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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나 혼자 벌어서 산다』 정은길 “내가 나를 책임지는 멋진 삶을 응원합니다”


통장에 월급이 묻어 있으면 카드로 닦으면 지워진다는, 생활 정보를 빙자한 유머를 보며 깔깔거리다가 문득 웃음 끝이 씁쓸하다. 옷을 사고, 튼튼한 책장 여러 개를 사고, 사람들과 저녁을 사 먹는 오늘 밤에도 월급이 통장에 스치운다. 『나 혼자 벌어서 산다』를 읽고 저자 정은길을 만나러 가는 길, 앞으로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이 스쳤다. 책은 돈 관리에 관하여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은 ‘내가 나를 책임지는 삶’이었다.
지난 7월 4일 광화문역 광화랑에서 전 tbs 교통방송 아나운서이자 생활밀착형 재테크 전문가 정은길을 만났다. 그날 광화랑에는 사진가로 데뷔한 그 남편의 첫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사진전에 담긴 사진 절반은 그들 부부가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세계를 여행하며 담은 풍경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에 하려고 돈을 모은다는 저자 정은길에게, 잘살기 위한 돈관리 비법을 물었다.






- 『여자의 습관』에서 데이트 통장, 통장 결혼식을 제안하신 일도 있고, 부부 돈 관리에 대해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이번 책은 싱글의 돈 관리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왜 이번 책은 1인을 단위로 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살다 보니까 돈 관리의 모든 기본 단위는 개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싱글부터 자신을 책임졌다면 2인, 4인 가족을 구성해도 돈 관리가 어렵지 않은데, 싱글부터 어려움을 겪다가 결혼해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 돈이 필요한 상황마다 위기를 겪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10대부터 돈을 모으고, 29세에 1억 원을 모아서 내 집 마련을 하기도 했고, 그렇게 돈을 모은 덕분에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결혼했어요. 만약 그런 돈 관리 경험이 없었다면 저도 돈 문제로 굉장히 고민했겠지요. 많은 사람이 돈 문제로 고생을 덜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돈을 관리하는 개인 단위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 『나 혼자 벌어서 산다』를 읽다 보면 작가님이 참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돈을 모으는 이유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기 위함이라고요? 이런 독립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결핍의 힘이죠(웃음). 하고 싶은 일을 경제적 이유로 참고 눌러야 했다면, 경제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게 되잖아요.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조부모님과 살았어요. 미술학원에 가고 싶다거나 걸스카우트에 들어가고 싶다거나 이런 욕망을 많이 참았죠. 용돈을 받고 저금을 하면서 또 제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저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거예요.

지금 당장 갖고 싶은 게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생길 수 있잖아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그럴 때 돈이 없어서 쩔쩔매지 말자는 마음으로, 나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 항상 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돈 관리하게 되더라고요.

-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자세이기도 하네요.
그렇죠. 제 삶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에도 경제적 독립이 도움이 돼요. 대학 입시를 다시 치를 때도 “나 다음 달 수능 한 번 더 봐.”라고 스스로 결정하고 가족에 이야기할 수 있었죠.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결혼한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많다고 해서 전체 자산도 많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이것이 바로 싱글이 빠지기 쉬운 소비의 함정인데, 나는 이러한 함정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무조건 돈 관리의 우선순위를 ‘의식주’로 정했다. … 내가 나에게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소비도 절대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86쪽)

- 책을 보면서 많이 반성한 대목이 소비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저도 책, 옷, 화장품, 술을 사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최근 이사를 하면서 불필요한 물건 때문에 정말 고생했거든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탕진잼’, ‘00비용’, ‘소확행’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작은 소비가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작가님은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요즘 소비 추세는 극단적이라고 봐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안 쓰고 안 입는데 극단적이었고, 취업과 경제 성장 기회가 적은 젊은 세대는 버는 대로 소비하는 경향이 크죠. 이게 좀 섞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생의 흐름이든, 삶의 목표이든 지향점은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그게 대단한 부자가 아니라 중산층이었어요. 중산층이라는 의미는 집이 몇 평이라거나 차가 몇 대라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정도라고 여겼어요. 갑자기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겨서 유학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가고, 그런 상황에서 세일하는 마스크팩 몇 개 사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그건 너무 슬픈 거죠.

