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수업』 주명섭 “소통하는 교사가 되려면 긍정과 기다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방학의 학교는 고요하다. 게다가 인터뷰가 있었던 월요일은 눈이 내려 사위가 묵직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머리 위 난방기가 웅웅 울었다.
『행복수업』에 이어 『긍정수업』을 펴낸 주명섭 교사는 교무실에 홀로 앉은 시간을 사랑한다. 사유하고 집중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그는 이 시간을 읽고 기록하는 작업에 쏟아붓는다. 방과 후 그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두 권의 책이 나올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교사의 길, 그리고 나름의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행복수업』 이후 두 번째 책입니다. 출간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변함없이 평소의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학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곧 제 역할이고, 여전히 학생들에게 몰입하는 일상입니다. 출간 소식을 듣고 아직 서점 매대에 책이 놓이지도 않았는데도 책을 찾아 사 온 학생도 있었고, 제게 사인을 부탁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계셔서 눈시울이 촉촉해지기도 했어요.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학교의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평소에 학생들과 지내시며 순간의 사건들을 기록하시는 것 같습니다. 일기와 같은 꾸준한 쓰기 습관이 있으신가요?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했던 이들의 삶이 저의 글쓰기에도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카이스트 배상민 교수의 메모 습관, 그리고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한비야 선생님의 일기 쓰기 습관 등을 보고 저는 기록, 메모가 곧 완성된 글쓰기의 단서가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물론 순간순간 적어가는 메모들을 단편적인 파편으로 바라볼 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일상의 스치는 생각들이 모이고 모이면, 서로 맞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별 것 아니었던 것이 ‘별 것’이 되는 그 과정을 보며 전율이 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늦게 퇴근하는 습관이 통찰하고 사유하는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교사는 8시 반에 출근해서 4시 반에 퇴근하는 8시간 근무 체제입니다. 일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일을 마치고 바로 퇴근하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저 자신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을 살고 있더군요. 조금 늦게까지 남아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하룻동안 있었던 아이들과의 만남을 되새기고 표정이 어두웠던 아이가 있으면 한 번 더 생각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좋아, 내일은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 한 마디 건네보자. 그리고 그 한 마디가 매개가 되어 아이와 소통하게 됐고요.
교무실에 남아 본격적으로 기록을 하기 시작한 건 7,8년 전부터입니다. 그 기록들이 모여 『행복수업』과 『긍정수업』이 만들어졌습니다.
- 아이들을 혼내기보다 어르고 달래며, 이해하려고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어떤 아이든 선한 의지를 지녔다고 믿으시나요?
아이들에 대한 신뢰가 깊습니다. 사람마다 선함의 정도, 품성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성선설을 믿습니다. 누구나 선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그 선함이 감춰지거나 굴절됩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자신이 선함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요. 그저 환경이 자기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그 분노 때문에 악함이 커진 거에요. 그런 학생들에게 자신 안의 선함을 발견하게 해주면 악함이 줄어들어요. 25년 여의 시간 동안 많은 아이들과 소통하며 그것을 경험했습니다. 교육은 누구나 품고 있는 그 선한 가치를 키워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소통을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존감을 키워주고, 부정적인 환경 때문에 굴절되었다면 그 부분을 치유해줘야 해요.
- 요즘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매년 새롭게 입학하는 아이들 역시 나날이 다른 가치와 생각, 행동을 보일 것 같아요.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변화하는 흐름을 쫓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소통’이 어렵진 않으신지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게 인간의 본질이라고 봐요. 스마트폰을 쓰고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인간 본성에 존재하는 따뜻함, 감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인간에게는 감성이 있어요. 다만 시대가 바뀌면서 아이들 역시 변하는 부분은 있어요. 과거에는 아이들의 감성을 단순한 몇 마디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교사가 아이 입장을 이해하고 해결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줘야 아이 역시 수긍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긍정’과 ‘기다림’입니다. 긍정이 곧 소통의 시작이 됩니다. 아이들을 긍정으로 바라보며 기다려주는 거죠.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아이들이 마음을 열기를, 그리고 변화하기를 기다려주는 것.
나아가 오늘날의 교육자는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아이들이 수업 내용에 관해 질문했을 때 분명하게 답해줄 수 있는 지적인 전문성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전문성, 아이가 상담을 원할 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이요. 이를 갖추지 않는다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선생님을 신뢰하고 의지할 수 없게 됩니다.
- 지난해 부산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됐죠. '소년법을 폐지하자, 개정하자'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가해 학생들에 대해 비난하고 분노하는 여론이 거셌습니다. 당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피해 학생의 주변에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이 부재했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아이가 그토록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 놓였다면, 분명 주변에 힘이 있고 믿을 만한 곳을 찾으려 했을 겁니다. 평소 아이를 위한 소통의 시도가 있었더라면 이 사건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거에요.
