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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간소하고 건강하게, 효율적으로 산다는 것’



1월에는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건강관리, 저축 등 한 해의 큰 계획을 쌓기 마련이다. 남들 따라 계획을 세우지만, 당장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작가는 일중독과 쇼핑중독으로 살아오던 어느날 미니멀라이프를 말하는 책을 만나 그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매일 쉬운 것부터 정리하면서 성취감을 얻었고, 일상 속에서 여러 루틴을 세워나가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 책은 단지 입고 먹는 것뿐 아니라 일, 휴식, 취미 등 다양한 것들을 다룬다. 가장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루틴을 세워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나간 모습을 엿보며 한 해가 아닌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뿌리가 튼튼한 나무 같은 신미경 작가를 서면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신미경 작가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니멀라이프와 일상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블로그 <우아한 탐구생활> 운영하고 있죠. 물론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본업은 따로 있지만, 회사원 자아는 잠시 묻어 둘게요. 하지만 제가 하는 모든 일은 기획과 글쓰기 중심입니다. 활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죠. 생활에서는 1인 가구라 자신을 잘 돌보며 심플하게 사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요. 독립적인 성격이고, 자유로운 일상이 만족스러워요.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는 어떤 책인가요?


나답게 살기 위해 오늘 내가 어떤 고민 속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저는 마흔이 머지않은 30대 중반이에요. 한국의 유별난 나이 문화 때문에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없죠. 물론 나이에 얽매여 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해가 바뀌고 나이를 확인하고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만큼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건강하고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래서 지금부터 차근차근 그런 생활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루틴 중 공유하고 싶은 부분을 추려 책에 담았어요. 물론 미니멀리스트로서의 태도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간소하게 사는 이야기도 녹아나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된다’는 방법론보다는 저의 지금 고민과 생각들을 더 많이 담으려 했어요.



비우는 삶, 나를 지키는 삶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여쭙고 싶어요.


20대를 돌아보면 슈어홀릭이자 맥시멀리스트인 제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버는 돈은 모두 다 쇼핑하는 데에 썼고, 몇 년간 홍콩 빅세일 때 쇼핑을 하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다반사일 정도로 물건 사는 일에 열정을 몽땅 쏟았어요.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휴대폰으로도 늘 무언가 사기 위해 찾아 헤매기도 했고요.


그때는 쇼핑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모은 돈은 없는데, 물건은 쌓이고 나이만 많아졌고 미래가 불안했어요. 직장인의 삶이란 거, 적은 월급에 일과 스트레스는 적지 않잖아요. 일이 힘들어 쉬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쉴 수가 없다는 것이 끔찍하더라고요. 그때 삶이 너무나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지만 이제까지 무언가 사던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아 그 중독을 끊어 내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일을 하지 않으면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하니까 일에 더 매달렸고요. 그러다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그때 미니멀라이프와 관련된 여러 책들이 눈에 띄었어요. 그 책들이 저를 정반대의 생활 방식으로 이끌어줬죠. 그때 일을 중단할 만큼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그래서 비우는 삶을 계속 추진하고 저의 생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어요. 만약 그때 아프지 않았다면 삶이 온전히 바뀌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일종의 전화위복인 셈이죠.


“지금 손에 쥔 것에 만족하는 법을 모른다면 평생을 갖고 싶은 것만 찾아다니다 타는 듯한 갈증에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미경,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21쪽)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쓸데없는 욕심을 내지 않는 삶의 방식”(135쪽)으로 살고 계시지만, 쇼핑중독, 일중독으로 지난날을 살아오셨기에 뿌리치기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때인가요?


제 취향의 물건들을 발견했을 때라고 할까요? 질 좋은 네이비 컬러의 캐시미어 코트, 실크 스카프…. 전자 제품은 죽기 전에 사는 게 가장 최신형일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최신형 청소기처럼 삶의 질을 올려 주리라 생각되는 물건들을 발견하면 갖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때 꼭 갖고 싶은지 열 번 생각한 뒤에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있어요. 그만큼 그냥 예뻐서, 갖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사는 물건이 사라졌어요.


물론 예외가 있는데, 전시 관람이나 전자책을 사는 것처럼 무형의 것을 사는 것은 망설이지 않아요. 경험에 쓰는 것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죠. 물리적인 물건은 공간을 차지하고, 관리를 해야 하고 처분하기도 어렵고, 한마디로 구매한 돈이 전부가 아닌 사후 비용과 들이는 시간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그 모든 비용을 고려한 뒤에도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면 구매하는 것이죠.


