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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오늘도, 무사』 요조 “하루하루 무사한 것만으로 감사한 세상”



뮤지션, 책방 주인.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단어의 조합은 ‘요조’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인다. 음악 작업을 하면서 직접 가사를 썼고, 가사와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었다. 요조는 2015년 서울 계동에 독립서점 책방 무사를 열었고 지난해 가을, 제주로 자리를 옮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책방 무사를 시작한 1년 동안의 기록을 『오늘도, 무사』에 담았다. 책방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독서에 대한 단상, 책방 주인으로서의 고민 등이 이 책에 스며 있다. 그는 책방을 하며 만난 멋지고, 다정하고, 고마운 사람들 때문에 책방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고, “책방을 하면서 비로소 사람을 배운 기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늘도, 무사』 요조 작가와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늘 무사하세요’ 라는 말로 자주 인사하곤 한다. 내 책방 이름이 ‘무사’여서 자주 오라는 장난스러운 중의법이다. 그러나 어떨 때는 그 인사가 정말 간절하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230쪽)



사진 제공= 북노마드






- 책방 무사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결정적 계기’라는 분명한 표현을 쓰시니 저도 좀 더 분명한 표현으로 어떤 인물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해방촌에 있는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주인장 마이크입니다. 제가 늘 책방 주인에 대한 기본적 온열감이 있는 상태로 살아왔다면 그것이 마이크를 만나면서 비로소 끓는점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책방을 내고 처음 1년간 이래저래 마음 고생이 심할 때마다 괜한 화풀이를 마이크한테 자주 하곤 했어요.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라고요. 제가 4년간 무사하게 무사를 이끈 데에도 마 사장님이 큰 역할을 하셨어요. 저에게는 정말로 없어서는 안될 너무나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예요.

- ‘무사(無事)’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을 뜻하는데, 무사하라는 말이 오히려 우리 일상의 위태로움을 인지하게 합니다. 책방 이름이 무사인 까닭, “무사하세요”라는 말을 즐겨 하시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책방 이름은 단칼에 지은 겁니다. 책방 준비를 하면서 워낙 주변에서 겁을 많이 주는 바람에, 처음에는 의기양양했다가 나중엔 저도 마음이 심란해졌거든요. 돈을 버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망하지 말고 ‘무사’하기만 하자. 그런 생각만 하다 보니 책방 이름도 자연스럽게 무사가 되었어요.


평소 사는 태도도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무사한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할 만한 세상이라고 봐요. 저한테 세상과 인간은 좀 무섭습니다.


- 책방 무사는 2015년 서울 계동에서 시작해 작년에 제주도로 옮겨 왔어요. 서울에 있을 때와는 많은 것들이 다를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와 제주에서의 책방 무사가 장소를 옮긴 것 이외에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울에서는 책방에서 길고양이들을 챙겼다면 제주에서는 실제 두 마리를 입양해 키우면서 가끔 책방에 데리고 나온다는 점. 서울에서는 할무니들이 자주 놀러 오셨다면 지금은 초등학생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온다는 점. 서울에서는 주차난에 신경이 뾰족해졌다면 제주에서는 변화무쌍한 날씨때문에 신경이 뾰족해진다는 점.


- 『오늘도, 무사』는 책방 무사를 운영하기 시작한 1년 동안에 겪었던 별별 어려움이 곳곳에 묻어 있어요. 누군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치운 일, CCTV와 호신용품이 필요한 상황…. 4년차인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 어떤지 궁금해요.

그런 일들은 한 번 지나간다고 해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아니지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데다가 한 번 경험했다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 매번 화가 나고, 매번 당혹스럽고요. 지금까지의 경험치가 도움이 되는 거라면, 지난번에도 잘 지나갔으니까 이번에도 잘 지나갈 거야, 라는 정도랄까요.


- 책방 무사를 한번 찾은 손님이 다시 찾았을 때 지난번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요. 현재 책방 무사는 어떤 주제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 바람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분명한 컨셉으로 드라마틱하게 재현되는 것도 아니어서 쑥스럽네요. 다만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의외성을 좀 자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세상에는 책이 정말 많고,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이 많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충분히 소개하기에는 아직 제가 역량이 너무너무 많이 부족합니다만…….


예전의 나는 굉장히 뾰족한 사람이었다. …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난 이해할 수 없어. 정말 저들이 싫군’에서 끝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가는 상태가 됐다. ‘난 이해할 수 없어. 그러나 저들을 섣불리 싫어할 수는 없어.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조금 더 들어보자. 조금 더 생각해보자.’ 책방을 운영하기 전과 후 달라진 면이다. (256쪽)


- 책에서는 책방 운영을 통해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의 폭이 넓어졌다고 하셨어요. 책방을 통해 만나는 사람의 영향일까요?

