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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일취월장』 고영성 “비즈니스의 기초 체력은 문해력”


과거와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 대전을 벌인지 벌써 2년 가까이 흘렀다. 그 사이 빅 데이터도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 후속 모델이 나왔고, 대한민국은 한창 가상화폐 논쟁으로 어지러웠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혜안은 무엇일까. 『일취월장』은 ‘일을 잘하기 위한 8가지 원리’로 이에 답한다.
지난 18일 『완벽한 공부법』에 이어 『일취월장』까지, 연속 홈런을 친 공저자 고영성을 만나 ‘일을 잘하는 원리’를 물었다.

 




앞을 보는 것이 미세먼지 자욱한 하늘을 짚는 일 같다. 불안감은 고조되는데 방향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자칫 헛디디면 바닥은 까마득하다.


전에 없던 일들이 벌어지는데, 우리는 많은 ‘일’을 ‘하던 대로’한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 경험에 기반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한계를 실감하고 깨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에디터 역시 『일취월장』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읽었다. 개울에 눈을 씻은 듯 시야가 개었다.

『일취월장』은 『완벽한 공부법』으로 반디앤루니스 2017년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고영성·신영준 작가가 ‘일’을 잘하기 위한 8가지 핵심요소를 연구한 책이다. 공저자 고영성은 “어느 책보다 많이 공부하고 작가로서 가장 성장한 책” 이라 밝혔다.

그가 조사한 자료만 해도 단행본 300여 권, 비즈니스 잡지 3년 분을 넘는다.

인천 송도의 어느 카페에서 고영성과 만나, ‘일취월장’하는 방법을 물었다.


“일을 잘하려면 예측불가능성과 통제불가능성을 알아야”



불확실성도 마찬가지이다. 쉽지 않겠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나의 종결 욕구로 인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게 된다면 불확실성은 우리의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1쪽)

- 왜 『일취월장』의 첫 장이 ‘운’인가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사회가 지금까지 노력을 강조해왔고, 불확실성에 대해 특히 취약한 사회이기 때문에 충격요법으로 운을 강조하셨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요. 왜 첫 장은 ‘운’인가요?
운은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일반적 비즈니스는 운의 역할이 크지요. 운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힘을 의미합니다. 이 두가지가 중요해요. 예측불가능성과 통제불가능성.

비즈니스는 복잡계입니다. 하나의 현상에 나타나는 원인이 너무 많고 복잡해요. 하나의 현상이 발생하기까지 원인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원인이 원인에, 결과가 결과에, 결과가 또 원인에 영향을 미쳐요. 이 때문에 예측할 수가 없고, 통제할 수가 없는 거죠.

복잡계complex system는 복잡한 시스템을 말한다. 여기서 ‘복잡한’이란 의미는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스러운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잡성이 올라갔다고 표현하면 그 현상을 설명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졌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수많은 변수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데 그 관계가 비선형적임과 동시에 되먹임도 일어난다. (73쪽)

비즈니스에서 예측불가능성과 통제불가능성을 이해하는 것은 비즈니스를 아는지 모르는지를 가름하는 척도입니다. 이걸 모른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죠. 한 예로 잘못된 성공신화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성공스토리를 배운다고 할 때,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일 했고, 어떻게 리스크 관리를 했고…. 이런 노력을 그래도 따라하면 될 거 같잖아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정작 그 사람의 비즈니스에 작용한 ‘운’이 우리가 배우려는 성공스토리에는 등장하지 않거나, 터무니없이 생략되기 때문이죠.

『일취월장』에서는 픽사 스토리를 예로 들었는데요. 픽사 스토리는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잖아요. 패배자 4명이 모여 픽사를 만들어 성공하는 극적인 이야기죠. 그중 디즈니에서 쫓겨났던 존 래시터가 <토이 스토리>의 성공으로 디즈니의 최고 애니메이터로 올라서고, 애플에서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화려하게 복귀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 속에서 운의 요소를 분석해 봤는데, 운의 요소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 4명은 직장에서 잘리거나 실패하지 않았다면 모이지 못했어요. 게다가 스티브 잡스 같은 경우는 입양된 이후 양부모가 실리콘밸리로 이사를 가죠. 당시에 실리콘밸리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만약 잡스의 양부모가 실리콘밸리로 이사가지 않았더라면 잡스는 첨단 기술을 가까이 접하지 못했을테고 워즈니악을 만나지 못했겠지요. 그랬다면 과연 애플이 있고 스티브 잡스가 있었을까요?

