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요가 에세이는 ‘가진 것 없는’ 가장 나다운 일”

시간을 쪼개 사는 삶, 남과의 경쟁에서 악착같이 버텨 내는 삶….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처럼, 이아림 작가 역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는 20대 후반 퇴사를 앞둔 어느날 밤 공황장애를 겪었다. 갑작스레 두려운 생각이 들었고 덜컥, 숨이 막혔다.
숨 쉬는 것부터 다시 요가로 배워 나갔다. 선택할 게 너무 많은 우리 삶을 잠시 뒤로하고 만난 요가는 생각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고, 그 어느 때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홀가분하게 써 내려간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책으로 출간되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와 요가는 닮아 있다는 이아림 작가. “실패로 점철된 20대를 되돌아보고 그리하여 지금의 나를 붙들기까지, 그 모든 안간힘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작가와 나눈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내가 요가를 통해 배워야 하는 건 겸허함인지도 모른다. 결심과 의욕만으론 할 수 없다. 인내를 가지고 단계를 밟아야 한다. 주변을 쫓느라 무리해서도 안 된다. 시간을 쌓아가는 길, 멀리 오래 돌아가는 길, 그것이 요가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 본문 중에서

사진 제공= 이아림 작가
-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로 ‘제4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금상을 수상하시고 책을 출간하셨어요. 첫 책을 내신 소감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요즘 강박적인 습관 하나가 생겼는데요. 거의 모든 SNS와 포털 사이트에서 제 책의 리뷰를 찾아보는 거예요. (하하) 마냥 신기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저자인 저를 친밀하게 여겨 주셔서요. 기쁘고, 감사하고, 그럴수록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요가는 실용서 분야의 책이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요기니의 생각, 요가를 통한 사색과 같은 ‘요가 에세이’는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가 에세이는 어떻게 쓰시게 되었나요?
처음엔 오기로 썼어요. 29살에 백수가 되고 나니 억울하더라고요. 무언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고 싶었죠.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뿐이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재미있어요. 요가도 맨몸으로 하고, 글쓰기도 맨몸으로 하고. 그리하여 요가 에세이를 썼다는 것이 ‘가진 것 없는’ 가장 나다운 일이 아닌가, 싶었죠.
하지만 책에도 썼듯이 맨몸으로 해 나가는 데엔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씩씩함이 있어요. 요가와 글쓰기의 공통점인데요. 저는 이 둘을 통해 두렵지만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나아가는 그런 ‘안간힘’에 대해 써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안 되는 건 (반복하면) 된다. 언젠가는 된다. 그러나 그런 성취 여부를 떠나 맨몸으로 해나가는 요가엔 그 자체로 심플한 멋이 있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대단히 드문 체험이 아닌가 생각한다. 삶의 수많은 가능성에 압도당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매트 위 요가를 강권하는 이유다. - 본문 중에서
- 책 제목이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입니다. ‘매트 크기만큼의 세계’는 정말 최소한의 크기, 그럼으로써 삶의 본질을 다시금 발견하는 크기란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삶이 너무 복잡하고 너무 많은 것을 가진 까닭에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가 꼭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요가를 권하신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맞아요. 최근에 카카오메이커스 홍은택 대표가 쓴 칼럼을 읽었는데요. “이제 정보의 잉여 칼로리를 처리해야 할 때”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어요. 군살을 줄이는 것처럼 일상의 불필요한 잡념과 과도한 정보들, 선택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다짐만으로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몸을 써서 마음을 붙드는 게 요가라고 생각해요. 요가는 아프고요. 그래서 사고가 아주 심플해져요. (하하)
제 호흡 챙기기 바쁜 와중에 이것, 저것 따질 새가 없는 거죠. 평소엔 쓰지 않는 근육을 늘리고 비틀고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더 직접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타인의 시선으로서가 아닌 ‘내가 바라보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더 자유롭고 홀가분해지는 거죠.

사진 제공= 이아림 작가
-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는 요가를 통해서 삶을 비추어 봅니다.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해서 욕심, 성취, 인내, 실패까지. 작가님께 요가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 부끄러움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존재예요. 저는 요가가 지향하는 가치들과는 정반대로 살아왔거든요. 늘 조바심 내고, 호흡을 놓쳐 허둥대고, 남을 이겨 먹으려 하고, 매사 자신을 다그쳤죠. 책에도 썼지만 저는 88년생, 88만원 세대예요.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면서도 좀처럼 만족할 줄 몰랐죠. 이제 저는 조금 변했어요. 앞으로는 요가를 더 즐기면서 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 책의 첫 장에서 숨에 관하여 다루셨어요. 공황장애로 숨을 쉬지 못하는 고통도 겪으셨다고요? 작가님의 20대는 그만큼 치열하고 분주한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의 20대는 어떤 시간이었나요?
저는 언론고시를 오래 준비했어요. 방송 PD가 되고 싶었거든요. PD라는 직업은 사실 명확히 요구되는 자질이 없어요. 모든 경험과 커리어가 자산이 될 수 있죠. 자신만의 개성과 차별화된 강점이 더 중요한 직업입니다. 그런데 이게 취업준비생에겐 결코 쉬운 게 아니거든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늘 부족한 것 같고.
되돌아보면 20대의 많은 시간을 경쟁에 낭비한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충분히 먹고 살면서 나다운 모습을 지켜 나갈 수 있었을 텐데 너무 경쟁밖에 몰랐죠. 아까워요, 제 20대가. 악에 받쳐 살았으니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있어요. 그렇기에 앞으로의 30대는 경쟁을 피해서 협동하면서 우아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웃음)
한때 초 단위로 산다는 말이 근사하게 들린 적이 있었다. 시간을 쪼개 치열하게 사는 삶, 배로 사는 삶, 미쳐야 미친다는 그런 삶 말이다. 하지만 자기극복이 자기착취가 됨을 깨닫고부터는 깊은 회의와 낭패감이 몰려왔다. 턱턱 숨이 막힐 때마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들며 난 무엇을 했던 것일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정작 내 숨은 이토록 짧고 얕은 것을. - 본문 중에서

