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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서른의 연애』 좋은비 “열심히 준비하고 철없이 사랑하는 나날 되기를”


서른이 되면서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이야기가 대중목욕탕에서 듣는 남의 가정사처럼 아득했다. 삼십 대는 최승자 시인의 시처럼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어서 함부로 나부끼는 깃발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부대낌이 가라앉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랑이라니, 철없이 사랑하길 꿈꾸는 삼십 대라니. 『서른의 연애』에 눈길이 간 건 서른과 사랑이라는 조합 때문이었다. 
『서른의 연애』는 삼십 대 직장인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 사랑은 지극히 현실적인가 하면, 어느 땐 눈먼 소년처럼 저돌적이다. 직장을 그만두며 소개팅이 끊길 것을 걱정하는가 하면, 이상형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망설임 없이 독일 행 비행기에 오르기도 한다.

작가 좋은비는 이별 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 고민을 ‘브런치’를 통해 연재했다. 그의 이야기는 100만 뷰를 기록했고,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했다. 『서른의 연애』 좋은비 작가에게 삼십 대의 삶과 사랑을 물었다.


서른둘이 되었다.
열심히 준비하고, 한 살 더 성숙하되,
철없이 사랑하는
올 한 해가 되기를. (80쪽)



- 책 『서른의 연애』 가 첫 책인데,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실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첫 책에 관한 소감을 여쭙습니다.
살면서 책 한 권쯤 내고 싶다는 꿈은 아마 많은 분이 가지고 계실 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글이 담긴 책을 처음으로 받아 본 순간, 그리고 반디앤루니스 신세계강남점 신간 코너에 놓인 제 책을 본 순간, 그 감동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혼자 글을 쓰고 브런치에 올리던 때와 달리, 책은 많은 분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부담감도 있어요. 그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제 글이 많은 분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반디앤루니스 신세계강남점 신간 코너에 놓인 제 책을 본 순간, 그 감동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어요.”
신세계강남점에 진열된 『서른의 연애』.
좋은비 작가는 반디앤루니스 신세계강남점에서 자신의 첫 책을 발견한 감동을 사진으로 전해왔다.

 


- 이별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글을 썼습니다. 글 쓰는 시간이 위로의 시간이자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알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전업 작가가 아니기에,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일’처럼 글을 쓰지는 못해요. 이 글들은 모두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마음이라는 그릇에, 감정이라는 물을 붓다가, 그릇이 가득 차서 흘러넘친 것이 바로 ‘글’이라는 모습으로 발현한 것이라 생각해요. 특정한 시점에 느낀 강렬한 감정을 남긴 것이기에, 나중에 글을 읽어보면 내가 쓴 글인데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시간이 지나서 글을 쓰라고 했다면 결코 쏟아내지 못했을 생경한 문장들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지요. 제 글의 제1독자는 바로 시간이 지난 후의 저 자신인 것 같아요. 그렇게 글을 쓰던 시점의 저와 이후의 제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조금 더 나은 저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 글을 쓴다는 것은 저에게 그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더욱 아끼고, 더 가꾸고 싶어졌다. 이렇게 혼자가 되니 더 좋아진 것들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게 되었다. (54쪽)

-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고, 100만 뷰를 기록한 연재이기도 합니다.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이유, 작가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누군가 “나 외로워.”, “연애하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일 것 같아요. “그럴 땐 이렇게 해야 해.”라며 외로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도 그래. 난 말이야…….”라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제 글이 다른 글과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있다면, 철저하게 후자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명쾌하게 정답과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냥 담담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내 심정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더 좋은 대화 상대일 때도 있잖아요? 그런 대화가 필요한 분들에게 제 글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이 나온 후에 “제목과 필명만 보고 여성 작가인 줄 알았는데, 남성 작가라서 더 호기심이 생겼다.”라는 반응도 꽤 많았어요. 제 책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삼십 대 남성은 사랑과 연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조금이라도 공감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한 지 20년이 넘었어도 아직도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떨린다는 말. 와이프가 보고 싶어서 일찍 집에 가고 싶다는 말. 사십 대 초중반의 남자에게서 나온 말 중에 그보다 ‘섹시한 말’이 또 있을까?
그 사랑이, 나도 조금은 닮고 싶어졌다. (39쪽)


- 책 속의 이야기가 진행형이라 느꼈어요.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사랑을 깨달아가는 어떤 과정, 성장이 담겨 있었고, 그 과정에 관한 이야기라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도 연재하면서 스스로 성장했다는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조금씩 성장합니다. 삶의 경험이 쌓이니까요. 그런데 그 경험을 글로 남겨 놓으니, 그것이 디딤돌이 되어 더 크게 성장하는 것 같아요. 특히 이 글을 많은 분과 나누고, 댓글과 메일을 통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주고받다보니까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꼭 글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음악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어떤 형태로든 지금의 삶을 표현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분명 그러한 기록 자신이 더 멀리 달려갈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다만 한 가지 조심할 것은, 그러한 기록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스스로를 갉아먹기 쉽더라고요. 저 역시도 독자들이 늘어나고 보는 눈이 많아지면서 한동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만족할만한 글을 내놓지 못했던 것 같아요.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진실할 것, 글을 쓰며 성장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이 아닐까 싶습니다.

