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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디어 리더』 임유진 “책은 나를 바꾸는 도구”



『디어 리더』를 쓴 임유진은 30년이 넘는 시간을 독자로, 그리고 11년은 편집자로 살아 왔다. 대학 시절 한 권의 책을 읽고 육식을 그만두었다는 그는, 책은 자신을 바꾸는 도구라고 이야기했다. 단 한 권이라도 자신을 뒤흔들어 놓을 책을 만나기를, 그런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기를 인터뷰 내내 당부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9월, 출판문화공간 엑스플렉스에서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나는 우리가 많이 읽고 타인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함에 따라 우리의 삶이 몇 배로, 확장된다는 믿음이 있다. (167쪽)







- 『디어 리더』는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생활을 하면서 글쓰기와 책쓰기가 너무 좋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는 글을 3년 넘게 쓴 것이 모여서 한 권이 되었어요.


얼마 전에는 친구가 이 책을 읽다가 웃었대요. 웃긴 게 아니라, 하도 책을 안 읽으니까 책 좀 읽으라고 나한테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해요. 그 친구는 아이 낳고서 책을 못 읽고 있던 친군데, 이 책을 읽고서는 책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서, 제가 원한 게 그런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의 세계로 들어오게끔 하는 책이지요.


저는 글쓰기는 읽기가 넘쳐서 생긴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이렇게 책을 몇 번 내보니까, 책 쓰기 역시도 글쓰기가 넘쳐서 자연스럽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전 말한 미래 세대의 독자들, ‘젊은 독자’라는 것은 단지 어려서뿐만이 아니라, 열려 있는 사람들, 안 읽던 책, 못 읽는 책 이런 책들도 다 읽는 것을 시도해보고 두려움 없이 생각하는 그런 독자를 말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런 독자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쓴 책이에요.


- 책의 앞머리에서 이 책 『디어 리더』는 “자신과 세상을 읽고 싶은 사람들, 글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하셨어요. 읽고 쓰는 것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작가님의 생각이 읽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에서 대답한 내용하고 비슷하긴 한데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을 많이 하죠. 길게 쓰는 것도 부담스럽고, 읽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우리가 길게 페이스북에 뭘 쓰거나, 사진 한 장으로 맛집에 간 것을 올리든 간에, 그것의 공통점은 좋은 것, 예쁜 것을 알리고 싶은 거예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마음은 기본적으로 똑같다는 거지요.


마케팅 관련된 책 중에 『컨테이너스』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은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간 심리라고 이야기를 해요. 사람들은 좋은 것, 이득이 되는 것을 공유하려고 하는 기본적인 심리가 있다고요. 어떤 미술 작품을 봤을 때 뭔가 감정이 일어나잖아요, 우리가 좋은 영화를 봐도, 무엇인가 생각이 날 것 같은 게 있죠. 좋은 것을 만났을 때 표현하고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만드는데, 그것은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이거든요.

결국 우리가 무언가 읽어낸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데, 그런 연장선상에서 읽기와 쓰기는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1000가지 감정』을 번역하시고, 『작가처럼』과 이번 『디어 리더』를 쓰셨어요. 이밖에도 다권의 책을 기획, 출간하셨다고요. 번역과 집필, 기획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어떠신가요?

앞에서 읽기와 쓰기가 비슷하다고 했잖아요, 책을 기획하는 것 역시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엑스북스의 책을 다 기획하고 있는데, 엑스북스의 책은 글쓰기, 책읽기에 관련된 책이에요.


보통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글쓰는 법,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 떠올라요. 그런데 저희는 그것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잘 하려면 잘 읽어야 되고, 읽으려면 이런 것들을 알고 있어야 도움이 되고, 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싶거든요. 그런 것들은 역시 제가 독자라고 생각을 했을 때 그런 것들이 또 나와요.


