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베이킹』 앙꼬 박정미 작가 “자상하게 제안하는 홈베이킹”

처음에는 그저 취미였다. 돌처럼 딱딱한 빵을 만들거나 까맣게 태운 모카빵을 만들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연습으로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까지 땄다. 틈틈이 블로그에 베이킹 사진을 올리고 레시피 콘텐츠를 쌓으며 이웃 블로거들과 교류해온 지 어언 십 년. 2008년부터 시작한 베이킹 블로거가 이제는 어엿한 레시피북 저자가 됐다. 네이버 인기 블로그 '앙꼬의 쉬운 홈베이킹'과 네이버 카페 '앙꼬의 쉬운 홈베이킹 카페'를 운영하는 앙꼬 박정미 작가다.
레시피북 가득 담아낸 베이킹의 기초이론과 다양한 레시피, 자상한 조언들까지. 박정미 작가는 인상깊었던 『클래식 베이킹』 도서리뷰가 있다며 흐뭇하게 소개했다. '홍익정신이 묻어나는 레시피북. 널리 독자를 이롭게 한다.'
"한 십 년 정도 하니까 집에 저절로 베이킹 전용 공간이 생기던 걸요."
'앙꼬' 박정미 작가는 자신의 집에 조금씩 장만한 베이킹 도구들과 오븐으로 베이킹 공간을 만들었다. 『클래식 베이킹』에 삽입된 사진들 역시 집의 작업 공간에서, 그녀가 베이킹을 하며 직접 사진작업까지 해낸 결과물이다. 취미로 베이킹을 하는 이들이라면 대개 집의 부엌에서 제과, 제빵 작업을 하기 마련. 그렇기에 『클래식 베이킹』의 배경은 홈베이킹을 즐기는 독자의 부엌 환경과 비슷하다.
오래도록 블로그를 운영해오며 이웃 블로거들과 소통해온 그녀는 지금도 책과 레시피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답을 달아준다. 베이킹 초보자들이 레시피북을 보며 느끼는 어려움을, 그녀 역시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 『클래식 베이킹』은 레시피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베이킹의 기초 이론과 도구, 재료 등을 조목조목 자상하게 설명한다.
- 기존에 베이킹 분야 파워블로거로 활동해오시기도 했고 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독자분들이 당장 레시피에서 잘 모르는 부분이 나오거나 선뜻 구하기 어려운 재료가 있을 때면 제 블로그로 달려와서 물어보시곤 해요. 그러면 저는 대체할 만한 재료를 알려드리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덧붙여 설명해드리죠. 막상 빵을 만드려는데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빨리 답해드리려고 하는 편입니다. 밤이나 새벽에도 모바일로 댓글을 달아드리고요. 최대한 친절하게 도움 드리고 싶어요.
- 취미로 시작했던 홈베이킹으로 벌써 세 권의 도서의 저자가 되셨습니다. 한 가지 일에 푹 빠져서 집중하시는 힘이 있으신 것 같아요.
처음 취미로 베이킹을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죠. 책을 세 권이나 내게 될 줄이야. 개인적으로 트렌드에 뒤쳐지기 싫다는 욕심이 있어요. 대개 그렇듯 베이킹을 시작하던 초기에 저는 쿠키나 머핀 같은 제과 위주의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에 소비자들 사이에 식빵이 인기를 끌면서 제빵 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시장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시도했던 게 출판사분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책을 2015년도에 출간하고 얼마 안 지난 시점에 이번 책 출간 제의가 들어와서 저 스스로도 뜻밖이었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계속 매진하다보니 어느 순간 제 주변에 빵을 만드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져 있더군요. 저 스스로도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을 계속 발전시켜서 뭔가 이루고 싶다는 게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 출간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훌륭한 레시피의 조건 "안정성"
- 책을 준비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레시피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안정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즉 베이킹 초보자든, 중급자든 누가 이 레시피를 보고 빵을 만들었을 때 실패할 확률이 적고 되도록 빵이 잘 만들어지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테스트를 많이 해봐야 합니다. 효모로 발효하는 빵이다보니 레시피대로 해도 결과물이 잘 안 나올 때가 있으니까요. 완성사진이나 단면사진이 제대로 안 나오면 또 다시 만들어야 했고요. 한 가지 빵의 레시피를 만들 때 수차례 테스트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많이 지치고 힘들긴 했어요.