심지어 스티브잡스는 <토이 스토리>가 제작되는 동안에도 픽사를 팔기 위해 재력가들과 접촉했죠.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팔려는 시도를 멈춘 겁니다.

이런 여러 운의 요소가 겹쳐서 <토이 스토리>가 나온 거예요.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는 그렇게 운의 요소가 많습니다. 이런 예측불가능성과 통제불가능성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의사결정과 조직관리 그 모든 것에 제대로 된 전략을 쓸 수 있습니다.

첫 장에서 운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머지 장을 설명할 수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는 통제불가능성과 예측불가능성이 있다는 전제 하에 책을 집필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라. 최선의 경우는 스스로 알아서 잘 관리된다.
-이디어스 속담-

- 책에서 비즈니스에서도 운의 영향이 큰 분야가 있고 운의 영향력이 작은 분야가 있다고 설명하셨어요.
실력의 영향이 큰 영역과 운의 영향이 큰 영역은 구별될 필요가 있어요. 소방관의 경우는 운보다 실력이 월등히 중요하지만, 마케터라면 실력보다 운의 영향력이 더 강력합니다. 그럼 이걸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요?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 확률이 높다면 그 분야는 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합니다. 반대로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 확률이 적다면 그 분야는 실력이 훨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거죠.

만약 실력이 월등히 중요한 분야라 한다면 그냥 열심히 하면 됩니다. 그런데 운의 영향력이 강한 분야라면 ‘열심히’ 만으로는 안 되죠. 더 월등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월등한 전략을 세웠다 하더라도 우리의 예상보다 혁신이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요.

예측불가능성과 통제불가능성에 관해 인식한 사람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 간 능력 차이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운과 실력 중 무엇의 비중이 큰 지에 맞춰서 전략을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일취월장』 작가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책”


- 통제불가능성과 예측불가능성을 인지할 때 비즈니스 전략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기존에는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어도 많은 개발비를 들여 정교하게 만든 다음, 또 많은 돈을 들여서 마케팅하는 전략을 사용했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왜냐면 이게 통할지 안 통할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럼 일단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을 재빨리 만들어 출시하는 겁니다. 그리고 처음 가설이 잘못됐다는 판단이 되면 미련 없이 방향을 선회하는 거죠.

대포를 먼저 만들지 말자. 일단 결과를 예측하지 말고 총알을 많이 쏴보자. 그러면 어떤 총알이 적중률 높은 대포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302쪽)


운을 인정하면 계획주의보다 학습주의가 훨씬 더 월등한 비즈니스 전략임을 알 수가 있는 거예요.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려고 너무 큰 시간과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요. 왜? 완벽하지 않으니까, 완벽할 수 없으니까요.

학습주의 접근은 뛰어난 적응력과 유연성을 중요시한다. 특히 점점 시대의 변화가 빨라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있어 학습주의 접근은 필수불가결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91쪽)

기회비용이 그리 크지 않다면 완벽한 계획보다는 빨리 부딪쳐보고 학습하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기회비용이 크다면 검증을 더 철저히 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거죠.

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혁신’편에서 ‘질보다 양’이라는 소꼭지를 두었는데요.

질보다 양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가 뭐냐면 실제 연구를 해보니까 혁신가, 혹은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은 아이디어 질이 좋은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내는 양이 월등히 많았어요. 왜 그럴까요? 혁신이 왜 혁신이겠어요.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혁신인 겁니다. 이게 좋은 아이템인지 아닌지 잘 몰라요. 우리 선입관을 뛰어 넘는 것도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예측불가능한 경우가 많죠. 그러니 혁신을 이루려면 많이 시도해봐야 하는 겁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단 내는 아이디어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기존에 냈던 아이디어에 집착해 그 아이디어가 완벽해질 때까지 수정하는 것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창의적인 사람은 일단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1만 5,000곡의 클래식을 분석한 결과, 일정 기간 안에 작곡한 작품 수가 많을수록 걸작을 작곡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시도하는 것 자체가 창의적인 행동인 셈이다. (246쪽)


- 기회비용이 크다면 많은 시도를 하는 것이 어려울 텐데요.
여기서 중요한 비즈니스 능력이 무엇이냐면 기회비용 자체를 적게 하는 것이 뛰어난 전략입니다. 시도하는 비용을 적게 하는 사람이 정말 뛰어난 전략가지요.

제가 책에서 뭐라고 했느냐면 전략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능력이라고 했어요. 아이디어는 누구나 다 낼 수가 있지만, 비즈니스는 결과거든요. 그러니 전략이라는 것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전략가는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상황을 구축하는 사람이죠.