편집자의 정체성과 독자의 정체성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보통 작가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 “첫 번째 만나는 독자는 편집자다.” 라는 말이 있지요. 제가 편집을 할 때, 이 책이 이런 이런 사람들한테 좋겠네, 하면서 편집을 하다가,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이런 책을 원할 것 같은데, 하는 식으로 다시 독자의 입장이 되는 거예요. 독자로서 갈증을 일으키는 지점이 어디일지를 생각하죠. 그러면서 어디까지가 독자이고, 어디까지가 편집자이고 기획자이고 하는 것들이 분리되지 않고 다 연결될 수 있어요. 이것이 책 관련된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엑스플렉스에서 글쓰기, 출판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 모르는 단어를 공부하고, 활용하는 경험에 대해 초등학교 5학년 때 알게 된 ‘작금’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 주셨어요. 혹시 가장 최근에 알게 된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단어는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웃음) 근데 제가 지난주에 결혼을 했거든요. 남편이 캐나다 사람인데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들이 있어요. 언어를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르고요. 우리는 그냥 쓰는 한국말인데 그 뜻을 물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때, ‘그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하면서 그 단어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글자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어떤 한자로 구성됐으니까 뜻은 어떤 뜻이고, 하는 식으로 설명을 해 줘요. 저는 그럴 때에야 그 단어를 제대로 보게 되는 거예요. 어렸을 때 아빠한테 느꼈던 그런 것들을 이제 느끼고 있어요.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게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거리감이 생기고, 여기서는 이 쉬운 단어를 우리는 어떻게 하고, 표현이 어떻게 다르고 이런 것들을 외국어 공부하는 기회가 아니면 제대로 볼 기회가 없지요. 익숙하게 아는 단어라고 쓰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모국어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민감도가 좀 생기고요.


- 책에서 “책 속 작가의 말은 버스를 기다리는 나의 일상에,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 나의 일상에, 밥을 먹는 나의 일상에 틈입해 나로 하여금 전과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199쪽)라고 하셨어요. 작가님을 변화시킨 책 속 구절, 그리고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문장은 데이비드 포스트 월리스한테 빚진 문장이에요. 저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굉장한 팬이에요. 국내에 출간되기 전부터 평전도 다 찾아볼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이 사람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 중에 하나가, 어느 대학에서 한 졸업연설이에요. 그 제목은 이것은 물이다(This is Water)인데, 책으로도 우리나라에 나왔어요.






그 연설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우리가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어떻게 생각을 하는 지를 배운다는 것이 그냥 하는 말인 거 같은데, 그게 정말로 일상에서 그게 작동을 하는 게 어떻게 하느냐를 이야기해요. 길게 늘어선 마트 줄에서 저 사람은 하기 싫어서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바코드를 찍고 있고, 도로에서는 누가 막 끼어들고 그러죠. 그러면 보통 욕부터 하는데 잠깐 화를 내는 건 너무 자연스럽잖아요. 근데 그러지 말고 잠깐 멈춰서 생각을 해보라는 거예요. 저 여자가 밤새 암으로 투병하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밤을 새고 와서 지금 저 일을 하고 있는 것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죠. 지금 막 끼어든 저 차 안에 위급한 아이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생각을 한다는 것,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저 사람은 이럴 수도 있구나, 또는 저럴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멈춰서 생각을 하는 것이죠. 이런 이야기가 이 졸업연설의 요지예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저는 그게 너무나 좋았어요.


이후에 삶을 바꾼 것으로는 제일 구체적인 예로, 육식을 그만둔 것이 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육식의 종말』을 읽고 육식을 그만 뒀어요. 이것을 내가 읽었는데, 이 책을 겪고 나서 이 책을 안 읽은 것처럼 다시 고기를 먹는 건 못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책을 읽는다는 건 저한테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책을 통해서 이런 것을 알고 동의를 했으면, 어떻게든 내 삶에 가지고 와야 된다라는 것이에요. 책은 저를 바꾸는 도구라고 생각을 해요. 많은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단 한 권이라도 나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책을 경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쉬운 책을 읽죠. 그러면서 어려운 책은 한두 장 읽고 덮는데, 아쉬운 점은 여기 있어요. 이 책을 통해서 자기 스스로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르는데, 그걸 놓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제게는 말하기 민망한 공포가 있었어요. (웃음) 저는 진흙을 무서워했어요. 시체가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미생물학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 그것을 알게 되니 두려움이 없어졌죠. 이제 흙을 밟을 수 있게 된 거고요. 그런 것들이 재미있었어요. 무섭다는 것은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거든요. 근데 이걸 알게 되면 이제 무섭지 않아지니까, 사는 게 편해지기도 했고요.


교통마비와 붐비는 상점 통로, 계산대 앞의 기나긴 줄 덕분에, 나는 생각할 시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무엇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고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진실로 중요한 자유는 집중하고 자각하고 있는 상태, 자제심과 노력, 그리고 타인에 대하여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능력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사소하고 하찮은 대단치 않은 방법으로 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이것은 물이다』 중에서




공간 한 켠에 최근 출간된 책이 전시되고 있다



- 앞 질문과 비슷한 질문이 될 것 같아요. 소설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소설 읽기로 삶이 확장된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의 생각의 폭을 넓혀 준 소설을 추천하신다면요?

