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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화학물질의 습격 위험한 시대를 사는 법』 계명찬 ‘바디버든, 편익의 대가’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해진 현대사회. 생활이 편리해진 만큼 환경 오염, 미세 먼지,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환경 문제들도 함께 야기됐다. 계명찬 교수는 그중 화학 물질이 주는 편리함을 경고한다. 화학 물질의 편리함을 경험하는 만큼 바디버든이 쌓인다는 이야기였다. 체내에 남은 화학 물질은 바디버든이 되어 우리를 차츰 병들게 만든다.


내 몸에 쌓인 화학 물질은 나의 자식과 손주까지, 3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가히 화학 물질의 습격을 받은 위험한 시대라고 말할 법했다. 화학 물질을 제대로 알고, 끊임없이 편리해지려는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가 말하는 ‘불편을 선택하는 용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계명찬 교수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계명찬 교수입니다. 저는 발생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남성 생식. 즉 정자형성이나 정자의 기능, 남성호르몬의 형성과 같은 분야에 특화된 연구를 진행해요. 환경호르몬이 정자 형성과 정자 기능, 남성호르몬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런 연구를 수행하는 거죠.


화학물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화학물질이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해요. 특히 일반인이 환경호르몬으로 알고 있는 표준어로는 내분기계 교란 물질, 내분기계 장애 물질에 관심이 많죠. 꽤 오래전인데, 1996년에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테오 콜본이 책을 하나 냈거든요.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였어요. 당시 사람들이 모르던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집대성한 일종의 에세이였죠. 자연생태계와 병원 같은 곳에서 관찰된 여러 실험데이터를 모은 거예요. 그 책을 제가 봤어요. 당시 이 책이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전 인류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줬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 셀러가 됐죠.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유명한 저술가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썼어요. 그 책에서는 농약의 일종인 DDT, 옛날에 이를 죽이려고 쓰는 일종의 농약이에요. 농작물 수확률을 증가시키려고 쓰죠. 미국은 땅이 넓으니까 비행기로 살충제를 다 뿌려요. 그럼, 싹 죽어요. 그런데 해충만 죽으면 좋은데 익충도 죽는 거죠. 벌과 나비 같은 이로운 곤충이 죽어요. 과수원에 벌과 나비가 없으면 열매가 안 열리잖아요. 그다음 해에 봄이 왔어요. 근데 봄이 오면 꽃이 펴야 하는데 지난해에 벌과 나비가 다 죽어서 과수원이 조용한 거예요. 벌이 날아다니면 붕붕 소리가 나는데, 침묵하는 봄의 과수원이 된 거죠. 화학물질이 생태계와 생명을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죽이는지 경고하는 첫 번째 책이었어요. 그 책 이후에 나온 게 『도둑 맞은 미래』였고요.



저는 그때 대학에 갓 부임한 교수, 전임강사였는데 그 책을 본 거죠. 박사학위를 정자 연구해서 받았는데요. 정자 연구에 기초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환경호르몬이 정자 수를 줄인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됐었거든요. 할아버지 때보다 손자 때, 그러니까 2대가 지나서 정액 검사를 했더니 정자 수가 반으로 줄었대요. 나의 아들, 손자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 때 어떻게 될까 생각하게 된 거죠.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남자들이 정자 생산을 제대로 못 하고, 정상적인 결혼생활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과 두려움을 인류에게 줬어요. 그 기사 한 줄로요. 환경호르몬이 정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때 테스트해 봤던 물질도 꽤 여러 가지고요.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이 위험하다는 걸 다 알아요. 국민도 모두 두려워하고요. 미세먼지, 녹조, 세 번째가 환경호르몬이에요. 국민이 두려워한다면 국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 정부가 사회 문제 해결형 시민 사업이라는 R&D의 한 파트를 만들었어요. 저는 환경호르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단의 단장을 맡게 된 거죠.



사업단에서 어떤 성과를 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시중에 유통되는 환경호르몬을 포함한 다양한 용품이 있어요. 샴푸라든지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 등 정말 다양하죠. 과거에는 젖병에도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었어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라는 물질이 있어요. 지금은 금지돼서 안심해도 되긴 해요. 비스페놀A를 원료로 하는 젖병은 가격이 싸요. 딱딱하고 투명해서 쓰기도 좋았죠. 근데 알고 봤더니 그 속에 비스페놀A가 들어있었어요. 그걸 알고 사람들도 안 쓰고, 정부에서도 규제한 거죠. 대체품은 비싸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사업단에 싸고 성능은 좋으면서 환경호르몬은 없는 젖병을 만들라는 임무를 줬어요. 한 3년 정도 걸렸는데요. 샴푸도 만들고, 수액 백도 만들어보고요.