- 책을 쓰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많은 자료와 사례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책 집필을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은 공저자인 신영준 박사님과 저는 경험치가 완전히 달라요. 저는 독학자이고, 신영준 박사님은 엘리트 코스를 걷고 대기업 조직문화도 경험하신 분이죠. 경험의 영역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면서 거기서 발생한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책은 특히 논리적 글쓰기는 얼마나 많은 자료를 보는가에 따라 책의 질이 결정됩니다.

한편 논문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할 때에도 굉장히 리마커블(remarkable)한, 그러니까 들으면 말하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스토리를 이야기해야 하거든요. 많은 사례 중에서도 리마커블(remarkable)한 이야기를 찾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일취월장』은 제가 지금까지 쓴 책 중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찾고 준비한 책이에요. 참고한 책만 300권 이상이고요. 관련 비즈니스 잡지를 3년, 2년분을 모두 훑었어요. 대표적인 경영연구소들의 보고서도 모두 검토하고, 관련 키워드도 다 찾아서 검토했어요.

왜냐하면 일이라는 건 어렵거든요.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책을 쓰는 건 굉장히 힘들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은 책을 쓰는 과정에서 굉장히 공부하고 성장하거든요. 『일취월장』은 어느 책보다 제가 많이 성장한 책입니다.



커뮤니케이션 기본은 정량화된 자료


승자에게 자만과 무모함이 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것을 제어하는 것, 그래서 부정적 승자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이 바로 ‘반성적 사고’이다. (90쪽)


- 책을 보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여 우리의 자세, 태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점, 독점이 가능했던 기존 비즈니스 환경을 생각한다면, 우리사회는 참 승자효과에 빠지기 쉬운 사회가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반성적 사고를 강조하신 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변화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한 번의 승리보다 반성적 사고가 점점 중요해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 어떤가요? 
승리를 하면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실제 집중력이 높아져요. 그런데 이게 가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면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연승을 하던 우두머리가 무모한 행동으로 자신을 노출시키는 바람에 우두머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실제 동물실험에서 발견됩니다.

책에서는 러시아 침공에 실패한 히틀러와 나폴레옹을 예로 들었는데요. 연승으로 기세등등했기 때문에 러시아를 우습게보고 러시아의 추위에 대비하지 않은 것이 패인입니다. 과거의 승리에 대해 오로지 실력으로만 이겼다고 착각한 거죠. 분명 운의 영역, 통제불가능한 영역이 있었는데도요. 승리에 운의 요소가 작용했음을 모르고 오로지 실력이었다고 착각하거나, 어느 순간 운의 영역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겁니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인지하면 ‘아, 내가 운이 좋았구나. 큰일날 뻔 했다.’ 생각하고 운이 따라주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세우겠지요.

《포브스》나 《비즈니스 위크》, 《타임》등 주요 언론매체에서 경영자상을 받은 264명을 연구한 UC 버클리 경영대학 맬먼디어 교수 팀의 연구 결과도 승자효과를 말해줍니다. 경영자상을 받은 슈퍼스타 CEO들은 상을 받고 44%나 보수가 증가했음에도 1년 후에는 8%, 2년 후에는 17%, 3년 후에는 26%나 낮은 누적초과이익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동물실험이, 신경학과 뇌과학이 또 경영학이 각각 다른 학문임에도 똑같이 승자효과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승자효과의 부정적 영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느냐, 거기엔 반성적 사고밖에 없는 거죠.

- 그럼 뭘 반성해야 하나요?
내가 운과 실력이 얼마나 있었느냐는 거죠. 이게 핵심이에요. ‘내가 성공했던 게 운 덕분이었구나.’ 그러면 운이 없었을 때에 대비하게 되는 겁니다. 반성적 사고를 하게 되고 전략을 수립하게 되지요.

반성적 사고를 철저히 하는 케이스가 누구냐면 워렌 버핏입니다. 워렌 버핏은 그야말로 운이 난무하는 투자의 세계에서 계속 승리하고 있잖아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입니까. 그런데도 자기가 잘못한 걸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요. TV에서도 그렇고, 주주들에게도 그렇고 자신이 어떻게 투자해서 실패했는지 말하고 글로 적습니다. 철저하게 반성하는 거지요.

