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으면서! 이랬으면서!! 동화 속 왕자님처럼 다정다감하고 멋지기까지 한 남자가 굳이 나더러 ‘행복의 샘’이라는데, 거기에 안 넘어갈 여자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실상은 보고 앉아 있을 시간도 마음도 없고, 그저 내가 해 주는 밥만 먹고 일어나 가 버리는 그. 그렇게 우린 서서히 문자도 안 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니, 문자하면 큰일 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행복의 ‘샘’ 좋아하시네… 무소식이 희소식인 ‘샘’이다.
(20쪽, 그가 맹세한 세 가지 약속)
나에게도 그랬던 호시절이 있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사랑의 표현은 변할지언정 그의 인성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내가 느끼기에 반듯했고 다정했고 변함없는 사람이었다. 한결같고 진중했고 친절했고 나에게만 섬세했다. 때론 어른 같았고 때론 오빠 같았고 아빠 같았고 친구 같았다. 그와 있으면 안전하게 느껴졌고 어떤 인생길이 나타나더라도 지혜롭게 판단하며 제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41쪽, 그날 밤 운명이 갈렸다)
“독.박.육.아.좋.아.하.시.네?!”
세상에! 삐익!!!!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뇌를 흔들 정도로 심한 경보음이 울렸다. 긴급 상황이다. 싸워야 한다. 전투태세! 전투태세! 내 뇌 속의 모든 세포들이 일동 봉기하여 다 같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싸워라. 싸워라. 이건 싸워야 할 일이다!’
싸우자는 함성 소리가 내 뇌를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 말을 듣고도 싸우지 않으면 바보라고,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말고 들이받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82쪽, 애들아, 엄마가 미안해)
나는 명절이 되면 온몸이 멍든 것처럼 아프다. 마음도 멍든 것처럼 아파 온다. 머리도 몇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다. 눈빛도 기가 빠져나간 듯 멍해진다. 그래서 내게 ‘명’절은 ‘멍’절이다. (중략)
한국에서 명절은 며느리들의 자원봉사, 재능 기부, 헌신 페이로 유지되어 온 역사다. 가문을 위한 며느리들의 사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속에 친정어머니도 있고, 시어머니도 있고, 나도 있다.
(84쪽, 어머니, 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이에요)
싸우다 보면 서로 주고받는 아픔이 있다. 상대방을 향해 누가 더 돌멩이를 세게 던지느냐에 따라서 싸움의 뒤끝이 정해진다. 남편이 더 아프게 맞았으면 경제적인 압박이 따르고 아내가 더 아프게 맞으면 밥상이 부실해진다. 우린 서로에게 강력한 뒤끝을 안겨 주며 싸울 때 미처 던지지 못한 돌멩이를 마저 던진다. 그래야 속이라도 시원하니까.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전쟁터에서는 각자가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권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가장 센 무기는 맨 나중에 나오는 법이니까. 그것도 죽기 직전에.
(133~134쪽, 나를 길들이는 주문 ‘만트라’)
만일, 고통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 볼 수 있다면, 내 고통이 가장 무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다르기에 말이다. 다만 지금의 그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해 주고 싶다. 영원하지 않은 시간이기에 그 또한 지나가며, 후회하지 않을 방법은 지금의 나를 더욱 사랑하며, 나를 위해 무언가를 조금씩 시작해 나가는 일.
(142쪽, 이혼이 정답은 아니라지만)
그렇기에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용기를 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에 의지해서 책의 이정표를 따라, 책이 이끄는 대로 걸어가고 싶다. 그래야 최소한, 내가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고 옳은 길, 희망적인 길로 걸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많은 선진들과 앞서 인생을 살아가신 존경하는 어른들의 말과 뜻을 따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는다. 매일 읽어야만 한다. 성격과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독서가 삶의 동아줄이다.
(157쪽, 현실 자각의 순간)
나도 ‘못 살겠다’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다행히 언젠가부터는 ‘살겠다’ 싶은 순간이 더 많아졌다. 나 때문에 살겠고, 아이들 덕분에 살겠고, 미래를 생각하면 희망적이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살겠다. 아니, 실은 설레기까지 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어떤 책을 쓰게 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178쪽, 여든 번 못살겠다가도 아흔 번 살아지는 순간)
내 인생에서 결혼이란… ‘구두’ 같다. 내 발에 꼭 맞지도 않고 기대만큼 예쁘지도 않지만 신지도 못하고, 벗어던지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한 채로 그냥 살고 있다. 그 구두가 애초에 내 것이었는지, 내 것이 아니었는지조차 모르지만 여전히 신발장 안에 있다. 이제 그 신발장 안에서 구두를 꺼내 던져 버리고, 내 발에 편한 운동화를 신고 세상을 향해 뛰어나가고 싶다.
(197쪽,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대하는 자세)
일명, ‘자가 호흡’. 자가 호흡이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행하는 호흡 운동을 말한다. 나는 그의 도움 없이 숨을 쉬고 생존하기에 이 호흡이 매우 익숙하다. 그와의 불편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이 오히려 나를 자립적으로 변화시키고 꿈을 꾸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상황 속에서 즐거이, 기꺼이 이 모든 일들을 홀로 감당해 왔다.
(208쪽, 내가 사는 자가 호흡법)
나 역시 만약 ‘졸혼 서약서’를 주고받게 된다면,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 절로 나올 것 같다. 결혼식만큼이나 부부에게 특별한 날로 기억되며 감동적인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두 사람이 입장해서 한 사람으로 행진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두 사람이 입장해서 두 사람으로 행진하는 졸혼식을 꿈꾼다.
(215~216쪽, 우리 이제 그만 졸혼할까요)
그래서 나는 결혼을 앞두거나, 결혼 중이거나, 독립을 원하는 아내들에게 우리 모두 비상 꿈을 갖자고 말하고 싶다. 한 사람의 꿈은 약하지만, 여러 꿈이 모이면 현실도 미래도 바꿀 수 있다. 우리 각자의 꿈들이 모여야 별들이 빛나는 우주를 꿈꿀 수 있다. 꿈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티켓이다. 꿈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233쪽,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워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