링거액은 좋지만, 링거를 담은 봉지에 프탈레이트가 들어 있어요. 체내에 녹아서 들어오는 거죠. 입원하기 전과 퇴원 후 프탈레이트 수치를 분석한 데이터가 있어요. 병원에 있는 사람들의 프탈레이트 수치가 엄청 높았죠. 입원한 동안 더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 속된 말로 ‘병 주고 약 준다’는 거죠. 지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용되고 있긴 해요. 성능 좋고 확실한 대체 소재를 하나 만들잖아요? 그럼 저 사실 교수 안 해도 돼요. (웃음) 재벌 되는 거예요.


적정기술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첨단기술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첨단기술은 인간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기술이라면, 적정기술은 그렇게 어려운 기술은 아니에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기술이니까요. 시장의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요. 이런 적정기술의 하나로 환경호르몬 대체 물질을 개발하고 대체 화학물질을 이용한 대체 소재, 샴푸, 세제를 만들었어요. 3년간 정말 열심히 했죠. 성과는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환경호르몬이 없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샴푸 A와 샴푸 B가 있어요. A는 싸고 때도 잘 빠지는 샴푸인데, 환경호르몬이 들어있어요. B는 비싸고 때도 조금 덜 빠지지만, 환경호르몬이 없어요. 그럼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로서는 B를 써야 하는 거죠. 특히 영유아,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가 환경호르몬에 취약해요. 배 속에 아이가 자라는 엄마들은 정말 조심해야 하고요. 이런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안전한 화학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요. 비싸더라도 대접받을 만한 제품이에요. 이런 제품 개발과 관련된 몇 가지 일을 더 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을 개발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환경호르몬이 없는 계면활성제와 세제를 만들었어요. 영유아용 세제라고 보면 돼요. 테스트할 때 때가 잘 빠지고 거품은 잘 나는지, 특히 환경호르몬이 없는지 봐야 하잖아요. 근데 만족스러워요. 출시하기 전에 지원자를 받아서 테스트를 해 봐요. 막상 시장에 출시하려니까 장애물이 많았어요. 시장에 출시할 때 상당히 부담스러웠죠. 그래서 애완견 샴푸로 먼저 출시했어요. 잘 팔려요. (웃음) 사람과 개가 똑같냐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개털이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대요. 독성이 있으면 개털은 바로 빠져요. 그래서 개털이 안 빠지 당연히 사람에게도 안전하다는 논리예요. 사람에게 당장 쓸 수 있는 판로는 개척하지 못했지만, 패스트 샴푸도 만들었고요.


프탈레이트가 들어간 게 일반 비닐이에요. 부드럽고 잘 구부러지면서 편하고요. 우리가 비닐 하면 상상하는 걸 떠올리면 돼요. 프탈레이트가 들어가서 그렇게 된 거거든요. 프탈레이트를 빼고 비닐과 비슷한 성능을 만드는 건 쉬운 게 아니에요. 시장에 나갈 정도로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수액 백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젖병도 만들었죠. 요즘 아기 젖병이 다 갈색이거든요? 젖병은 뜨거운 물이 들어가잖아요. 그러니까 열에도 견뎌야 하고, 어느 정도 투명성도 보장되어야 하고요. 비스페놀A가 없는 다른 소재를 찾았어요. 젖병 공장에 사출해서 만들었죠. 소재도 국산이라 수출 대체 효과도 있겠죠.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환경호르몬 역할을 하는 게 비스페놀A예요. 여성부의 임신진단키트 있죠? 유사한 방식으로 환경호르몬을 손쉽게 검사하는 단백질 센서를 만들었어요. 센서를 스틱처럼 포장하는 연구를 남겨두고 있어요. 분석 장비에다 분석하면 환경호르몬이 나오는지 쉽게 알 수 있어요. 근데 그걸 일반 대중이 쓰기는 말이 안 되고 힘들잖아요. 오늘 내가 먹는 음료수, 샴푸에 환경호르몬 성분이 있는지 O, X 정도로 나오면 좋잖아요. 그런 걸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거죠.