사진 제공= 이아림 작가
- 제가 요가를 막 배우기 시작해서 그런지 공감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어 주었으면 하셨나요?
사실 그저 위로하는 에세이로만 읽히고 싶지 않았어요. 제 부끄러움에 대해 쓰면서도 그것을 사회적인 맥락과 연결해 쓰고 싶었죠. 그래서 책에서도 페미니즘, 타임푸어(time poor), 청년문제, 가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사실 우리들이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 중 대다수가 개인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잖아요.
개인적인 문제로서 끙끙 앓기보다는 그것을 전체의 일부로 바라보고 더 많은 대안을 상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지만 문제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바꿔나가고자 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책이에요.
- 글이 편안하면서 솔직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면서도 저를 돌아볼 수 있었고요. 꾸밈없고 솔직한, 성찰적인 작가님의 글이 어쩌면 요가와도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솔직함’도 의도한 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해야 문장에 힘이 생기고 더 몰입해 읽을 수 있거든요. 더욱이 에세이잖아요. 그 누구도 그럴싸하게 꾸민 글을 바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의도하지 않은 솔직함도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제 속 편하자고 다 털어놓는 성격이거든요. 요가를 키워드로 하는 만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문장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죠. 그렇게 하고 나니 얼마간 후련함도 있었어요. 결국 스스로의 만족으로 써 내려간 글들이 이번 책이 되었네요. (하하)
- 다양한 책에서 떠올린 생각을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곳곳에 풀어 두셨어요. 평소 어떤 독서 습관, 글쓰기 습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반복해 읽는 걸 좋아해요. 좋아하는 책을 곁에 두고 소리 내 읽고 밑줄 그어 읽고 발췌해 읽고 이런 저런 상념들을 적어 가며 읽습니다. 그래서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을 읽고 나면 조금씩 변해 있는 제 자신을 느껴요.
일본의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말을 빌리면 “책을 읽기 전으론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글을 쓸 때도 읽은 책들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그동안 읽은 책들이 결국 글쓰기의 밑천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이아림 작가
- 책에서는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대단치 않지만 자유롭고 치열하게 책을 쓰고 싶다”고 하셨지요. 앞으로는 어떤 책을 쓰실 예정인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사실 다음 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다만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유물론자이기 때문에 좀 더 삶에 밀착한 재미있는 경제학 책을 써 보면 어떨까, 막연한 꿈만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인터뷰집이 될지, 르포르타주가 될지, 혹은 이번처럼 에세이가 될지는 모르겠고요. 지금은 그저 좋아하는 길을 따라 천천히 공부해 나갈 생각이에요. 언젠가 차고 넘쳐서 자연스럽게 글로 펼쳐 낼 수 있을 때, 그때 무리 없이 두 번째 책으로 인사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평소 즐겨 읽는 책이나 작가는 무엇(누구)인지 궁금합니다.
글을 쓰면서 막힐 때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박완서 선생님의 에세이집을 번갈아 읽습니다. 용감하게 쓰고 싶을 땐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고요, 힘을 빼고 유머러스하게 쓰고 싶을 땐 하루키의 도움을 받습니다.
사실 두 분처럼 써지지 않아서 되레 좌절할 때가 많은데, 그래도 읽고 쓰고 하다 보면 더 제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좋더라고요.
- 서점, 출판에 대한 위기의 목소리가 높은 요즘입니다. 그렇지만 브런치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하신 만큼 출판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다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브런치를 통해 정말 소중한 기회를 많이 얻었어요. 수많은 독자들을 만났고 그들이 남긴 댓글 덕분에 계속 써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무명인 제가 어떻게 책까지 낼 수 있었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창구들을 통해 더 많은 출판 기회를 얻으셨으면 좋겠고요. 그 결과 출판 시장도 더 다양해지면 좋다고 생각해요.
반면 제게 종이책은 ‘진짜 승부처’ 같은 느낌이에요. 과연 내 책이 비용을 치르고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독자들의 곁에 머물 만큼 충분한 이유와 매력을 갖췄는지 고민하게 되고요. 저자로서 종이책을 통해 더 확실히 읽히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SNS와 출판시장은 분명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제공= 이아림 작가
- 독자 분들께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이 오늘도 삶의 굴욕에 무너지지 않고 맨몸으로 헤쳐나가는 분들께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긴 인터뷰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편안하세요!
이아림은…
서른하나. 글을 쓰고 요가를 한다.
내 안의 부끄러움과 삶의 모순이 글쓰기의 원동력이다.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되는 어린이 채널의 PD로 일하고 있으며 언젠가 ‘생존’이 아닌 ‘생활’이 담긴 잡지를 만들고 싶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는 2017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되어 제4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 책이 삶의 굴욕에 무너지지 않고 오늘도 맨몸으로 헤쳐나가는 분들께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 Editor - 조은혜
zzonis@bn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