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낫 파인』 이가희 “내 마음이 들리나요”

우울증 관련 책이 서점가에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 일하기 싫어도 괜찮다, 모두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는 책들이다. 자칫 우울이 멋스러운 감성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염려도 없지 않다. 괜찮다고 말하는 책들 사이에서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책, 『아임 낫 파인』. 이가희 작가가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과 우울증 치료 전문의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어떤 부분이 괜찮지 않은 건지, 그저 아임 파인 땡큐만 외치기 익숙했던 우리 마음에 작은 파동이 일렁인다.
그녀는 우울함이 삽화와 같다고 했다. 그 내용이 길어질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시작과 끝이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였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돌보고 괜찮지 않다고 말하며, 못난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 오늘부터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며 조금씩 이야기해보자. “나도 사실 괜찮지 않다고.”
안녕하세요. 이가희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책읽찌라 라는 채널에서 좋은 책을 맛있게 소개하고 있어요. 해쉬온 채널에서는 하나의 키워드 중심으로, 더 긴 기간을 두고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고요. 책읽찌라는 이미 있는 책을 소개하는 거라면, 해쉬온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모바일 영상 콘텐츠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 1호 북유투버라고 소개된 걸 봤어요. 그 당시 분위기도 궁금해요.
오늘부터 북 유투버를 해야지, 했던 것 아니었어요. 제가 모바일 앱 서비스를 오랫동안 하고 있었어요. 저희의 주요 타겟 유저가 독자들이니까 책을 알리기 위한 여러 콘텐츠를 만들었죠. 카드 뉴스, 팟캐스트도 했었고요. 근데 그때는 제가 등장한 건 아니었고, 잘하는 친구들을 섭외해서 같이 했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페이스북에 라이브 기능이 생겼다고 해서 사무실에서 시작했어요. 그때 주커버그가 라이브 기능을 엄청 밀고 있어서 트래픽이 잘 나왔어요. 그 일을 쭉 해오다가 책읽찌라를 시작하게 됐죠. 주 5일 동안 매일 밤에 책 읽어주는 방송을 진행했어요. 이후에는 잘 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했고요. 짧은 형태로 요약하는 형태가 된 거죠. 그때 유투브에도 같이 아카이빙됐는데 당시 국내에 책을 소개하는 유투버가 없었어요. 근데 해외에는 북유투버 라고 소개한 사람은 있었죠. 2016년 4월부터 방송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에 북유투버 같은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팟캐스트가 그때도 있었거든요.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도 있었고요. 아프리카에서 마성의 사슴 님이라고 책 읽어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해시온 채널에서 4개월간 ‘우울증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어요. 프로젝트 관련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책읽찌라를 꾸준히 했지만, 거기서 보이는 한계들이 있었어요. 책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죠. 책읽찌라에서 400편 정도의 영상을 올린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떤 책과 키워드에 반응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데이터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거죠. 우울함이나 심리, 인간관계에 대한 책들은 계속 잘됐거든요. 우울증에 대해서 테스트를 해봤을 때도 반응이 좋았고, 바이럴도 좋았죠. 필요한 키워드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된 거예요. 4개월 동안 연재되긴 했지만, 실제론 거의 연초부터 준비했었어요. 전문가를 만나러 다니고, 어떻게 풀어가는 게 맞을지 고민이 많았죠. 우울증이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상담으로 나눌 수 있어요. 의학적으로 선생님이 있고, 심리상담센터의 상담 선생님들이 있고요. 분야마다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둘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게 있죠. 의학쪽에서는 의학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관점이 조금 있고, 상담 부분에서는 본질적인 건 사람의 마음에 관한 거라고 말하는 관점이 있었죠. 그리고 비전문가가 이 영역에 끼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어요. 콘텐츠가 너무 가볍게 만들어지면, 유행처럼 생각해서 우울함에 대한 자가진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너희가 할 수 있겠어?’라는 느낌도 조금 있었고요. 그럴수록 우울증에 대해서 조금 가볍게 정보를 전달하는 곳이 없고, 전문가의 영역과 일반의 영역이 괴리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그래서 도움받을 선생님을 엄청나게 찾으러 다녔죠. 목차 짜기부터 쉽지 않았어요. 자칫 전문서적처럼 나올 것 같았거든요. 영상도 다큐멘터리처럼 나올 것 같았는데, 그런 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일반인이 모르고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먼저 세우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면서 답을 구해나갔던 거죠. 처음에는 너무 막막하고 어려움이 있었어요. 실제로 더 많은 벽에 부딪혔거든요. 처음에는 정말 몰랐으니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총 준비 기간도 궁금한데요.