저는 별로 사람을 두루두루 만나지 못하고 살았어요. 맨날 좁은 세계 안에서 보는 사람만 보려고 하고, 주로 혼자 지내는 것을 즐겨 했어요. 그러다가 책방을 하면서 정말로 사회생활을 제대로 한 셈이에요. 정말 저 사람은 위대하구나 하면서 본받기도 하고, 정말 저 사람처럼은 되지 말아야겠다 하면서 반면교사로 삼기도 하고요. 책방을 하면서 비로소 사람을 배운 기분이 들고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친구도 많이 늘었고요. 책방에 몇 년 간 꾸준히 방문해 준 손님들과는 이제 다 친구가 되었어요. 제주까지도 꾸준히 방문하고 계시죠. 책을 잔뜩 사주시고 그날 밤 저는 술을 잔뜩 사드리지요.


- 책방 주인들의 얼굴에서 “어두운 얼굴 틈에서 작게 빛나는 ‘단호한 행복’의 빛. 만날 때마다 걱정하고 염려하다가도 헤어질 때는 안심하게 하는 그 빛.”(144쪽)이 보인다고 말씀하셨어요. 요조 작가님을 비롯한, 서점 주인 분들의 낯에서 작게 반짝이는 “그 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아름다워 보인다고 하는 말과 비슷하려나요. 아무리 힘든 일을 하고 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지친 얼굴 틈에서 그 빛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저에게서 볼 수는 없는데 아마도 보이겠지요.







- 출판사 난다 ‘읽어본다’ 시리즈로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한 권의 책을 읽고 쓴 일기를 모아 책을 내셨지요. 책을 준비하는 일이 자신의 독서법이나 습관을 되짚어 보는 일이었을 텐데, 작가님만의 독서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구절이 있거나 좋은 부분이 있으면 밑줄을 긋거나 표시를 남겨 놓지 않고 그냥 도그지어만 만들어 놓아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도그지어를 만들어 놓은 부분만 다시 읽으면서 내가 이 페이지에서 무엇에 마음이 흔들려서 도그지어를 만들어 놓았는지 확인하곤 해요.


그리고 이것은 저의 독서법은 아니고, 너무 멋져서 흉내내고 있는 것인데요. 여러분에게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김정선 작가님의 『소설의 첫 문장』 이라는 책에 보면 작가님께서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첫 문장을 한 번 더 읽는 것으로 그 책에 대한 독서를 마무리 하신대요. 정말 근사하지요? 저는 남은 생을 멋진 사람들을 열심히 따라하고 흉내 내면서 살고 싶어요.


- 『오늘도 무사』 ‘취미는 독서’ 부분에서, 책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크게 변화한 걸 볼 수 있었어요. 남의 글에 질투가 일고 의욕이 불타오르다가, 책방 주인으로 살면서 점점 독자로 머무는 것에 만족하게 되기까지. 그런 변화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로 이야기하셨지만, 어떻게 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 변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떤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삶을 대하는 자세, 삶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에 따라서 찾게 되는 책도, 마음에 와 닿는 책도 달라질 테니까요. 책과 삶은 아주 밀접하게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관계라서요. 제 생각입니다만 확실히 삶에 책이 있으면 그 삶이 더 본인에게 유리해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나는 책방 무사가 손님들에게 ‘정답’이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뭐라도 고민이 생길 때마다 ‘무사에 가면 정답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 정답이 책이든 공간 자체이든 아니면 책방 주인이든, 상관없다. 무사를 찾는 손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257쪽)


-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에서 “좋은 책방이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오늘도, 무사』에서는 책방 무사가 “‘정답’이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하셨지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책방’, ‘정답이 있는 곳’은 어떤 곳인가요?

꿈은 클수록 좋다니까 아주 큰 바람을 거창하게 말씀드린 것뿐이에요. 제 책방에 오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거예요. 실제로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들도 계시거든요. 책들이 다 너무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큐레이션한 책들로 드러나는 저의 가치관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요.


다만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해도 무언가 ‘환기’의 경험만이라도 된다면 그것이 하나의 ‘정답’이, ‘좋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 서점 운영, 팟캐스트 진행, 책 출간, 앨범 발매 등 활발히 활동해 오고 계시지요. 책방 주인으로서, 또 뮤지션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무사하게 책방을 운영하면서 다음 책, 다음 앨범을 준비해야지요. 책방 주인, 작가, 뮤지션의 삶을 조화롭게, 그리고 성실하게 운영해 나가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 독자 분들께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무사하셨으면 합니다.


요조는…

뮤지션이자 책방 무사 주인. 본명은 신수진. 1집 , 2집 <나의 쓸모>, 단편영화로 만든 EP 앨범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2017)를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요조, 기타 등등』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등이 있다.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의 세상에 이런 책이>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있다. 뮤지션, DJ, 배우, 영화감독, 작가 등으로 불리지만 책방 주인으로 소개되는 건 늘 좋다. 2015년 가을 서울에서 시작한 ‘책방 무사’는 2017년 가을 제주로 자리를 옮겼다. 책방 무사 인스타그램 @musabooks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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