책에서 ‘바디버든’ 개념을 처음 접했어요.


버든은 짐이에요. ‘짐이 된다, 짐스러워’ 그런 말 있잖아요. 조금씩 쌓여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말이죠.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독 중독이 돼서 잘못하면 죽잖아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매일 환경호르몬을 조금씩 먹었어요, 그럼 축적이 되잖아요. 야금야금 쌓이다 보면 큰 덩어리 형태로 짐이 돼요. 짐이 많아지면 몸이 무거워지고 병에 걸리는 거죠. 이게 사람을 죽이진 않아요. 대신 사람을 골골거리게 만들죠. 살긴 사는데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다양한 질환에 걸리게 되고 자꾸 아픈 거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걸 방해하는 최고의 적은 환경호르몬이라고 생각하고 믿는 1인이에요.


사라지지 않은 채 몸속에 남은 화학물질들은 마치 짐처럼 쌓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바디버든이며, 바디버든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유해 화학 물질은 환경호르몬이다. (본문 중)


무의식적으로 받는 영수증에도 비스페놀A의 양이 적지 않다고요.

현대인은 신용카드 1~2개는 들고 다녀요. 그래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 카드를 내죠. 그럼 계산원이 카드 영수증을 줘요. 카드 단말기에 넣고 찍, 하고 영수증이 금방 출력되죠. 종이에 비스페놀A를 코팅해놨어요. 여기에 열을 가하면 비스페놀A가 타면서 검은색이나 파란색으로 글씨가 나오는 거죠. 종이 표면에 있는 비스페놀A를 태우는 거예요. 앞면에 비스페놀A가 묻어있죠. 만지면 피부를 통해 경피적으로 흡수돼요.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게 여성의 손이에요. 슈퍼마켓, 약국, 기차표 발권 데스크라든지 이런 곳에 주로 여성이 근무하잖아요. 그분들은 하루에 한두 장 만지는 게 아니에요. 많게는 수백 장 정도를 만지죠. 그런 분들은 조심해야 해요. 장갑 끼고 만져야죠. 실제로 일부 매장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렇게 안 하는 사람도 물론 있고요. 몰라서 안 하기도 하고, 귀찮아서 안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렇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조심하겠죠? 특별히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안 받는 것도 방법이에요. 종이는 나무잖아요. 자원 절약과 내 몸 방어를 위해 안 받는 방법도 좋은 거죠.

화학물질이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우리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고요.

동물 실험을 통해 나온 데이터가 많은데요. 국내외 비슷한 연구를 하는 동료에게도 이 부분은 뜨거운 이슈예요. 내가 잘못하면 나의 아들과 손자, 증손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잖아요. 할아버지가 잘못해서 손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건 너무 무서운 이야기죠. 이게 사실이냐고 많이 질문하시는데요.

수컷 생쥐에게 환경호르몬을 낮은 농도부터 높은 농도까지 먹여요. 생쥐의 고환 조직을 떼서 여러 유전자의 변화를 DNA나 RNA의, 프로테인 수준의 변화를 분석하는 거죠. 내가 먹어서 내 고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건 이해가 되잖아요. 버지한테 환경호르몬을 먹이고 교미를 시키면 새끼가 나오잖아요. 그 새끼에게 이상이 있는지 보는데 쉽게 볼 수 있는 게 기형이에요. 또, 새끼가 태어났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사춘기가 빨리 와요. 사춘기가 됐는데 정자와 난자를 꺼내 보면 수정 능력이 떨어져 있기도 하고요.

그 새끼를 또 교미시키면 손자가 태어나요. 손자를 얻었는데 손자도 이상한 거예요. 특별히 나타난 연구사례가 행동 이상이에요. 행동은 뇌가 조절해요. 뇌에는 신경세포가 집합적으로 모여있거든요. 뉴런과 뉴런은 시냅스를 형성해서 복잡한 회로를 만들어내요. 학습하고 운동하는 게 신경회로가 잘 작동해서 나타나는 결과 기능이에요. 그런데 요즘에 과잉행동 증후군을 보이는 애들이 많이 늘어난대요. 상당히 곤란한 문제죠. 동물실험에서는 그런 행동을 보이는 새끼들이 손자 때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유명한 학술지에 나온 거예요.