1월부터 움직였고 처음 영상이 송출된 건 4월이었어요. 2주 정도 전에 영상을 찍어놓고 내보내면서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죠. 연재가 끝난 건 거의 10월이니까, 거의 6개월 걸렸어요. 연재를 4개월 정도로 끝내려고 했는데, 연재 기간이 더 길어졌어요. 인터뷰를 다 했는데 인터뷰이가 안 된다고 하는 부분도 있었고, 만나봤는데 담으려고 했던 게 아닌 경우도 있었어요. 우울증이라는 주제가 그만큼 민감했던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았고요. 상담 선생님과 함께 상담 과정을 다 보여주자, 하고 기획했던 것도 찍어서 편집을 해보니까 다 왜곡되는 거예요.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기도 어렵고,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가 많아서 그걸 덜어내면 또 이해가 안 되고요. 처음에 세 분에게 동의를 얻고 촬영했었거든요. 사람은 다 빠지고 카메라만 숨어있는 느낌으로 촬영했는데, 그중에 한 편만 책에 실을 수 있었어요.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니까 예상하던 시점에 발행되지 못한 것도 많았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울증 문제의 빈틈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요.
전체적인 느낌으로 보면 모르기 때문에 아픈 것 같아요. 저는 한 번도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우울증이 이따금 왔던 것 같거든요. 지금 상담 선생님과도 그때 우울증이 왔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우울증이 감당하기 너무 어려운 삶의 화두였잖아요. 임상심리학 공부하는 가장 친한 친구가 병원에 가보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제가 정말 어렵게 생각해서 문턱을 못 넘었어요. 문턱까지가 너무 높았던 것 같아요. 또 다음 날 아침 되면 괜찮고, 출근해서 팀원들이랑 화이팅 하면 괜찮고요. 근데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든지 정말 무기력하고 입맛이 없어진다든지 그런 여러 가지 증상이 있었어요. 그때는 사업하던 앱 서비스가 있었거든요. 내 사업이 잘 안 되고 내가 못하니까 그런 거라, 병원 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우울증의 실체를 모르니까 완전히 압도당한 거죠. 너무 멀리 있는 걸 만질 수 있게 이렇게 저렇게 뜯어서 가깝게 보여주니까 오히려 우울증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우울증이라는 감정이 올 수도 있지만 그때는 이렇게 대처해보자, 하는 것도 생겼고요. 두려움이 적어졌죠. 제가 전달하고 싶은 부분도 그런 거예요. 빈틈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막연하고 창피해서 꺼내 보지 않는 영역을 한 번 꺼내서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는 시간이 있길 바라요. 그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고, 두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 우울증 책이 많이 나오니까 저희도 묻어서 나온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근데 작년에도 신호가 보였어요. 우울증이나 마음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죠. 독립출판이나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도 잘 되고 있었고요. 그 전에 출판사에서 우울증 관련 도서는 잘 안 나간다고 그랬었어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텀블벅에서 성공했는데, 그게 또 대형서점에서 터져버렸죠. 처음에 저희도 알아가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건데, 우울증 트렌드가 온 것 같아요.
그 내용을 담아 『아임 낫 파인』을 출간하셨어요. 우울증 중에서도 어떤 부분에 도움되는 책일까요?