매년 학급을 맡아 아이들을 교실에서 처음 만나는 날이면 제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나는 너희를 지켜줄 수 있다. 너희가 위기에 빠졌을 때, 무조건 너의 방식으로 같이 해결해나가겠다. 나는 학교에서 너의 부모다.’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든 SOS를 청할 수 있는, 믿음이 가는 버팀목이 되고 싶어요. 무섭고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가 왜 도움을 청하기 싫겠어요. 가해자들이 으레 하는 말 있죠. ‘너 신고하거나 이르면 죽는다.’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는 공공 기관이나 선생님, 어른들보다, 가까이에 있는 그 폭력의 힘이 더 강해보이는 거에요. 그리고 만약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일이 커져버리는 게 두려운 거죠. 어린 학생들은 어떤 압박이 찾아오면 쉽게 벗어나지 못해요. 따라서 학교나 가정에 아이에게 진정성 있게 신뢰감을 주는 존재가 있어야 합니다.
가해 학생들 역시 분명 선함의 알맹이를 지니고 있어요. 그 선함을 찾아내고 폭력적인 행동을 순화할 수 있었을 거에요. 누군가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면 아이들은 분명 받아들이게 되어 있어요. 저는 따뜻함을 가지고 안아준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는 인터뷰 중 책상 아래 고이 보관하고 있던 상자를 꺼내 보여줬다. 상자 안에는 25년 여의 교직 생활 동안 제자들로부터 받았던 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행여나 찢어지거나 때가 탈까 그는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코팅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그가 제 1의 가치로 꼽는 '소통'의 힘이 보여준 증거가 아닐까.
위의 사진은 교생 실습을 왔던 '교생 선생님'으로부터의 편지다. 정성껏 쓰인 편지, 그리고 소중하게 이를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책상 아래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다.
- 30대 초반부터 교단에 서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교사를 꿈꾸셨나요?
선생님이 되기 이전에는 제약회사와 기업에서 잠시 근무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교사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와 30대 초반에 교직 생활을 시작하게 된 거죠. 교사가 되기 이전의 사회 경험은 교직 생활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기업에 근무할 때의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었거든요. 그 때의 도전 정신이 교직 생활을 이어가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됐죠. 이십대 시절의 사회 경험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 같아요.
-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책에서 종종 언급하셨는데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는 요즘, 선생님께서도 4차 산업혁명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도맡고 계신 선생님께 여쭙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오늘날 인간이 준비하고 갖춰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호모루덴스’는 ‘유희하는 인간’을 뜻해요. 미래사회에서는 다른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 살아남을 거에요. 남을 모방하기보다 창의적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죠. 지식을 머리에 채우고 분석하는 건 인공지능에게 상대가 안돼요. 예전에 저 역시 역사 선생님으로서 역사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에 천착했지만 이제는 수업 방식을 바꿔가고 있어요. 역사적 사실을 놓고 아이들이 직접 사유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평가해보는 거에요. 교학상장이라고 하죠. 제가 선생님으로 교단에 서 있지만 반대로 아이들 나름의 생각을 받아들이면서 제가 생각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곤 합니다. 저 역시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거죠. 그리고 아이들로 하여금 질문하게끔 해야 합니다. 사유하는 학습, 질문하는 학습이 정말 중요해요.
덕분에 수업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해요. 아이들이 어떤 기발한 질문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 질문에 최대한으로 답해줘야 하니까요. (웃음)
- 입시 위주의 사교육 열기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사교육과 차별화되는 공교육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교육은 입시에서 필요한 지식의 소통이 주로 강조되는데 졸업 이후의 삶은, 머리에 잔뜩 집어넣은 지식만으로 살아가지 않잖아요. 공교육에서는 인성교육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지식의 소통이 일어나야 합니다. 일단 소통의 프레임이 생기면 교과수업을 준비할 때도 그 방법적인 측면에서 소통의 관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돼요. 그리고 교육 현장에는 인문학이 스며들어야 합니다. 인문학에서는 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이 지식을 전달받는 객체에 머무르지 않고 주체가 됩니다. 창의력이 중요해지는 거죠. 비록 공교육 현장의 선생님이 사교육에 비해 ‘잘 가르치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떨어질지 몰라도,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는 노하우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다만 공교육 역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학교는 굳이 경쟁하지 않아도, 혁신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보니 안일해질 수가 있어요. 오래도록 고수해온 교육 방식을 바꾸기는 물론 어렵죠. 모두가 힘을 모아 변혁을 준비해야 합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야 해요. 그렇다보니 저는 이 책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지만, 새내기 교사분들과 학부모님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은 굳어지지 않은 말랑말랑한 의식과, 새로운 시도를 할 만한 힘이 있으니까요.