미니멀라이프 초반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들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대부분 처분하고 새로 심플한 디자인의 물건을 몇 가지 샀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간소함, 간결함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한 것 같아.’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지만, 마음에 드는 심플한 가구나 물건들을 지금 잘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진 않아요. 그래도 앞으로 어떤 이미지에 사로잡혀 물건을 소비하는, ‘이미지 소비’는 최대한 경계하려고 해요.



신미경 작가. 사진 제공= 신미경


나답게 살아가는 삶, 또는 자존감을 말하는 책이 최근 서점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이와 같은 이야기가 큰 공감을 사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책들은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니까요. 생김이 다른 만큼 각자의 기준이나 성공의 모습도 다를 텐데 우리 사회는 뭔가 정해진 성공지표가 있고 그걸 해내는 사람을 치켜세워 주잖아요. 수입이 얼마고, 얼마나 영향력 있는 직업을 가졌고. 배우자는 어떤 사람이고, 자녀들은…. 생각만 해도 숨 막히네요.


흔히 남과 비교하지 않아야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하죠, 불행은 비교로부터 온다고요. 그런데 비교하지 않는 것이 보통 ‘멘탈’로 가능하진 않아요. 우리는 쉽게 주변 사람들, 하다못해 잘 알지도 못하는 SNS 속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곤 해요. 김연아 선수처럼 한 분야에서 엄청난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애초에 경쟁 상대로 생각지도 않지만, 나와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에 있어서 질투의 감정이 샘솟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나를 슬프게 만드는 비교를 하다 보면 자신이 경쟁에서 도태된 것처럼 느껴지죠. 더 나은 면은 생각나지도 않고요. 늘 부족한 것만 생각하는 게 참 안타까워요. 저 역시도 종종 그랬고요. 자신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 혹은 나만의 삶을 사는 게 원래 당연한 것이라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책이 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책에서 식습관, 건강법, 뷰티, 소비 습관, 일을 대하는 태도, 취미 생활 등 다양한 습관을 이야기하셨어요.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은 식습관이에요. 건강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규칙적인 수면, 늘 비슷한 시간에 먹는 삼시 세끼 같은 거죠. 그중 저는 식습관은 고치지 못해 애를 먹었어요. 특히 인스턴트 음식을 끊기 어려웠어요. 편하고 시간도 절약되고, 무엇보다 중독성 있죠. 소식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 며칠 못 가 과식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건강검진결과표가 그렇게 좋지 않더군요. 과거에 건강을 잃고 회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식습관을 잡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앞으로의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고질병을 달고 병원에 버는 돈을 퍼다 주면서,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 일상이 끔찍하더라고요.


먹는 게 나를 만든다는 말을 이제야 절실히 느끼며 집에서 요리하고, 당도 줄이고 식사 속도와 먹는 양도 신경 쓰고 있어요. 6개월에 7kg의 체중이 줄어 몸이 가벼워졌고, 먹는 시간대와 양이 일정한 편이니 몸이 편안해서 컨디션도 좋아요.




사진 제공= 신미경



식습관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부엌에서 계절의 흐름을 느낀다”고 하셨지요. 요즘같이 추운 한겨울에 즐겨 해먹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제철 음식뿐 아니라 제철을 앞당긴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시대더라고요. 벌써 냉이와 달래가 나오니까요. 하지만 온실 재배된 채소와 제철 채소의 영양이 다르다고 해요. 그래서 가급적 제철 식재료를 사려고 하죠. 지금은 겨울 무는 보약이라는 말도 있고,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지금 마음껏 먹을 수 있죠. 그래서 따뜻하고 시원하게 굴 뭇국을 해 먹기도 하고요, 채소를 듬뿍 넣은 전골 요리를 즐겨 먹고 있기도 합니다. 겨울엔 손바닥이 따뜻해지는 요리가 마음마저 데워 주잖아요.


그리고 언제나 낫토를 주 3회는 저녁 식단에 올려요. 낫토가 저녁에 먹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자는 동안 수분이 부족해서 혈액이 끈적이고 굳기 쉬운데 낫토는 피가 잘 흐르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고 해요(출처: 『여성건강실천법』).


“다른 사람이 준 직함이 아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진짜 일을 하라는 것이다. … 그러자면 필요한 것이 내가 잘하는 일로 언제 어디서나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는 것이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 변하지 않는 방향이다.”(같은 책, 178, 180쪽)


책 속 내용 중에서 ‘직업인’을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추구하시는 직업인은 어떤 모습인가요?


직업인은 내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상사가 시켜서, 회사에서 하라고 해서 억지로 불행하게 일하는 사람이 아니죠. 후자는 늘 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서 사표를 품고 다니는 직장인 아닐까요? 그래서 본인이 선택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개선이 아닌 단지 불만과 불안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저도 물론 불만은 있죠. 하지만 해소하는 방법의 차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무실 책상에 있는 제 물건은 물컵 하나뿐이에요. ‘너는 언제든지 이곳에서 떠날 수 있어. 그러니 진정하고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을 해.’라고요. 그 상황에 사로잡혀 집착하지 말라고 하죠.