저처럼 남들도 이 정도는 힘들지 않나, 생각하고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걸 몰라서 병원까지 가보지 못했던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오히려 한 번이라도 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에 가봤다면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넘길 수도 있을 거예요. 근데 이런 분들이 너무 적어요. 이런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음 문제에 관심 두고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내 마음이 힘들고 의지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진 게 내 잘못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이런 인식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끝내고 느끼는 게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주변인은 막상 독이 될 때가 많아요. 내가 힘든 얘기를 했는데, 들어주면서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내가 더 힘들었던 얘기를 하는 거예요. 위로된다고 생각하고요. 그 얘기는 무슨 이야기냐면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드니까 우리 모두 힘들다, 너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얘기잖아요. 작은 거라도 나에게 올라오는 열등감, 수치감, 자책감 같은 감정을 조금 더 예민하게 꺼내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 거죠. 이 책은 마음이 괜찮을 때 봐도 좋고, 조금 힘들 때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요즘 마음이 힘든가보다, 전문가를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우울증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주셨어요. 특히 우울증을 다루는 미디어의 모습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저희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워가는 부분이 많아요. 처음에는 우울증 종류와 치료 방법에는 뭐가 있지, 하는 질문이 있었죠. 근데 더 듣고 싶어 하는 질문은 ‘주변 사람이 우울증일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은 가족 문제가 많았어요. 처음에는 다루지 않던 자해도 있었고요. 힙한 랩 가사에서 자해를 조장해서 문화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어요. 공인의 자살 같은 경우도 구조적인 문제나 사회적 안전망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곤 하잖아요. 우울증이나 자살 문제를 다루는 미디어의 윤리관이 미흡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울증을 겪는 사람과 전문의 인터뷰 등 구체적인 인터뷰 내용을 담았어요. 인터뷰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요.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왜곡될까 봐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게 힘들었어요. 특히 영상은 그분의 시각을 그대로 담아서 폭넓은 걸 보여주지 못한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시선 그대로 전한다는 게 보는 사람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어요. 그렇다고 전문가의 이야기만 담기에는 사실 사람들은 상황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에 훨씬 더 많은 반응을 했거든요. 사람들이 더 듣고 싶어 하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전문가 인터뷰는 기승 전 병원일 수밖에 없잖아요. 실제 에피소드가 사람들이 더 듣고 싶은 이야기였고, 영상에서도 더 많이 조회됐기 때문에 그런 구성으로 담으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좋았던 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나도 약물치료나 병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지인들이 의외로 많은 거예요. 우울증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저희가 항상 나누는 이야기가 피상적이고, 겉 이야기만 하잖아요. 30분을 하더라도 바닥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정화가 된 것 같았어요. 이게 대화구나, 이 사람의 안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저도 굉장히 치유됐었죠. 그리고 실제로 인터뷰하면서도 지인이 아니어도 내밀한 대화를 해본다는 게 너무 큰 치유가 됐거든요. 그걸 우리가 평소에 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하면 어떨까, 우리는 왜 자라면서 이런 걸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도 대화를 잘하는 법이나 내 마음에 솔직한 법, 내 마음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지 못했잖아요. 대신 물리와 수학, 과학을 배웠죠. 그래서 그런 대화를 해본다는 게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우울증은 겪는 본인도 힘들지만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가족과 주변인이 특히 힘들다고 들었어요. 우울증을 겪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면 좋을까요?
제가 인터뷰하면서 가장 좋았던 사례가 어머니가 오래 우울증을 앓았던 분의 이야기였어요. 어머니가 우울증을 겪으면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럽죠. 감정조절 안 되고 뛰어내리겠다고 하고요. 화도 내보고 애걸복걸도 해보고 여러 방법을 해본 거예요. 그러면서 공부를 시작했대요. 저는 솔직히 그분을 만나기 전에는 결국은 전문가의 몫이지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분는 우울증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해해서 결국 결론까지 내셨어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감정의 항아리가 매우 작고 남들보다 굉장히 빨리 차오른다는 거였죠. 그럼 옆에서 빨리 비워줘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의 감정이 차올랐을 때 데리고 산책하면서 감정을 배출하게 도와주고 들어주고요. 이해하려는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더라고요. 감정의 원인이 주로 아버지였는데 어머니와 같이 아버지 욕을 해주고 같이 들어주니까 조금씩 마음 문을 여셨대요. 처음에는 그렇게 했을 때 너는 아빠 편이잖아, 너도 필요 없어, 라고 했었대요. 그게 반복되니까 이제 어머니가 “엄마 기분이 너무 올라왔어, 이렇게 하면 안 되겠지?” 하면서 산책을 먼저 같이 가자고 한대요. 감정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거죠. 처음엔 산책을 절대 안 간다고 했었대요. 지금도 여전히 감정조절이 어렵지만 그걸 알아차리고 같이 해결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눈물도 정말 많이 났던 인터뷰였어요. 결국 병원보다 중요한 게, 사랑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감정을 같이 털어주고 인내하고요. 내가 아무리 감정이 바닥으로 내려가도 누군가는 그런 나도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안정감을 주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이 사람을 위로하거나 감정을 낫게 해 줘야겠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감정이 올라온 것 같으면 산책해주고, 몇 번씩 반복돼도 같이 가줄 수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울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책도 있을까요?