사실 소설을 권하자면 너무 많은데요. 얼마나 잘 쓴 소설이냐, 아니냐 라기 보다는 그 소설을 어떻게 읽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다른 곳에서도 몇번 언급했지만, 여기에도 『스토너』라는 책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소설인데, 이 책을 저는 어떻게 이야기 했냐 하면, 밑줄 그을 문장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보통 밑줄 그을 게 넘쳐나는 책이 되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이 사람의 삶이 별로 볼게 없는 거예요. 밑줄 그을 거 없는 삶을 살아 오죠. 사랑에도 실패하고, 이 사람의 속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요. 내적으로 갈등하는 것들도 있는데 드러나지 않아요. 반에서도 그런 아이들 있잖아요. 한 반에 50명이라고 하면 32등 정도 하는, 눈에 잘 안 띄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적지 않은 거 같아요.


이 책을 통해서 주목 받지 않던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아까 졸업연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타인의 삶을 그냥 한번쯤 생각을 해보는 것과 안해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잖아요. 소설을 통해서 그런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추천을 하자면 저는 좀 사람들이 안 읽는 책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조지 선더스, 나보코프, 토머스 핀천의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실험적이고, 이상한 책이에요. 읽는 내내 ‘이게 뭐지?’ 하면서 읽는데, 끝에 가서는 탄성을 내뱉게 하는 책. 이 작가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설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것들을 무너뜨려요. 주인공이 있고, 플롯이 있고, 사건이 전개가 되는 자연스러운 것들. 다들 명확한 답을 원하는데, 저는 사람들이 명확하지 않은 책들을 더 읽었으면 좋겠어요. 자기만의 읽기, 해석을 만들어내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 책들이 인식의 지평을 넓힌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책 뒷부분에서 ‘쉬운 책만 많아진 시대’에 대해서 말씀하셨지요. 그것은 요즘 우리의 문화소비 습관과도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정 정도 그런 것 같아요. 저희 블로그 유입되는 거 보면, 몇 년 새에 모바일 비중이 크게 늘었어요. 예전에는 40%였다면, 요새는 60~80%가 되었죠. 그러니 모바일 안에서 해결을 다 해야 되고, 좀 어렵거나 길면 머물지를 않아요.


요즘 책이 휘리릭 읽혀서 좋다 라는 의견이 있는데, 휘리릭 읽히지 않는 책, 어려운 책은 좋지 않다는 말로 저는 들려요. 저는 어느 정도 출판사들에 책임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을 무능하게 만드는 것 같고요. 사실, 책이라는 것은 독특한 거예요. 나라에서 지원도 해주고, 도서관도 있고요, 공공재 성격으로 취급이 되고 있죠. 왜냐면 그것이 뭐가 되었든 간에 인간한테 도움이 되니까 그렇게 이루어진 건데, 출판사들이 그런 거에 대해서 책임을 좀 방기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는 조금 안타까워요.

요즘 베스트셀러를 보면 심리 책들이 되게 많아요. “다 잘될거야, 괜찮아”하는 것들, 위로와 위안을 주는 책들. 그런데 저는 책을 읽는 이유가 이것 같아요.


많은 작가들,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나는 덜 외롭기 위해서 책을 쓴다, 혹은 읽는다는 것이에요. 그 말이 예전에는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면 그런 거 같아요. 인간이 어쩔 수 없이 고독하잖아요,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잖아요. 그리고 어떤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근본적으로 안 통하는 게 있어요. 그러면서 인류 공통으로 전수되는 감수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감성들이 무수한 책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 같아요.


글자 너머에서, 어떤 작가의 팬이 되는 순간은 ‘아 맞아, 바로 내가 이 생각 했는데 작가가 딱 알아채줬어.’ 하는 순간 아닌가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혼자라서 외롭고 힘드니까 치유로서의 책을 잡게 되고, 그런 것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어떤 책이든 간에 어떻게 읽으려고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은 작가가 의도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만드는 것 같아요. 책의 세계를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쓰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결국은 책을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고, 쓰는 이유가 될 것이고, 읽는 이유가 되겠죠.