그런데 이렇게 담대하게 마음먹을 수 있게 된 것은 당장 회사를 떠나도 다른 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거나 프리랜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업무력에 대한 신뢰, 또 현실적으로 비상금도 있으니까요. 과거엔 모두 없는 것들이었죠.


제가 생각하는 직업인은, 회사에서 자신이 혼자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직업적인 원천 기술을 배워나가며 자신만의 사례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이고, 결국 회사라는 테두리 없이도 먹고 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커리어를 가꾸고 있는 분야에서 숙련된 사람이 되고 그 분야의 일에 있어 ‘브랜드’가 된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죠.


“인생에 비상구가 없다고 느낄 때, 지금 가진 게 전부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맹목적으로 되는 것 같다. 나는 그 절박함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 나가면서 새로운 일에 조금씩 도전하는 방법으로 각각의 일에 조금씩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웠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내게 언제든지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라는 가능성을 믿으며.” (같은 책, 167쪽)


사진 제공= 신미경


작가님의 다양한 루틴 중에서 누구나 가장 손쉽게 실천 가능한 것을 세 가지만 추천해 주신다면요?


첫 번째 것은 ‘현관에 외출용 신발을 두지 않기’예요. 현관이 깔끔하고 넓어 보이는 데다 복이 많이 들어올 것 같지 않나요? 두 번째는 ‘불필요한 전기 플러그 빼기’예요. 전기 절약과 안전 문제는 중요하니까요. 마지막은 ‘집 환기하기’예요. 환기 안 된 집에 향초를 켜 봤자 무의미하고 건강에도 나쁘죠. 이 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담당 편집자님은 아침에 이불 정리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소소한 루틴에 빠져들기 시작하셨다고 하니, 그 또한 작지만 만족도가 높은 일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난이도는 있지만 가장 만족하는 세 가지가 있다면, ‘모닝 스트레칭, 물건 제자리에 두기, 저녁에 다음날 미리 준비하기’입니다. 순환은 몸의 건강에 참 중요한 거 같아요. 혈액순환을 위해 아침에 모닝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잠도 깨고 몸이 가뿐해지더라고요. 고작 10분 투자하는 데도요. 사용 후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습관을 기르면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를 닦는 정도로 청소가 단순해져요. 그 외에 전날 저녁에 잠깐의 시간을 투자해 날씨를 확인한 다음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정해두고, 회사 점심 도시락 마련하기 등 전날 저녁에 다음날 준비를 미리 해두면 아침에 허둥지둥할 일이 없어요.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만족감이 높거든요.


지난 2017년에는 미니멀 라이프를 이야기하는 『오늘도 비움』을 내셨어요. 『오늘도 비움』을 내셨을 때와 비교해서 현재는 달라진 것이 있나요?



『오늘도 비움』은 출간 시기 기준으로 4년 전부터 이어져 온 마음가짐과 실천에 대한 미니멀라이프를 담았고,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는 그 이후의 미니멀라이프를 조금씩 수정하며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어요. 그사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쓰는 내내 저는 중년, 노년이 된 저를 상상했어요. 제가 20대를 지나 보니 쇼핑 중독이나 일 중독 같은 후회한 일들이 있는데, 40대가 되면 30대의 저에게 또 실망할 일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죠. 그렇게 지금의 모습이 나의 미래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우아하고 여유롭게 나이 들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할 것들을 실천하는 내용을 넣었어요.


그래서 이 책에 담긴 것이 단순히 간소하게 사는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저의 생활 방식이 그렇게 자리매김해 계속되고 있는 것뿐이죠. 대신 미래의 제가 과거가 된 지금의 저에게 실망이나 후회하지 않도록 심신과 통장은 점점 튼튼하게 만들고, 나를 다독이는 여유로운 시간과 여러 소소한 의식,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삶을 설계하는 일상을 더 많이 녹여냈습니다. 그래서인지 운동을 정말 싫어했는데, 모닝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는 것과 의식적으로 많이 움직이려 한다는 부분이 가장 큰 변화랄까요.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달라진 제 모습일 수도 있는데, 저는 늘 좋은 쪽으로 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사진 제공= 신미경


이번에는 독서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오늘도 비움』에서는 읽고 난 책은 주변에 나누면서 의미로서 소유하고 있다 했고,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서는 평생 친구 같은 것, 그저 숨쉬는 일 같다 하셨어요. 작가님께 독서란, 그리고 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처럼 집순이, 정착민족 기질이 강한 사람에게 독서란 순식간에 여러 세계를 만나고 어떤 사람의 생각을 여행하는, 재미있는 오락 같은 것이죠. 간접경험으로만 살아가면 안 되겠지만, 책은 직접경험보다 오히려 여러 생각을 두루두루 만날 수 있으니 시선이 편협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책은 저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제 마음속에 있는 해법을 끄집어내 주는 좋은 조언자이기도 합니다.