- 서른은 청춘의 열병에서 벗어나는 어떤 통과의례로,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자장을 가진 나인인 것 같아요. 삼십 대 작가님이기 때문에 서른의 나이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서른은, 수많은 요구가 중첩되어 쏟아지는 나이인 것 같습니다. 사회 초년생의 티를 벗고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하구요. 아이를 낳고 육아도 해야 하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본인의 노후도 준비해야 하지요. 평생직장이라는 것이 없어지면서 더 나은 경력을 위한 자기계발도 빼 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십대 때 요구되던 것들이 그대로 이어져 오면서, 사십대 이후에 해야 할 일들 역시 시작해야하는 시기.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나이. 그래서 삼십 대는 심리학에 기대기도 하고(『서른살이 심리학에 묻다』), 또 82년 생 한 여성의 이야기(『82년생 김지영』)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제 책 역시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삼십 대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른둘,
사랑하고 싶다.
결혼이 아니라, 사랑을 하고 싶다.
진짜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다.
뜨겁게, 정말 행복하게. 그렇게 서른의 연애를. (80쪽)

- 책을 보면서 현실과 낭만이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직을 하면서 소개팅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상당히 현실적인 고민으로 느껴진 반면 이상형을 찾아 독일로 떠나는 대목에는 십 대 소년 같은 무모함도 있었습니다. 무모함과 현실감이 함께 갈 수 있는 나이가 또 서른의 연애이기도 한 거 같아요. 독일행은 작가님 인생에서도 결정적인 장면이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모든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면과 낭만적인 면이 어느 정도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뻔뻔하면 현실적인 면이 부각되고,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낭만적인 사람이라고 불리는 거 아닐까요?
저는 이 책의 개요를 짜고 글을 쓴 것이 아니에요. 저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시간의 흐름 그대로 쓴 글을 묶어놓았지요. 그런데 참 우연찮게도, 독일행이 이 책의 클라이맥스와 같은 느낌을 주지요. 이 책이 곧 저의 인생 이야기라고 봤을 때, 독일행은 제 삼십 대 초반의 클라이맥스인 셈이지요.
저는 지금도 그렇게 살아요. 소개팅을 ‘받기’보다는, 제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먼저 그 사람의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하곤 합니다. 비록 실제로 만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요.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인연을 찾는 게 지금 저에겐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이렇게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웃고, 같이 떠드는 게 가족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족 안엔 미래의 사랑하는 내 아내도 포함되어 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노는 것이 당연한, 그런 가족의 일환으로 그녀를 맞이하고 싶다. (103쪽)


- 명절에 요리, 설거지를 자처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명절에 나서서 요리와 설거지를 해야 하겠다고 결심하신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많은 특권을 누리며 살아왔어요. 할머니와 엄마의 가사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누리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살면서 집안일, 가사노동을 스스로하게 되고, 그러면서 가사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어요. 항상 명절만 지나고 나면 녹초가 되는 엄마를 보면서,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대부분의 일은 엄마와 큰어머니께서 하시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그 짐을 덜어 드리고 싶은 마음에 명절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평한 가사 분담이, 나중에 제가 맞이할지도 모르는 아내(곧 며느리)와 저에게도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는 이상형, 즉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곧 내가 바라는 사랑, 연애, 결혼이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었다. (153쪽)

- 이상형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현실을 모르고 철없는 행동처럼 비칠 때가 많은데요. 작가님께서는 이상형을 질문하는 것은 자신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책을 보면서 이상형에 관하여 처음으로 구체적인 고민을 해봤습니다. 이상형에 관하여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고 자주 생각하는 일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이상형으로 그냥 “예쁘고 착한 사람”이라고 하고, 특정한 조건에만 집착한 채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철없는 행동이겠지요. 하지만 진짜로 자기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혹은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지를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런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너무나 중요한 일이잖아요. 솔직히 우리에게 그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이상형이 허황된 ‘이상’에만 그치지 않고, 보다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많이 많이 고민해야 그런 사람이 나타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알아볼 수 있는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형이 꼭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람이 이상형이고, 이런 사람과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땐 그 연애와 만남을 돌이켜보면서 다시금 이상형을 고민해보고, 조절하는 것. 그런 게 이상형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 청춘에게서 사랑, 열정, 낭만이 거세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존재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많이 고갈된 상황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랑을 이야기한 작가님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런 현실은 참 슬프죠. 요즘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한 글이나 책을 보면, 가혹한 현실에 대해 쓴 글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낭만 뒤에 감춰진 현실이었다면, 이제는 하도 현실을 얘기하니 낭만과 로맨스가 사라져버린 느낌이에요. 그래서 말이죠, 저는 다음 책을 쓴다면 “진짜 낭만적인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쓰려고요. 프롤로그의 제목도 이미 생각해 놓았어요. “21세기, 낭만 연애 선언”. 저는 제 이야기를 쓰는 작가니까, 이 책을 쓰려면 일단 제 연애를 ‘레알’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해야겠죠?
현실이 가혹해도 사랑만큼은 낭만적으로 하고 싶어요. 모든 연애는 기가 막힌 타이밍과 기적적인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잖아요.

- 반디앤루니스 독자 분들께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자신을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위로가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좋은 책들 가운데 제 책을 발견해주시고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올해 “열심히 준비하고, 한 살 더 성숙하되, 철없이 사랑하는” 그런 나날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좋은비는…
글쓰기 공간 ‘브런치 (brunch)’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던 날, 제법 많은 가을비가 내렸다. 평소 좋아하던 홍진호 감독의 영화 제목이자 두보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여 ‘좋은비’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글을 읽었고, 브런치북을 통해 출간까지 하게 되었지만 아직은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어쩌면 나는 당신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회사 동료일 수도, 소개팅에서 한 번 만났던 그저 그런 남자일 수도, 스치듯 지나쳤던 희미한 인연일 수도 있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애틋하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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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 송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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