59쪽 '생크림 풀먼식빵'
- 사진촬영도 직접 하신 건가요?
베이킹과 사진촬영 모두 혼자 작업합니다. 오래도록 두 작업을 병행해와서 그런지 손을 계속 씻는 버릇이 있어요. 손을 너무 자주 씻어서 빵집에서 일할 때 혼나기도 했어요. (웃음)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진이 정말 많죠. 사실 편집자분께 전달드렸던 사진은 이보다 더 많았어요. 되도록 사진의 분위기를 다양하게 촬영하려고 하다보니 사진촬영도 베이킹을 하는 것만큼이나 많이 해야했죠. 사진을 선별하느라 편집자분께서 정말 고생하셨을 거에요. (웃음) 출판사에서도 패브릭천 같은 소품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 작업공간이 따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어디에서 빵을 만드시나요?
오랫동안 베이킹을 해와서 그런지 집이 베이킹에 최적화됐어요. 방 하나를 온전히 베이킹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어요. 오븐도 있고 식탁도 베이킹을 위해 넓게 마련했죠. 또 사진을 찍기에도 적당합니다. 창문이 크게 있어서 빛이 많이 들어오고요. 2008년 정도부터 꾸준히 홈베이킹을 해오다보니 공간도 그렇게 갖춰지더라고요.
- 출간하셨던 도서의 제목마다 ‘홈베이킹’을 강조하셨고 이번 책은 재료와 도구, 기초 이론, 재료 준비 방법 등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짚어주셨어요. 전문가가 아닌 베이킹 초보자들에게 무게를 두고 책을 만드시는 듯 합니다.
사실 저도 베이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었어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성장했죠. 첫 책을 만들 때는 베이킹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을 때인데 국내에는 베이킹에 대한 이론서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일본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책 정도일까, 그동안 이론적인 부분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정리한 책이 없었던 게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베이킹의 기본을 짚어주는 부분에 힘을 실었습니다. 나아가 레시피와 트렌드도 욕심껏 담아냈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습"
- 선생님께서는 베이킹을 배우실 때, 베이킹 클래스, 책, 스터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부하셨습니다. 베이킹을 익히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연습’이었어요. 직접 만들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실패도 해봐야 공부가 돼요. 성공하면 ‘역시 나는 잘해’ 그 뿐이거든요. 실패는 ‘왜 실패했을까?’라고 그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자꾸 시도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 베이킹을 시작하시기 전의 선생님은 어떤 삶을 살고 계셨나요?
그때는 그냥 ‘보는 사람’이었어요. 빵집에서 빵을 사 먹는 사람. 제빵사를 보며 그저 ‘힘들겠다’ 정도의 생각만 했을 뿐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심지어 어떤 여성 제빵사분이 빵을 만드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힘들겠다, 여자가 하기에는 힘든 일이야’라고까지 생각했으니까요. 지금은 직접 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웃음)

57쪽 '우유식빵'
- 책에 실린 사진과 문장들이 참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입니다. 특히 매 레시피마다 마지막에 자리한 ‘note’ 부분은 ‘tip’과 비슷하면서도 선생님 스스로 느꼈던 맛과 감상 등이 나타나 있어서 굉장히 편하고 진솔하게 다가옵니다. 레시피의 맨 마지막에 ‘note’를 붙이신 이유가 있다면요?
제가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볼 때, 저자의 말이나 이야기가 없는 책은 신뢰가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노트’를 만들어두고 제가 어떤 의도로 이 레시피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넣었어요. 독자분들께 신뢰감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노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노트’를 읽고 독자가 한결 쉽게 레시피에 도전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인지 블로그를 통해 친근하게 질문을 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 처음 ‘직접 빵을 만들어 보자’라고 마음 먹고 만드셨던, 첫 번째 베이킹을 기억하시나요?
분명히 기억나진 않지만 기본 식빵이었던 것 같아요. 먹지 못하고 버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너무 맛이 없었거든요. 지금 그때의 실패 원인을 되짚어보면 글루텐을 잡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때는 빵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서 글루텐을 늘렸을 때 반죽이 얇게 늘어나야 한다는 걸 몰랐어요. 그냥 무작정 레시피만 보고 따라하다보니 딱딱한 빵이 나와버렸죠.
그 이후에도 많이 실패했어요. 심지어 2년 정도 베이킹을 포기한 적도 있어요. ‘왜 이걸 계속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때는 방황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다시 베이킹을 시작하고 빵집에서 일도 했습니다.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따면서, 점점 이걸 통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스스로가 즐거웠으니까요.
"치아바타"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박정미 선생님을 닮은 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개해주세요.
-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이번 책에 우선은 제가 가진 콘텐츠를 마구 쏟아내서 지금 당장은 뚜렷한 계획이 없어요. 출간 이후 한동안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슬슬 레시피를 짜보자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제 시작해야할 것 같아요. 당분간은 ‘책을 써보자’라기보다 실력과 레시피를 쌓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넣지 못했던 어려운 레시피나 책으로 풀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레시피들을 정리해보려고요.
요즘은 책이 출간되면 인터넷에 독자분들의 리뷰가 바로 올라오잖아요. 근데 레시피책을 만든 작가로서 독자분이 베이킹에 실패를 하면 제가 너무나 죄송스러워요. 오타나 실수가 들어간 채로 출간된 부분들에 늘 죄송함을 느껴왔습니다. 이전에 두 권의 책을 내고 난 뒤에, 100퍼센트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는 책에 쓰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이번 책을 정말 신중하게, 생각을 많이 하고 만들었습니다.
- 베이킹을 통해 이루고 싶으신 꿈이 있으신가요?
거창한 꿈은 없어요. 그저 저만의 작업실이나 공방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만의 색깔이 있는 작업 공간이요.
박정미 작가가 인터뷰 자리에 직접 만든 쿠키를 가져왔다.
나른한 오후, 달콤하고도 단정한 맛이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 Editor_박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