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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경제의 99%는 환율이다』 백석현 “환율을 알면 세상이 보입니다”



백석현을 만난 날은 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주말이었다.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라는 직업 때문이었을까. 목을 꼭 죄는 와이셔츠 차림을 상상했다. 가벼운 티셔츠 차림의 백석현을 발견하고 반쯤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환하게 웃는 표정에 안도하며 ‘경제 전문가도 주말에는 티셔츠를 입는구나새삼 생각했다. 날카로운 눈매와 달리 어색한 듯 순박한 웃음이 순수하게 다가왔다.


백석현의
경제의 99%는 환율이다』는 대중에게 생소한 환율 대중서이다. 도발적인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펴들었고, 많은 궁금증을 안은 채 백석현을 만났다.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순간, 세상을 보는 시각이 확장되는 것을 실감했다.






-
경제의 99%는 환율이다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환율에 관한 안내서입니다. 환율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연초 어느 일간지에 실린 제임스 후퍼의 글에서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임스 후퍼의
지인이 새해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한 목록 50가지를 만드는데, 제임스 후퍼도 동참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삶의 활력을 갖기 위해 내가 시도할 만한 새로운 경험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고, 가장 먼저 시작할 일은 내 전문분야에서 책을 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당초 대중성은 고려하지 않았는데, 출판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적 만족을 넘어 보다 의미 있는 책을 내야겠다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제 전문분야(환율경제)를 각인하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 공인회계사로 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까닭에 부모님을 포함한 지인들은 아직도 저를 회계사로만 알고 계셨거든요.


- 책 제목이 어떤 면에서는 도발적으로 느껴졌는데, ‘경제의 99%는 환율이다는 제목에 담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왜 경제의 99%는 환율이라 할 수 있는 건가요?

제목이 도발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환율이 주가나 금리에 비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 환율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환율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한국은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환시장이 취약한 고리였잖아요. 적어도 한국 경제와 외국인 자본 흐름에 영향을 받는 금융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율을 대중의 관심 속으로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문에서는 환율이라는 주제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 했고, 제목에서는 화두를 던지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제가 생각한 제목 후보 중에 가장 뒷순위였는데 의외로 주변 지인들이 대부분 이 제목을 추천하셨어요(웃음).

한국 통화인 원화의 가치를 중심으로 통화가치 변화를 얘기하면서 시장 가격인 환율을 연계하면 통화가치 상승/ 하락과 환율의 하락/상승이 반대이다 보니 환동해 얘기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 같은 혼동을 줄이려면 시장 관습에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기준통화인 외화를 기준으로 강세/약세를 얘기하면 통화가치의 상승/하락이 환율 방향과 일치하게 됩니다. (36쪽)


- 책에서 거듭 강조하신 것이 원화를 기준으로 환율을 생각해선 안 되고, 달러를 기준으로 강세/약세 환율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에도 언급하셨습니다만, 왜 외화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그게 왜 중요한가요?

업무상 기업인들을 만나거나 자산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지인들이 해외로 휴가 간다며 환율을 묻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수출기업이나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과거보다 한국 경제가 어려우니 원화는 약세(환율은 상승)로 갈 수밖에 없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환율이 상대 가격이다 보니, 상대 통화의 약세 압력이 더 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화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강세(환율은 하락)가 되겠죠.


또 한 가지는 달러화의 특별한 위상 때문입니다. 영어가 만국 공용어이듯, 달러화는 어디서나 환영하는 독보적 기축통화입니다.


다른 국가들도 자국의 통화 가치를 논할 때 가장 먼저는 달러화에 대해 가격(환율)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논합니다. 우리가 환율하면 원달러 환율을 먼저 생각하듯이, 외환시장에서 가격을 논할 때 모든 국가가 그 상대통화로 달러화를 비교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거래량 자체가 압도적일 뿐 아니라 달러화의 유동성 증가/감소가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좌우합니다. 달러화의 유동성을 좌우하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입니다. 결국 외환시장은 달러화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국내 기업인이나 자산가들이 환율을 바라보는 프레임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제 신문들이 한국 경제의 관점에서 경제 현상들을 기술하다 보니, 자연히 환율을 바라볼 때도 한국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어 달러화가 아니라 원화를 중심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 위 질문과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환율은 참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환율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 그리고 그런데도 우리가 꼭 환율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격이 상승할 때는 가격을 의미하는 숫자가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할 때는 그 숫자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순 식료품 가격에서부터 주식,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통화간의 상대적인 가격을 나타내는 환율은 시장 관습이 그렇지 않습니다.

