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또 파랑이가 왔습니다.
“안녕, 노도새.”
파랑이는 나를 노도새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울새나 박새나 딱새처럼 따로 이름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파랑이가 지어 준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도새, 하고 속으로 가만히 내 이름을 불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날개 끝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우와, 어제는 눈을 깜빡이더니 오늘은 날개까지 움직이네!
노도새, 너 이제 곧 날겠는걸. 발만 빠져나오면 되겠어.”
파랑이 말에 장대 속에 있는 두 발이 움찔했습니다.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간절히 바라면 꼭 이루어진대.
넌 날개가 있잖아. 틀림없이 날 거야. 노도새, 힘내!” p.8-9
나는 더 힘을 주어 두 발을 비볐습니다. 이번엔 장대가 좀 흔들렸습니다.
몇 번 더 두 발에 힘을 주어 마구 비볐습니다. 장대가 조금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어흥-!”
그때 갑자기 호랑이 목소리가 쩌렁, 전시실을 울렸습니다.
“왜 곤히 잠든 우리를 깨우는 것이냐? 어흥-!”
장대 맨 아래에서 호랑이 네 마리가 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아, 잠을 깨워 죄송해요. 발을 빼 내면 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뭐라고? 날 수 있다고?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넌 나무새란 말이다, 나무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어서 잠이나 자라!”
네 마리 호랑이가 한 목소리로 다시 호통을 쳤습니다.
나는 기가 죽어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p.12-13
이튿날도 파랑이가 왔습니다.
“안녕, 노도새. 내 동생 사랑이야.”
“노도새, 안녕! 부리랑 눈이 정말 예쁘네. 오빠, 저 새가 정말 움직였단 말이지?”
“그럼, 정말이지. 조금만 기다려 봐. 눈을 껌뻑거리고 날개 끝을 움직일 거야.”
나는 일부러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두 아이를 좀 골려주고 싶었습니다.
“어, 이상하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내가 잘 못 봤나? 노도새, 노도새!”
“오빠, 깨우지 마. 지금 자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아, 내가 잘 못 봤나 봐. 꿈을 꾼 건지도 몰라. 나, 나무새가… 어떻게 날겠어?”
“아냐, 오빠. 나는 믿어. 동화책에 보면 오래된 빗자루나 절구공이도 움직이던걸.”
“그, 그래. 우리 사랑이 말이 맞아. 노도새는 꼭 날 거야.”
파랑이 목소리가 조금 떨렸습니다.
그제야 나는 슬슬 날갯죽지에 힘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날개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날개 끝이 흔들리기는커녕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온몸이 뻣뻣해졌습니다. p.14-15
파랑이가 오지 않은 지 한 달쯤 지났을까요?
어느 날 밤, 내가 동네 곳곳을 느긋하게 돌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빠, 저기 거문고자리가 보여. 맨 위에 밝게 빛나는 별이 직녀 맞지?”
“응, 여름 별자리 가운데서 가장 밝은 별이야. 거문고자리 왼쪽에 보이는 게 백조자리고.”
사랑이와 파랑이 목소리였습니다! 두 아이가 집 마당에 나와 별을 보고 있었습니다. p.28-29