반성적 사고를 하게 되면 자기 자신에 관하여 객관화 할 수가 있고 메타 인지가 높아지죠.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할 수가 있는 거예요. 실제 수능 상위 0.1%의 아이들을 조사해보면 특별히 기억력이 높은 게 아니라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잘 아는, 그러니까 메타 인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요.

일은 어려워요. 실력이 좋아도 운이 도와줘야 하거든요. 어렵지만, 우리가 반성적인 사고를 한다면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가 있죠.

반성적 사고를 높이기 위해서 당신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기록’이다. 우리는 개인에게 Daily Report를, 조직에게는 After Action Review를 추천한다. (94쪽)

- 반성적 사고와 관련하여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어요. 기록하고 기록을 토대로 중간 점검하는 건 우리에게도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도 회사에서도 질문하고 기록하고 점검하는 훈련이 우리에겐 부족했던 것 같아요. 실제 기업에서도 기록하고 중간 점검하는 사례가 드물다고요?
우리는 체계적으로 인지적 오류를 저질러요. 정확한 데이터가 없거나 명확한 자료가 없이 이야기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오류와 편견으로 점철된 대화를 하게 됩니다. 기억은 다 왜곡되잖아요.

논의할 때는 정확한 자료에 기반해야 하는 거죠. 자료를 남기는 것 뿐 아니라 그 자료를 가지고 사후논의까지 할 수가 있을 때 진정한 반성을 할 수 있고, 진정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히 잘하기 위해서는 통계화, 정량화를 잘 해야 합니다.

초고속 인터넷이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는 흐름 속에서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화두는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외부 자원을 최소의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과 플랫폼을 구상할 수만 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73)

- 자료에 근거해 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 잘 들었어요.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한 질문도 드리고 싶어요. 오픈 이노베이션이 기업 내부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산업 환경에 맞춰 변화를 꾀해야하는 시점인데요. 앞으로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국내에서도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님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하여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창의성의 핵심은 다양성과 연결입니다. 다양한 것들의 충돌과 연결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어요. 시대는 변하는데 조직 내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균질화 되고 있어요. 다양성 떨어지니 혁신의 가능성이 떨어지는 거죠.

고도의 전문가보다 중간 수준의 전문가나 비전문가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전문가들은 안 되는 이유를 100가지를 댈 수 있어요. 오히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한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겁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을 이루는 하나의 방법론입니다.

- 책에서 애플의 공급망 관리(SCM)에 관해 언급하셨어요. 시스템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예시로 들어주셨지요. 기업의 혁신을 우리는 제품에서만 찾는데, 공급망 관리를 통한 영업이익 개선 사례를 들어주신 점이 신선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혁신은 제품의 혁신이죠. 그런데 기업의 혁신은 제품만이 아니라 전사 프로세스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SCM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없이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깨닫고 컴팩에서 SCM운영을 맡고 있던 팀 쿡을 1998년 애플의 수석 부사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리고 팀 쿡은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CEO로 올라서지요.

팀 쿡은 관리 효율화로 비용절감을 이뤄냈고 애플은 1998년부터 경영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시가총액 1위를 고수했습니다.

애플처럼 말도 안 되는 영업이익을 어느 기업에서 낼 수가 있겠습니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공급망 관리가 있던 겁니다.

우리는 어떤 현상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고려한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거죠.

비즈니스는 시스템적 사고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A라는 문제가 생겼을 때 단순하게 A를 해결하는 것만 생각해선 안 돼요. 전체 시스템의 성격은 무엇이고 그 시스템 안에서 각 개체들이 어떠한 힘을 받고 있으며 각 개체들 사이에서도 어떠한 영향을 서로 미치는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시스템적 사고를 해야만 진정한 문제의 본질을 볼 수가 있고 문제의 해결을 이룰 수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시스템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진정한 전략가인 것이죠.


“일을 위한 기초 체력은 문해력과 ‘완벽한 공부법’”

- 책에서 일을 잘하는 방법은 결국은 공부하는 것, 지식을 탐구하고 심화 학습하는 자세, 학습 능력으로 연결 됩니다. 결국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열린 태도, 공부하는 자세라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서 알파고의 예를 들었는데요. 알파고-이세돌의 대전은 인공지능이 기능적으로 뛰어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숙련전문가인 이세돌을 이겼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고숙련전문가는 어떤 사람이냐면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고도의 지식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기계가 한 순간에 그걸 구닥다리로 만든 거예요.

지금은 어떤 시대냐면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이 구닥다리가 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 시대입니다. 이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접목하고 습득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학습능력이에요.