저는 돈은 쓰라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내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소비해야 하죠. 순간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런 비용은 한도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소비가 현재의 소소한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흐르는 것은 그만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사회에 희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돈 관리나 절약하는 방법을 아는 것보다 돈을 쓰는 데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책임진다는 건 의식주 해결이잖아요. 의식주 해결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런 소소한 소비를 하는 건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거예요. 물론 사람은 매번 우선순위를 제대로 지킬 수는 없는 존재니까 무조건 쓰지 말자고는 할 수 없어요. 우선순위 상관없이 마음껏 쓸 수 있는 돈을 용돈이라는 개념으로 한도를 정해서 쓰면, 순간의 소비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돈에 관한 긍정적인 관념을 가질 수 있어요.

내가 즐겁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 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노년의 내가 먹고 사는 걱정을 덜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은 내 집이 있는 경우에 보다 확실해진다. (48쪽)

- 『나 혼자 벌어서 산다』에서 자신만의 공간, 내 집 마련을 강조하셨어요. 소유보다는 빌리는 게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내 집 마련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내가 나를 책임지려면 내 계획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내 집이 없으면 집주인에 의해서 계획이 바뀌는 거예요.

- 주체가 집주인이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만약 집주인이 “아들이 들어와 살게 됐으니 나가달라.”그러면 나가야죠. 나는 계약기간 만료 전에 이사를 가고 싶은데 들어와 살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면 이사를 못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역세권이라거나 비싸고 좋은 집이 아니라도 내가 내 계획대로 살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해요. 내가 내 계획에 따라 살 수 있으려면 의식주가 해결돼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게 집이기 때문에 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자기 삶의 주체로서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네요. 그래서 집도 투자의 관점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강조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의식주는 생활이잖아요. 의식주로 투자를 한다는 게 저는 별로 이해가 가지 않아요.

어찌됐건 저도 소시민으로서 제가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건물주가 되거나 월세로 경제적 부를 누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때 하는 게 목적이죠.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려면 주거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집에 접근하는 거죠. 집을 투자로 보는 방식은 저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시장을 잘 읽지 못하고 전문가가 하는 말도 잘 알아듣지는 못하겠거든요. 제가 잘 모르는 걸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내 계획과 목적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저에게는 좋겠더라고요.


- 그런 면에서 작가님 개성이 드러나는데 기존 재테크 도서는 경제가 돌아가는 흐름이나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면 작가님의 경우는 개인이 경제를 운용하는 시스템, 습관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렇게 해보니까 내 삶에는 맞더라’ 이런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저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고 가정하고 “이렇게 해야 돈을 벌어.”라고 말하는 메시지가 너무 일방적인 거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야. 저 사람은 돈이 많으니까 행복해 보여.’라 생각하기 십상이죠. 돈과 행복에 관한 교통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거 같아요. 내가 어떨 때 행복한가를 잘 모르고, 부를 이룬 사람들을 마냥 동경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거죠.

- 사실 그런 일에 관심이 쏠리기 쉽잖아요.
네. 그런데 그게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원하니까 자신도 원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거죠.

- 타인의 욕망에 휩쓸려 자기가 원하는 삶이나 자기의 욕망과 무관하게 좇는 것 같다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재산증식을 위한 종잣돈이 아니라 쓰려고 돈을 모아요. 1억 원을 모았을 때 그 돈을 다 써서 집을 샀고, 7000만 원을 모아 그 돈으로 세계여행을 했어요. 여행지에서 정말 10원 한 장 안 남기고 다 쓰고 왔어요.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쓰려고 모은 거니까. 돈을 목적에 맞게 모으고 그 목적을 이뤘을 때에야 다음 목표를 위해 돈을 모으고 관리하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어요.