내가 에너지가 있을 때 가능한 것 같기는 해요. 너무 힘들 때는 병원에 가야죠. 내 마음이 힘들어서 장기적으로 개선해보고 싶을 때는 좋은 것 같아요. 서늘한 여름밤 님이 몇 권의 책을 냈는데,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내용을 편집하면서 우울증에 대해 새롭게 느낀 어떤 인식이나 생각이 있을까요?
우울함이 시작과 끝이 있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되게 편해졌어요. 우울증은 삽화의 형태라 그 기간이 길어질 수는 있지만, 시작과 끝이 있다는 거죠. 굉장히 희망적이게 느껴지잖아요. 우리가 감기나 다른 병들처럼 우울증에 있는 상태라 발생하는 무기력, 의지 없음인 거예요. 내가 의지가 약하거나, 우울이 자주 있는 성향이라기 보다는요. 내가 지금 무기력하고 힘이 없고 아침에 게으르고, 일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 건 병이 와서 그런 거구나, 라고 생각하면 다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울증은 자가 치료가 거의 된대요. 그런데도 병원에 가야 하는 이유는 그동안 가족관계나 연인관계, 회사 생활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더 파괴될 수 있으니까 그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죠.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하면서 패턴을 만들어요. 우울증을 극복하는 걸 정신건강학과에서는 패턴으로 보는 것 같은데, 습관으로 자리 잡게 도와주는 게 약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우울증을 소재로 한 책이 쏟아지고 있어요. 이런 현상과 이유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저도 인터뷰하면서 들은 선생님들의 생각인데요. 우울증이 더 많아졌다고 보는 시각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사회가 각박해지고 개인화가 심해지면서 우울증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우울증은 계속 있었던 것 같고, 인류가 계속 고민하던 정신질환의 부분인 것 같아요. 그걸 얼마나 드러내고 다룰 수 있는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조직보다 개인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잖아요. 자기 마음 문제를 더 잘 들여다보게 돼서 우울에 대한 진단과 자각이 늘어난 거죠. 정신의학과 선생님과 서늘한 여름밤 작가님도 그렇게 보시더라고요. 저도 우울증에 대한 인지와 지각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우울증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미쳤다, 정신병이다, 이렇게만 규정했잖아요. 이제는 세밀하게 나눠서 인지된다는 게 중요한 변화인 것 같아요. 그러나 여전히 자살률은 세계 1위인데, 정신과에 가는 비율은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죠. 병으로서의 더 많은 인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독자 타겟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내가 우울증인가 아님 비정상인가, 남들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 이런 고민으로 힘든 사람들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이 조금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찌라살롱은 어떤 공간인가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일주일에 한 번 북 토크가 이루어지고 저녁에 독서 모임, 전시, 자수 수업, 그런 게 진행되고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4월에 열었는데 그렇게 욕심 있는 공간은 아니에요. 콘텐츠를 하면서 항상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작가들이나 사람들을 만날 때 이런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냥 편하게 저를 만나서 책도 추천해 드리고 그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꿈이나 지향점도 있을까요?
처음에 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바보가 될 거라고 했대요. 외우고 다니던 걸 다 책에 쓰잖아요. 신문이 처음 나왔을 때도 사람들이 다 길에서 신문만 보고 있으니까 비판하고 그랬대요. 지식 콘텐츠가 전달되는 방식이나 매체는 달라지지만,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변화하고 전달할 것인가를 저희는 더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게 영상일 수도 있고, 이런 만남일 수도 있고요. 그 방식을 많이 실험해보고 싶어요. 계속 고민해나가고 새로운 실험을 해나가야죠.
독자분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시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프로젝트를 하고 마음이 굉장히 평화로워졌어요. 실제로 심리 상담도 받았고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는데, 저를 굉장히 잘 알게 된 거죠. 성공과 상장을 위해 저를 채찍질하면서 달려왔거든요. 돌아서서 멈추고 나를 자책하고 혹독하게 하는 부분을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제 마음을 챙기면서 가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우리가 항상 매끈한 이야기만 하고, SNS에서도 화려한 이야기만 하잖아요. 울퉁불퉁해서 못나고 내 마음의 불편한 지점들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한다면, 조금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성장보다 중요하고 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Editor - 채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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