‘불만족스러운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저보다 앞서 경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달라진 삶을 꿈꿀 수 있었고 또 용기를 얻어 실천할 수 있었어요. 지금의 저는 과거보다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두 책에서 그 답을 구했죠. 그래서 드물긴 하지만 읽고 있는 책이 없을 때 무언가 빠진 듯 허전하고 불안해요. 그러다 흥미진진한 책을 발견하면 오랫동안 헤어졌던 친구를 우연히 마주친 기분이 들어요. 제가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잘 못 하는 독립적인 성향의 사람인데요, 아마 책에 많은 부분 의지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본문 곳곳에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들어 작가님의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셨어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어떤 분인지, 신미경 작가님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가보다는 관심 가는 주제를 잡고 탐독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는 없지만, 호기심에 따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작가들은 있어요.


최근에는 잘 먹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히라마쓰 요코의 푸드에세이 종류를 많이 읽었어요. 한때 추상화가 김환기의 뮤즈이자 반려자인 김향안 선생님에 마음을 빼앗겼을 때는 그분이 쓴 책을 찾았어요. 절판된 책은 구할 수 없었지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관련 책은 모조리 읽었고, 인터뷰도 찾아 읽었어요.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를 예전에는 흠모했어요. 그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지는 않았고 작품 자체의 팬은 아닌데요, 작가의 작업 방식이 무척 제 마음에 남았어요. 단테의 신곡에 대해 다루고 싶으면 단테가 공부한 수도원에 수학해서 단테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 같이요. 지금은 작가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자국 편향된 역사관 때문에 그 작가를 지지하고 싶진 않지만, 그 접근 방식만큼은 아직도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이고, 닮고 싶다고 생각하죠. 자기 주도, 실험 정신이 있는 창작자에게 늘 마음이 끌리는 것 같아요.





리뷰 중에서 “이미 튼튼히 뿌리내린 사람 같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만큼 작가님은 이미 단단하고 튼튼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달성하시고자 하는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


저의 미니멀라이프 1.0 버전은 정리 정돈이었고, 2.0은 주변 사람들의 속도에 흔들리지 않고 나로 살아가는 법이었다면 3.0은 시간을 저축하는 생활이에요. 간소하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되 더욱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법을 실험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요리 시간을 줄이면서 건강하게 먹는 법 같은 것도 포함될 수 있겠죠. 생활을 저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게 매뉴얼화 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죠. 그렇게 저금한 시간으로 하고 싶은 것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 느낌을 갖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일이에요.


배움은 살아가면서 지루할 틈을 만들어 주지 않는 데다 늘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너무 많은 관심사에 짓눌려 끈기 있게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해내지 못했던 일이 많았어요. 언제나 시작하다 중단하곤 했죠. 이제는 관심사를 줄이고, 정말 몰입하고 싶은 일에 아낀 시간을 쏟을 생각이에요. 최근 한국사를 공부하고 있는데, 큰 틀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나면 간소하지만 지혜롭게 살았던 선조들의 생활사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싶어요.


공부를 시작하면 이걸로 무엇을 하려고 그러냐는 종착지를 묻는 주변 사람들이 많아요. 시작 단계에서부터 확실한 방향성과 꿈을 크게 갖는 것도 좋겠지만, 그게 부담이 되어 탐구 자체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싫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그냥 하고 싶어요. 대신 ‘폭넓게’가 아닌 ‘깊이 있게’가 지금 제가 배움을 대하는 태도죠.


이밖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제 책을 읽고 선한 영향을 받았다고 말씀해 주시는 독자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저의 소소한 실천과 변화가 누군가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나은 것으로 만드는데 작게나마 영향을 주었다면 제 삶은 성공한 거구나 생각해요.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 이런 형태로도 가능한 것이구나 싶어지고요. 그래서 저의 호기심을 더 연구하고 생활에 적용해보고 앞으로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주변의 응원으로 용기를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신미경

패션과 생활에 관한 주제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로 활동했다. 일중독과 쇼핑중독의 무한루프 속에서 바쁜 이십대를 보내던 중 건강에 이상 신호가 찾아왔다.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삶이, 생활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뒤로 자신을 위한 삶,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그녀는 여유 있고 흔들림 없는 일상을 만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삶을 우아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도와 생각들을 담은 블로그 ‘우아한 탐구생활’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슈즈 시크릿』과 『오늘도 비움: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라이프』가 있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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