그러면 돈을 모으는 게 지지리 궁상도 아니고 돈을 관리한다는 게 그렇게 먼 미래 같지도 않은 거죠. 그런 경험이 누적되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막연하게 아직 날짜도 잡지 않은 결혼자금을 모으고, 아직 한창 일하고 있는데 은퇴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막연하게 나중에 구멍가게라도 하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모든 돈은 생활밀착형이어야 하는데 생활과 너무 동떨어지다 보니까 이게 안 와닿는 거죠. 단기 목적을 실행하는 돈 모으기와 돈 쓰기를 많은 사람이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 책에서도 돈을 관리하고 모으기 위해서는 목적이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잖아요. 작가님의 경우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설계해나가기 위한 과정 안에서 설명하고 있네요.
목적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소소하게 소파를 사고 싶다거나 내년 여름에 어디로 휴가를 가고 싶다거나 이런 것도 돈을 모으는 목적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데 대부분은 이런 목적자금은 다 카드로 결제하고 월급으로 갚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나는 늘 돈의 약자이고 돈에 끌려가야 하는 거죠.

돈을 쓰는 순서도 생각해 봐야 하고, 목적은 많을수록 좋다고 저는 생각해요. 우리가 단기, 중기, 장기라고 흔히 말을 하잖아요.
모든 목표도 단기, 중기, 장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은퇴를 예로 들면 ‘나는 몇 살에 은퇴할 것이고, 그러면 매달 얼마가 필요하고 몇 살까지 살 거라는 가정 하에 몇 년을 모아야 하겠구나.’ 이걸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 현재 스피치와 커리어를 코칭하는 첫눈스피치를 운영하고 있어요. 스스로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어 보고자 첫눈스피치를 열게 되셨다고요?
첫눈스피치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게 아니었어요. 프리랜서는 일이 끊기기도 하잖아요. 그게 제 관점에서는 너무 불안정한 거예요. 어차피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일하는 게 목표라면 내 손으로 내 직업을 의미 있게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거죠.

전에 하던 일이 무엇이었든 내가 생각하는 1인 기업가의 시작은 ‘인턴’부터다. (180쪽)

- 책에서 1인 기업가의 시작은 인턴부터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전에 어떤 위치, 어떤 직급에 있든 관계없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걸 강조하셨어요.
회사 다닐 때 하던 일이 사업이 된다면 상관이 없어요. 다른 일로 시작한다면 그건 사원도 아니고 인턴부터인 거죠.

제가 아나운서로 일할 때 공식행사를 많이 진행했거든요. 몸값이 절대 싸지 않았어요.
그런데 처음 책을 내고 강연을 시작할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강연비를 받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일이 계속 쌓이니까 이제는 아나운서로 일할 때만큼 어쩌면 그 이상 도움이 되더라고요. 모든 일에는 시간이 다 필요한 거죠.

그런데 많은 직장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그 괴리감에 괴로워하더라고요. 보릿고개나 인턴 시기는 관혼상제처럼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좀 여유 있게 대처도 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 특히 임원을 하다가 은퇴하신 분들이 재취업을 할 때 그 격차를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체면 때문에 괴로워한다면 덜 배고픈 거죠. 새로 도전하는 영역에서 이전만큼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건 좀 애매하다고 생각도 들고요.

-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운영하셨어요. 기존에 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일인데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은 없었나요?
보릿고개보다 두려운 일은 없어요. 회사를 그만둘 때 ‘회사에 다니기 너무 괴로워. 안 할래.’ 이렇게 회피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100% 후회해요. 왜냐하면 새로운 곳에서도 힘든 일이 또 나와요. 그게 아니라 ‘나는 여기에서도 좋았지만, 이 일이 해보고 싶어.’ 그러면 그렇게 주저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 강연하다 보면 청중들이 돈에 관한 고민도 많이 토로 하실 텐데,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목표가 없다. 하고 싶은 게 없다. 그런데 나는 재주도 없는 거 같다. 그리고 돈에 관해서 배워 본 적도 없어서 너무 막막하다.”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세요.

- 삶의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분이 많네요.
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오래 못할 거 같다.” 하시는 분도 많고요. 저도 겪어본 거고 다른 분들도 겪어본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에요. 새로운 걸 실행해 보는 것.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버리면 그보다 못한 걸 만날까 봐 주저하는 거잖아요. 그럴 때 제가 드리는 말씀이 “집을 마련해 보시라.”는 거예요. 그러면 안전장치가 되잖아요. 더 이상 안 쫓겨나도 되는 거고 현재 월급만큼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거죠. 월세가 나가지 않으니까요.