다양한 화학물질이 생활에 직접 사용된 건 아마 6.25 사변 이후일 거예요. 새마을 운동 이후, 70~80년대 이후로 늘어났겠죠. 그때 살던 분들이 요즘 태어나는 애들의 할아버지 격이죠. 이렇게 환경호르몬은 문제가 당대에 나타날 뿐만 아니라 2대, 3대에 나타나요. 미국에 있는 제 동료는 4대까지 연구하고 있어요. 진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타고나는 거잖아요.


책에서 하루를 가상으로 상상한 내용을 읽고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확 와닿았습니다. 화학물질과 밀접한 현대인에게 어떤 부분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제일 중요한 건 이 책을 사서 읽어보는 거예요. (웃음) 생활 속에서 접하는 여러 화학물질, 생활 화학물질이라고 이야기해요. 다양한 종류가 소개되어 있어요. 비스페놀A와 프탈레이트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고, 방부제 일종인 파라벤도 화학물질이죠. 이 세 가지를 조심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 생활 주변에 가장 많이 있거든요. 내가 쓰고 있는 어느 제품에 환경호르몬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알아야겠죠.

비스페놀A는 영수증에 많이 들어있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싸구려 물병이나 물컵에도 있어요. 주로 급식 장소에서 많이 사용하는 물컵이죠. 재질을 확인했는데, PC(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되어 있다면 그건 쓰지 마세요. 그건 비스페놀A로 만든 플라스틱이에요. 그래도 새 제품은 그나마 괜찮아요. 괜찮다기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거예요. 오래 쓴 건 뿌옇게 보여요. 금이 가 있거나 뿌옇다면건 사용하면 안 돼요. 태양에 노출된 제품도요. 태양의 UV에 노출되면 화학적으로 깨져요. 거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마셨어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화장품 이야기도 해볼게요. 파라벤류가 가장 성공적인 방부제 종류예요. 그런데 파라벤이 왜 화장품에 들어가야 할까요? 화장품이 좋은 거잖아요. 쉽게 얘기해서 화장품은 피부 영양분이에요. 좋은 영양분이 많은 화장품은 피부를 싱싱하게 만들어준다는 장점이 있죠. 좋은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박테리아에게도 좋은 먹이가 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화장품 병 안에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득실득실한다면, 쉽게 말해서 썩은 거예요. 썩은 걸 바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방부제를 넣는 거죠. 싸고 성능 좋은 방부제인 파라벤을 넣어요.

파라벤은 최고의 방부제로 인류에게 사랑받아 왔죠. 비교적 최근에 파라벤이 환경호르몬이라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파라벤은 화장품에만 들어있는 건 아니에요. 의약품에도 들어있어요. 약도 썩으면 안 되잖아요. 약에도 유효 기간과 보존조건이 포함되어 있죠. 주로 식품에 많이 들어가요. 그럼 방부제를 안 넣고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없어요. 어쨌든 방부제를 안 쓸 수도 없고, 쓰자니 파라벤이 있고 곤란해요.

그래서 최근에 대체 방부제가 많이 개발되고 있어요. 환경호르몬을 조심하다 보면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파생 효과가 생겨요.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죠. 이를테면, 화장품 냉장고 같은 거죠. 대체기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제품이 생기고, 경제 효과가 상당한 거예요. 그래서 이런 R&D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거예요. R&D 투자는 돈만 쓰는 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죠. 근데 하나라도 제대로 성공하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돼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좋아지죠. 수출할 수도 있고요.


바디버든을 줄이는 현명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현대인은 국가에서 살고 있어요. 국가가 유지되는 기본 틀은 법이잖아요. 사람들이 법을 지키고 법을 따르면서 기본적인 생활과 안전, 경제활동이 다 보장되는 거죠. 어떤 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정해지면, 그 환경호르몬은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거예요. 근데 시장에 마땅한 대체재 기술이 없다고 생각해봐요. 프탈레이트가 들어있는 비닐을 쓰고 있는데, 프탈레이트가 환경호르몬이라고 해서 앞으로 ‘프탈레이트 비닐봉지 사용 금지’라고 법으로 공표하면, 어떻게 될까요? 공장도 문을 닫아야 하고, 비닐봉지를 이용해서 장사는 가게 주인이나 소비자도 엄청 불편하겠죠. 국민 생활에 대혼란이 초래되는 거예요.