원화 가격이 상승하면 환율이 하락하고 원화 가격이 하락하면 환율은 상승합니다.

환율을 표기하는 시장 관습이 원화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외화를 기준으로 하므로, 환율은 외화 단위당 가격을 원화로 표기합니다. 표기 방법 자체가 우리가 익숙한 프레임과 정반대이기 때문에 혼동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환율을 알아야 하는 이유? 한 가지만 콕 집어 말씀드리면, 주식이나 부동산을 투자할 때는 많은 분이 전망을 생각하기에 앞서 현재 가격이 적절한지, 현재 가격이 이미 높은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어 봅니다.

그런데 환율은 어떨까요? 제가 접한 많은 분은 현재 가격이 적절한지, 내가 생각하는 전망이 이미 반영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건너뜁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전망만 생각합니다. 환율에 대한 감을 잡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외투자할 때, 환헤지 상품을 골라서 환위험을 없애면 환율 고민할 필요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헤지를 하면 그 해외 자산은 원화 자산으로 둔갑합니다. 해외 투자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에 입각하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의미가 큰데, 구태여 해외 투자를 원화 자산 투자로 둔갑시킨다면 해외 투자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 한국이 겪은 주요 경제위기에서 외환시장이 취약한 고리였다는 측면에서도 환율 움직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책에서 통화가치는 져야 이기는 게임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최근 몇 년간 엔화약세를 유지해온 일본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면 경제부양에 유리한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릴게요.

한국은행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통화가치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죠.


그런데 경기가 침체된 시기에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면
,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하여 국내 생산과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확대)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통화 약세는 수입 기업에게 당장에는 환율에서 손해가 될 수 있지만, 수입이 감소하면 내수기업이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이 엔화 약세와 주가 부양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죠.

그런데 세계 경기 침체기에 각국이 앞 다퉈 통화 약세를 추구한다면 이해 상충이 발생하겠죠. 그래서 환율은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말고, 시장의 자생적인 수요공급에 맡기자는 것이 국제적인 합의입니다.


- 유로존에 대한 사회적 관점은 독일이 후발국에 많은 지원을 한다 정도에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는데, 환율의 관점에서 보면 독일은 가장 큰 수혜국입니다. 환율에 대한 기본 지식, 환율을 볼 줄 아는 눈이 있다면 세계정세를 보는 눈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 환율을 알면 세계가 보인다고 강조하신 것도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 어떤가요?
책에서 독일을 지목하며 유로화의 수혜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가 남북통일의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독일을 롤모델로 언급하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우리는 남북 관계 개선과 통일을 언급할 때, 냉정한 국제정세의 현실을 직시하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할 뿐만 아니라 기대가 앞선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북한 내부 분위기나 주변국들의 인식과는 온도차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전제로) 독일이 통일 이후 부강해졌다는 프레임으로 통일 한국의 미래도 밝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독일이 통일 직후에는 통일 후유증으로 유럽의 병자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이후 독일 부활 과정에, 유로존 공동의 통화인 유로화가 등장하여 효자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우리로선 기대할 수 없는 여건입니다.

한편으로는 평소 원화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통화들의 움직임과 비교하면, 외국인들이 원화와 북한 이슈 등 우리 고유 변수가 화두가 되는 시기에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환율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그런 이슈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도 유추하는 것이죠.

암호화폐를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라는 기반 기술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116)

- 한창 암호화폐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우리 사회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초점, 암호화폐에 관해 이야기하는 논점이 사행성에 너무 맞춰져서 기반 기술에 관한 논의는 오히려 잘 이뤄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창 뜨거웠던 암호화폐 사행성 논란 등은 어떻게 바라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사행성 논란은 충분히 제기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뜨거운 열풍이 불었죠. 고용 절벽으로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 하루하루가 고역인 월급쟁이 직장인들로서는 그 뜨거운 시장에 올라타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수익은 높은 리스크(가격 변동)를 동반한다는 측면에서도 정부로서는 당연히 규제의 칼을 들이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암호화폐의 기반이 된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인데 그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규제를 도입하면서도, 생산적인 방향으로 대중의 그 뜨거운 관심을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인식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이었고요. 경제를 보는 입장에서 반도체 이후의 차세대 산업 동력이 아쉬운 한국의 현실도 걱정이 되었어요.

백석현…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와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석사를 마쳤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하고 있다. 이전에는 공인회계사(KICPA)로서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지식과 기업들의 사례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회계법인 재직시에는 감사본부와 조세본부에서 근무하며 기업 현장을 누볐고, 이를 바탕으로 파생금융상품 거래시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ditor - 송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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