 제가 할 게 없더라고요. 제가 전문적인 석사나 박사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앞에서 같이 놀아주고, 동요만 계속 불렀어요. 그러면서 음악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죠. 내 음악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그런 목표가 생겼어요.


그리고 그 음악이 웬만하면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 클래식으로 설득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클래식 솔직히 재미없잖아요. 누가 들어요. (웃음) 데 조금만 알고 매력을 느끼면 정말 눈물 흘릴 만큼의 감동도 느낄 수 있거든요. 이걸 이 사람들한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생각해서 시작한 게 뮤직테라피 콘서트거든요. 프로그램도 거의 클래식으로만 이야기하고 있고요. 일종의 스스로에 상징을 둔 직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냥 트럼펫 연주자보다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고 싶은 뮤직테라피스트가 되고 싶은 거죠.


뮤직 테라피 콘서트 포스터. 사진 제공=나웅준


뮤직테라피 콘서트를 하면서 작가님도 치유를 경험하신 것 같아요.


사실 뮤직테라피스트 일을 했다고 하기에는 제가 너무 겉핥기인 것 같아요. 일이라기보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영어 못하는 사람 둘이 만나면 영어가 가능하거든요. 근데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영어를 잘하면 대화를 못 해요. 그런 원리더라고요. 내가 말을 하면 아이랑 소통이 안 되더라고요. 저는 말을 잘하고, 이 친구는 말을 못 하잖아요. 그래서 아예 말을 안 했어요. 의성어 쓰거나 음악으로 이야기를 했죠. 특히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걸 많이 해봤어요. 음악도 굳이 설명보다도 장치가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뮤직테라피 콘서트를 할 때 보통 테마를 두고 연주하고, 관객들에게 타악기를 나눠줘요. 연두색 가방 안에 있는 게 다 타악기거든요. 다양한 타악기를 주고 마음껏 표현해보라고 하죠.


가져가는 것 중에 ‘오션드럼’이라고 있는데, 오케스트라에서는 안 쓰거든요. 바닷소리가 너무 리얼해요. 현대인은 바다 좋아하잖아요. 저만 좋아 하나요. (웃음) 저는 앞에서 연주하고 관객이 오션드럼을 자리에서 연주하면, 음악이 그 사람의 1인칭이 될 수 있잖아요. 관객이 원하는 컨셉에 맞춰서 효과 타악기를 연주하면, 관객마다 일인칭 연주가 되는 거예요. 그렇게 1인칭 시점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이 컸죠. 다른 악기를 갖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 그 순간 만들어지는 음악이잖아요. 앞으로도 나올 수 없고 과거에도 나온 적 없는 지금, 이 순간의 음악인 거죠.



콘서트는 몇 회째 하고 있나요?


재작년에 8번 하고, 작년엔 사정이 있어서 많이 못 했어요. 총 한 15번 정도 했어요.


15번의 콘서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을까요?


울던 관객이 있었어요.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무대 위에서만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우리가 객석을 바라봤을 때, 분위기가 확 바뀌는 부분도 있고요. 훈훈했다가 갑자기 훅 다운되는 부분인 거죠. 보통 아리랑을 중간에 한 번 연주하는데, 의미를 부여해요. 나 아’, 다스릴 ‘리’, 즐거울 랑’ 해서 ‘자신을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해석하거든요. 그 전에 노래하는 걸 좋아하시냐고 물어봐요. 좋아한다고 하시는 분이 많죠. 그럼 자신에게 노래한 적 있냐고 물어보면, 순간 정적이 흘러요. 사실 있긴 있어도 쉽지 않거든요. 제가 아리랑을 연주할 테니 아리랑을 부르시는데, 자신에게 불러보라고 해요. 허밍도 좋고 진짜 노래도 좋고요. 자신한테 노래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하면, 꼭 몇 분이 우시는 것 같아요.


뮤직 테라피 콘서트 사진. 사진 제공=나웅준


네이버 오디오 클립 <지루한 클래식>과 <클래식 사용법>을 운영하고 계시다고요. 어떤 콘텐츠인가요?

