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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엄마의 힘』 박성숙 “아이가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게 부모의 일”


10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인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독일 엄마의 힘』 저자 박성숙은 독일의 자녀 교육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큰 아이가 세 살 때 독일로 건너가 20여 년 동안 독일 교육을 몸으로 접한 저자는 전작 『독일 교육 이야기』, 『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 등을 통해 꾸준히 독일 교육을 알렸다. 그녀가 지켜본 독일 자녀 교육의 핵심은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공부나 경쟁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놀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행복한 공동체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규칙을 철저히 가르친다. 독일에 있는 저자에게 서면으로 독일 자녀 교육 이야기를 물었다.



독일 엄마의 자녀교육 핵심은 느림의 미학인 것 같다. 당장 우리 아이들 친구의 엄마들을 봐도 교육에 대해서는 아주 천천히 나아가지만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부러울 때가 많다. (47쪽)



- 독일 교육 이야기를 꾸준히 해오셨습니다. 독일 교육에 주목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 거기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독일 교육은 내가 한국에서 받은 교육과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엔 막연한 호기심으로 다가갔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구체적인 교육방법을 직접 관찰하고 참여자가 되면서 이 교육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두 아이를 독일에서 교육하면서 내가 받은 성장과 경쟁에 매몰된 교육은 과도기적 교육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느슨하게 천천히 가면서 공동체에 어울릴 수 있는 참 인간을 만들어 가는 교육이야말로 미래 교육의 청사진이요, 한국교육이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조기교육이 아니라 밖에서 노는 일을 독려하는 독일 부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창의력과 자기 주도성은 뛰어놀면서 기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에 비춰본다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교육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에 치여 놀 기회가 충분치 않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떠올라 씁쓸했어요.
저도 뒤늦게 깨닫게 되었지만, 창의력이란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때 가장 왕성하게 발휘되는 것 같더라고요. 독일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녀교육은 현재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는 많아도 글을 가르치는 부모는 드물어요. 부모가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행복한 상상을 하는 아이에게 동화책은 행복의 매개가 되겠지만, 글공부를 강제하는 순간 상상의 날개는 접혀버리고 행복감은 스트레스로 바뀌어버릴 것입니다. 10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인의 저력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즐거운 놀이에 집중한 부모 교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놀이는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창의력과 자기 주도성을 키울 수 있는 자녀교육이지요.

-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경쟁 위주로 진행된 데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습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기에 독일 교육은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작가님은 우리 교육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한국에서 교육받고 한국사회에 몸담고 살 때는 몰랐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한국교육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안타까운 건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교육시스템입니다. 경쟁이란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가장 큰 장애가 되어 공동체의 삶을 영위하는 데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독일교육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옆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친구와 함께 좋은 성적을 받으면 기쁜 일이지, 친구의 성적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거든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중요한 것들을 버려야만 할 때가 많습니다. 우정이나 희생, 봉사 등 공동체 유지를 위해 근간이 되는 가치를 무시할 때 우리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적당한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겠지만 경쟁에 매몰된 교육은 마침내 일그러진 엘리트를 양산하고 그들은 공동체를 뿌리째 흔들어버리는 사회악으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현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서운 일들이기도 하지요.

- 2017년 한국에는 강릉, 부산 등 중학교에서 발생한 따돌림과 폭행 사건이 큰 이슈였습니다. 학생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공동체를 위한 배려를 강조하는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독일의 인성 교육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독일교육 과정에 특별한 인성교육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교과과정에서 지식과 함께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에 프로젝트 수업이라는 공동학습을 통해 관계 형성을 통한 효율성을 배울 기회가 매우 많습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은 시험에서 지식뿐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합니다. 수업시간에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지요. 인성교육이란 특별한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목표인 까닭입니다. 공동체에 어울릴 수 있는 올바른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목표이지요.

독일인이 선호하는 직업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면이 있다면, 그 선호하는 직업도 궁극적으로는 창업을 위한 학습 단계일 뿐이다. 독일 직업 교육의 근간인 아우스빌둥도 단순히 직업 현장의 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모든 아우스빌둥은 기술과 함께 기업 경영, 관리, 세무 회계 등 기업체 운영을 위한 기본 지식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직업 교육 대상자인 청년 아추비(Azubi)와 학부모, 현장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아우스빌둥의 최종 목표가 창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취업은 창업이라는 큰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경험 축적을 위한 필요 조건일 뿐이다. (72쪽)