사용을 줄이도록 일깨우고, 충격을 줄이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장에서 차츰차츰 도태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 그 위험성도 알려주고요. 법을 잘 만드는 게 먼저 중요하고, 대혼돈을 막기 위한 타협적인 시행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호르몬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환경호르몬 대체 물질 개발을 지원하는 육성법을 같이 시행해야 하는 거죠. 이런 금지와 지원 육성에 관한 법이 전문적으로 잘 제정되는 게 국민의 건강 보장에 중요한 거예요.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삶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공기가 오염되어 있고, 물이 오염되어 있는데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디버든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럼 줄여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국가는 법과 제도로 효과적으로 줄이도록 완비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 규제법도 시행되고 있잖아요. 이런 규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너무나 다행한 일이에요. 플라스틱 하면, 엄청 편리한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가볍고 속이 들여다보이고 엄청난 장점이 많은 게 플라스틱이에요.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오래 사용하지 않고 쓰고 버려요. 엄청난 플라스틱이 쓰레기를 형성하죠. 쓰레기 처리도 엄청난 부담이에요. 지구적 부담이죠. 플라스틱 사용 환경을 조금씩 줄이는 노력이 필요해요. 꼭 일회용이나 플라스틱이 아니면 안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렸을 때 도시락통은 무조건 스테인리스로 된 밥통이었거든요. 보온병도 마찬가지고요.

요즘 마이크로플라스틱도 상당히 문제예요. 저희 먹거리를 오염시키고 있죠. 특히 해산물에요. 바다로 많이 들어가니까 바다에 있는 조개류, 물고기에 영향을 미쳐요. 이런 것들이 작은 먹이생물을 먹고 사는데, 먹다가 마이크로플라스틱을 같이 먹는 거예요. 먹이사슬의 최종 단계는 사람이잖아요. 결국, 사람이 마이크로플라스틱을 먹는 거죠. 차곡차곡 쌓이겠죠. 먹는다고 해서 다 쌓이는 건 아니에요. 일부만 남게 되죠. 조금씩 남은 걸 시간의 함수로 곱하면, 전 생애 주기를 통해서 쌓이는 거죠. 이런 게 위험한 거예요. 줄이는 게 정답인 거죠.


평소 한양대학교 학생에게 특별히 해주시는 이야기도 있을까요?

환경호르몬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학생들은 20대 청년이잖아요. 이 시기가 생물학적으로 가임 연령이에요. 머지않은 장래에 아이를 생산할 나이죠. 그래서 수업 시간에 여러분의 생식세포를 잘 보존하라고 수시로 이야기해요. 술, 담배도 안 하는 게 좋죠. 술, 담배가 위험하다고 안 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럼 다시 물어봐야 해요. 그럼 환경호르몬은? 은연중에 부지불식간에 바디버든이 되고 있어요. 쌓여서 생식세포가 영향을 받는 거예요. 그럼 결혼해서 어느 날 애가 잘 안 생기는 문제가 있을 수 있죠. 다양한 화학 물질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요.

교수님의 꿈이나 지향점이 있을까요?

저는 좋은 연구자가 되는 게 제 인생 목표예요. 전공하는 학문에서 최고의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나의 건강도 잘 유지가 됐으면 좋겠고요. 제 자녀도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병원에 가는 건 싫어요.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게 소망이에요. 이런 점에서 환경호르몬을 조심하는 건 나의 연구를 계속하고, 나와 가족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독자분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바디버든은 저희 몸에 부담이 되는 걸 이야기해요. 이게 생기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무한대로 편리해지려는 욕심인 거죠. 저는 원래 이 책의 제목을 ‘바디버든, 편익의 대가’로 지으려고 했어요. 너무 철학적인 타이틀이라 책이 안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편익의 대가’. 편익에는 대가가 있는 거예요. 편리한 만큼 우리 몸에는 바디버든이 쌓이는 거죠. 그걸 명심하고 사시면 될 것 같아요.


계명찬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환경호르몬 대체물질 개발사업단 단장. 한국환경생물학회, 대한생식면역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특히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인한 생식 독성 유전체 연구, 남성 불임 및 보조생식술 등에 대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학 산업의 발달은 우리에게 수많은 편리함과 혜택을 가져다주었지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환경 독성 물질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로서 대중을 위해 쉽게 쓴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함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과 건강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피하는 최선의 선택을 제안한다.


| Editor - 채지선

chaeulip@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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