<지루한 클래식>은 제가 하고 싶어서 만들었고, <클래식 사용법>은 오디오 클립에서 요청한 콘텐츠예요. <클래식 사용법>이 인기가 더 많죠. <지루한 클래식>은 제가 하고 싶은 클래식 음악계 이야기를 담았고요. 민감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어요. 워낙 클래식이 인기가 없어서 터져도 이슈가 크게 안 되는 거죠. 미투, 갑질, 이런 게 터지기 시작하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매스컴에 소개된 금난새 선생님이나 정명훈 선생님의 철학이 잘못된 부분이 많거든요. 밖에서 보는 ‘마에스트로’라는 자리가 다 연주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자리이거든요. 그래서 이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너무 욕만 할 수는 없으니까 악기 이야기도 하나씩 하는 거죠. 안 알려진 악기 이야기를 하나씩 해요. 이번에 조성진이 콩쿨로 이슈가 됐잖아요. 그럼 우린 떨어진 사람 데리고 와서 이야기하자, 왜 떨어졌나 궁금하잖아요. 이런 식으로 클래식의 이야기 포인트를 바꾸고 싶었어요.


<지루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에서 의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루하다는 게 부정적인 의미잖아요.

실제로 주변에서도 반대가 정말 많았어요. ‘지루한’이 뭐냐는 말도 많았고요. 못살아, 그렇게 말해주시는 분도 많았어요. (웃음) 근데 그냥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클래식 수식어를 보면 올드하잖아요. 그런 개념도 클래식을 점점 고립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프닝 때 클래식에 오랫동안 내려온 이야기가 많은데, 그 지루한 이야기를 제가 풀어보겠다는 말을 해요. 사람들은 다 지루하다고 하는데, 나만 재밌는 클래식이면 뭐해요. (웃음)

직접 들어 보니까 오디오 클립 녹음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지루한 클래식>은 사실 아직도 창피해요. <클래식 사용법>은 음악의 배경 이야기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포인트를 다루려고 하거든요. 지금은 재밌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를 다 써서 고갈됐어요. 다른 일반적인 소개처럼 집중력 있을 때 듣기 좋은 클래식도 좋은데, 저는 이제 그런 걸 안 하기로 했거든요. <지루한 클래식>은 사실 적자 방송이에요. 아는 사람도 한 번씩 다 불렀어요. 근데 게스트에게 확실한 베네핏을 못 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을 줬으면 돈을 줬지, 확실한 베네핏을 못 주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지루한 클래식> 시즌 1은 완결하고, <퇴근길 클래식 수업>을 <지루한 클래식> 시즌 2 개념으로 시작했어요.


성취감을 느낀 부분도 궁금해요.


그 성취감이 『퇴근길 클래식 수업』이에요. 시작할 때 미래를 상상 안 해본 건 아니었거든요. 쌓이고 잘 되면, KBS FM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혼자 하곤 했죠. 진행을 아예 가십거리로 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았고요. 어떻게든 재밌게 들려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작년에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바로 좋다고 했죠.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지루하게 느끼는 클래식을 친숙하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싶었다고요.


처음부터 학문적인 컨셉으로는 안 하려고 했어요. 사실 오래된 걸 이야기하면 학문적인 접근이 가장 명확하긴 해요. 근데 듣는 사람은 관심 없으면 전혀 공감이 안 되죠. 그래서 동대문을 조선 시대 서울 IC로 보자,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2장이 음악사 이야기인데, 제목을 「클래식 성장기」라고 하고 싶었어요. 바흐는 직책이 큰 성당의 음악을 새로 만들어야 했죠. 그래야 돈을 받으니까요. 대다수 음악가가 그랬어요. 오페라를 개혁했던 글루크는 엄마가 음악가를 반대해서 집을 뛰쳐나오고 그랬대요. 그때 분위기도 그랬던 거예요. 의사 같은 전문직종을 원했다는 거죠. 음악 하면 못 먹고 사니까요. 당시 사람들의 대중음악이 클래식이라 이런 얘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 쓰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이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나름의 결론도 나오더라고요.


어떤 나름의 결론을 내리셨나요?


클래식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같이 고생을 안 했어요. 음악적 어법이 안 맞는 게 아니에요. 우리 국악 안 듣잖아요. 우리가 좋아하는 가요가 다 서양의 음악 어법이거든요. 1950년대에 오케스트라가 들어 왔으면, 그 당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현대음악으로 넘어갔을 시점이거든요. 클래식이 완성된 형태로 들어온 거죠. 의미가 없는 거예요. 군부정권 때 시위하면서 민중가요가 아니라 국악으로 시위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거예요. 같이 고통받고 함께 극복한 음악이니까요. 이런 쪽으로 생각을 풀었어요.