- 『행복수업』에 이어 『긍정수업』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책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두터우신 것 같습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사실 제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은 게 5, 6년밖에 안됐어요. 그 기간은 길지 않았을지언정 주목하는 힘이 있었기에 달랐다고 생각해요. 책을 한 권 읽더라도 내 것으로 만드는 부분이 많다면 단순히 다독을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은 메모해둡니다. 나름의 독서법이죠. 책마다 문장들을 정리해놓은 ‘엑기스’를 만들고 그것을 여러 번 읽습니다. 내 것이 될 때까지요.
그리고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책이 있으면 빨리 내려놓는 게 중요해요. 그 책은 아직 읽으면 안 되는 수준의 책인 거에요. 잠시 미뤄뒀다가 나중에 독서력이 상승한 뒤에 읽으면 됩니다. 남들이 다 읽는다고 따라 읽지 마세요. 스스로의 역량에 맞는 독서를 하며 독서력을 신장시키면 됩니다. 지금 내게 맞는 책을, 그 중에서도 의미 있는 책을 선택해서 읽는 게 중요해요.
한 권의 책이 내 것이 되어 점이 되고 또 다른 책이 점이 되고, 이것들이 이어져서 선이 됩니다. 선과 선이 모여서 곧 입체가 되겠죠. 입체적 시각이 생기면 삶이 풍요로워져요.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도 단순하게 아이를 무조건 혼내기보다 ‘아이가 왜 그랬을까?’라는, 아이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가능해집니다. 독서의 힘이죠.
-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는 눈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읽을 책을 고를 때는 주로 ‘엮어 읽기’의 방식을 택하곤 합니다. 내 수준에 맞는 책을 쓴 저자가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찾아보는 편인데, 효과적인 독서가 가능해요. 지금 비록 내 수준에 어려운 책이더라도 주체적으로 조금씩 독서 역량을 키우다보면 나중에 그 책을 다시 펼쳤을 때 제 안에서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요.
주체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기만의 시각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사유하는 독서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 요즘은 어떤 책 읽고 계세요?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크게 감명받아서, 지금은 그의 또다른 책인 『여덟 단어』를 읽고 있어요. 아이들의 자존감을 어떻게 키워줘야 하나 많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의 책을 통해 어설펐던 제 생각이 좀더 선명해지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컴퓨터 안의 한 폴더를 보여줬다. 용량이 11기가를 넘어선 폴더에는 텍스트 문서 파일이 가득했다. 5년 동안 쌓아올린 데이터를 그는 ‘전재산’이라고 표현하며 웃었다. 도서별로 마음에 들어온 부분을 정리한 필사 폴더가 있고, 그것을 또 ‘자존감’, ‘사랑’ 등 여러 키워드별로 정리한 폴더도 있다. 그의 메모하는 습관, 기록의 힘이 모여있는 엑기스라고 볼 수 있다.
그 중 ‘창의력 신장을 위한 글쓰기 수업’이라는 폴더에는 그가 계획하는 동아리 수업 내용이 문서별로 차례대로 정리되어 있다. 그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나무가 자라듯 가지 치는 방식으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아이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아이들이 나름의 자기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 나아가 무성한 나무가 되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 역사 선생님이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는 게 재미있어요.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지난해부터 ‘창의력 신장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맡아 진행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는 동아리가 개설조차 안 될 것 같았어요. (웃음) 예상 외로 열 명 정도의 아이들이 들어와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수업에서는 어떤 글과 주제를 놓고 아이들에게 생각을 묻습니다. 반드시 자기 생각을 말하게끔 해요. 자신의 생각을 갖는 게 정말 중요하니까요. 모든 아이들은 창의력을 발현할 준비가 되어있고 잠재력도 있어요. 그리고 아이로부터 창의력이 터져나왔을 때, 교사의 역할은 충분히 칭찬해 주는 겁니다.
-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인생사전’을 구상하고 있어요. 독서를 하면서 도서별로 중요한 부분을 필사하고 모아놓고 사유한다고 말씀드렸지요. 동시에 '사랑', '자존감', '삶과 죽음' 등 키워드별로 나누어 내용을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생각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제가 정리해온 키워드 중에서 몇 가지를 선별해서 꼭지를 마련하고, 거기에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읽고 쓰는 작업을 해나가야죠. 다음 책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요.
인터뷰를 끝내고 교문을 나서는데 정말 눈이 한없이 펑펑 쏟아졌다. 우산이 없는 내게 그는 사물함 가득 들어있는 우산을 보여주며 튼튼한 우산을 골라줬다. 덕분에 사진이 담긴 카메라와 가방, 옷을 망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문득 그의 책 『긍정수업』의 '돌아오지 않은 우산' 이야기가 떠올라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책을 읽을 때는 나 또한 그 우산의 온기를 나눠받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었는데 말이다.
눈의 고요를 뚫고 걷는 내내 그 사물함이 떠올랐다. 색색의 우산들이 비 오는 날을 기다리며 가득 잠들어 있었다.
| Editor_박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