지금 목표가 없다면 집을 마련하는 걸 목표로 세워보시라고 말씀드려요. 할 줄 아는 게 없다 하시면 여기에도 집을 한 번 마련해보시라고 이야기해요. 나중에 그 집이 셰어하우스도 되고 월세도 되고 주택연금도 되는 거죠. 수입이 크게 없다면 수입을 만드는 장치를 마련하는 거로 생각을 전환해보자고 말씀드려요.


- 버블 우려도 있고, 소득수준보다 집 값이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집을 사는 게 답이 될 수 있을까요? 2030세대에서는 집이 가장 큰 사치재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특히 젊은 세대에게 와 닿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러면 평생 부모님과 살 건가요? 지금 당장은 안 와 닿지만 3040세대가 되면 와 닿을 거예요. 그런 생활과 관련된 내용보다 오히려 먼 미래인 은퇴자금 마련을 더 가깝게 느끼는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집이 비싸다는 걸 너무 뉴스로만 접하는 것이 아닌가 해요. 실제로 집을 알아보면 비싸지 않은 집도 있긴 있거든요. 물론 그런 집이 눈에 차지는 않겠죠. 그 괴리를 많이 조절해야 하는 거 같아요. 아직 서울에는 1억 이하의 집도 있어요.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려고 나서지 않고 그냥 뉴스로만 지레짐작하는 건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어쨌거나 그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고, 극복할 때를 맞아서 지금은 모아야 하는 거죠.

조선 시대에도 비쌌고, 어느 시대에나 비싼 것이 집값이었다고 해요. 요즘만 특별히 비싼 게 아니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더라고요. 사람이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집이기 때문에 집이 비싼거죠. 살 마음이 없다고 지레 포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집이 아무리 비싸다고 하지만 주변에서 집을 사는 사람은 있지 않나요?


- 주변에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셨나 봐요?
얼마 전 어떤 분이 페이스북에 글을 쓴 걸 봤어요.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집에서 쫓겨나 옥탑방과 반지하를 전전하셨다는 분인데, 원룸을 마련했다는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물론 대출을 끼고 샀지만, 그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 시도해서 그걸 성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는 상당수 접했어요. 여러분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접했으면 좋겠어요.


- 통계나 뉴스로 접하는 정보가 아니라 실제로 접해보면 다르다는 말씀이네요. 그래서 책에서도 부동산을 많이 구경하라고 말씀하셨죠?
돈을 모은 후에 갑자기 부동산을 구경하면 감이 안 오거든요. 그 전에 다니면서 ‘나중에 이 동네에 와서 살면 좋겠다’ 한다거나, 집값이 얼마인지 알아본다거나, 그 동네 밤 풍경이 이렇고 계절이 이렇다는 걸 구경하면서 염두에 두고 있으라는 거죠. 그러다가 돈을 모아서 집을 사면 마음에 드는 집을 살 수 있거든요.

좋은 제품을 발견하는 것은 손품 발품의 힘이니까 누가 떠다 먹여주는 걸 기대하면 곤란하다는 거죠.

- 개인적으로는 책에서 소개한 생활 재테크 방법 중 연간 예산을 마련해 연간 소비를 조절하라는 대목이 가장 와 닿았어요. 기업과 같이 개인의 연간 소비를 예산 내에서 운용하는 방법인데, 실천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책에서 돈 관리 비법을 이야기 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자님도 말씀하신 연간 예산 이야기요. 저는 지금 고정 수입이 없잖아요. 월급이 있을 때는 어떻게든 그것을 덜 쓰고 모으는 그런 연습을 했어요. 수입이 들쑥날쑥하는 상황이 오니까 ‘중요한 건 소비’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고에 상관없이 늘 써야 하는 돈은 있다는 거죠.