300~400년 전에 유럽에서 유행한 음악이잖아요. 지금 시점에서 볼 때도 정서가 맞을 수가 없죠. 지금 쓰는 스마트폰을 그 시대에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생활 방식, 자동차, 핸드폰, 공감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래도 클래식이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게, 안 변한 게 있더라고요. 인간의 감정이 안 변했어요. 기술과 문명이 발전됐지만, 인간의 감정은 발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부모님 심리도 비슷한 것 같고요. 못 먹고 사니까 음악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모차르트도 아버지가 굉장히 엄하게 키웠어요. 아들이 재능이 있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영재 투어 다니고요. 손흥민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독일 데리고 가서 유소년팀했잖아요. 인간의 심리와 감정이 발전됐을까 생각해 본 거죠.


감정이 비슷하다면, 사람을 위해 만든 클래식은 몇백 년 동안 데이터베이스가 쌓여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좋아하는 가요도 그래 봤자 50년이에요. 데이터베이스 양이 완전히 다른 거죠. 물론 클래식이 우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데이터베이스가 크니까, 들으라는 이야기도 아니고요. 지금 듣는 가요를 듣다가 만족이 안 될 때, 클래식을 들으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보는 거죠. 클래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이 책의 요지고요.



클래식 연주자로서 클래식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현장에 가면 생각보다 클래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근데 좀 관심 갖다가 역시 내 스타일 아니야, 이러시죠. 연주회장 가면 구두와 정장을 갖춰야 할 것 같고요. 그런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할 때는 고정관념이 왜 생겼는지 먼저 이야기하죠. 그 얘기에 공감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어떤 연주회를 가면 좋을지도 많이 물어보시거든요. 그럼 전 헬스장 많이 이야기해요. 가장 좋은 헬스장이 어딜까요? 집 가까운 곳이 최고예요. 멀면 안가잖아요. 자기 생활권에서 가장 편하고 가까운 곳 가면 돼요. 예술의 전당까지 굳이 안 가셔도 돼요. 백화점 문화센터 있죠, 카페 레스토랑에서도 클래식 연주하죠. 자기 주위에서 가장 가기 쉽고 편한 곳에 있는 연주회장이면, 어느 곳이든 괜찮아요. 좀 편해야 해요.

뮤직 테라피 콘서트 사진. 사진 제공=나웅준


대중과 클래식이 가까워지지 못한 이유로 ‘클래식을 바라보는 시선’을 꼽으셨어요.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우리가 가요를 좋아하는 걸 타고 내려가면 결국, 클래식을 만나게 되어 있거든요. 맛집처럼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조선 시대 왕이 먹던 음식점이 생겼어요. 그럼 한번 먹어보고 싶잖아요. 그런 개념이에요. 주식은 안 되겠지만, 한 번쯤은 색다른 경험으로 먹어보는 거죠. 클래식은 그게 가능한 개념이기도 하고요. 가수는 돌아가시면 재현이 안 되잖아요. 근데 클래식은 똑같은 악기와 악보를 보고 진행하니까 어느 정도 재현이 되죠. 거의 손맛이 안 변한 오래된 음식점에서 기분 내는 것처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복장도 야구장과 비슷해요. 야구장에서 재밌게 야구를 보려면 자기 좋아하는 팀 유니폼을 입고 가잖아요. 근데 처음 갈 때는 그런 거 필요 없어요. 편하게 가는 거죠. 비슷해요. 연주회가 익숙해지고 이런 문화가 괜찮으면, 하루 정도 정장 입고 가서 보는 거죠.

근데 솔직히 너무 편하게 입고 가면 안 되지 않나요?

되지 않을까요? 왜 안 되죠? 슬리퍼에 반바지 이런 것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요? 근데 슬리퍼나 반바지는 사실 어딜 가든 안 어울리잖아요. 구두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전 연주할 때 빼고 구두 신고 연주회에 간 적이 없어요. (웃음) 연주야 무대 올라가야 하니까 구두를 신죠. 근데 연주회 보러 갈 때 솔직히 구두, 발 아파요. (웃음) 운동화 신어도 돼요.

연주회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 중에 박수 예절이 인상적이었어요.

