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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예쁜 먹이를 차려놓고 맛있게 드시길”



노석미 작가는 화가로서 필요한 작업장을 마련하기 위해 20대 후반 도시를 떠나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선택 아닌 선택을 했지만 그 순간이 인생의 많은 것을 바꿔주었다”고, 노석미 작가는 말한다. 『서른 살의 집』에서는 사는 곳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먹이는 간소하게』 에서는 자연 속에서 직접 차린 ‘먹이’를 이야기한다.

법정스님의 토방 부엌의 문구라던 “먹이는 간소하게”를 삶의 작은 지침으로 삼아 왔다는 그는 봄에 캐 비벼 먹는 달래달걀밥에서, 눈 오는 겨울의 카스텔라까지 사계절 소박하게 먹고 지낸 이야기를 그림 에세이로 담아 냈다.

『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작가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사진 제공= 노석미 작가







정갈하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하고 예쁜 그리고 담백한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살고 싶다.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음식의 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해서 먹고 살고 싶다. (14쪽)


- 다수의 그림책, 에세이집에 이어 사계절 음식을 담은 그림 에세이집 『먹이는 간소하게』를 펴내셨습니다. 우리 먹거리를 이야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정원과 밭이 딸린 한적한 곳에 살게 되면서 먹거리를 키우고 요리해서 먹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에 대한 그림도, 글도 쓰게 되어 이것을 엮게 되었습니다.


- 책에서도 설명해 주셨지만 음식이나 요리에 ‘먹이’라는 표현을 쓰신 까닭, 그리고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래 전에 책에서 법정스님의 토방 부엌에 있었다던 ‘먹이는 간소하게’ 라는 문구를 알게 된 후 왠지 멋진 말이구나, 하고 생각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부엌에도 그 문구를 써서 걸어놓았습니다. 뭔가 생활의 작은 지침 같은 게 될까 해서요. (웃음) 굳이 음식이나 요리보다는 먹이란 말이 훨씬 더 삶을 정돈해 주는 느낌을 주는 것만 같기도 했고요.


‘음식’이나 ‘요리’가 아닌 ‘먹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소박하다거나 간소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이 동물의 그것에 비해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14, 15쪽)


- 『서른 살의 집』에서는 사는 곳에 관해 말씀해 주셨다면, 이번에는 식(食)으로 주제를 옮겨 오셨어요. 자연 속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삶의 흐름 속에 『먹이는 간소하게』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네.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다양한 생명체들의 삶과 죽음을 엿봅니다. 그들과 함께 살고 있고, 그 안에서 나도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맑은 공기와 햇살의 이로움 같은 것을 느낄 때 고맙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생존을 위해 먹고 사는 일, 기운을 내기 위해 맛있는 먹이를 만드는 일 등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뭐라도 하는 게 더 좋은 거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그다지 소모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또 먹이를 만들어서 먹고 있네요.





나는 선택 아닌 선택을 했지만 그 순간이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을 바꿔주었다. 고즈넉함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른 아침의 공기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자연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함께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일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른 살의 집』, 마음산책, 2011)


- 20대 후반부터 서울에서 벗어나 경기도 산골에서 독립 생활을 해 오셨다고요. 외딴 마을에서의 삶은 서울에서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저는 이 정도의 밀도감이 좋습니다. 너무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선 답답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헐렁한 이곳에서도 서로 다른 위치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마찰이 있습니다. 익명성이 없어져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적당한 대처를 하며 살아야 되고요.


『먹이는 간소하게』, 94, 95쪽



- 『먹이는 간소하게』 프롤로그에서는 “먹이가 어디서 왔는지, 그 먹이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디에 담아서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지” 하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많은 것이 현대화되고,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진 오늘날 그런 것들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몸과 마음은 따로 가지 않는데 몸을 만드는 것이 먹이이니 자신이 먹은 대로 몸과 마음이 만들어지겠지요. 음식에 대한 태도, 그러니까 어떤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가가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말하곤 합니다. 간단하게, 음식에 대한 기호차이로 서로 같이 식사를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 영화 〈리틀 포레스트〉, tvN 〈삼시세끼〉 〈숲 속의 작은 집〉 등 자급자족 식생활 이야기가 각광받고 있어요. 우리가 그동안 제쳐 두었던, 쉽지 않은 삶의 방식이 다시금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살고 있고, 그래서 비슷한 방식으로 지쳐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의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들에서 자꾸 멀어지니 불안해지고,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위안을 받고 싶어서겠지요. 저 같은 경우는 그렇습니다. 밀집된 곳에서 안정감이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



『먹이는 간소하게』, 72, 73쪽


귀농한 친구에게서 우리 밀 종자를 얻어 나의 작은 텃밭에 밀을 심어보기도 했다. 매우 작은 수확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성질의 농사가 아니라는 판단 이후 다시 심지 않고 있지만 아름다운 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65쪽)


모든 먹을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면 내가 이런 것들을 먹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밀려온다. … 언제나 이 많은 먹거리, 그들의 희생으로 사람들의 생존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115쪽)


- 직접 먹거리를 기르고 수확하여 먹는 것은 마트에서 ‘상품’을 사서 먹는 것과 어떤 면에서 다른가요?

일단 맛있습니다. (웃음) 우리가 먹는 먹거리가 살아 있던 어떤 것이란 인식이 필요합니다. 생명체가 또 다른 생명체를 먹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마트에서 원래 어떤 생명체였는지 가려지게 포장되어있는 음식에 익숙하다 보니 그걸 잊곤 합니다. 어차피 먹어야 된다면 신선하고 행복하게 살다간 것들을 먹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먹이는 간소하게』, 220, 221쪽


- 작가님 블로그에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그림의 소재와 형식이 참 다양합니다. 『먹이는 간소하게』의 만화 같은 그림부터, 풍경화, 초등학교 때 그리던 포스터 같은 그림까지.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영감은 어디서나 얻습니다. 사는 일에 어떤 자극은 언제 어디서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책을 읽다가, 아침에 문득 눈을 뜨자마자, 창 밖의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다가 등등. 제가 준비되어있을 때 그것들은 다가옵니다.


-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에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밥도 거르면서 책에 푹 빠져 지내셨다고요. 소설가에서 화가로 방향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 책 읽기를 좋아해서 뭔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가 학창 시절 한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그림 그리는 일이 무척 좋더군요. 계속 그림을 그리다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뭐가 반드시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그다지 없지만 하는 일에 대해 즐거움이나 보람을 느끼는 지에 대해서는 종종 생각을 해봅니다.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나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한 지금입니다. (웃음)


- 개인전도 진행 중이시고, 그림책, 에세이집 등 책 출간도 활발하신데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네. 앞으로도 비슷하게 지낼 듯 합니다. 그림도 그리고 전시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내고…. 아직 그리고 싶은 것도 쓰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사진 제공= 노석미 작가


- 독자 분들께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쁜 먹이를 차려놓고 맛있게 드시는 행복한 식사시간이 잦으시길 바랍니다.



노석미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의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 등을 만들고 있다. 산이 보이는, 정원이 딸린 작업실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고양이와 함께 살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 <냐옹이> <왕자님> <스프링 고양이> <향기가 솔솔 나서> <서른 살의 집> <그린다는 것> <멀리 있는 산> <지렁이 빵> <좋아해> <나는 고양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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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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