문제는 우리는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잘 모른다는 거죠. 고정된 월급이 있어도 잘 집계하지 못해요. 너무 바쁘고 의미가 없는 거 같잖아요. 매번 벌고 쓰는 돈이 똑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연 단위 예산 방식으로 소비를 조절하면 머리 아프게 매번 집계하지 않아도 돼요. 1월 1일에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CMA 통장에 1년 치 예산을 맡기고, 1년 동안 그 돈을 써요. 월급이라든지 발생하는 모든 수입은 1년 만기 적금 통장에 모두 저금하면 급여의 100%를 모두 저축할 수 있어요.

-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개인의 예산을 운용하는 거네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도 세금 신고를 할 때 연간 단위로 하잖아요. 연간 단위로 모든 예산을 집행하는데 우리는 왜 다 월 단위인가 하는 거죠. 그리고 월급은 만만하게 보기 쉬워요. 연 단위로 예산을 운용하면 좀 더 규모를 갖추고 바라보게 되는 거 같아요.

- 30대가 되면서 이전과 달리 대화 주제가 돈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선배들과 모이면 우리 힘은 통장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실제 마음의 여유도 통장 잔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체감해요.
네 맞아요. 회사 다닐 때 불합리한 일 많이 겪잖아요. 회사뿐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할 때도 그렇고요. 내 일이 아닌데도 강요를 받거나 무리한 요구를 받을 때 “이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지금 월급이 너무 필요하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게 돼죠. 저는 부당함을 참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내가 나한테.

그래서 부당한 일이 생길 때마다 저금했어요. 돈이 없어서 그런 괴로운 상황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거 같아서, 괴로움을 겪을 때마다 더 저축했죠. 지금 저는 부당한 일에 대해서 이건 아니라고 이야기해요.

그런 상황을 늘 염두에 두고 돈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회사를 그만두고도 버틸 수 있는 1년의 예산이 있다면 ‘나는 이 돈 안 벌어도 돼. 이런 대우 받으면서 일하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실제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물론 참고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 재정적으로 취약하다고 보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저는 그런 상황을 겪었고 그걸 개선하고 싶었기에 저금을 했고,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드는 게 저의 궁극적인 돈 관리 지점이었던 거예요.

- 이 책은 싱글들이 특히 읽어보실 것 같은데, 독자들에게 남길 말씀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릴게요.
내가 나를 책임지는 행복한 삶을 추구해보시라는 거예요.

삶의 자신감을 찾는 것은 자기 삶에 책임을 지는 것부터 시작해요. 이 대전제를 받아들이는 게 인생의 고민을 푸는 첫 단추인 거 같아요. 내가 삶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첫 번째에요.


내가 나를 책임지는 삶을 시작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은길은…
전 tbs 교통방송 아나운서이자 스피치 및 커리어 코칭 회사 ‘첫눈스피치’의 대표이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생활밀착 재테크 전문가’로 불리는 것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저축에 몰두했고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스물아홉 살 때 1억 원을 모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특별한 재테크 지식 없이도 똑똑하게 돈을 모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첫 번째 책 《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은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더 많은 금융 지식을 쌓기 위해 2012년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은길의 인조이 머니’, ‘정은길의 늘 푸른 경제 교실’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생활밀착 재테크 전문가로서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돈 관리 강의를 진행하는 저자는 1인 가구의 삶을 택하는 2030이 많은 데 비해 대부분의 재테크 도서들이 ‘4인 가족’ 기준으로 쓰인 것에 의문을 느끼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이미 결혼 전에 경제적 자립을 이룬 저자는 기댈 곳 없이 혼자 벌어 사는 싱글도 체계적인 돈 관리 습관을 갖는다면 평생 먹고사는 고민을 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 지식 없이, 특별한 기술 없이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생활 재테크 노하우를 전수하며 많은 사람들을 돈 걱정에서 벗어나는 삶으로 이끌고 있다.
네이버, 미래에셋대우, 신한생명 등 기업을 비롯하여 공공 기관과 여러 단체에서 스피치, 돈 관리, 커리어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정은길 아나운서의 돈.말.글’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모폴리탄》, 네이버포스트 스타에디터 등 여러 매체에서 재테크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현재는 다음 카카오스토리에서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ditor-송보배
10ri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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