박수도 예전에는 의견이 분분했대요. 악장 간에 박수는 치지 말아라, 하는 안내 멘트가 나오거든요. 연주회를 보러 갔는데 박수도 자기 맘대로 못 치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기다리고 있으면 좀 아는 사람들이 확 먼저 치고 나오는 게 짜증 나죠. 그걸 우리는 흔히 ‘안다 박수’라고 하거든요. 눈치 보다 치면 ‘눈치 박수’라고 하고요. (웃음) 한때 ‘안다 박수’와 ‘눈치 박수’가 공론이 된 적이 있었대요. 문제는 악장이 끝나고 곡이 끝나는 시점을 모르겠다는 거예요. 명쾌한 건, 인사할 때 치면 돼요. 솔리스트가 인사할 때 맞춰서 박수 치면 명쾌하죠.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결혼식에서는 클래식을 원하고 듣게 된다고요.

제 지인이 결혼식을 하면, 왠지 특별하게 해주고 싶잖아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조금 세련된 곡을 연주하는 거죠. 그래서 신부 입장할 때 다른 팝송을 한 번 했어요. 근데 굉장히 아쉬웠다는 피드백을 받았죠. 신부는 입장할 때 우아한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을 거잖아요. 무의식중에 그 음악을 깔고, 자기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에 다른 음악이 나오니까 실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결혼식에서 듣는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은 많은 여성들이 원하는 음악이다. 화려한 순백의 드레스와 우아하고 절제된 느낌의 행진곡이 어우러지면서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진다. (60쪽)

결혼식에서 쓰이는 클래식이 클래식의 폭넓은 공감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요. 비슷한 사례가 또 있을까요?

해마다 신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신년음악회를 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전국각지에서 신년음악회를 하고요. 프로그램은 다 달라요. 근데 앙코르는 그 음악을 할 확률이 99%예요. ‘라데츠키 행진곡’이라고 세계 어딜 가나 프로그램은 달라도, 앙코르는 거의 뭐 이 곡으로 한다고 봐야죠. 그 곡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박수를 칠 거고요.

클래식 성장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도 궁금해요.

중간이 없어요. 그동안 너무 편향적인 방법만 많았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클래식 애호가여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요. 하이든 시대에도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기 시작해서 왔는데, 공연보다도 잿밥에 관심이 많아서 떠들고 했거든요. 기존의 귀족들은 짜증 났겠죠. 그래서 생긴 게 발코니석이에요. 영화에서 보면 돈 많은 사람은 위에서 따로 보죠. 그럼 객석 사람들과 차별화가 돼야 하잖아요. 우리는 복장을 더 격식 있게 차려입자, 했던 예절이 더 보수적으로 된 거죠. 같은 문화생활을 하는데 이 사람들보다 더 교양 있어야 귀족 같잖아요. 그럼 공부도 해야죠. 이런 차별화 포인트가 예절이 되고 문화가 된 거예요. 이런 부분이 한국에 여과 없이 그대로 들어온 거죠.

허리 없이 애호가와 관심 없는 사람, 이렇게 나뉘잖아요. 그 사이 다리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주회장에 갈지, 안 갈지는 남은 관객분들의 몫이거든요. 그래도 가는 방법과 길 정도는 열어주고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압축성장이잖아요. 저희 때 선생님이 지금도 선생님이에요. 세대교체가 안 된 거죠. 중간에 자연스러운 허리 부분이 클래식도 전혀 없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든 연결하고 개척하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꼰대라고 표현했죠.

우리나라 클래식 시장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해본다면 인생의 황금기를 넘어 속된 말로 ‘꼰대’가 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자신이 꼰대였다는 것을 알아챈 시기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클래식이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성장해나갈지는 후대에 가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문제를 파악한 이상 반드시 해결방법도 찾게 될 것이라 믿는다. (166쪽)

어떤 부분이 허리가 될 수 있을까요?