학습능력이 없으면 새로운 정보를 빨리 습득할 수도 없고 활용할 수도 없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학습능력을 키워야 할까요?
문해력을 키우고, 과학적인 학습법을 알아야 합니다.

먼저 문해력은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릉선수촌에 가면 정말 많은 종목의 선수들이 있잖아요. 선수들이 모두 하는 운동이 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기입니다. 기초 체력을 키우는 거죠. 그게 없으면 스포츠를 잘할 수가 없습니다.

학습능력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이냐면 문해력이라는 거죠. 문해력은 텍스트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평가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합니다.

문해력은 어떻게 끌어올릴 수가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독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인들, 독서 안 하잖아요. OECD에서 평가한 성인 문해력의 경우 40대 이상의 문해력이 2등급에 머물렀어요. 2등급 이하는 토론이 안 되는 수준을 의미하거든요.

이전에는 문해력이 부족해도 가지고 있는 경험치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블록체인이 큰 이슈인데, 블록체인을 과거 경험으로 알 수 있나요? 인공지능을 경험으로 알 수 있나요? 모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텍스트를 놓고 공부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문해력이 2등급에 불과하면 습득도, 이해도 안 되는 거지요.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겁니다.

문해력을 높이려면 독서 그리고 글쓰기를 꾸준히 하시라말씀드리고 싶어요.

독서는 러닝이라고 한다면 글쓰기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이 다 같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올해 나이가 마흔인데요. 인생에서 역대로 공부가 잘 돼요. 5년 전보다 지금 제가 훨씬 뛰어나거든요. 제가 1년에 약 200권의 책을 읽습니다. 5년이면 1000권이 넘어요. 그리고 1년에 800페이지에서 1000페이지의 글을 쓴단 말이죠. 5년 전의 저하고 지금의 저는 내공이 달라요. 뇌가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더 통찰력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거죠. 오히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공부가 더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는 과학적 학습법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책 읽고 강의 듣고 몇 번 써보는 정도가 공부의 전부였습니다. 이건 아주 낮은 수준의 공부법이에요.

인지심리학이나 뇌 과학, 교육학에서 주류 이론으로 좋다고 하는 공부법이 있는데, 이건 우리가 알던 공부법과 다릅니다. 공부는 모두 아웃풋으로 해야 해요.

문해력과 과학적 학습방법, 이 두 가지를 갖추면 학습능력을 높일 수가 있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비즈니스를 하면 별일이 많이 벌어져요. 일을 잘하고 싶다면 학습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결국 원하는 목적을 만들어내는 속도와 효율은 ‘학습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기하급수적인 변화 속에서 빛을 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학습을 한다는 사실이나 지금까지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느냐보다 ‘학습 능력’ 그 자체에 있다. (477쪽)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 진다



- 마지막으로 반디앤루니스 독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은 무서워요. 지식이고 철학이기 때문에. 어떤 지식과 철학을 통해 내 생각으로 받아들인 것이 곧 ‘나’에요. 마르틴 발저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 진다.”고 했어요. 그 말이 맞습니다. 독서는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고, 뇌는 곧 우리 자신이잖아요.

그래서 정말 좋은 책을 읽는 게 중요합니다.

국력은 우리의 문해력이 올라갈 때 올라가는 겁니다. 문해력이 올라간다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가의 말이나 정책을 잘 판단할 수 있는 거죠. 문해력이 높으면 대선토론 하나를 보더라도 누가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 문해력이 낮으면 목소리 톤이나 인상, 외모 등 비언어적 요소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겠지요.
그렇죠. 문해력이 낮으면 휘둘리게 되는 겁니다.

문해력은 좋은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반디앤루니스 독자 분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고, 2018년에는 더 많은 책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도서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전업 작가가 나오는 게 불가능합니다. 몇몇 소수의 스타작가는 나올 수 있겠죠. 책만 팔아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강의 시장으로 나아가고, 후속작을 위한 공부를 하지 못해 좋은 후속작품이 나오지 못하는 겁니다.

독자 분들이 정말 책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고, 많은 작가에게서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좋은 책을 많이 만나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영성은…
인문·사회과학 전문 작가.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을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과 행동, 그리고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음. <인생공부>설립 및 콘텐츠총괄.
대표저서로는 《완벽한 공부법》, 《어떻게 읽을 것인가》,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 《고영성의 뒤죽박죽 경영상식》, 《누구나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지금 당장 경제기사 공부하라》, 《경제를 읽는 기술 HIT》, 《부모 공부》 등이 있다.

| Editor - 송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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