- 국내도 창업 교육에 관한 관심이 조금씩 일고 있는데요. 아우스빌둥에서 직업 교육뿐 아니라 창업 교육을 한다는 점 새롭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창업 교육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교육 방법 중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독일경제의 근간은 대기업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입니다. 이 때문에 독일경제는 외부의 충격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저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기업도 물론이지만 중소기업의 기반을 이루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가 바로 아우스빌둥이라는 직업교육입니다. 아우스빌둥을 이수한 사람들이 현장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깊이 있게 공부하여 마이스터가 되는 것입니다. 보통 창업을 하는 많은 소상공인이 마이스터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지요. 그 때문에 처음 직업교육을 시작하는 아우스빌둥부터 창업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미국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최근 독일의 아우스빌둥 제도를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로 독일 직업교육제도는 유명합니다. 한국도 독일의 아우스빌둥을 참고로 한 마이스터고등학교라는 제도가 있는데 문제는 아우스빌둥은 학교가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독일 직업교육이 한국과 다른 점은 학교보다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직업교육에 참여한다는 사실입니다. 독일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인력을 스스로 양성해야 한다는 마인드로 청년들의 직업교육에 임하고 있거든요. 한국교육계나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의 대학진학률은 70%를 웃돕니다. 이것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란 지적이 많지요. 국내 대학진학률 대해 작가님은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더는 독일교육 이야기를 쓰면서 독일에서 수많은 교사와 교육전문가, 학부모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한다는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그럼 한국에서 청소부는 누가 하며 은행이나 관공서 창구에서는 누가 일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대학교육을 받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수많은 일을 한국에서는 대졸자들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놀랍니다. 학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일인들은 한결같이 ‘왜 필요 없는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아해하지요. 저도 처음엔 이들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고 학벌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학벌 사회에서 교육받고 자란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은 적어도 독일인의 대학에 대한 생각이 옳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학은 직업과 연결되어야 하고 대학진학이 필요 없는 분야라면 굳이 비싼 등록금을 지급하면서 4년이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야 하겠지요.

- 국내에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 간 불균형이 상당합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 교육의 간극을 독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위의 두 질문에서 언급한 아우스빌둥이란 직업교육의 활성화입니다. 독일 대학진학률은 현재 50% 정도입니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이 모두 졸업하지는 않습니다. 대학 중도 하차율이 50% 가까이 되니까요. 대학공부가 어렵기도 하고 대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이 아우스빌둥으로 진로를 전환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기업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기업 스스로 양성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 직업현장의 차이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엄마들은 공부로 1등 하는 아이보다는 건강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문제 없이 살아가는 아이, 스스로의 삶을 순간순간 즐기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자녀의 모습에 만족한다. (130쪽)

- 독일의 교육 시스템 중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좀 막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한국 학교가 작은 부분부터 변하려면 교사들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모범생으로 보기보다는 공부는 못하지만 좋은 사회성과 훌륭한 인격을 갖춘 학생을 모범생으로 추켜세우는 것입니다. 독일 교사들은 그러거든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스스로 좋아서 잘하는 것이고 개인의 일이지만 우수한 사회성과 인격을 갖춘 학생은 교실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한 학생의 우수성을 칭찬하기보다는 인격이 훌륭한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학생들의 생각도 조금씩이나마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데 교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육자입니다.

- 국내에는 공공예절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기도 합니다. 자녀 양육 태도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쟁 후 혹독한 가난을 경험한 우리는 남의 눈치를 보는 걸 비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먹고살 만해졌는데도 여전히 ‘우리 아이는 눈치가 없어요’라는 말을 마치 자랑하듯 늘어놓는 부모를 보면, 남의 눈치를 보고 자라면 아이의 기를 꺾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 부모는 학교나 가정에서 공동체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서인지 자녀교육도 그렇게 하더라고요. 독일뿐 아니라 선진국의 아이 키우는 모습은 거의 비슷합니다. 예의를 중시하고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교육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자식에게 관대한, 자기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적지 않은 우리나라 부모들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여전히 시대에 뒤진 후진적 자녀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와 많이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남성의 육아 참여다. 일 때문에 바쁜 남편도 물론 많지만 독일에서는 엄마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이른바 ‘독박 육아’는 매우 드물다. 자녀 양육은 부부 공동의 과업이지 엄마 혼자 떠맡아야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39쪽)

- 무엇보다 독일 남성의 육아 참여가 높은 점이 참 부러웠는데요. 독일 출산율이 오르는 저력에 대해 작가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독일도 지난 30여 년간 저출산이라는 선진국 진입의 통과의례를 혹독하게 치른 나라입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신생아 출산율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는 연방 통계청 발표가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33년 만에 신생아 출산율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언론은 작은 베이비붐 시대가 도래했다는 자축의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퇴색하고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독일이 베이비붐 시대를 맞게 된 직접적인 요인은 복지정책입니다. 보육수당인 ‘킨더겔트’가 지급되고 출산장려금 등 출산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이전에는 없었던 ‘패터모나트’라는 아버지 출산휴가를 신설해서 남성이 자녀 양육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여성이 출산으로 인해 받는 사회적인 불이익과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빈틈없는 복지제도와 사회적인 관심 덕분에 오늘날 독일은 작은 베이비붐 시대를 맞게 된 것입니다. 독일의 출산율 증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왜 출산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복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독일 엄마의 힘』을 어떤 분들이 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책은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한 젊은 부모뿐 아니라 교육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력조차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통해 독일 부모들의 자녀교육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면서 ‘나는 과연 어떤 부모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성숙은…
큰아이가 세 살 때 독일로 건너가 처음에는 독일에서 한국식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기도 했고, 둘째를 독일에서 낳고 키우면서 조금씩 독일 엄마들의 육아와 자녀교육을 몸으로 머리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출간된 『독일 교육 이야기』, 『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 등은 한국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라 교육 전문가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책뿐만 아니라 미디어에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EBS 〈세계의 교육현장〉, 〈지식채널e〉와 KBS 〈교실이야기〉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또 다른 저서로 독일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한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가 있다.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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