<클래식 사용법>, <지루한 클래식>이요. (웃음) 지금 학문적인 지식보다는 인문학 열풍이잖아요. 평론가, 칼럼니스트, 음악계 지휘자가 사실 극소수 사람들이거든요. 근데 세 명의 이야기가 다는 아니잖아요. 보통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이야기가 많이 퍼져나가고, 이야기를 들을 창구가 생기면 일반인도 더 편하게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성진 콩쿠르 입상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조성진 씨는 제가 담을 수 없는 레벨에 계신 분이죠. 근데 세계 콩쿠르가 올림픽이 아니거든요. 저희는 마치 올림픽 금메달 딴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물론 대단하긴 하죠. 국제 콩쿠르가 쇼팽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건데, 가장 잘하고 못하고보다 심사위원 기준에 잘 맞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진짜 쇼팽이고 국위선양 했다, 이런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입상으로 인프라가 넓어지고 관심이 커지는 건 긍정적인데, 그 인물에게만 관심이 가잖아요. 인프라가 형성이 안 되죠. 제가 그 위치에 안 가봐서 솔직히 모르겠어요. 영재만 키워야 하는 것도 맞죠. 세계적인 연주자가 나오면 기분 좋은 일인 건 맞아요. 근데 과연 모든 기회와 시선이 그 사람에게만 몰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학교에도 손열음 씨 같은 쟁쟁한 사람들이 해마다 나왔거든요. 잘하는 건 잘하는데 그럼 나머지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죠. 그게 딜레마인 것 같아요. 평범하고 최고가 아니더라도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잘하는 애들은 어딜 가든 잘하거든요. 음악은 같이할 때 빛나는 거잖아요.

클래식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점일까요?


인간을 위해 몇백 년 동안 만들어진, 그 숨겨져 있는 힘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좋아하는 음악도 궁금해요.


저는 브람스 좋아하거든요. 처음에 정말 어려워요. 들으면 들을수록 숨이 막히고요. 그래서 만든 게 사용법이거든요. 브람스 좋다고 하면 왜 좋냐고 많이 물어봐요. 저도 근데 답을 못 내리겠어요. (웃음) 브람스 교향곡 4번에 1악장 있거든요. 중간에 지루할 수도 있긴 해요. 클래식 들을 땐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 들어도 돼요. 꽂히는 부분을 계속 들어보는 거죠.


트럼펫이 어떤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 만들어졌다고요. 트럼펫 연주자로서 어떤 신호를 보내고 싶은가요?


제 음악이 관객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순간 한 번 더 미소 짓고요.


꿈이나 지향점도 궁금해요.


제 꿈은 책이 10쇄 정도 찍는 거예요. (웃음) 클래식이 대안이 됐으면 좋겠어요. 하나의 옵션으로요. 요즘 기능 많은 거 좋아하잖아요. 시장은 너무 좁은데, 클래식 인구는 너무 많거든요. 다 같이 먹고 살려면 시장이 커지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사람들이 많이 접하고 좋아해야 하잖아요. 즐기는 음악 중에 클래식을 옵션으로 추가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클래식 인구가 얼마나 많은가요?


오케스트라 자리는 거의 다 끝났어요. 요즘은 또 애들이 잘 배워요. 저희 때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하고, 젊은 선생님들도 유학 갔다 많이 들어오잖아요. 선진 기술이 있고 애들이 처음부터 잘 배우고요. 요즘은 운동도 처음부터 차범근 축구교실 가서 배우잖아요. 경쟁력도 좋고 인프라도 많이 늘어나고요. 근데 자리는 한정되어 있죠. 그래서 제가 배웠던 레슨비가 지금도 비슷할 거예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말도 안 되는 대우도 많죠. 우리끼리는 진짜 파업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죠. 누군가는 대안이 계속 나오니까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독자분에게 전할 말이 있으시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클래식 어렵지 않아요. 잠잘 때 들으세요. 그리고 작년 여름 정말 더웠잖아요? 그런 무더위 날 도심에서 가장 시원한 곳 꼽으라면, 은행이랑 연주회장이거든요. 무더위 날 연주회장 가서 주무세요. 얼마나 좋아요. 시원하지, 음악도 잔잔하게 나오죠. 클래식이 삶에 도움이 되면 정말 좋겠어요.



나웅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를 졸업하고, 트럼펫 연주자이자 뮤직테라피스트, 금관앙상블 ‘브라스마켓’의 리더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울림이 있는 연주와 해설로 관객들에게 다가서고 있으며, ‘나웅준의 더 뮤직테라피 콘서트’를 통해 클래식의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나웅준의 지루한 클래식’, ‘클래식 사용법’을 운영하며 다양한 콘텐츠로 클래식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7년부터는 롯데 콘서트홀에서 ‘오르간 오딧세이’ 콘서트 가이드, ‘키즈 콘서트’ 내레이션, ‘더 클래식(바흐)’ 및 ‘MOC 프로덕션 10주년 기념콘서트’ MC 등으로 활동하며 전문 클래식 해설자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밀하게 친구처럼 관객과 소통해 클래식 공연 해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Editor - 채지선

chaeulip@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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