글쓰기 수업, 강연 등이 이루어지는 곳



어떤 식으로든 책은 인간을 돕는다. 위로가 되었건, 즐거움이 되었건, 탈출구가 되었건, 책은 다양한 형태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131쪽)


- 독서 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에,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책 출간이 활발히 일어나고 큰 사랑도 받고 있지요. 이와 같은 출판 트렌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요새는 개인 미디어가 발달을 했고, 뭘 쓰고 올려서 반응을 받는 게 예전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문제는 독서의 인구가 줄어드는데,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아진다고 하셨지요. 근데 결국에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에 읽는 사람도 많아져요. 인풋 없이 아웃풋 없기 때문이에요. 읽어야 쓸 수 있고, 쓰면 또 읽게 되는 것이죠. 독자가 저자가 되고, 저자가 독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은데, 무엇을 쓰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내가 쓰고 싶은 것이 있느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작가들이 동의하는 지는 모르겠는데, 한 작가는 많은 책을 쓰지만 결국은 한 가지 책을 쓴다고 해요. 책을 쓰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한 가지인 거지요. 배경은 계속 달라지겠지만, 자기를 사로잡았던 것이 있다면, 어떤 책을 쓰더라도 주제는 똑같다는 거죠. 저는 그것이 작가가 평생 동안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평소 즐겨 보시는 책 또는 작가가 궁금합니다.

딱히 없어요. 아까 말했지만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워낙 좋아해서 곁에 두고 보는 편이고, 요새는 루쉰을 읽고 있어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너무나 날카롭고, 현대적이고, 그 당시를 살았음에도 페미니스트 사고를 갖고 있고요. 근데 루쉰이 그 당시에 글을 쓴 작가이기도 하지만, 해외 문헌을 번역을 굉장히 많이 한 사람이거든요. 글을 보면서 굉장히 깨어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그 당시에 그럴 수가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해외 문헌을 일찍부터 받아들이고, 열려있고, 많은 글들을 봤기 때문에, 그 거리감이 생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국의 상황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그런 것들을 통해서 스스로를 보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여기서도 나올 수 있는 결론 역시, 많이 읽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있어야지 사람이 이렇게 되는구나, 생각을 하면서 루쉰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엑스플렉스 입구



- 책읽기 또는 글쓰기 습관이 있다면요?

이어서 읽는 것. 꼬리를 물면서 읽는 것. 이 책에서 이 책이 나왔으면, 이 책을 읽고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쓰기 습관으로는, 손으로 쓰는 걸 더 좋아하는데, 왜냐면 아무거나 쓸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한글 문서 켜놓고 하는 글과, 이메일 창 띄워 놓고 쓰는 글, 손으로 쓰는 글이 전부 다르게 나와요. 각각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고 했을 때도, 그 창에서 쓰는 것과, 메모장에서 완성해서 가져다가 쓰는 것은 완전히 달라요. 요즘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미디어에 따라 글쓰기가 달라지는 재미난 점인 것 같아요.


- 독자 분들께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 제목에 뒤에 붙여진 것이 ‘젊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이잖아요, 저희 책 중에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어요. 칼럼 매캔의 책인데 거기서 인상적인 구절은, “우리의 목소리는 다른 어딘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그 무엇도 온전히 유일무이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잊지 말자.” 예요.


누구도 고유하게 내 생각만으로 글을 쓸 수 없거든요. 책을 읽고 작가의 생각을 만나면서 그게 내 생각과 섞여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엄마가 하시는 말에도 영향을 받고, 텔레비전으로도 영향 받고, 광고에도 그렇고요. 그런 것들이 다 합쳐져서 우리 것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안 읽는 책을 읽어 보시라고 하는 것과도 비슷한데, 어떤 책이 어떻게 우리의 인생을 바꿀지는 모르잖아요. 근데 이건 내가 원래 안 하는 거야, 하면서 안 하고, 안 보고, 안 먹으면 결코 그 세계를 경험할 수 없거든요. 좀 열려있으면 좋겠어요. 열려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젊은 독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자극에 열려있고, 안 하던 것을 해 보고, 어려워서 놓고 싶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10페이지만 읽어보고요.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면 좋겠어요. 그렇게 온 것이, 언젠간 우리의 삶을 바꿀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임유진은…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쉬워서 책의 세계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어려서부터 마치 세상을 다 안다는 듯 행동하곤 했는데 어쩌면 책을 많이 읽어서 웃자랐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작금’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단어를 공부하는 게 멋지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공부하고 싶고 활용하고 싶다.

어디 가서 취미가 책읽기라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았는데 우리 집에 놀러온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너 책 많이 읽는구나” 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책을 읽고 만들고 글을 쓰는 게 직업이 되었다. 30년 동안 독자였고, 11년 동안 편집자였고, 지금은 그린비출판사와 출판문화공간 엑스플렉스 실장으로 일하며 사람들에게 읽고 쓰는 일을 전파하고 있다.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1000가지 감정』을 번역했고, 『작가처럼』을 쓰고 엮었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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